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카라 중심으로 오소카라, 쵸로오소, 막내조콤비가 들어가있습니다.
※종교는 창작입니다만 어디선가 본것같은 방식 등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엔 다섯 개의 빛나는 기둥과 한 개의 알만이 존재했다. 그 알이 깨지며 여신께서 태어나셨고, 그와 동시에 세 개의 기둥은 깨져 어두운 공간으로 퍼져 별이 되었다. 한 개의 기둥은 큰 구가 되어 태양이 되었고, 한 개의 기둥은 작은 구가 되어 달이 되었다.
여신은 알조각을 모아 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대기를 만들었고, 자신의 살조각을 붙여 대륙을 만들었고, 자신의 눈물을 흘려넣어 강과 바다를 만들었다.
여신은 자신의 살과 눈물을 섞어 식물을 만들었고, 자신의 숨과 살을 섞어 동물을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과 숨과 눈물을 섞어 인간을 만들어냈다. 여신이 최초의 인간에게 말하길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라. 너를 살아가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네가 살아있을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라. 네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라.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죽음에도 그간 살아온 인생에 감사하라.
감사하지 않음은 큰 죄요, 죄에는 벌이 따를지니. 나의 아이야, 부디 감사라는 마음을 영원토록 잊지 말거라."

이치마츠는 책을 덮었다. 매일매일 읽는 부분이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문구는 '감사하지 않음은 큰 죄요, 죄에는 벌이 따를지니.' 그렇군요, 여신이시여. 우리 인간은 감사하지 않았고, 결국엔 벌을 받고 있나이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 형벌은 바로

"여신이시여, 그대는 어디 계시나이까."

지난 몇 달간 악마가 나타나는 횟수가 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였는데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당이며 마을이며 판을 치고 돌아다녔다. 그리 강한 악마들이 아니었기에 일반 사제들로 충분하리라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여신을 따르면 여신께서 이름을 하사해주신다. 그 이름을 갖는 순간 여신의 대리인으로서 여신의 힘을 빌려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이 힘은 악마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낼 때 쓰인다. 그 힘은 일반 사제여도 상당했기에 악마가 몇이 오든 쉽게 그들을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런 힘이 사라졌다. 몇 달 전, 그 날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악마들이 여기저기 판을 치고 다니기 시작했다. 몇몇 사제들은 악마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사람들은 악마에게 놀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고위급 사제들이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사이에서 여신이 인간들에게서 떠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서에 나온 최고의 형벌, 그것은 여신이 인간을 등지고 인간에게 더이상 힘을 빌려주지 않는 것. 이치마츠는 결론을 내린 그 날에 짐을 챙겨 십 여 년을 살아온 성당을 떠났다.

"정신이 좀 듭니까?"

이치마츠는 눈을 뜬 신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신부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젖은 수건으로 신부의 얼굴을 닦아냈다. 차가운 것이 얼굴에 닿자 신부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치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손을 움직인다.
수건을 대야에 넣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낸다. 벗은 몸에 찬공기가 닿자 신부가 몸을 떤다. 흘끔 얼굴을 쳐다보다 다른 수건을 물에 적셔 몸을 씻겨준다. 몸 여기저기 흉터와 이빨 자국이 보인다. 더럽네.
신부의 몸을 다 씻겨주고 이치마츠는 수건으로 은칼을 한 번 닦은 뒤에 쓰레기통에 버렸다. 신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이치마츠는 이불을 올려 덮어주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름이 뭡니까?"

이치마츠가 물었다. 신부는 머뭇거리더니 이치마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손을 보다가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손을 올렸다. 신부는 망설이다가 손바닥에 제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갔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이름이 다 적히자 바로 손을 거뒀다.
카라마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곤 방을 나갔다. 말을 왜 안하는 걸까. 이치마츠는 짧게 숨을 내쉬곤 아래로 내려갔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이 인 분의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치마츠는 꾸벅 인사를 하고 식사를 가지고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카라마츠는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잠이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테이블 위에 쟁반을 올려두고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두 손을 모아쥐고 가슴에 댄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이 모든 것을 저에게 닿게 한 모든 생명에 감사를 올립니다.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식사를 시작한다. 갓 구운 빵에 따듯한 채소 스프, 그리고 좋은 맛의 물. 간소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식사는 없었다.
식사를 마친 이치마츠는 다시 가볍게 기도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라마츠 몫의 식사를 들고 침대로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빼꼼 눈만 내민채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카라마츠의 다리 위에 쟁반을 내려두고 침대에 걸터앉아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한 것처럼 기도를 올리곤 식사를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말을 골랐다. 어떤 질문을 먼저 하는 것이 좋을까. 상대는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는 이치마츠도 본 적이 없는 얼굴. 새로 들어온 사람인 걸까. 아직도 새 사람을 받고 있었던가?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왜 악마랑 뒤엉켜 있었습니까?"

말이 헛나갔다. 카라마츠는 스프를 잘못 삼킨듯 기침을 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치마츠는 급히 쟁반을 들어올려 음식이 쏟아지는 걸 막았다. 카라마츠는 몇 번 기침을 하다 진정됐는지 손을 내렸다. 이치마츠는 쟁반을 다시 그의 다리 위에 내려놓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식사를 이어갔다. 대답은 해주지 않을 건가. 잘못 나간 질문이었으니 대답은 듣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이치마츠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머리를 긁적였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언제 이름을 받으셨습니까?"

카라마츠는 빵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꼭 애같아서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자라면 저리 먹지 않을텐데. 카라마츠는 빵을 삼키곤 손으로 입을 가렸다. 생각에 잠긴듯 말이 없다가 스프로 손을 옮겼다. 대답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왜 데려온 거지? 아아, 신부라는 직업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지. 모든 생명은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자신은 그 감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의무가 있으니까. 이치마츠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발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아래층에 계신 주인분께 감사인사 드리고 가세요."

이치마츠는 제 짐을 챙겨들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바닥을 걷는 소리가 나더니 손목이 잡혔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더니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문을 열었다.

"자, 잠깐!"

쾅. 카라마츠가 문을 눌러 닫았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가득 담은 눈으로 카라마츠를 노려봤다. 카라마츠는 당황하며 몇 번 입을 열었다 닫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가,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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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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