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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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주의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몇 번이고 눌를까, 말까 고민하다 어제야 겨우 눌렀다. 그 뒤에 통화를 했고, 약속을 잡았다. 오늘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은 오후 한 시. 그러나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못 오는 건가? 이치마츠는 시계를 보다 핸드폰을 끄고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못 오는 게 아니라 안 오는 게 아닐까? 이치마츠는 한 달 전 쯤에 집으로 찾아왔던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를 떠올렸다.

 

 쵸로마츠가 취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같이 집을 나갔다. 그 이전부터 연애를 하고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형제들이기에 붙잡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고, 사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으니까. 사실 그것보단 같은 얼굴을 한 형제끼리 붙어먹는 걸 보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겠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집을 나가서 일 년이나 지날동안 카라마츠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쵸로마츠를 통해서 안부를 전해 올 뿐, 집에 얼굴을 비치거나 심지어 전화를 하지도 않았다. 바쁜 건가? 카라마츠도 일을 구한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쵸로마츠가 말하는 내용으로 보건데 그건 아니었다. 카라마츠는 그저 집에서 집안일을 하며 외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그러던 중에 한 달 전 카라마츠가 쵸로마츠와 함께 집으로 찾아왔다. 여섯 쌍둥이가 다같이 맞춘 파카를 입고서. 소매는 내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일 년 넘도록 보지도, 얘기하지도 못한 형제가 온 것이기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치마츠를 제외하곤. 이치마츠는 그것에 이상함을 느껴 쵸로마츠가 일 층에 있을 때 카라마츠를 이층으로 불러냈다.

 

 "오우, 무슨 일인가? Brother?"

 "됐고, 소매 걷어."

 

 이전과 같이 제대로 발음되지도 않는 영어를 내뱉으며 묻는 카라마츠에 이치마츠는 짧게 대답했다. 카라마츠는 그 말에 멈칫 하더니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몸을 돌렸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다 가까이 다가가 팔을 강하게 잡았다. 카라마츠의 어깨가 크게 움츠러들고, 고개가 숙여졌다. 이치마츠는 까득 이를 갈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소매를 걷어올렸다.

 

 "야, 쿠소."

 

 "카라마츠."

 

 카라마츠에게 뭐라 말하려는 순간, 쵸로마츠가 올라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팔을 놓아주곤 방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라마츠는 급히 소매를 내리곤 방밖으로 나가 저를 찾아 올라온 쵸로마츠를 맞이했다. 둘이 웃으며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뒤로 한 달 내내 카라마츠는 또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 그리고 연락. 약속. 지각. 지금 시간은 3시 30분.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검은 가죽 자켓이 보인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테이블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그가 들어온다. 이치마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이미 미지근해질 대로 미지근해진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늦었네, 쿠소마츠."

 

 "미안하다, Brother!"

 

 흘끔 눈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아직 폴라티를 입기엔 더운 계절이것만 폴라티에다가 가죽 자켓까지 걸치고 있다. 츳, 혀를 찬 이치마츠는 고개를 까딱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앞에 앉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앉을 때 이상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다리는 멀쩡한 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마실래?"

 

 "훗, 남자라면 역시 에스프레소-."

 

 "핫초코."

 

 에. 당황한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치마츠는 카운터로 향했다. 핫초코를 주문하고 흘끔 자리를 보았다. 카라마츠는 카페에서 틀어준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지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부끄럽지도 않나.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고 핫초코를 들고서 자리로 돌아왔다. 핫초코를 건네고, 앞에 앉아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핫초코 뚜껑을 열어 후,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다시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훑었다. 소매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폴라티가 딱 붙어있으니 당연한 건가. 가죽 자켓도 한몫 했다. 저 가죽 자켓을 벗기고, 소매를 걷어올리면 그때처럼 멍이 잔뜩 들어있을까.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야, 쿠소마츠."

 

 "훗,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이 형님에게 말해보거라."

 

 전혀 고민을 들어주는 태도가 아닌데. 이치마츠는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제대로 말해주지 않을테지. 저번에도 숨기려 하지 않았는가.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겨우 열었다.

 

 "내 친구가 말이야."

 

 "이치마츠! 드디어 친구가 생겼는가? 축하한다!"

 

 아, 진짜. 이치마츠는 욕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서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급히 입을 다물고 눈을 빛내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든 해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이치마츠는 바로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서둘러 말해봤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을거야. 진짜 친구에게 생긴 문제인 것처럼, 천천히. 이치마츠는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 친구가, 애인이 있는데."

 

 있는데? 카라마츠가 뒷말을 따라한다. 이치마츠는 또 뜸을 들인다. 카라마츠의 얼굴이 전에없이 진지해진다. 동생에게 처음 생긴-처음은 아니지만- 친구에 관련된 고민이라 그런지 진지하게 듣고 있다. 그렇다면 말해도 괜찮겠지. 이치마츠는 일부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친구가 없는지, 누가 듣고있진 않은지 확인하려 하는 행동을 흉내낸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따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둘 다 앞을 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인이, 때리는 거 같아."

