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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 편은 이치마츠 위주 아마 이치카라?)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눈을 떴을 때 깨닫게 된 나의 숙명이요, 필연이요, 염원이니라.

 눈을 떴을 때, 이치마츠는 자신이 인간과 다름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신성력이 무엇인질 알고 있었고, 누군가가 일러주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렇게 자신이 처음으로 눈을 뜬 반쯤 불에 탄 집을 떠나서 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치마츠는 성직자가 되었다. 다른 성직자들은 이치마츠를 경외시했다. 타고난 신성력, 타고난 믿음. 그것은 성직자의 전부를 뜻하는 것이었으므로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무서워 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가 자신들의 자리를 뺏을 것만 같으니까. 그들은 자리를 뺏기고싶지 않았다. 신성력이 사라진다해도, 권력을 손에서 놓고싶어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별탈없이 자랐다. 다른 이들의 괴롭힘아닌 괴롭힘이 있었지만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그것따위 별로 힘든 일들도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일, 기다려지는 일은 여신이 떠난 뒤 그를 찾아 가는 것이므로. 그것은 머릿속에 각인 된 사명이었다.

 이치마츠는 여신이 떠날 것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이단으로 몰린 자들은 모두 내쫓긴다. 심하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차라리 조용히, 입을 다물고 때를 기다리자. 이전 대 자신처럼 되지 않도록, 다른 조각들 처럼 되지 않도록.
 대신 이치마츠는 자료를 모았다. 악마, 여신, 세계, 신화, 성서, 조각. 자신이 모을 수 있는 자료는 모두 모아 직접 책에 기록해 두었다. 훗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서에 적힌 성지로 가는 길도 모두 기록해두고, 기억해두었다. 그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이치마츠는 자신이 눈을 뜬 그날부터 이 날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흔들려선 안 된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 진정 여신이고, 그 여신이 악마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그리고 여신 자신을 위해 인간과 신의 자리를 버린다 말하더라도. 그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야만 하는 말을, 자신의 안에 새겨진 말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쵸로마츠가 말한다. 이치마츠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속으로 되뇌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그 장면 때문에. 이치마츠는 입을 다물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아무말없이 이치마츠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
 악마는 그 어떤 독으로도 죽일 수 없다. 괴로워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은 신성력. 그들은 신의 힘에 약하고, 신의 힘에 죽을 수 있다. 신성함은 그들에게 있어서 맹독과 같았다. 그렇기에 여신은 자신의 힘을 버린다. 사랑하는 악마를 위해. 이치마츠는 그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몰랐던 것을, 몰라도 됐던 것을 알아버렸다. 그로인해 망설임이 생겼다.
 말해야만 하는데. 자신이, 쵸로마츠를 대신하는 신이 되어 인간들을 살피리라는 것을 말해야만 하는데. 자신밖에 할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깨달아버린 다른 사실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치마츠."

 쵸로마츠가 그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자신의 손에 들린 구슬을 이치마츠에게 건넸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었다 내리길 반복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쵸로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그것을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혔다.

 "선택은 당신이 하십시오."

 이것은 나의 일부였던 당신을 위한 마지막 배려입니다. 쵸로마츠는 그 말을 남기고 호수 밑으로 사라졌다. 이치마츠는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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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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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이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 편은 약간 쵸로오소)
※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 신이 함께 태어났다. 처음 태어난 신은 다섯 명으로, 그들은 각자 영역을 나눠 인간들을 보살피기로 결정했다. 그 다섯 명의 신 중 하나인 쵸로마츠는 여신으로서 서쪽 대륙을 보살피게 되었다. 처음에 쵸로마츠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자신으로인해 자신에게 감사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이 자리가 무척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일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신들은 중요한 일을 결정 할 때 다섯 명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죽음, 질병, 재해는 이 회의를 통해 탄생된 것이었다. 다섯 명의 신 중 네 명이 찬성했다. 그들은 이 사항을 결정할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신은 인간을 보호함과 동시에 그들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죽음은 과격한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한 교육 방법이기도 했다. 쵸로마츠는 그 때 당시 이것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무효표를 낸 신이었다. 다른 신들은 쵸로마츠의 무효표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신들은 미래를 내다본 신들이었지. 쵸로마츠는 쯧 혀를 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섯 명의 신 중 두 명은 잠에 들었다. 그들은 꿈에서라도 멋진 세계를 보고싶다고 말했었다. 쵸로마츠를 포함한 세 명의 신은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잠든 신들의 구역은 신이 바라보지 않아도 무사히 굴러갔다. 아니, 무사히는 아니었다. 두 영역은 서로 전쟁을 일으켰다. 그 전쟁은 바로 옆 영역까지 이어져 결국 옆 영역을 바라보던 신이 개입 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쵸로마츠.]

 

 그렇게 백 년이 지났을 때, 또 한 신이 잠들었다. 잠든 두 영역의 바로 옆 영역의 신이었다. 전쟁의 피해는 심각했고, 그 화살은 신에게로 돌아갔다. 그 신은 영원히 먹을 욕을 고작 몇 년 사이에 다 들은 것 같다며 인간에게 언어를 줘선 안 됐었다고 후회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쵸로마츠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영역만 돌봤다.

 그렇게 또 몇 년. 남아있던 한 신마저 잠이 들었다. 쵸로마츠는 혼자 남아 자신의 영역만을 보살폈다. 네 명의 신이 했던 말들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인간들을 돌보았다. 인간들은 점차 번영해갔고, 점점 더 오만해져갔다. 신의 이름이랍시고 돈을 버는 놈들도 있었고, 신은 없다며 자신이 최고라 말하는 놈들도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쵸로마츠는 자신도 잠에 들기로 결정했다. 그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종교를 운영하던 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팔아먹기 시작했다. 쵸로마츠는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래서 잠에 들기로 했다. 쵸로마츠는 성서 속에 나오는 호수에 몸을 눕혔다.

 

 

 쵸로마츠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또 현실이기도 했다. 쵸로마츠가 그 꿈이 현실이란 걸 알게 된 것은 두 번째 꿈을 꾸고나서였다. 두번째 꿈을 꿀 때, 쵸로마츠는 어른들로부터 첫 번째 꿈의 자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꿈에서의 자신은 영웅이었다. 수준급의 실력으로 검을 다루고, 아무도 따라 올 수 없는 신성력으로 '악마'라는 악의 자식들을 물리쳤다. 쵸로마츠는 단번에 영웅으로 추앙받았고, 왕에게 큰 상과 직위를 하사 받을 정도였지만 그 끝은 처절했다.

 영웅이 생긴다면 시기하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다. 그들의 계략에 의해 쵸로마츠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모든 이를 저주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졌다. 두 번째 꿈에서의 쵸로마츠는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 생각했다.

 

 두 번째 꿈에서의 쵸로마츠는 학자였다. 그는 신학과 더불어 많은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관찰했다. 질병이 쉽게 퍼지는 이유, 사람이 왜 살의를 가지는가, 정치란 무엇이고 어떤 게 올바른 정치인가 등등. 그의 이름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가 그는 유명해졌다.

