※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믿을 수 없어. 거짓말. 말도 안돼. 진짜? 정말? 이치마츠는 넘어질 뻔한 몸을 겨우 추스르며 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고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오는 침대에 조금 힘이 빠진다. 이치마츠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 했다.

 일단 지금은 꿈이 아니다. 방금 전 넘어질 뻔 했을 때 나무에 쓸린 손이 아파왔다. 그렇담 자신이 본 건 진짜. 악마, 악마였다. 바로 옆에 악마가 있었다. 그러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하지만 아무리 악마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저는 조각이었다. 제 옆에 악마들은 다가오지도 못한다.

 이치마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침대 위에 엎었다. 성서, 펜, 책, 지갑. 가방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치마츠는 책을 펼쳤다. 두꺼운 종이가 가볍게 넘어간다. 페이지를 넘기던 걸 멈춘다. 초를 가져와 불을 붙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은 여태까지 이치마츠가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또 경험하며 본 악마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 해 놓은 책이었다.

 

 여신께서 잠이 드셨을 때, 텅 빈 지하계에 두 악마가 태어났다. 성욕의 악마, 식탐의 악마. 둘은 최초의 악마로 그들의 힘은 모든 악마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야말로 여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악마. 성욕의 악마는 인간계로 올라왔다. 식탐의 악마는 지하계에서 앞으로 태어날 다른 악마들을 기다렸다.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면 안된다는 규칙이라도 있었던 건지, 악마들은 모두 그 이름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 대해 물으면 위대한 왕, 최초의 악마, 우리들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이치마츠는 책을 읽어내려가다 오소마츠를 떠올렸다. 성욕의 악마. 악마들의 왕. 악마는 늙지 않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장을 넘겼다.

 

 성욕의 악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럴 것이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뒤에 있을 거라 생각해 뒤돌면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이를 보고 우리는 추측했다. 성욕의 악마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과 공간을 이동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이치마츠는 얼마 전 악마들이 자신을 둘러 쌓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모든 악마들은 그림자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자신의 기도로 인해 검은 물로 녹아내렸다. 어쩌면 이 성욕의 악마는 그림자로 숨어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다시 책장을 넘겼다. 카라마츠와 함께 있던 그 악마가, 오소마츠가 성욕의 악마라는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그렇다면 카라마츠는?

 

 식탐의 악마와 성욕의 악마는 형제지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있다. 둘은 같은 날에 태어났지만 성욕의 악마가 식탐의 악마보다 아주 미세하게 빨리 태어났다고 한다. 둘은 아무것도 없는 지하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며 몇몇 악마들은 그들이 연인사이 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키스를 했고, 종종 몸을 섞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 때부터 카라마츠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조각이다. 여신의 조각에게 악마가 접근 할 이유가 있는가? 여신은 이미 떠났고, 악마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 자신은 여신을 찾으러 가고있지만 돌아와달라 말 할 생각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단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알 수 없어졌다. 카라마츠가 악마인 것도,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도. 죽이려고 한 거라면 이렇게 대놓고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뒤에서 치는 게 낫지 않은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을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카라마츠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카라마츠가 방으로 돌아온 건 아침이 되고나서였다. 이치마츠는 방으로 들어온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가만 바라보다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 성당을 나와 산길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말이 없다. 카라마츠는 그저 그 뒤를 조용히 따른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꽉 주먹을 쥐었다. 갑자기 어떻게 말을 꺼내? 내가 어제 네가 악마가 되는 걸 봤는데 너 악마냐? 라고 말해? 아니면 네 모습을 드러내라고 명령해? 이치마츠는 떨리는 손을 감싸쥐며 어깨를 움츠렸다. 어떻게 말하든 이상하다.

 카라마츠는 불안했다. 어제 밤 역시 오소마츠를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들킨 것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이치마츠가 아무말이 없다. 지금도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고개를 완전히 돌리진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더니 금방 입을 다물어버린다. 카라마츠는 직감했다. 들켰다. 자신의 정체가 이치마츠에게 들켜버렸다.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직전이었다.

 

 "잠시, 쉬었다 갑시다."

 

 산의 중턱쯤 올라왔을 때 이치마츠가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는 따라 멈추고 적당히 나무에 등을 기대 앉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 옆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반짝인다. 눈을 굴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의 얼굴에 나뭇잎 그림자가 져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며 고르고 고른 말을 꺼낼 때였다.

