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 편은 이치마츠 위주 아마 이치카라?)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눈을 떴을 때 깨닫게 된 나의 숙명이요, 필연이요, 염원이니라.

 눈을 떴을 때, 이치마츠는 자신이 인간과 다름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신성력이 무엇인질 알고 있었고, 누군가가 일러주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렇게 자신이 처음으로 눈을 뜬 반쯤 불에 탄 집을 떠나서 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치마츠는 성직자가 되었다. 다른 성직자들은 이치마츠를 경외시했다. 타고난 신성력, 타고난 믿음. 그것은 성직자의 전부를 뜻하는 것이었으므로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무서워 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가 자신들의 자리를 뺏을 것만 같으니까. 그들은 자리를 뺏기고싶지 않았다. 신성력이 사라진다해도, 권력을 손에서 놓고싶어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별탈없이 자랐다. 다른 이들의 괴롭힘아닌 괴롭힘이 있었지만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그것따위 별로 힘든 일들도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일, 기다려지는 일은 여신이 떠난 뒤 그를 찾아 가는 것이므로. 그것은 머릿속에 각인 된 사명이었다.

 이치마츠는 여신이 떠날 것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이단으로 몰린 자들은 모두 내쫓긴다. 심하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차라리 조용히, 입을 다물고 때를 기다리자. 이전 대 자신처럼 되지 않도록, 다른 조각들 처럼 되지 않도록.
 대신 이치마츠는 자료를 모았다. 악마, 여신, 세계, 신화, 성서, 조각. 자신이 모을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모아 직접 책에 기록해 두었다. 훗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서에 적힌 성지로 가는 길도 모두 기록해두고, 기억해두었다. 그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이치마츠는 자신이 눈을 뜬 그날부터 이 날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흔들려선 안 된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 진정 여신이고, 그 여신이 악마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그리고 여신 자신을 위해 인간과 신의 자리를 버린다 말하더라도. 그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말을, 자신의 안에 새겨진 말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쵸로마츠가 말한다. 이치마츠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속으로 되뇌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그 장면 때문에. 이치마츠는 입을 다물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아무말없이 이치마츠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
 악마는 그 어떤 독으로도 죽일 수 없다. 괴로워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은 신성력. 그들은 신의 힘에 약하고, 신의 힘에 죽을 수 있다. 신성함은 그들에게 있어서 맹독과 같았다. 그렇기에 여신은 자신의 힘을 버린다. 사랑하는 악마를 위해. 이치마츠는 그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몰랐던 것을, 몰라도 됐던 것을 알아버렸다. 그로인해 망설임이 생겼다.
 말해야만 하는데. 자신이, 쵸로마츠를 대신하는 신이 되어 인간들을 살피리라는 것을 말해야만 하는데. 자신밖에 할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깨달아버린 다른 사실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치마츠."

 쵸로마츠가 그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손에 들린 구슬을 이치마츠에게 건넸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었다 내리길 반복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쵸로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그것을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혔다.

 "선택은 당신이 하십시오."

 이것은 나의 일부였던 당신을 위한 마지막 배려입니다. 쵸로마츠는 그 말을 남기고 호수 밑으로 사라졌다. 이치마츠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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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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