 유명해지면 또 다시 위험이 다가오는 법이다. 두 번째 꿈에서의 쵸로마츠는 화재로 인해 죽었다. 방화였지만 누가 했다는 증거가 없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세 번째 꿈에서 들었다. 쵸로마츠가 갖고있던 모든 연구 자료와 책들은 불타 사라졌고, 세 번째 꿈에서 남아있던 것은 극히 일부였다.

 두 번째 꿈에서 깨어난 쵸로마츠는 인간의 이기적임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자신은 꿈 속에 들어가면 그 이전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세 번째 꿈에서도 자신에겐 똑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그렇지만 잠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쵸로마츠는 부디 이번엔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쵸로마츠는 또 죽임을 당했다. 이번의 쵸로마츠는 성직자였다. 강한 신성력으로 악마들을 물리치고,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썩은 물은 있었고, 그 썩은 물은 쵸로마츠를 덮쳤다. 쵸로마츠는 독살당했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몇 번이고 꿈을 꾸었고, 그 결말은 죽음이었다. 쵸로마츠는 꿈을 꾸면 꿀 수록 점점 더 지쳐갔고, 인간들을 사랑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신이라는 자리는 인간을 사랑해야만 했다. 쵸로마츠는 회의감이 들었다. 신의 자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 때, 쵸로마츠는 자신을 찾아온 악마를 만났다.

 

 "안녕, 여신님! 내 이름, 오소마츠! 카리스마, 레전드 성욕의 악마!"

 

 

 오소마츠는 마지막 신인 쵸로마츠가 잠들었을 때 동생인 식탐의 악마 카라마츠와 함께 태어났다고 한다. 그들은 지하계에서 태어나는 악마들을 돌보았다. 그러다 오소마츠는 몇몇 악마들과 함께 지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 악마들이 인간과 계약을 맺었고, 성직자들의 적이자 절대 악이 되었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쵸로마츠는 자신에게 불만이 있느냐 오소마츠에게 물었다. 오소마츠는 그 질문에 웃었다.

 

 "여신님 탓이 아니잖? 이건 인간들이 우리를 오해해서 생긴 일이지."

 

 인간과 여신님은 별개의 존재잖아? 쵸로마츠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꿈속-현실이지만-에서 자신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소마츠는 말이 없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웃으며 그의 앞을 두드렸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봤고, 오소마츠는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여신님도 꿈을 꿀 땐 인간이지만 그건 별개잖아."

 

 여신님은 내 앞에 있는 여신님이 여신님이야! 오소마츠는 양 팔을 펼치며 외쳤다. 쵸로마츠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괜찮냐고 묻다가 다시 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한참 후 진정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이런저런 걸 물었다. 자신이 꿈을 꾸면 인간으로 태어나는 걸 어떻게 알았냐에서 부터 오소마츠에 대한 소소한 것까지. 오소마츠는 귀찮아 하지 않고 몇날 며칠이고 쵸로마츠의 앞에 앉아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그렇지만 잠에 들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오소마츠, 인간으로 태어난 나를 알아도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줄까 겁이 나니까. 물론이지, 여신님. 여신님이 깨어날 때 이 호수로 찾아올게. 그 전까진 여신님 만나러 안 갈게. 그래, 고마워. 잘자, 여신님. 나중에 봐, 오소마츠.

 쵸로마츠는 잠에 들었다. 그러나 얼마 자지 못하고 깨어났다. 죽임을 당한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떠졌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잠들기 전 쵸로마츠와 한 약속대로 그를 찾아왔다. 쵸로마츠는 자신을 찾아온 오소마츠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을, 그만두려고 해."

 

 

 중간에 꿈에서 깨어난 탓에 꿈속의 자신은 자신과 다른 개체가 되었다. 그 개체는 성직자로 자라났고, 자신이 신을 그만두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이곳으로 찾아왔다. 쵸로마츠는 바로 근처에서 느껴지는 이치마츠의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앞에는 동생을 끌어안고 있는 오소마츠가 있었다. 근처에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놀고 있겠지.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좀 어때?"

 

 "심각하진 않으니까, 금방 일어날거야."

 

 다행이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표정을 살폈다. 오소마츠의 표정은 심각했다. 저렇게 끌어안고 있다는 건 자신의 힘을 나눠주고 있단 거겠지. 그렇다면 상태는 최악.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소마츠, 카라마츠를 지하계에 데려다주고 오는 게 어때?"

 

 내 옆에 계속 있으면 깨어나지 못 할 거야.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라마츠를 안아들고서 바닥에 원을 그렸다. 그럼, 다녀올게. 오소마츠는 짧은 인사를 하고 지하계로 넘어갔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호수에 걸터앉았다. 점점 기운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말하길, 저를 만나려면 이곳으로 오라고 전했다고 한다. 왜 쓸데없는 짓을. 쵸로마츠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숨을 내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았다.

 

 "어서오십시오."

 

 이치마츠가 호수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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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믿을 수 없어. 거짓말. 말도 안돼. 진짜? 정말? 이치마츠는 넘어질 뻔한 몸을 겨우 추스르며 급히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고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오는 침대에 조금 힘이 빠진다. 이치마츠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 했다.

 일단 지금은 꿈이 아니다. 방금 전 넘어질 뻔 했을 때 나무에 쓸린 손이 아파왔다. 그렇담 자신이 본 건 진짜. 악마, 악마였다. 바로 옆에 악마가 있었다. 그러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하지만 아무리 악마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저는 조각이었다. 제 옆에 악마들은 다가오지도 못한다.

 이치마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침대 위에 엎었다. 성서, 펜, 책, 지갑. 가방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치마츠는 책을 펼쳤다. 두꺼운 종이가 가볍게 넘어간다. 페이지를 넘기던 걸 멈춘다. 초를 가져와 불을 붙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은 여태까지 이치마츠가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또 경험하며 본 악마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 해 놓은 책이었다.

 

 여신께서 잠이 드셨을 때, 텅 빈 지하계에 두 악마가 태어났다. 성욕의 악마, 식탐의 악마. 둘은 최초의 악마로 그들의 힘은 모든 악마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얘기가 있다. 그야말로 여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악마. 성욕의 악마는 인간계로 올라왔다. 식탐의 악마는 지하계에서 앞으로 태어날 다른 악마들을 기다렸다.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름을 말하면 안된다는 규칙이라도 있었던 건지, 악마들은 모두 그 이름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 대해 물으면 위대한 왕, 최초의 악마, 우리들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이치마츠는 책을 읽어내려가다 오소마츠를 떠올렸다. 성욕의 악마. 악마들의 왕. 악마는 늙지 않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장을 넘겼다.

