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소재 주의
※주관적인 캐해석


"저거봐, 죽어서도 당신의 톡은 계속되어야 한대."

그건 이상한 광고였다. 죽은 사람의 언어 방식을 분석하여 AI로 만들어 누군가가 말을 걸면 그 사람처럼 대답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다들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요즘은 저런것도 있구나-라고, 무척이나 가볍게 여겼다.
그건 이치마츠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치마츠는 오히려 저런 게 왜 필요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게 있어봤자 그 사람이 대답 해 주는 것도 아닌데. 이치마츠는 텔레비젼 채널을 돌려버렸다.


"병신."

이치마츠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그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입술은 물어 뜯은듯 피딱지가 앉아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카라마츠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뭐해?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후, 이 형님은 사랑과 고독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지.
카라마츠다운 대답이었다.
병신같은 소리 그만하고 어디야?
이치마츠는 떨리는 손으로 답을 입력했다. 혹시라도 오타가 나면 답이 안 올까 무서워 천천히 한 자 한 자 입력했다. 잘못된 문장이 없도록.

그야 아름다운 여성들과 함께 있지.
병신같은 소리 그만하랬지.
미안. 공원이야.

답장이 오는 순간 이치마츠는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친 핸드폰은 그대로 배터리와 커버가 분리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액정에는 금도 갔다. 이치마츠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핸드폰을 노려보다 다가가서 발로 짓밟았다. 액정에 생긴 금이 더욱 크고 또렷해진다.

"이치마츠, 그만해!"

이치마츠를 말린 건 검은 정장을 입은 오소마츠였다. 어울리지도 않게 입은 그 정장은 자신을 현실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해서 더더욱 화가났다. 그런 이치마츠를 오소마츠가 모를리 없었지만 이번엔 모른척했다. 이치마츠를 자리에 앉히고, 상처가 난 발에 약을 발라주었다.

"핸드폰 새로 살거야?"

"안 사."

연락 할 곳도 없는데 뭐하러?
이치마츠는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 이해가 가서 슬펐다. 자신도 화가났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그저 묵묵히, 장남이니까 이번만큼은 의지가 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을 뿐이다.

"준비하고 나와. 발 아프면 부르고. 부축 해 줄게."

안 가는 건 안돼.
오소마츠의 단호한 말에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소마츠가 방을 나가고,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망가진 핸드폰을 바라봤다. 저거,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 안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사진이라거나 얘기한 거라거나. 아주 소소한 것부터 무척이나 소중한 것까지.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망가진 핸드폰을 들었다. 아. 아아. 눈물이 흐른다. 핸드폰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멈출 수가 없다. 멈추지 않는다.

"병신."

병신. 씨발놈. 좆같은놈. 개놈. 짜증나는놈. 멍청이. 바보.
보고싶다.

마지막으로 한 톡이었다. 너는 공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공원에 가도 너는 없다. 너는 없다. 너는.

너는 이제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보고싶어. 카라마츠. 보고싶어.


"난 별로야, 그거."

그 광고를 봤을 때 카라마츠가 말했었다.

"아무리 그래봤자 거기에 진짜 그 사람은 없잖아."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이치마츠만 눈에 띄지않게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말했던 주제에.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그렇게 말했던 주제에.

공원이야.

그렇게 말했던 주제에.

너는, 이제 없다.
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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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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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캐해석 가득

"뭐."

이치마츠는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그에게 걸어가려다 멈칫 하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싶었다. 대화에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처음이었다. 카라마츠는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 이치마츠를 마주보았다.

"일단, 때린 건 사과하마. 미안하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듣고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라는 티가 팍팍 났지만 이번만큼은 카라마츠도 그에게 맞춰주고싶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이치마츠가 어떤 행동을 하든 다 풀어버리고 싶었다.
잠시 둘 다 말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어떻게 하면 욕이 나가지 않을지, 이치마츠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얘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단 평상시의 허세는 접어두기로 했다. 자신도 정상적일 땐 정상적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번엔 그렇게 대화를 하고자했다.
반면 이치마츠는 이 상황이 모두 짜증났다. 카라마츠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것도 그렇고, 자신이 그의 기운에 억눌려 움츠러들어 있는 것도 그렇다. 결국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했다.

