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양호 선생 이치마츠x뚱 카라마츠
※단문..?


 이치마츠에겐 손버릇이 하나 있다. 그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이자 자신의 연인인 카라마츠의 뺨을 주무르는 것으로,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뺨을 주무르다보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저절로 웃게 된다는 이유에서 생긴 버릇이었다. 카라마츠도 딱히 거부하지 않았기에 그 아이가 찾아오는 날이면 같이있는 시간 내내 주무르곤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이치마츠는 자신의 손버릇을 없애야 한다는 선고를 들었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었다. 성은 같지만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선 둘을 거의 형제로 보았고, 덕분에 둘은 별 거리낌없이 같이 등하교 하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 함께 걸어서 등교를 하며 그 아이의 뺨을 주물렀다. 그리고 그 손은 카라마츠에 의해 쳐내졌다.

 "만지지 마세요."

 평소와 다르게 힘없이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이치마츠는 그제서야 상태가 좋지않음을 눈치채고 손을 내렸다. 무슨 일인지 물어볼까 고민하며 입을 우물거리다가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휙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고,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는 울먹이고 있었다. 눈가엔 눈물이 가득 맺혀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참 뒤, 카라마츠의 입이 열렸다.

 "저, 살 뺄 거에요."

 아아아아아아! 이치마츠는 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평소 카라마츠가 자신의 체중과 체형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또래 아이들은 살이 찐 사람을 흉보는 일이 잦았고, 어른들도 썩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카라마츠는 자기 자신을 사랑 할 줄 알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다. 그래, 그러니까 고민은 겨우 오른손으로 종이를 들지 왼손으로 들지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눈물을 흘렸다.

 "최근에 간식도 거절했지."

 생각해보니 전과 바뀐게 많았다. 카라마츠는 점심시간에 양호실에 와서 이치마츠와 같이 도시락을 먹었고, 그 뒤에 이치마츠가 사온 간식을 함께 먹었다. 당연히 차나 주스도 함께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쯤부터 카라마츠의 도시락 크기가 반으로 줄었고, 간식도 일절 하지 않게 되었다. 왜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니, 눈치채고서도 왜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 이치마츠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종이 울린다. 점심시간이다. 이치마츠는 가방에서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꺼내들었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자신과 함께하는 점심을 거르진 않는다. 아마 곧 양호실로 오겠지. 그럼 얘기를 해보자. 갑자기 왜 다이어트를 결심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치마츠는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 선생님."

 카라마츠가 왔다. 이치마츠는 의자를 가져와 제 앞에 내려놓았다. 카라마츠는 그 의자에 앉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도시락을 두드렸고, 카라마츠는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평소 먹던 양의 반밖에 들어가지 않을 도시락통. 이치마츠는 가슴이 찢어지는 걸 티내지 않으며 도시락을 열었다.
 기름이 없다는 게 이런 걸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도시락을 먹는 걸 바라보며 생각했다. 카라마츠의 도시락은, 그러니까. 토끼나 햄스터에게 주는 먹이 같았다. 온통 채소, 채소, 채소. 콩같은 것도 없이 그냥 생당근에 생오이같은 것 뿐. 그나마 과일이 조금 곁들여져있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겉면이 고르지 못하게 깎인 걸 보면 직접 준비해서 싸온 거 같은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도시락을 뺏어들었다.

 "다이어트 한다고 채소만 먹는 거야?"

 이치마츠는 채소들을 바라보다가 반 남은 자신의 도시락을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도시락을 받은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먹어. 짧은 말. 카라마츠는 도시락과 이치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 젓갈을 입안에 넣었다.

 "도시락 내가 싸줄게."

 허겁지겁 밥을 먹던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꿀꺽, 입안에 든 밥을 삼키고 입을 벌린다. 선생님이, 왜요?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왜요, 라니.

 "일단 네 애인이고, 양호 선생이니까. 영양쪽도 공부한 적도 있어서 식단도 어느정도 짤 수 있어. 네가 무턱대고 채소만 먹어대다 쓰러지는 꼴, 난 못 봐."

 카라마츠는 그 말에 어깨를 늘어트렸다. 이치마츠는 말실수 했다싶어 제 입을 가렸다가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건강 망치면 안되니까.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이해해준 거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손을 내렸다.

 "근데 갑자기 왜 다이어트를 시작한 거야?"

 누가 놀렸어? 괴롭혀? 죽여줄까? 이치마츠의 입에서 이어져 나오는 말에 카라마츠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마지막 말에서는 정말 목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댔다. 그럼 왜?

 "말, 못하겠어요."

 부끄러운 이유인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싫다면 굳이 얘기하게 할 생각은 없다. 이치마츠는 제 뺨을 쓸어내리며 생각하다가 카라마츠의 손에서 도시락을 빼내 책상위에 올려두고, 두 손을 붙잡았다.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하고, 카라마츠와 이마를 맡댄다. 눈이 마주한다.

 "선생님?"

 "네가 무슨 이유로 살을 빼기로 결심했는지 몰라도 이거만은 알아둬. 너는 사랑스러운 아이야. 체형에도, 체중에도 관계없이. 사랑스럽고,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 할 수 있는 아이."

 이건 알아둬.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으며 입에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는 멍한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울먹거리기 시작하더니 크게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아무말 하지 않고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여주며 뺨에 입을 맞췄다. 품 안에 가득 들어오는 카라마츠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사랑해, 카라마츠."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너를 사랑해. 그게 너니까.



 "소감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물었다. 키는 비슷해졌고, 체형은 카라마츠가 좀 더 다부져졌다. 이치마츠가 상당히 마른 체형으로 보일 정도로. 카라마츠는 코를 만지작 거리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긴장되지만 최고에요!"

 카라마츠, 2학년 2학기. 처음으로 주연으로서 무대 위에 올라섰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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