 

 성욕의 악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럴 것이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뒤에 있을 거라 생각해 뒤돌면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이를 보고 우리는 추측했다. 성욕의 악마는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과 공간을 이동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이치마츠는 얼마 전 악마들이 자신을 둘러 쌓던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모든 악마들은 그림자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자신의 기도로 인해 검은 물로 녹아내렸다. 어쩌면 이 성욕의 악마는 그림자로 숨어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다시 책장을 넘겼다. 카라마츠와 함께 있던 그 악마가, 오소마츠가 성욕의 악마라는 생각이 서서히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그렇다면 카라마츠는?

 

 식탐의 악마와 성욕의 악마는 형제지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있다. 둘은 같은 날에 태어났지만 성욕의 악마가 식탐의 악마보다 아주 미세하게 빨리 태어났다고 한다. 둘은 아무것도 없는 지하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며 몇몇 악마들은 그들이 연인사이 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키스를 했고, 종종 몸을 섞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 때부터 카라마츠는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조각이다. 여신의 조각에게 악마가 접근 할 이유가 있는가? 여신은 이미 떠났고, 악마들은 활개를 치고 있다. 자신은 여신을 찾으러 가고있지만 돌아와달라 말 할 생각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단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알 수 없어졌다. 카라마츠가 악마인 것도,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도. 죽이려고 한 거라면 이렇게 대놓고 접근 할 것이 아니라 뒤에서 치는 게 낫지 않은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책을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카라마츠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카라마츠가 방으로 돌아온 건 아침이 되고나서였다. 이치마츠는 방으로 들어온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가만 바라보다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 성당을 나와 산길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말이 없다. 카라마츠는 그저 그 뒤를 조용히 따른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저를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꽉 주먹을 쥐었다. 갑자기 어떻게 말을 꺼내? 내가 어제 네가 악마가 되는 걸 봤는데 너 악마냐? 라고 말해? 아니면 네 모습을 드러내라고 명령해? 이치마츠는 떨리는 손을 감싸쥐며 어깨를 움츠렸다. 어떻게 말하든 이상하다.

 카라마츠는 불안했다. 어제 밤 역시 오소마츠를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들킨 것이 분명했다. 아침부터 이치마츠가 아무말이 없다. 지금도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고개를 완전히 돌리진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더니 금방 입을 다물어버린다. 카라마츠는 직감했다. 들켰다. 자신의 정체가 이치마츠에게 들켜버렸다.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직전이었다.

 

 "잠시, 쉬었다 갑시다."

 

 산의 중턱쯤 올라왔을 때 이치마츠가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는 따라 멈추고 적당히 나무에 등을 기대 앉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 옆에 앉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반짝인다. 눈을 굴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의 얼굴에 나뭇잎 그림자가 져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며 고르고 고른 말을 꺼낼 때였다.

 

 "숨기는 게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이치마츠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카라마츠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 건가 고민하고 있는 건가.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당신은 절 악마라고 의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멈췄다. 이치마츠는 입술을 잘근거렸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뜨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 제 옷을 비틀어쥐었다. 카라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이치마츠의 손을 붙잡았다. 뜨거워.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손을 빼내진 못했다.

 

 "만약 의심하고 계시다면 직접 확인 해 보십시오."

 

 이렇게 됐다면 일단 부딪쳐보는 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치마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를 밀어냈다. 카라마츠는 밀리지 않았지만 입술이 닿기 전에 멈췄다. 가까워.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며 눈을 굴렸다. 카라마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입을 맞췄다.

 가볍게 입을 맞췄다 뗄 생각이었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 머리를 감싸 눌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었지만 카라마츠는 떨어지지 않았다. 입이 벌려지고 안으로 혀가 밀고들어온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옷을 붙잡으며 꽉 눈을 감았다. 혀를 깨물어버리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는 건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풀려나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났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쿨럭, 기침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가 몸을 든다. 피가 흐른다. 검붉은 색에 끈적한 피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몸이 크게 한 번 들썩이더니 곧 피를 쏟아낸다. 이치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바라보기만 했다.

 카라마츠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에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자신의 옷을 비틀어 쥐고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피를 토해냈다.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눈에서도 피가 흐른다. 귀가 시끄럽게 울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놀란 눈을 한 채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진짜로 해버린 거임?"

 

 이야, 이 황소 고집.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아들었다. 카라마츠는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만이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알려주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끈적거리는 피가 오소마츠의 입에 묻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혀를 내밀어 하얀 조각을 손에 받아냈다.

 

 "수고했어. 여기까지 조각을 갖다주고."

 

 오소마츠는 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까딱였고, 이치마츠는 검은 그림자에 발이 묶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모았지만 금방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하얀 조각을 들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여신님을 만나고 싶다면 호수로 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사라졌고, 이치마츠는 그림자에서 풀려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손을 들어올려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고서 땅을 내리쳤다. 힘이 사라졌다. 힘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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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그는 영웅이라 불렸다. 여신께서 내려주신 마지막 희망이었다. 모두가 그를 찬양했고, 그를 존경했으며 그를 사랑했다. 그는 사람들을 위하여 악을 몰아내고,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영웅에게는 그만한 시련과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그는 결국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처참하게 죽어갔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원망한다, 모든 걸 저주한다. 이제 더이상 나는 너희를 위해 살지 않으리라.

 

 

 카라마츠는 책에서 눈을 떼고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곤히 잠이 든 채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날이 밝은진 오래였고,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책을 옆에 내려둔다. 금색으로 적힌 멋들어진 글자에 햇빛이 비춰 반짝 거린다. 카라마츠는 가만 책을 바라보다 다시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손을 뻗는다.

 움찔. 닿기도 전에 이치마츠가 눈을 떴다. 급히 손을 거두고 책을 가방 안에 넣었다. 멋대로 가방을 뒤졌다고 혼이나는 건 아닐까. 화를 내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꽉 주먹을 쥐었다. 이치마츠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흘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어나셨으면 식사하러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는 몸을 돌려 문고리를 잡았다. 어깨가 잡혔다. 돌려졌다. 벽에 등을 박았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눈을 굴려 이치마츠의 얼굴을 바라봤다. 차가운 표정, 알 수 없는 기운이 가득한 눈빛. 주변이 차가워진다고 느껴졌다. 카라마츠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십니까?"

 

 이치마츠는 해야 할 말을 정리했다. 자신이 밤에 본 것이 꿈이 아니라면 그건 분명히. 하지만 어떻게? 악마란 존재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 올 수 없는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냐, 그래도 무리야. 내가 다가가기만 해도 악마 한 둘은 그냥 도망쳤는 걸. 거기다 나는 기도까지 했어. 그걸 버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렇담 뭐지? 이건 뭐지? 이치마츠는 까득 이를 갈았다.

