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동양풍의 어느 나라
*느리게 연재됩니다.

 

 

 

 결정이 되자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몸값을 유곽에 지불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카라마츠는 수수한 남성옷으로 갈아입고, 얇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말에 앉히고, 그 뒤에 앉아 고삐를 쥐었다. 말이 달리기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은 카라마츠는 급히 이치마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보다 쯧 혀를 찬다.

 사람이 많은 홍등가를 지나 한산한 길로 들어서면 양옆으론 나무들이 가득하다. 그곳까지 나와본 적 없는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몸이 흔들리자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완전히 길에 멈춰 섰다. 카라마츠는 흔들림이 멈추자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걷게 했다.

 

 "여기서부턴 사람이 거의 없는 길이니 간단하게 해야 할 얘기나 할까하니, 잘 들어. 한 번밖에 말 안 해줄 거니까."

 

 여러번 말 하는 건 귀찮거든. 카라마츠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생각을 정리하듯 잠시 말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말하길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다각, 다각. 말이 걷는 소리만 주변에 울린다. 정말로 주변엔 아무도 없는 걸까.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나무 뿐이었다. 몸을 숨기기엔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가 가득했다.

 

 "일단, 형님에 대해 얘기할까. 너, 기본적인 예절은 배웠지?"

 

 "예, 예."

 

 "다 버려."

 

 네? 최대한 예절이라는 거랑 거리가 멀게 행동하라고. 뭐, 가족한테는 그러면 안되겠지만 시종이라거나 손님 앞에선 무조건 예절과는 거리가 멀게 행동해. 여자를 밝히는 행동을 하면 더 좋고. 색, 술, 도박. 그 세 가지를 밝히는 남자거든. 우리 형님은. 너에 대한 얘기를 해준 것도 형님이었는데, 네가 있던 유곽에 갔을 때 널 봤다고 하던데. 마주친 적 없어?

 기억 안나. 카라마츠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썩 형을 좋아하진 않는 눈치였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저와 똑같은 얼굴, 비슷한 체격이면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그러고보니 예전에, 한 번 저와 비슷한 손님이 왔었다는 얘길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카라마츠는 깊숙히 생각속으로 들어가다 고개를 저어 빠져나왔다.

 

 "도박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마작이라는 건데. 바다쪽에 놀러갔을 때 갑자기 사라지더니 배워왔더라."

 

 나는 아직 어려워서 잘 못하지만 가끔 형님과 어울려드리곤 하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생각보다 오소마츠를 싫어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은 사람이라면 어려워서 잘 못하는 놀이-도박?-를 같이 해줄리가 없을테니까. 어쩌면 천성이 착한 사람인 걸지도 모른다. 생각을 마친 카라마츠는 고개만 끄덕였다.

 

 "또, 형님은 말을 잘 타지. 활도 잘 쏘고, 사냥도 잘 하는 편이야."

 

 머리도 좋고. 그런 재능을 술과 도박과 색에 쏟아부어버리고 있으니 아버지가 화를 내다못해 슬퍼하시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야. 험담 반, 칭찬 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가족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고위관직에 머물러 계시는 아버지, 능력있지만 방탕한 장남, 그리고 형님과 사이가 좋은 삼남.

 삼남? 그렇다면 차남이 있는 건가? 동생도 있나?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펴곤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한참 형에 대한 욕과 칭찬을 내뱉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눈이 마주쳤다. 이치마츠는 말을 멈추고 앞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도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문이 보인다.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려. 형님께 말씀드려야 하니까."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님을 맞이하는 방처럼 보이는데 상당히 화려하다.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방이기 때문인가? 유곽에 있을 때 손님에게 듣기론 사람마다 방을 꾸며놓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어느 부자집은 높은 손님을 맞을 때와 자신과 비슷한 손님을 맞을 때, 그리고 자신보다 낮은 손님을 맞을 때 각각 다른 방을 사용한다고 했다. 높은 손님을 맞을 때는 수수한 방을, 비슷한 손님을 맞을 때는 적당히 과시 할 수 있는 방을, 낮은 손님을 맞을 때는 가장 화려한 방을. 이유도 다 다르다고 했는데. 그럼 여긴 무척 화려하니까 낮은 손님을 맞을 때 쓰는 걸까. 낮은 손님.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이며 옷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신은 낮은 손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아니, 사실 이렇게 앉을 자리를 마련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지. 카라마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위치를 새삼 실감해버렸다.

 

 "뭐해?"

 

 문이 열렸다. 이치마츠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손짓했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를 따라갔다. 밖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안에서 보니 더더욱 넓어보인다. 숲의 한 부분을 잘라내 세운 집인 거 같은데. 물어볼까 싶었지만 딱히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물을 수가 없었다.

 방 문 앞에 선다. 가볍게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안에 들어가니 반긴 것은 배에 붕대를 감고 앉아있는 남자였다. 그 얼굴은, 카라마츠와 닮아있었다. 체형은 그 사람이 훨씬 더 좋아보였지만. 이치마츠가 그의 앞에 앉아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급히 그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안녕. 난 오소마츠. 이 마츠노 가의 장남이자 네 옆에 앉은 이치마츠의 멋진 형님."

 

 그리고, 앞으로 네가 흉내내야 할 사람. 앞으로 잘 부탁해. 오소마츠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지만 카라마츠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그것이 오소마츠를 처음 본 카라마츠가 내린 결론이었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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