 

 "숨기는 게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이치마츠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카라마츠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절 악마라고 의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멈췄다. 이치마츠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뜨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 제 옷을 비틀어쥐었다. 카라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뜨거워.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손을 빼내진 못했다.

 

 "만약 의심하고 계시다면 직접 확인 해 보십시오."

 

 이렇게 됐다면 일단 부딪쳐보는 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치마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를 밀어냈다. 카라마츠는 밀리지 않았지만 입술이 닿기 전에 멈췄다. 가까워.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며 눈을 굴렸다. 카라마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입을 맞췄다.

 가볍게 입을 맞췄다 뗄 생각이었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 머리를 감싸 눌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었지만 카라마츠는 떨어지지 않았다. 입이 벌려지고 안으로 혀가 밀고들어온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옷을 붙잡으며 꽉 눈을 감았다. 혀를 깨물어버리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는 건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풀려나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쿨럭, 기침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가 몸을 든다. 피가 흐른다. 검붉은 색에 끈적한 피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몸이 크게 한 번 들썩이더니 곧 피를 쏟아낸다. 이치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바라보기만 했다.

 카라마츠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에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자신의 옷을 비틀어 쥐고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피를 토해냈다.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눈에서도 피가 흐른다. 귀가 시끄럽게 울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놀란 눈을 한 채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진짜로 해버린 거임?"

 

 이야, 이 황소 고집.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아들었다.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만이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끈적거리는 피가 오소마츠의 입에 묻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어 하얀 조각을 손에 받아냈다.

 

 "수고했어. 여기까지 조각을 갖다주고."

 

 오소마츠는 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까딱였고, 이치마츠는 검은 그림자에 발이 묶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모았지만 금방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하얀 조각을 들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여신님을 만나고 싶다면 호수로 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사라졌고, 이치마츠는 그림자에서 풀려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손을 들어올려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서 땅을 내리쳤다. 힘이 사라졌다. 힘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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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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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양호 선생 이치마츠x뚱 카라마츠
※단문..?


 이치마츠에겐 손버릇이 하나 있다. 그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이자 자신의 연인인 카라마츠의 뺨을 주무르는 것으로,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뺨을 주무르다보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저절로 웃게 된다는 이유에서 생긴 버릇이었다. 카라마츠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기에 그 아이가 찾아오는 날이면 같이있는 시간 내내 주무르곤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이치마츠는 자신의 손버릇을 없애야 한다는 선고를 들었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었다. 성은 같지만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선 둘을 거의 형제로 보았고, 덕분에 둘은 별 거리낌없이 같이 등하교 하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걸어서 등교를 하며 그 아이의 뺨을 주물렀다. 그리고 그 손은 카라마츠에 의해 쳐내졌다.

 "만지지 마세요."

 평소와 다르게 힘없이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상태가 좋지않음을 눈치채고 손을 내렸다. 무슨 일인지 물어볼까 고민하며 입을 우물거리다가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휙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고,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는 울먹이고 있었다. 눈가엔 눈물이 가득 맺혀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참 뒤, 카라마츠의 입이 열렸다.

 "저, 살 뺄 거에요."

 아아아아아아! 이치마츠는 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평소 카라마츠가 자신의 체중과 체형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또래 아이들은 살이 찐 사람을 흉보는 일이 잦았고, 어른들도 썩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카라마츠는 자기 자신을 사랑 할 줄 알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다. 그래, 그러니까 고민은 겨우 오른손으로 종이를 들지 왼손으로 들지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눈물을 흘렸다.

 "최근에 간식도 거절했지."

 생각해보니 전과 바뀐게 많았다. 카라마츠는 점심시간에 양호실에 와서 이치마츠와 같이 도시락을 먹었고, 그 뒤에 이치마츠가 사온 간식을 함께 먹었다. 당연히 차나 주스도 함께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쯤부터 카라마츠의 도시락 크기가 반으로 줄었고, 간식도 일절 하지 않게 되었다. 왜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니, 눈치채고서도 왜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이치마츠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종이 울린다. 점심시간이다. 이치마츠는 가방에서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꺼내들었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자신과 함께하는 점심을 거르진 않는다. 아마 곧 양호실로 오겠지. 그럼 얘기를 해보자. 갑자기 왜 다이어트를 결심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 선생님."