 쾅,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카라마츠의 몸이 흔들렸다. 창밖에서 햇빛이 들어와 둘을 비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턱을 잡아들어 눈을 맞췄다.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문 채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무어라 말하려 입을 열었다가 닫곤 카라마츠의 턱을 놓아주고 뒤돌아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 하아, 길고 무거운 한숨이 내뱉어진다. 카라마츠는 주륵,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치마츠는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카라마츠는 아무 말없이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이치마츠가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뒤돌지 않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햇빛이 비추었던 카라마츠와 달빛이 비추었던 카라마츠를 떠올린다. 달빛에 비춰진 카라마츠는 꿈이 아닐까. 이치마츠는 눈을 감았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라마츠는 먼저 기차에서 내려 이치마츠를 기다렸다. 기차에서 내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일이고, 일단은 끝까지 동행해야 하지 않을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일단 오늘은 성당에서 쉬었다 갑시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그곳으로 가도록 하죠."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앞장 서 걸어갔다. 그 뒤를 카라마츠가 쫓는다.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오늘 밤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 해 보자고. 지금의 성당이라면 그 어떤 악마라도 들어올 수 있다. 만약 카라마츠가 악마 또는 악마와 계약한 인간이라면 오늘 밤에 어제밤 만난 악마가 또 찾아 올 수도 있다. 거기다 성당은 달빛이 잘 드는 곳에 위치해있으니까. 이치마츠는 꽉 주먹을 쥐었다.

 성당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했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성당은 산 중턱에 있었다. 이치마츠는 성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그곳을 관리하는 자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카라마츠는 밖에서 이치마츠를 기다리며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다지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여태까지 지나쳐왔던 그 어떤 마을보다 생기가 넘쳐보였다. 아이들은 밖에서 원하는 만큼 뛰어놀고 있고, 사람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행복해보였다.

 

 "이리로 오십시오."

 

 아, 예.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는 몸을 돌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인이 카라마츠를 흘끔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치마츠만 눈살을 찌푸리며 관리인을 노려 볼 뿐이었다. 이치마츠의 시선에 관리인은 금방 고개를 돌려버렸다.

 외곽, 그러니까 예배당을 지나 그 뒤쪽으로 가면 생활관이 나온다. 성직자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여분의 방을 두 세 개 정도 남겨놓는 것이 보통이다. 그 방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선교 활동을 하는 성직자들을 위한 방이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는 같은 방으로 배정받았다.

 

 "그럼 식사 시간 때 찾아뵙겠습니다."

 

 관리인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카라마츠는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며칠간 기차에서 좁은 의자에 누워잤더니 몸 이곳저곳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같았다.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추욱 늘어진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창문쪽으로 다가갔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의 방이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을을 훑었다.

 여기도 마찬가진가.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커튼을 쳤다. 카라마츠는 금세 잠들어버린듯 미동도 없다. 그런 카라마츠를 보던 이치마츠는 그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고, 가방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들어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덮혀진 이불을 바라봤다. 하아, 긴 한숨을 내쉬곤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주무십니까?"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흔들어 깨웠다. 카라마츠는 눈을 부비며 일어나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옷이 바뀌어 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저녁 먹으러 갑시다. 저녁?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주황빛이 창문으로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이치마츠는 먼저 일 층으로 내려가 제 몫과 카라마츠 몫의 식사를 받아 테이블로 가져왔다. 카라마츠는 자리에 앉아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앞에 식사가 놓여진다. 가벼운 식사다. 숟가락을 들기 전에 두 손을 모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곧 아까 전 관리인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관리인은 높은 직책에 앉아있는 성직자였던 모양이다. 카라마츠는 가늘게 떴던 눈을 감고 기도하는 시늉을 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식사를 하던 중 이치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카라마츠는 불편함에 식사를 다 하지도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말없이 바라보다 마저 식사를 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밖으로 나갔다.

 식사를 다 끝낸 이치마츠도 카라마츠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해는 어느새 넘어갔고, 달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 달빛은 그리 강하지 않으려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걷던 이치마츠는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기운과 함께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수풀로 들어가 천천히 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갔다.

 

 "아직?"

 

 "조금만 더."

 

 조금이라니 얼마나? 형아, 지친다구-. 애처럼 굴지마. 칫. 카라마츠의 목소리다. 다른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했다. 이치마츠는 나무에 몸을 숨긴 채 고개만 밖으로 내밀었다. 달빛은 항상 타이밍이 좋았다. 달빛이 이치마츠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치마츠는 나무를 두 손으로 꽈악 붙잡았다.

 

 "배는 안 고파?"

 

 "딱히. 괜찮아."

 

 얼마전에 먹기도 했고. 그래? 응. 짤막한 대화들이 이어진다. 이치마츠는 기차에서 들었던 뼈를 씹는 소리를 떠올렸다. 역시 그 때 그쪽으로 가서 확인을 해봤어야 했는데. 까득 이를 갈며 이치마츠는 손으로 제 옷을 비틀어쥐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에 열이 오른다. 화가 나는 건가?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 거 같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라마츠가 대화하고 있던 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치마츠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와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있었던 악마, 오소마츠다.

 

 "그 모습으로 있기 힘들지 않음?"

 

 "힘들지. 솔직히, 피곤하다."

 

 "그럼 여기선 그냥 원래 모습으로 있지 그래?"

 

 하지만 누가 보면 어떡하나? 괜찮아, 아무도 없다니까.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가 쿵 하고 아래로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는 그를 바라보다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난 뿔은 책에서만 본 저 바다 건너 어딘가에 살고있다는 크고 털많은 소의 것을 닮았다. 귀의 위치에 있던 사람의 귀는 털이 복슬한 짐승의 것으로 변해 아래로 향했다. 꼬리는 귀와는 어울리지 않게 파충류의 것으로, 굵고 단단해보였다. 신부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평범한 반팔티와 반바지로 바뀌었다. 다리는 평범한 사람의 다리였다. 마지막으로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다.

 

 "이야, 그모습 오랜만에 본다. 그래, 오랜만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소감은?"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말만 하는군."

 

 카라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풀이 흔들리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카라마츠의 고개가 이치마츠쪽으로 돌아간다. 파랗게 빛나는 눈이 보인다. 이치마츠는 꽉 주먹을 쥐며 입을 다물었다. 카라마츠가 몸을 돌려 이치마츠쪽으로 다가온다.

 

 "카라마츠-."

 

 다가오려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붙잡아 돌렸다. 카라마츠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그 표정에 오소마츠는 상처라느니 뭐라느니 시끄럽게 떠들어대다가 제 입술을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곤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는 히죽 웃으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성당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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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잠에 드노니. 내가 일어날 때 다시 한 번 너희를 심판하리라. 만일 그때에도 너희가 감사를 잊었다면 그땐 내가 너희를 떠나겠노라. 너희에게 힘을 빌려주지도, 말하지도 않겠노라. 이것은 나의 마지막 경고이자 최고의 형벌. 부디 내가 그 형벌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신을 만나러간단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건가. 확실히 평범하진 않겠지만. 이치마츠는 가만 생각하다가 책을 가방안에 넣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기차 소리만 방에 울린다. 창밖은 어두워지고 있다. 노을이 가라앉고 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저녁 시간이다. 식당 칸에서의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니까, 얼른 먹고 오는 게 편하다.

 "식사하러 가시죠."