 

 그런. 카라마츠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곤 손으로 턱을 잡고 고민에 빠진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았다. 절대 자기 얘기라고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이치마츠는 속으로 혀를 차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연기는 솔직히 자신없지만, 거기다 전 연극부 앞에서 하려니 떨리지만 해야만했다.

 

 "근데, 걔는 절대 헤어질 생각이 없는 거 같아. 연락도 잘 안되고, 가끔 만날 때마다 몸에 상처가 가득한데."

 

 그런가. 카라마츠가 짧게 말하고 생각에 잠긴다. 이치마츠는 잠시 기다린다. 즉석에서 짜서 연기한 것 치곤 상당히 잘 들어간 모양이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이치마츠는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미적지근한데다 얼음이 녹아 밍밍하지만 손에 땀이 밸 정도로 더워서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가 설득해보는 건 어떤가? 친구가 하는 얘기라면 들어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이치마츠의 소중한 친구니까, 그냥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지?"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는 웃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아래로 내려 카라마츠의 목을 바라봤다. 폴라티에 가려져있지만 언뜻 파란 자국이 보여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다시 시선을 카라마츠의 얼굴로 옮겼다. 카라마츠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가봐야겠다. 쵸로마츠가 곧 올테니까."

 

 이치마츠도 따라 일어나 카라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숨을 내쉬곤 손에 힘을 주었다. 카라마츠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이치마츠는 몇 번 입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와."

 

 집에 있으면 안전 할 거야. 모두에게 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 보는 눈앞에선 때리진 않겠지. 자기 이미지를 가장 중요시 하는 사람이잖아?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카라마츠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피고 손을 놓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손으로 토닥였다.

 

 "나를 사랑해서 그런거야."

 

 나를 사랑하니까 놓치고싶지 않아서, 사랑하니까 불안해서 그런 거야. 이건 모두 애정표현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죽지 않아. 그리고 내 몸, 튼튼하다는 거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잖아? 그렇지?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는 까득 이를 갈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의 손을 쳐내고 앞서서 카페를 걸어나갔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핫초코와 주스를 버리고, 컵을 정리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라. 이치마츠."

 

 "너도, 가끔은 연락 좀 해."

 

 아아, 되도록 하려고 노력하겠다. 카라마츠는 손을 흔들곤 느릿하게 걸어갔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집으로 향했다.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수 십 만 Km는 떨어져버린 것만 같다. 이제 땅에 발을 디딜 수도 없고, 바다에 몸을 맡길 수도 없다. 이치마츠는 츳 혀를 차곤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을 발로 찼다. 이대로 우주를 떠돌아다니게 되겠지, 저는.

 

 

 "다녀왔나, 쵸로마츠!"

 

 문이 열리자마자 카라마츠는 뛰쳐나갔다. 쵸로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왔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면서 쵸로마츠의 겉옷과 가방을 들어주곤 방으로 들어갔다. 쵸로마츠는 넥타이를 느슨히 하며 방석 위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금방 방에서 나와 쵸로마츠의 앞에 앉았다.

 

 "오늘, 이치마츠 만나고 왔어?"

 

 아아! 물론이다! 그래? 무슨 얘기했어? 친구가 생겼다더군. 친구에 대한 얘기를 했다! 친구? 이치마츠가? 굉장하네. 그렇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걱정했어? 물론이지, 동생이니까. 그렇구나.

 

 "쵸로마츠?"

 

 쿵. 등이 바닥에 부딪쳤다. 일 층이라 다행히 아래층에서 올라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카라마츠는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눈을 굴려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주먹이 위로 올라갔다가 뺨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핑 돌았다. 카라마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거짓말 하지마."

 

 내가 다 듣고 있었다는 거 알잖아? 네가 어딜 가는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네가 뭘 하고있는지 모두 다 알고있다는 거. 알잖아? 쵸로마츠는 다시 주먹을 들었다. 몇 번이고 같은 뺨을 내리쳤다. 발갛다 못해 파랗게 멍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입에선 피가 흐른다. 카라마츠는 어지러운 머리로 제 목도 가누지 못한 채 축 늘어졌다.

 

 "대답해봐."

 

 그런 카라마츠의 옷을 잡아 들어올린다. 고개가 기울어진다. 카라마츠는 몇 번 눈을 감았다 뜨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두 손을 들어 쵸로마츠의 뺨을 감싼다. 짧게 입을 맞췄다가 뗀다. 쵸로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까득 이를 간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었다.

 

 "물론 알고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아주 마음에 들어. 쿵,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고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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