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나, 잠에 드노니. 내가 일어날 때 다시 한 번 너희를 심판하리라. 만일 그때에도 너희가 감사를 잊었다면 그땐 내가 너희를 떠나겠노라. 너희에게 힘을 빌려주지도, 말하지도 않겠노라. 이것은 나의 마지막 경고이자 최고의 형벌. 부디 내가 그 형벌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신을 만나러간단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건가. 확실히 평범하진 않겠지만. 이치마츠는 가만 생각하다가 책을 가방안에 넣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기차 소리만 방에 울린다. 창밖은 어두워지고 있다. 노을이 가라앉고 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저녁 시간이다. 식당 칸에서의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니까, 얼른 먹고 오는 게 편하다.

 "식사하러 가시죠."

 "예, 예에."

 카라마츠가 느릿하게 일어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다 먼저 방을 나갔다. 뒤따라 카라마츠가 나온다. 함께 식당칸으로 향한다. 카라마츠는 걸어가며 다른 방들을 훑어보았다. 비어있는 방이 대부분이었다.
 식당칸의 문을 열고,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또 다시 침묵.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지 아무런 말이 없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아까 전 읽은 창세기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여신은 경고했으나 인간은 감사를 잊은지 오래다. 여신의 가르침을 전한다 하는 성직자들 또한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고있으니, 다른 사람들이라고 제대로 감사 할 리가 없지. 그래서 여신은 떠났고, 여신의 힘을 빌려쓸 수 없게 된 인간은 악마들에게 괴롭혀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츳 혀를 찼다.

 "그거 아십니까?"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타이밍 좋게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이치마츠는 스프를 한 숟갈 마시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맛은 나쁘지 않네.

 "여신께서 잠드신 이후, 여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자가 각 세기마다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다른 성직자들보다 신성력이 강했습니다. 그들이 손짓 한 번 하면 모든 악마들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의 몸 어딘가에는 여신님의 문장이 태어날 때부터 새겨져 있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여신의 조각. 조각, 이라고."

 카라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꾸욱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묻고싶지만 섣불리 물을 순 없는 모양이지. 이치마츠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카라마츠가 흠칫 몸을 떤다. 이치마츠는 빵을 찢어 입안에 넣었다.

 "그래요. 제가 이 세기의 조각, 그리고 여신님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그 이후로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마 그건, 보통 사람의 반응과 다름에서 오는 이상함일테니까. 다르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거다. 그래. 이치마츠는 마지막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식사는 끝났지만 바로 방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카라마츠는 후식으로 나온 쿠키를 입에 넣었다. 달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슬슬 자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지 않을까.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자네들, 이호인가?"

 그대로 방으로 가려 했것만. 이치마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말을 걸어온 늙은 남자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카라마츠의 옆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더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이치마츠는 속으로 혀를 차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멀리 가는 기차에 탄 걸 보면 직급은 낮은 모양이지?"

 남자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놈들은 순 사기꾼이야. 왕의 옆에 붙어서 보석 쪼가리라도 하나 떨어지지 않을까 입을 벌리는 녀석들이지. 그래놓곤 사람들에게서도 돈을 걷어간다니까?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카라마츠는 흘끔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무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동의라도 되는냥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이 종교에 대한 험담이었고, 마지막은 제 종교에 대한 자랑과 포교였다.

 "그러니까 이제 믿을 건 여신이 아니라 우리 신님이라니까."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도 따라 일어났다. 남자는 둘을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손짓하곤 방으로 향했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랐다. 뒤에서 남자가 후회 할 거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무시했고, 카라마츠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남자는 방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방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들었다. 그가 다시 깨어난 건 밤이 깊은 후였다. 확실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아침이 되려면 세 네 시간정도 지나야겠지. 이치마츠는 몸을 일으켜 앞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방을 나왔다. 이 새벽에 어딜 간 거야. 쯧, 혀를 차며 복도를 걸었다. 어두운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싶어 화장실로 향했지만 그곳에 카라마츠는 없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다시 방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우두둑, 으득. 무언가 딱딱한 걸 씹어먹는 소리.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이 시간엔 식당칸이 운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기차엔 짐승이 탈 수 없다. 이치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애써 무시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이 기차에, 악마가 타고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오길 기다렸다. 카라마츠는 한 시간쯤 더 지난 뒤에야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치마츠가 깨어있음에 놀랐지만 뭐라 말하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몸을 눕혔다.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이치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몸을 카라마츠쪽으로 돌렸다. 달빛이 창으로 들어와 카라마츠를 비췄다.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었다. 이치마츠는 그 얼굴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됐습니다. 주무시기나 하세요."

 안녕히 주무십시오. 카라마츠도 자리에 누웠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아침이 될 때까지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뜬 건 방문을 두드리는 시끄러운 노크소리 때문이었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그는 입을 우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제, 제 형제를 보지 못했습니까?"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라마츠는 이제야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남자는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밤 형제가 갑자기 굉장한 걸 봤다며 그걸 확인하기 위해 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때가 새벽 한 시 쯤이었다. 두 시간쯤 지난 뒤에도 그가 돌아오지 않아 남자는 그를 찾으러 방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기차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고 한다.
 이치마츠는 그 말을 들으며 밤에 들었던 우둑거리는 소리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 소리는 남자의 형제가 잡혀먹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이치마츠에게 다시 한 번 형제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렇, 습니까. 아침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마주치게 된다면 꼭 제가 찾고있다고 전해주십시오. 남자는 문을 닫았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입을 열었다가 닫곤 고개를 저었다.

 "아침이나 먹으러 갑시다."

 그 이후로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대화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보였고, 그런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이치마츠는 조용한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기차에 악마가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진 알 수 없다. 어쩌면 남자의 형제가 악마일 수도 있다. 어제 밤에 들켰음을 알아채고 도망친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러면 뼈를 씹는 소리가 남는다. 그건 분명 사람을 잡아먹는 소리였을텐데 이 기차에서 사라진 사람은 남자의 형제뿐이다.
 후우,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눈을 떴다. 머리가 아파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리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그 빛은 카라마츠를 비춘다. 심장이 떨린다.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결국 고민은 밤이 되어도 풀리지 않았고, 이치마츠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눈을 감은 채 자리에 누워만 있었다. 슬슬 새벽이 될 때 쯤, 카라마츠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이치마츠는 눈을 떠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딱히 의심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아니, 의심하는 게 맞았다. 의심을 지우고싶어 뒤를 쫓는 것이다. 이치마츠는 식당칸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언뜻 무언가가 보였지만 뚜렷하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옷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친다.
 달빛이 창으로 들어온다.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는지 그림자가 창을 통해 보인다. 한 명이 아니었다. 둘.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다. 날개, 뿔. 이치마츠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카라마츠가 뒤돌아 이치마츠를 바라보았고,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 주변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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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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