 "예, 예에."

 카라마츠가 느릿하게 일어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다 먼저 방을 나갔다. 뒤따라 카라마츠가 나온다. 함께 식당칸으로 향한다. 카라마츠는 걸어가며 다른 방들을 훑어보았다. 비어있는 방이 대부분이었다.
 식당칸의 문을 열고,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또 다시 침묵.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지 아무런 말이 없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아까 전 읽은 창세기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여신은 경고했으나 인간은 감사를 잊은지 오래다. 여신의 가르침을 전한다 하는 성직자들 또한 제대로 된 감사를 하지 않고있으니, 다른 사람들이라고 제대로 감사 할 리가 없지. 그래서 여신은 떠났고, 여신의 힘을 빌려쓸 수 없게 된 인간은 악마들에게 괴롭혀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츳 혀를 찼다.

 "그거 아십니까?"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타이밍 좋게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이치마츠는 스프를 한 숟갈 마시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맛은 나쁘지 않네.

 "여신께서 잠드신 이후, 여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자가 각 세기마다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다른 성직자들보다 신성력이 강했습니다. 그들이 손짓 한 번 하면 모든 악마들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의 몸 어딘가에는 여신님의 문장이 태어날 때부터 새겨져 있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여신의 조각. 조각, 이라고."

 카라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꾸욱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묻고싶지만 섣불리 물을 순 없는 모양이지. 이치마츠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카라마츠가 흠칫 몸을 떤다. 이치마츠는 빵을 찢어 입안에 넣었다.

 "그래요. 제가 이 세기의 조각, 그리고 여신님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그 이후로 카라마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마 그건, 보통 사람의 반응과 다름에서 오는 이상함일테니까. 다르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거다. 그래. 이치마츠는 마지막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식사는 끝났지만 바로 방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카라마츠는 후식으로 나온 쿠키를 입에 넣었다. 달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슬슬 자고 일어나야 할 시간이지 않을까.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자네들, 이호인가?"

 그대로 방으로 가려 했것만. 이치마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말을 걸어온 늙은 남자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카라마츠의 옆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더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이치마츠는 속으로 혀를 차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멀리 가는 기차에 탄 걸 보면 직급은 낮은 모양이지?"

 남자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놈들은 순 사기꾼이야. 왕의 옆에 붙어서 보석 쪼가리라도 하나 떨어지지 않을까 입을 벌리는 녀석들이지. 그래놓곤 사람들에게서도 돈을 걷어간다니까?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카라마츠는 흘끔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무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동의라도 되는냥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이 종교에 대한 험담이었고, 마지막은 제 종교에 대한 자랑과 포교였다.

 "그러니까 이제 믿을 건 여신이 아니라 우리 신님이라니까."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도 따라 일어났다. 남자는 둘을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손짓하곤 방으로 향했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랐다. 뒤에서 남자가 후회 할 거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무시했고, 카라마츠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남자는 방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방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들었다. 그가 다시 깨어난 건 밤이 깊은 후였다. 확실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아침이 되려면 세 네 시간정도 지나야겠지. 이치마츠는 몸을 일으켜 앞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방을 나왔다. 이 새벽에 어딜 간 거야. 쯧, 혀를 차며 복도를 걸었다. 어두운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싶어 화장실로 향했지만 그곳에 카라마츠는 없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다시 방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우두둑, 으득. 무언가 딱딱한 걸 씹어먹는 소리.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이 시간엔 식당칸이 운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기차엔 짐승이 탈 수 없다. 이치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애써 무시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이 기차에, 악마가 타고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오길 기다렸다. 카라마츠는 한 시간쯤 더 지난 뒤에야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치마츠가 깨어있음에 놀랐지만 뭐라 말하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몸을 눕혔다.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이치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몸을 카라마츠쪽으로 돌렸다. 달빛이 창으로 들어와 카라마츠를 비췄다.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었다. 이치마츠는 그 얼굴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됐습니다. 주무시기나 하세요."

 안녕히 주무십시오. 카라마츠도 자리에 누웠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아침이 될 때까지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뜬 건 방문을 두드리는 시끄러운 노크소리 때문이었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그는 입을 우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제, 제 형제를 보지 못했습니까?"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라마츠는 이제야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남자는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제 밤 형제가 갑자기 굉장한 걸 봤다며 그걸 확인하기 위해 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때가 새벽 한 시 쯤이었다. 두 시간쯤 지난 뒤에도 그가 돌아오지 않아 남자는 그를 찾으러 방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기차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고 한다.
 이치마츠는 그 말을 들으며 밤에 들었던 우둑거리는 소리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 소리는 남자의 형제가 잡혀먹는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이치마츠에게 다시 한 번 형제를 보지 못했냐고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렇, 습니까. 아침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마주치게 된다면 꼭 제가 찾고있다고 전해주십시오. 남자는 문을 닫았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기울이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입을 열었다가 닫곤 고개를 저었다.

 "아침이나 먹으러 갑시다."

 그 이후로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대화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보였고, 그런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이치마츠는 조용한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기차에 악마가 있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진 알 수 없다. 어쩌면 남자의 형제가 악마일 수도 있다. 어제 밤에 들켰음을 알아채고 도망친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러면 뼈를 씹는 소리가 남는다. 그건 분명 사람을 잡아먹는 소리였을텐데 이 기차에서 사라진 사람은 남자의 형제뿐이다.
 후우,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눈을 떴다. 머리가 아파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리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그 빛은 카라마츠를 비춘다. 심장이 떨린다.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결국 고민은 밤이 되어도 풀리지 않았고, 이치마츠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눈을 감은 채 자리에 누워만 있었다. 슬슬 새벽이 될 때 쯤, 카라마츠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닫히고, 이치마츠는 눈을 떠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딱히 의심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아니, 의심하는 게 맞았다. 의심을 지우고싶어 뒤를 쫓는 것이다. 이치마츠는 식당칸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언뜻 무언가가 보였지만 뚜렷하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옷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친다.
 달빛이 창으로 들어온다.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는지 그림자가 창을 통해 보인다. 한 명이 아니었다. 둘.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다. 날개, 뿔. 이치마츠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카라마츠가 뒤돌아 이치마츠를 바라보았고,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 주변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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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창작종교이나 어디선가 본듯한 방식이 나올수 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역은 한산했다. 이치마츠는 기차표를 끊으려다 말고 카라마츠를 돌아보았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바닥을 카라마츠에게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내밀어진 손바닥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그 위에 올려놓았다.

 "갭니까?"

 아니, 일단은 사람인데. 기차표 살 돈 있냐고 하는 겁니다, 지금. 아, 그, 네. 카라마츠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지갑을 바라보다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돈이 있을 거 같진 않았는데. 선뜻 큰 액수의 종이를 건네온다.
 이치마츠는 가만 돈을 바라보다가 받아들곤 기차표를 사러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자신의 지갑을 펼쳤다. 혹시 몰라 비상금으로 넣어다니던 돈이 있어 다행이다. 주머니에 지갑을 다시 넣어두고 이치마츠를 기다렸다.
 이치마츠는 얼마 지나지않아 돌아왔다. 카라마츠에게 기차표 하나를 건네고, 승차장으로 향했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가며 기차표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행선지가 적혀있다. 이곳은. 카라마츠는 시선을 이치마츠의 등으로 옮겼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카라마츠는 승차장에 선 이치마츠의 옆으로 다가갔다.