 카라마츠가 왔다. 이치마츠는 의자를 가져와 제 앞에 내려놓았다. 카라마츠는 그 의자에 앉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도시락을 두드렸고, 카라마츠는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평소 먹던 양의 반밖에 들어가지 않을 도시락통. 이치마츠는 가슴이 찢어지는 걸 티내지 않으며 도시락을 열었다.
 기름이 없다는 게 이런 걸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도시락을 먹는 걸 바라보며 생각했다. 카라마츠의 도시락은, 그러니까. 토끼나 햄스터에게 주는 먹이 같았다. 온통 채소, 채소, 채소. 콩같은 것도 없이 그냥 생당근에 생오이같은 것 뿐. 그나마 과일이 조금 곁들여져있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겉면이 고르지 못하게 깎인 걸 보면 직접 준비해서 싸온 거 같은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도시락을 뺏어들었다.

 "다이어트 한다고 채소만 먹는 거야?"

 이치마츠는 채소들을 바라보다가 반 남은 자신의 도시락을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도시락을 받은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먹어. 짧은 말. 카라마츠는 도시락과 이치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 젓갈을 입안에 넣었다.

 "도시락 내가 싸줄게."

 허겁지겁 밥을 먹던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꿀꺽, 입안에 든 밥을 삼키고 입을 벌린다. 선생님이, 왜요?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왜요, 라니.

 "일단 네 애인이고, 양호 선생이니까. 영양쪽도 공부한 적도 있어서 식단도 어느정도 짤 수 있어. 네가 무턱대고 채소만 먹어대다 쓰러지는 꼴, 난 못 봐."

 카라마츠는 그 말에 어깨를 늘어트렸다. 이치마츠는 말실수 했다싶어 제 입을 가렸다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건강 망치면 안되니까.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이해해준 거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손을 내렸다.

 "근데 갑자기 왜 다이어트를 시작한 거야?"

 누가 놀렸어? 괴롭혀? 죽여줄까? 이치마츠의 입에서 이어져 나오는 말에 카라마츠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마지막 말에서는 정말 목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그럼 왜?

 "말, 못하겠어요."

 부끄러운 이유인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싫다면 굳이 얘기하게 할 생각은 없다. 이치마츠는 제 뺨을 쓸어내리며 생각하다가 카라마츠의 손에서 도시락을 빼내 책상위에 올려두고, 두 손을 붙잡았다.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하고, 카라마츠와 이마를 맡댄다. 눈이 마주한다.

 "선생님?"

 "네가 무슨 이유로 살을 빼기로 결심했는지 몰라도 이거만은 알아둬. 너는 사랑스러운 아이야. 체형에도, 체중에도 관계없이. 사랑스럽고,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 할 수 있는 아이."

 이건 알아둬.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으며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는 멍한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울먹거리기 시작하더니 크게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아무말 하지 않고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여주며 뺨에 입을 맞췄다. 품 안에 가득 들어오는 카라마츠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사랑해, 카라마츠."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너를 사랑해. 그게 너니까.



 "소감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물었다. 키는 비슷해졌고, 체형은 카라마츠가 좀 더 다부져졌다. 이치마츠가 상당히 마른 체형으로 보일 정도로. 카라마츠는 코를 만지작 거리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긴장되지만 최고에요!"

 카라마츠, 2학년 2학기.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무대 위에 올라섰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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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캐해석
※두서없음 주의
※브금으론 언더테일 Hopes and dream+ SAVE the World+ His Theme 리믹스 추천
※단문?


 하늘이 어두워진다. 먹구름은 한 곳을 기점으로 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낙뢰가 쉴새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아스팔트며 흙을 태워간다. 일부는 나무에 떨어져 불을 내기도 했다. 낙뢰에 맞은 자동차가 삐용삐용 울고있다. 시끄럽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툭툭 물방울과 함께 작은 우박들이 떨어졌다. 우박들은 사람들의 몸에 따갑게 쏟아져내려 급히 몸을 피한다.
 이치마츠는 몸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한 곳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 태풍의 눈. 이치마츠는 우박이 제 살을 스치고 지나가도 무시하고, 낙뢰가 바로 근처 나무 위에 떨어져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지금 그가 신경써야 할 것은 그런 사소한 게 아니다.
 쿠궁,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치마츠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모습은 인간을 벗어나 고양이과 맹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갈라져가는 바닥에서 아직 무사한 아스팔트를 밟아 앞으로 달려간다.

