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쵸로오소
*이갱구님 ☆리퀘글☆


 눈을 떠보니 온통 까매서 내가 결국엔 끝까지 가버렸구나, 라고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눈을 몇 번 더 감았다 뜨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잡아 내리니 금방 주변이 밝아진다. 특유의 장난끼 가득담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용케도 물에는 닿지 않고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쵸로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오신겁니까?"

 "으응, 하루라도 안 보면 몸이 쑤시거든."

 나 어쩌면 병에걸려 버린 걸지도? 키득,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가 웃는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절레 고개를 저었다. 느릿하게 손을 휘저어 물을 떠올리고, 그 물을 넓게 펴 공중에 띄운다. 거울 모양이 된 물을 집중해서 바라보니 저 아랫마을에 있는 성당이 보인다.
 오늘도 스토킹이야? 오소마츠의 말에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잡아당긴다. 나의 신도들을 보살피는 게 신의 일이니까요, 툭 하니 내뱉듯이 말하곤 성당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바로 아랫마을에 있는 성당은 천사인 쥬시마츠를 보내 돌보도록 하고있고, 신성력이 꽤 센 편인 두 사람이 있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걱정이 되서 이렇게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오소마츠는 스토킹이라 말한다. 쵸로마츠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방금 전처럼 오소마츠의 볼을 잡아당길 뿐이었다.

 "오늘은 바빠? 안 바쁘지? 어차피 호수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잖아."

 그렇지? 그렇지? 신경을 박박 긁어대는 말투에 쵸로마츠는 쯧, 혀를 찼다. 오소마츠는 상대가 상대인데도 겁먹지 않고 계속 장난을 이어간다. 쵸로마츠의 등을 쿡쿡 찌르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기도 한다. 월계관의 잎을 하다 떼어내려다 쵸로마츠에게 제지당한다. 쵸로마츠는 모든 장난을 참고, 또 참는다.
 쵸로마츠는 알고 있다. 자신이 조금만 힘을 실어 저 오소마츠를, 악마를 이 물 속에 가둔다면 1초도 가지 않고 사라질 거라는 걸. 그렇지만 쵸로마츠는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기에 오소마츠는 더더욱 쵸로마츠의 신경을 긁는다.

 "나랑 놀아줘어, 놀아줘! 할 일도 없잖아아!"

 장난을 치는 것도 금방 질려버렸는지 이젠 땅바닥에 누워서 떼를 쓴다. 쵸로마츠는 짜증난단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보다가 살펴보던 것들을 전부 내려놓았다. 물소리가 들리자 오소마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봐줄건지. 쵸로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고 놀진 생각해 봤습니까?"

 물론이지! 오소마츠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쵸로마츠는 한숨을 내쉬며 호숫가에 걸터앉았다. 오소마츠는 능숙하게 카드를 섞고, 나눠주었다. 둘은 그렇게 카드 게임을 시작했다. 한 판, 두 판, 세 판. 오소마츠의 2승, 쵸로마츠의 1승. 쵸로마츠는 분한 마음을 삼키며 이번엔 자신이 카드를 섞었다.

 "나랑 내기 안할래?"

 "무슨 내기 말입니까?"

 카드를 섞으며 쵸로마츠가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내가 이기면 소원 들어줘. 뭐든 들어줄 수 있잖아?"

 쵸로마츠는 의심스럽단 눈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그런 눈에도 그저 웃음을 유지 할 뿐이다. 쵸로마츠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카드를 나눠주었다. 자신의 몫의 카드를 손에 들고서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대신에 일부 소원은 기각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기면 일주일간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

 쵸로마츠의 말에 오소마츠는 그런게 어딨냐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떼를 쓰다가, 쵸로마츠의 "그럼 지금 당장 돌아가던가."라는 진심이 담긴 말에 얌전해졌다. 카드가 이리저리 오가고, 하얀 카드가 섞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쵸로마츠는 카드를 바라보다 느껴진 어지럼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실 아까전부터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무언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이유는 절대 없을 텐데. 신이 변하다니, 불변의 존재가 변하다니.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니. 말도 안 돼.
 후두둑. 카드가 떨어진다. 게임의 결과는 오소마츠의 승리.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바라본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눈을 바라본다. 쿵, 하고 무언가가 내려앉는다. 쵸로마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옷을 비틀어쥐었다.

 "뭘, 한, 뭘, 뭐를."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네가 변한거지."

 처음부터 쫓아냈어야 했다. 쫓아냈었어야만 했다. 쵸로마츠는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불변의 존재가 분함을 느끼고, 의심을 하고, 위화감을 느끼고, 변하기 시작했다. 쵸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호수 속으로 들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손을 잡고 호수 밖으로 끌어당겼다.
 절대 나와질 리가 없는 호수 밖으로, 쵸로마츠는 끌려나왔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끌어안고서 미소를 지었다. 쵸로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흐릿한 눈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느릿하게 쵸로마츠의 뺨을 쓰다듬었다.

 "잠깐 자고 있어, 쵸로마츠."

 오소마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쵸로마츠의 눈이 감겼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몰래 쵸로마츠에게 심어둔 자신의 씨앗은 착실하게 자라서 그를 제 품 안에 가둘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소마츠는 내일부터 그와 함께 할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며 즐겁게 웃었다.

 "어서와, 이 나락에."

 쵸로마츠의 귀에 속삭이며 오소마츠는 그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