 "와아-."

 그때 기차가 들어왔다. 시끄러운 소리와 검은 연기를 내뱉는 기차는 서서히 멈춰 섰다. 감탄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조심스럽게 기차에 다가갔다. 기차 문이 열리고 몇몇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린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면서 기차 문으로 다가갔다. 이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이치마츠는 기차를 처음 본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얼떨결에 끌려간 카라마츠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기차에 태워졌다. 이치마츠는 표를 확인하며 복도를 걷다 멈춰 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표를 확인했다.
 방이 나눠져있는 기차였다. 이치마츠는 표에 적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카라마츠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치마츠는 거의 눕다시피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마주보고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승차장이 보인다. 승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저, 뭐 좀 물어봐도 됩니까?"

 뭘?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거의 감았던 눈을 뜬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나중에 물어볼 걸 그랬나. 그렇지만 이미 입을 열었으므로 이치마츠가 뭐라 생각하든 질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길에도, 역에도 왜 이렇게 사람이 없습니까?"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기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이 없는 역이 뒤로 물러나고, 한산한 풍경들이 창밖을 스쳐지나간다. 이치마츠는 눈만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정말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츳 혀를 찼다.

 "악마 때문입니다."

 악마, 말입니까? 네, 악마. 악마가 왜?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정말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쯧, 한 번 더 혀를 찼다. 이런 작자가 어떻게 성직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진짜 성직자가 맞는 걸까? 애초에 그는 성직자라 자신을 소개한 적이 없었다. 그냥 옷만 주워입은 사람일 지도 모른다. 그것도 밖에 한 번도 안 나와본.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행동들을 보여줄 리가 없으니까.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악마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계약자 외에는 건드리지 않았을 놈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선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죠."

 마치 목줄 풀린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말입니다. 이치마츠는 뒷말은 붙이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카라마츠는 굳은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치마츠는 다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낯선 풍경들이 스쳐간다.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생각에 잠긴듯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굳어있었고,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덜컹,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기차는 달리고 있다.

 "후우."

 카라마츠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이치마츠의 몸이 살짝 떨렸다. 카라마츠는 급히 입을 막고는 허리를 구부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다시 허리를 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시간이 꽤 지난 건지 하늘이 서서히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느리게 눈을 떴다. 노을이 지고 있는지 창문으로 붉은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은 카라마츠를 비추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손을 몇 번 폈다 쥐었다 하다 다시 눈을 떴다. 붉게 물든 얼굴과 짙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손끝이 저리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질문을 던졌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그림자가 진 얼굴과 붉은 빛이 도는 얼굴이 저를 향한다. 이치마츠는 잠시 입을 벌린 채로 바라만 보다 자세를 바로했다. 카라마츠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여신께서, 내리신 세 번째 형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형벌 말입니까? 네, 기억이 잘 안 나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가방을 열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치마츠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쳐들었다.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찾던 이치마츠는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짚었다.

 "내 너희에게 두 번이나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감사하는 마음을 잊었으니, 다시 한 번 벌을 내리겠노라. 이 벌은 죽음처럼 때가 있는 것도 아니요, 질병처럼 낫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리석은 아이들아, 내 마지막 경고이니 부디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지어다."

 하며 여신께서 손을 휘두르니 강한 바람이 불어 모든 걸 부수었다. 이치마츠는 차분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내리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멍한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헛기침을 하며 귀를 문질렀다.
 그래서, 세 번째 형벌은 무엇입니까? 자연재해 입니다. 자연재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며 많은 것들을 앗아가는. 카라마츠는 여신이 내린 형벌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 책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카라마츠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한 번 보곤 주머니에서 기차표를 꺼내들었다.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그러고 보니."

 당신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카라마츠가 물어온다. 시선은 여전히 창밖으로 향한 채였다. 얼굴이 주황빛이다. 이치마츠는 기차표를 만지작 거리다 주머니에 넣곤 고개를 돌렸다. 창밖은 온통 주황빛이었다. 노을때문인가.

 "저는."

 이치마츠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차표를 쓰다듬었다.

 "여신님을 뵈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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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 인간이 세계의 일부를 차지하게 됐을 때, 인간은 서서히 감사의 마음을 잊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과시용으로 동식물을 죽이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감사하지 않았으며 같은 인간끼리 상처입히는 일도 서슴치않았다. 그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으나 지켜지지 않았으며 세계를 어지럽히기 시작하였다.
이에 분노한 여신께서 말씀하시길
"너희가 감사하는 마음을 잊었으니 나는 너희에게 벌을 내릴 수밖에 없느니라."
여신이 손짓하자 최초의 인간과 함께 세계의 시작을 함께한 인간이 모두 흙과 물과 숨이 되어 사라지니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알게 하기 위해 너희에게 죽음을 내리노라."
이에 인간은 여신께 죽음을 거두어달라 빌었으나 여신은 듣지 아니하셨다.


인간이란 어쩜 이리도 어리석고, 바보같을까. 처음 이 구절을 배울 때 이치마츠가 한 생각이었다. 만약 그때 인간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계속 이어갔다면 지금쯤 죽음에 두려워하지 않고 영생을 살아가고 있었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인간들로 넘쳐나려나.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건 끔찍하다.
죽음. 그것은 여신의 첫 번째 형벌이었다. 여신은 그 뒤로도 몇 번 벌을 내렸다. 두 번째 형벌이 아마 질병이었지. 이치마츠는 책을 덮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를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옷을 차려입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이치마츠는 가방 안에 책을 넣었다.

"준비가 끝나셨으면 갑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손짓했다. 카라마츠는 급히 이치마츠의 옆으로 달려왔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래층에서 집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선다. 카라마츠도 뒤따라 나오다 이치마츠가 눈짓하자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한심하단 눈으로 바라보다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랐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새로 들어온 것이냐, 이름은 받았느냐, 주로 무슨 일을 했느냐 등등. 그러나 카라마츠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신부의 옷을 입은 부랑자라고 판단했다. 그런 카라마츠를 악마가 신부라고 착각해서 성당에서 그딴 짓을 한 거겠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분위기에 눌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주변만 둘러보았다. 길거리엔 사람 하나 없었다. 보통 이때쯤이면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것만. 카라마츠는 손가락를 꼼지락 거리다가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아. 눈이 마주쳤다.

"괜히 두리번거리지 마십시오."

