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믿을 수 없어. 거짓말. 말도 안돼. 진짜? 정말? 이치마츠는 넘어질 뻔한 몸을 겨우 추스르며 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고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오는 침대에 조금 힘이 빠진다. 이치마츠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 했다.

 일단 지금은 꿈이 아니다. 방금 전 넘어질 뻔 했을 때 나무에 쓸린 손이 아파왔다. 그렇담 자신이 본 건 진짜. 악마, 악마였다. 바로 옆에 악마가 있었다. 그러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하지만 아무리 악마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저는 조각이었다. 제 옆에 악마들은 다가오지도 못한다.

 이치마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침대 위에 엎었다. 성서, 펜, 책, 지갑. 가방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치마츠는 책을 펼쳤다. 두꺼운 종이가 가볍게 넘어간다. 페이지를 넘기던 걸 멈춘다. 초를 가져와 불을 붙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은 여태까지 이치마츠가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또 경험하며 본 악마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 해 놓은 책이었다.

 

 여신께서 잠이 드셨을 때, 텅 빈 지하계에 두 악마가 태어났다. 성욕의 악마, 식탐의 악마. 둘은 최초의 악마로 그들의 힘은 모든 악마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야말로 여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악마. 성욕의 악마는 인간계로 올라왔다. 식탐의 악마는 지하계에서 앞으로 태어날 다른 악마들을 기다렸다.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면 안된다는 규칙이라도 있었던 건지, 악마들은 모두 그 이름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 대해 물으면 위대한 왕, 최초의 악마, 우리들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이치마츠는 책을 읽어내려가다 오소마츠를 떠올렸다. 성욕의 악마. 악마들의 왕. 악마는 늙지 않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장을 넘겼다.

 

 성욕의 악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럴 것이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뒤에 있을 거라 생각해 뒤돌면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이를 보고 우리는 추측했다. 성욕의 악마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과 공간을 이동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이치마츠는 얼마 전 악마들이 자신을 둘러 쌓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모든 악마들은 그림자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자신의 기도로 인해 검은 물로 녹아내렸다. 어쩌면 이 성욕의 악마는 그림자로 숨어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다시 책장을 넘겼다. 카라마츠와 함께 있던 그 악마가, 오소마츠가 성욕의 악마라는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그렇다면 카라마츠는?

 

 식탐의 악마와 성욕의 악마는 형제지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있다. 둘은 같은 날에 태어났지만 성욕의 악마가 식탐의 악마보다 아주 미세하게 빨리 태어났다고 한다. 둘은 아무것도 없는 지하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며 몇몇 악마들은 그들이 연인사이 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키스를 했고, 종종 몸을 섞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 때부터 카라마츠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조각이다. 여신의 조각에게 악마가 접근 할 이유가 있는가? 여신은 이미 떠났고, 악마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 자신은 여신을 찾으러 가고있지만 돌아와달라 말 할 생각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단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알 수 없어졌다. 카라마츠가 악마인 것도,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도. 죽이려고 한 거라면 이렇게 대놓고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뒤에서 치는 게 낫지 않은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을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카라마츠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카라마츠가 방으로 돌아온 건 아침이 되고나서였다. 이치마츠는 방으로 들어온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가만 바라보다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 성당을 나와 산길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말이 없다. 카라마츠는 그저 그 뒤를 조용히 따른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꽉 주먹을 쥐었다. 갑자기 어떻게 말을 꺼내? 내가 어제 네가 악마가 되는 걸 봤는데 너 악마냐? 라고 말해? 아니면 네 모습을 드러내라고 명령해? 이치마츠는 떨리는 손을 감싸쥐며 어깨를 움츠렸다. 어떻게 말하든 이상하다.

 카라마츠는 불안했다. 어제 밤 역시 오소마츠를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들킨 것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이치마츠가 아무말이 없다. 지금도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고개를 완전히 돌리진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더니 금방 입을 다물어버린다. 카라마츠는 직감했다. 들켰다. 자신의 정체가 이치마츠에게 들켜버렸다.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직전이었다.

 

 "잠시, 쉬었다 갑시다."

 

 산의 중턱쯤 올라왔을 때 이치마츠가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는 따라 멈추고 적당히 나무에 등을 기대 앉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 옆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반짝인다. 눈을 굴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의 얼굴에 나뭇잎 그림자가 져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며 고르고 고른 말을 꺼낼 때였다.

 

 "숨기는 게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이치마츠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카라마츠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절 악마라고 의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멈췄다. 이치마츠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뜨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 제 옷을 비틀어쥐었다. 카라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뜨거워.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손을 빼내진 못했다.

 

 "만약 의심하고 계시다면 직접 확인 해 보십시오."

 

 이렇게 됐다면 일단 부딪쳐보는 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치마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를 밀어냈다. 카라마츠는 밀리지 않았지만 입술이 닿기 전에 멈췄다. 가까워.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며 눈을 굴렸다. 카라마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입을 맞췄다.

 가볍게 입을 맞췄다 뗄 생각이었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 머리를 감싸 눌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었지만 카라마츠는 떨어지지 않았다. 입이 벌려지고 안으로 혀가 밀고들어온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옷을 붙잡으며 꽉 눈을 감았다. 혀를 깨물어버리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는 건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풀려나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쿨럭, 기침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가 몸을 든다. 피가 흐른다. 검붉은 색에 끈적한 피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몸이 크게 한 번 들썩이더니 곧 피를 쏟아낸다. 이치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바라보기만 했다.

 카라마츠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에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자신의 옷을 비틀어 쥐고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피를 토해냈다.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눈에서도 피가 흐른다. 귀가 시끄럽게 울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놀란 눈을 한 채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진짜로 해버린 거임?"

 

 이야, 이 황소 고집.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아들었다.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만이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끈적거리는 피가 오소마츠의 입에 묻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어 하얀 조각을 손에 받아냈다.

 

 "수고했어. 여기까지 조각을 갖다주고."

 

 오소마츠는 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까딱였고, 이치마츠는 검은 그림자에 발이 묶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모았지만 금방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하얀 조각을 들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여신님을 만나고 싶다면 호수로 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사라졌고, 이치마츠는 그림자에서 풀려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손을 들어올려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서 땅을 내리쳤다. 힘이 사라졌다. 힘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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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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