 "카라마츠!"

 이 세상에서 능력자란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생명 보장도 해주지 않고, 능력자라는 이유로 장비도 지원해주지 않았다. 제대로 직업을 구할 수조차 없게 만든 주제에 국가에서 나오는 돈은 고정적이지 않았다. 받아도 한 달 생활하기엔 벅찬 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능력자로 태어났다. 처음 능력이 발현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이치마츠는 놀다가 우연히, 카라마츠는 화를 내다가 능력이 생긴 것을 알았다. 그들은 곧장 정부의 기관으로 보내져 능력을 시험받았고, 능력자라는 낙인과 함께 바코드가 새겨졌다. 그리고 굴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현장에 투입되어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졌다. 이치마츠는 점차 지쳐갔고, 카라마츠는 자신만이라도 힘을 내서 이치마츠를 지켜주고자 했다.
 그렇게 십 여 년. 능력자들을 위한 세상은 없었고, 그 세상을 만들고자 여러 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정부에 대항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이 사살 당했다. 그 사이엔 이치마츠도 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말하곤 했다.

 "소원이고, 꿈이야. 카라마츠와 내가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거."

 내 힘을 다른 누구도 아닌 너를 위해서 쓰고싶어.


 "카라마츠!"

 눈앞이 흐릿하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생명에 큰 지장이 가는 상처는 없었지만 그런 상처가 없었을 뿐이다. 방패에 맞아 뼈에 금이갔고, 총알에 스쳐 몸 여기저기에선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올라왔다. 이치마츠는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괴하게 뒤틀린 건물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걸 간신히 면하고 더 높이, 더 가까이 다가간다. 카라마츠가 보인다. 웅크리고 앉아 얼굴을 묻은 채 꼴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을 그가 보인다. 이치마츠는 뒷다리에 힘을 줘 높게 뛰어올랐다.

 "카라마츠!"

 고개가 들린다. 꼴사나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치마츠는 방긋 웃으며 카라마츠를 향해 떨어졌다. 카라마츠는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를 받았다. 몸이 그대로 뒤로 기울어지다 넘어진다. 카라마츠는 급히 능력을 사용해 공중에 자신과 이치마츠를 고정시켰다.

 "이치마츠? 괜찮은 건가?"

 "쿠소가!"

 괜찮을 리가 없잖아! 아프다고. 아파 죽을지도 모르니까 얼른 날 병원으로 데려가. 이치마츠는 투덜거리며 카라마츠에게 몸을 기댔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이치마츠를 끌어안았다.

 "미안하군. 나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까지 오다니."

 "알면 얼른 병원으로 가자고. 귀찮은 놈들 오기전에."

 그건 이미 늦은 거 같군.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올 거라 생각했지만. 후우,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며 손을 들었다. 먹구름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품에 안겨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카라마츠의 능력은 강력하고 다양하다. 그리고 그만큼 위험하다. 카라마츠는 그 모든 것을 조절 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치마츠에 한해서 그는 불안정해진다. 그렇기에 정부는 몇 번이고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떨어트려 놓으려 했다. 몇 번이고. 그럴 때마다 카라마츠는 제 힘을 제어하지 못해 건물을 부수고, 도로를 망가트렸다. 결국 그들은 이치마츠를 떼어놓는 걸 포기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능력자들의 시위 안에 이치마츠가 같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다쳤고, 카라마츠는 능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는 카라마츠 사살 명령을 내렸다.

 "카라마츠."

 그리고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음을 그들은 깨달았다. 카라마츠의 떨리는 손을 이치마츠가 잡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이치마츠를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춰주었다.
 바닥은 모두 타들어갔다. 몇 번이고 내리친 낙뢰가 태워버렸다. 당연히 그 위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타들어갔다. 낙뢰에 맞아 감전, 화상. 이치마츠는 올라오는 탄내에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한다, 이치마츠."

 "나도."

 "괜찮다면, 계속 함께 해 주겠나?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사랑의 힘이 세상을 구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사랑의 힘이 구하는 건 히어로 자신과 그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가 아닌 개인을 구한다는 소리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자신은 카라마츠를 구했고,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구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세상은 구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에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둘이서 계속 함께하자."

 "아아, 놓아달라해도 이미 늦었어."

 이미 우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으니까. 우린 서로를 구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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