이치마츠는 툭 하니 내뱉곤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이치마츠는 중간중간 뒤를 돌아 카라마츠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앞을 보며 걸어갔다.
카라마츠의 행동은 마치 거짓말을 한 어린아이 같았다. 이치마츠는 아까 전 카라마츠가 저를 다급히 붙잡으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같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같이 가자. 이치마츠는 어딘가 꺼림칙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애초에 거절했어도 쫓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보다가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가 무슨 일이냐며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움직이지 않고 눈만 굴려 주변을 훑었다. 방울 소리가 들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목을 잡고 달렸다. 방울 소리는 어디서?

"이쪽입니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멈춰 세우곤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울 소리는 이제 귀가 아플 정도였다. 카라마츠가 걸음을 멈추고, 이치마츠도 따라 멈췄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방울 소리가 멈췄다. 사각사각, 연필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고개만 돌려 벽들을 훑었다. 벽에 그림이 그려진다. 새까맣게 그려지고있는 그림은, 그림이라기보단 그림자같았다. 그 그림자들은 몸이 완벽하게 갖춰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팬던트를 꺼내 손에 쥐었다. 두 손으로 팬던트를 감싸고, 그 손을 입술에 댄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서 입을 연다. 목소리가 들렸나? 아니, 들리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위험하다.
춤을 추던 그림자들이 멈췄다.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두 팔이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녹아내린다. 이치마츠의 기도가 길게 이어진다. 모든 그림자들이 녹아내려 벽에 무늬조차 남기지 않을 때까지.

"굉장, 하군요."

팬던트를 품안에 넣는 이치마츠를 향해 카라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는 한참이나 떨어져있는 카라마츠를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고 골목을 빠져나온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이치마츠를 따라 골목을 나갔다.
사각사각, 다시 종이 위에 연필을 놀리는 소리가 난다. 벽에 한 명의 악마가 그려지고, 그 그림이 벽밖으로 튀어나온다. 악마는 녹아내려버린 제 부하들을 바라보다 귀를 후볐다. 검은 피딱지가 빠져나온다. 악마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 예상은 빗나가질 않는다니까."

이 얼마나 보물같은 악마란 말인가. 그는 하하, 소리내서 웃다가 바닥에 원을 그렸다. 그럼 나는 이 굉장한 일을 보고하러 가 볼까. 원을 그린 바닥에 구멍이 생기고, 악마는 그 안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니까 여긴 이렇게."

"이렇게요?"

"아니, 아니. 이렇게라니까? 지금 몇 번 째 알려주고 있는 건지 알지? 쥬시마츠."

"모름다!"

자랑이 아냐.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에게 핀잔을 주며 이마를 콕 찔렀다. 쥬시마츠는 찔린 이마를 두 손으로 감싸며 멍하니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손을 움직였다. 월계수 나무로 월계관을 만드는 일은 어려운 걸. 쥬시마츠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손에 힘을 줬다. 뚝,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그냥, 놀러가라. 쥬시마츠."

"에, 네! 와아이이! 토도마츠! 가자!"

"끝난 거야?"

아니. 그냥 가라셔. 또? 토도마츠라 불린 작은 악마는 쥬시마츠의 손을 잡고 연못을 떠났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쥬시마츠가 부러트린 월계수 나뭇가지를 바라봤다. 손을 뻗어 두 나뭇가지를 잡고, 바닥에 꽂는다. 나뭇가지는 나무로 성장한다. 쵸로마츠는 나뭇잎을 만지작 거리다가 연못에 몸을 눕혀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빛 하늘에 원이 그려진다. 쵸로마츠는 급히 몸을 옆으로 옮겼다.

"여신니임!"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악마가 물에 빠진다. 신성력은 없는 물이니 문제는 없겠지. 쵸로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아 악마를 바라봤다. 악마는 물을 튀며 하늘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빠르게 내려오며 쵸로마츠를 끌어안았다. 격해.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악마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오소마츠?"

악마, 오소마츠는 눈을 빛내며 쵸로마츠를 올려다봤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다. 칭찬해달란 얼굴, 그렇다면 시킨 일을 잘 해냈다는 거겠지.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소마츠는 씨익 이를 드러내 웃으면서 쵸로마츠의 품에 얼굴을 부볐다.

"찾아냈어!"

여신님이 찾던 그 아이!



-*여신이지만 성전환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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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창작입니다만 어디선가 본것같은 방식 등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엔 다섯 개의 빛나는 기둥과 한 개의 알만이 존재했다. 그 알이 깨지며 여신께서 태어나셨고, 그와 동시에 세 개의 기둥은 깨져 어두운 공간으로 퍼져 별이 되었다. 한 개의 기둥은 큰 구가 되어 태양이 되었고, 한 개의 기둥은 작은 구가 되어 달이 되었다.
여신은 알조각을 모아 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대기를 만들었고, 자신의 살조각을 붙여 대륙을 만들었고, 자신의 눈물을 흘려넣어 강과 바다를 만들었다.
여신은 자신의 살과 눈물을 섞어 식물을 만들었고, 자신의 숨과 살을 섞어 동물을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과 숨과 눈물을 섞어 인간을 만들어냈다. 여신이 최초의 인간에게 말하길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라. 너를 살아가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네가 살아있을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네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라.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죽음에도 그간 살아온 인생에 감사하라.
감사하지 않음은 큰 죄요, 죄에는 벌이 따를지니. 나의 아이야, 부디 감사라는 마음을 영원토록 잊지 말거라."

이치마츠는 책을 덮었다. 매일매일 읽는 부분이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문구는 '감사하지 않음은 큰 죄요, 죄에는 벌이 따를지니.' 그렇군요, 여신이시여. 우리 인간은 감사하지 않았고, 결국엔 벌을 받고 있나이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 형벌은 바로

"여신이시여, 그대는 어디 계시나이까."

지난 몇 달간 악마가 나타나는 횟수가 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였는데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당이며 마을이며 판을 치고 돌아다녔다. 그리 강한 악마들이 아니었기에 일반 사제들로 충분하리라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여신을 따르면 여신께서 이름을 하사해주신다. 그 이름을 갖는 순간 여신의 대리인으로서 여신의 힘을 빌려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이 힘은 악마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낼 때 쓰인다. 그 힘은 일반 사제여도 상당했기에 악마가 몇이 오든 쉽게 그들을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런 힘이 사라졌다. 몇 달 전, 그 날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악마들이 여기저기 판을 치고 다니기 시작했다. 몇몇 사제들은 악마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사람들은 악마에게 놀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고위급 사제들이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사이에서 여신이 인간들에게서 떠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서에 나온 최고의 형벌, 그것은 여신이 인간을 등지고 인간에게 더이상 힘을 빌려주지 않는 것. 이치마츠는 결론을 내린 그 날에 짐을 챙겨 십 여 년을 살아온 성당을 떠났다.

"정신이 좀 듭니까?"

이치마츠는 눈을 뜬 신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부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젖은 수건으로 신부의 얼굴을 닦아냈다. 차가운 것이 얼굴에 닿자 신부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치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손을 움직인다.
수건을 대야에 넣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낸다. 벗은 몸에 찬공기가 닿자 신부가 몸을 떤다. 흘끔 얼굴을 쳐다보다 다른 수건을 물에 적셔 몸을 씻겨준다. 몸 여기저기 흉터와 이빨 자국이 보인다. 더럽네.
신부의 몸을 다 씻겨주고 이치마츠는 수건으로 은칼을 한 번 닦은 뒤에 쓰레기통에 버렸다. 신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는 이불을 올려 덮어주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름이 뭡니까?"

이치마츠가 물었다. 신부는 머뭇거리더니 이치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손을 보다가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손을 올렸다. 신부는 망설이다가 손바닥에 제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갔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이름이 다 적히자 바로 손을 거뒀다.
카라마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곤 방을 나갔다. 말을 왜 안하는 걸까. 이치마츠는 짧게 숨을 내쉬곤 아래로 내려갔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이 인 분의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치마츠는 꾸벅 인사를 하고 식사를 가지고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라마츠는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잠이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테이블 위에 쟁반을 올려두고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두 손을 모아쥐고 가슴에 댄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이 모든 것을 저에게 닿게 한 모든 생명에 감사를 올립니다.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식사를 시작한다. 갓 구운 빵에 따듯한 채소 스프, 그리고 좋은 맛의 물. 간소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식사는 없었다.
식사를 마친 이치마츠는 다시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 몫의 식사를 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빼꼼 눈만 내민채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카라마츠의 다리 위에 쟁반을 내려두고 침대에 걸터앉아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한 것처럼 기도를 올리곤 식사를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말을 골랐다. 어떤 질문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까. 상대는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 이치마츠도 본 적이 없는 얼굴. 새로 들어온 사람인 걸까. 아직도 새 사람을 받고 있었던가?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왜 악마랑 뒤엉켜 있었습니까?"

말이 헛나갔다. 카라마츠는 스프를 잘못 삼킨듯 기침을 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치마츠는 급히 쟁반을 들어올려 음식이 쏟아지는 걸 막았다. 카라마츠는 몇 번 기침을 하다 진정됐는지 손을 내렸다. 이치마츠는 쟁반을 다시 그의 다리 위에 내려놓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식사를 이어갔다. 대답은 해주지 않을 건가. 잘못 나간 질문이었으니 대답은 듣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이치마츠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언제 이름을 받으셨습니까?"

카라마츠는 빵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꼭 애같아서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자라면 저리 먹지 않을텐데. 카라마츠는 빵을 삼키곤 손으로 입을 가렸다. 생각에 잠긴듯 말이 없다가 스프로 손을 옮겼다. 대답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왜 데려온 거지? 아아, 신부라는 직업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지. 모든 생명은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자신은 그 감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의무가 있으니까. 이치마츠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발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아래층에 계신 주인분께 감사인사 드리고 가세요."

이치마츠는 제 짐을 챙겨들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바닥을 걷는 소리가 나더니 손목이 잡혔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더니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문을 열었다.

"자, 잠깐!"

쾅. 카라마츠가 문을 눌러 닫았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가득 담은 눈으로 카라마츠를 노려봤다. 카라마츠는 당황하며 몇 번 입을 열었다 닫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가,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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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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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악마AU
※이치카라 외에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콤비가 등장합니다.
※종교는 창작종교로 기도 방식등이 이래저래 저래 섞여있을 수도 있습니다.


새하얀 돌로 만들어진 석상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녀가 보고있는 것은 죄인인가 아이인가.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있는지 알기나 할까. 이치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먼지와 함께 썩 좋지 못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코가 간지럽다. 재채기가 나오려는 걸 손으로 코를 집어 막고 고개를 들었다.
신부복을 입고 있는 사내는 악마에게 몸을 빼앗겼다. 벌어진 입에선 신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아닌 악마에게 애원하는 신음만 흘러나올 뿐이다. 단추들은 바닥을 뒹굴고, 드러난 다리는 악마의 허리에 감긴다. 두 손은 간절하게 여신의 상징을 쥐고 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젠 신성하다 할 수 없지만 성당에서 저딴 짓거리를 하는 건 그냥 내버려둬선 안 되겠지. 거기다 신부를 붙잡고 있는 건 악마. 악마는 저의 적이요, 여신의 골칫거리다. 이치마츠는 은으로 만든 칼을 꺼내들었다.

"드디어, 하. 구경꾼이, 들어오셨네."

느릿하게 걸어 들어간다. 이미 이치마츠가 안에 들어올 때부터 알고 있었던 건지 악마가 기다렸다는 말을 던져온다. 이치마츠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끄고서 악마에게 다가갔다. 악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신부의 허리를 꽉 붙잡고 하던 행위를 이어간다.
아. 신부의 입에서 나온 탄성. 악마는 바르르 몸을 떨더니 신부의 목에 입을 맞췄다 떼고 물러났다. 제 옷을 정리하고 머리를 쓸어올린 악마는 걸어서 이치마츠에게 다가왔다. 신부는 지친 것인지 바닥에 엎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들썩이는 몸이 살아있다는 건 알려왔지만 상태가 썩 좋진 않아보였다. 그 사이에 악마는 어느새 이치마츠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름, 궁금한데. 알려줄래?"

이치마츠는 은칼을 휘둘렀다. 악마는 가볍게 그것을 피하고 이치마츠의 손목을 붙잡았다. 인간의 힘이 아니다. 이치마츠는 급히 손목을 빼내려했지만 불가능했다. 악마는 이치마츠의 손목을 부수려는 듯 강하게 힘을 주었다. 큿.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이름 알려주면 놓아줄게."

"-츠"

안 들려. 이치마츠! 아아. 악마는 이치마츠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얼얼한 손목을 어찌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이치마츠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 악마는 그런 이치마츠의 행동에 이를 드러내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리 반응하는 건지. 아, 저 신부때문인가.
악마는 뒤돌아 늘어져있는 신부에게 다가갔다. 이치마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곤 은칼을 바로잡았다. 악마는 흘끔 이치마츠를 바라보곤 한 손으로 신부를 들어올렸다. 결코 가볍지 않을 터인데 가뿐하게 들어올린다. 악마라 이건가. 이치마츠는 제 손목을 손으로 감쌌다.

"내 이름은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손에 든 신부를 이치마츠 쪽으로 던졌다. 이치마츠는 은칼을 내던지고 두 팔을 뻗어 신부를 받았다.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이치마츠는 그대로 엎어졌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 날개를 펼치며 양 손을 옆으로 뻗으며 들어올렸다.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구. 부모 잃은 신부님."

오소마츠는 모습을 감췄다.
이치마츠는 방금 전까지 오소마츠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다 제 품에 있는 신부를 살폈다. 몸 여기저기에 울긋불긋한 자국은 있었지만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숨도 쉬고 있고, 심장도 뛰고있다. 단지 악마에게 혹사당해 기절한 듯 했다. 얼른 깨끗한 물로 씻겨야. 이치마츠는 힘들게 신부를 업어들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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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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