"기다려, 이치마츠."

평소보다 더 낮아진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며 손목을 잡아 멈춰 세운다. 이치마츠는 순간 욱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카라마츠의 뺨을 때려버렸다. 그 한 방에 이치마츠도 밖에서 훔쳐보고 있던 136 삼인방도, 모두 당황했다. 오히려 침착한 것은 당사자인 카라마츠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히고, 고개를 바로해 그를 바라보았다.

"오해가 있으면 말 해봐."

퉁퉁 부은 눈, 눈꼬리엔 분명 맞은 탓에 맺힌 눈물이 달려 있었다. 이치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며 그를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카라마츠가 자신의 형으로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도망치기를 포기했다. 대신 카라마츠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상황을 차근차근히 설명했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이치마츠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이야?"

카라마츠가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이야 라고 대답했다. 카라마츠는 크게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평상시처럼 멱살을 잡는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네 말을 듣지도 않고 무턱대고 때려서 미안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용서했다. 아니, 애초에 용서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카라마츠, 본인의 잘못이었다. 동생을 믿지 못하고, 동생에게 먼저 주먹을 날려 동생을 상처입힌 자신의 잘못이었다.
이치마츠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분명 이제 다시 평소처럼 지낼 수 있을탠데도 개운치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모르겠다.

"그럼 이제, 다시 평소로 돌아가자."

언제나처럼. 카라마츠는 폼을 잡으며 웃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방밖에서 구경하던 오소마츠, 쵸로마츠,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와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셋은 신경쓰지도 않고 집을 나갔다.
카라마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셋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카라마츠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을 틀었다. 큰 물소리에 자신의 울음소리가 묻히길 바라며 한 행동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괜찮은 걸까?"

"일단 두고봐야지."

"섣불리 건드리지 마."

오소마츠의 물음에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아서 하겠지. 다들 어린애도 아니고.
냉전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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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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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날조
※주관적 캐해석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 같은 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반은 모두 떨어졌다. 교사와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만일의 사태에 생길 수 있는 사건사고들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마츠노가 여섯 쌍둥이라면 사건사고를 몰고다니기로 유명한 이들이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각자 다른 반이 된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엔 당황했다. 어떤 때에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떨어져버렸다. 당황해하는 그들을 진정시킨 것은 삼남 쵸로마츠였다.

"이참에 서로에게서 자립해 보는 기회를 가지자!"

떨어져있다 해도 겨우 반만 다른 거 뿐이잖아?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쵸로마츠의 말에 다른 다섯 명은 금방 기대로 가득찼다. 그리고 각자의 목표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반의 스타가 되겠다, 여자 친구를 사귀어보겠다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처음으로 혼자 길을 걸었다.

처음엔 모두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오소마츠는 쾌활함 덕에 같은 반 남자애들과 무리없이 어울렸다. 카라마츠는 약간 허세끼가 있긴 했지만 교우관계에 문제는 없어보였다. 쵸로마츠는 어른스러우면서도 그 나이또래라는 느낌에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이치마츠도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쥬시마츠도 존재감이 좀 흐릿하긴 했지만 괜찮아보였다. 토도마츠는 말 할 것도 없다.

이상한 점이 눈에띄기 시작한 것은, 새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처음엔 카라마츠가 자주 다쳐서 돌아왔다. 듣기로는 놀다가 넘어지고, 딴 생각하다가 부딪치고 했다는데. 하지만 아무리봐도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생긴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다섯은 묵인했다. 카라마츠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것이니까.
두 번째로는 이치마츠였다. 평상시에 성실함으로 숙제도 빼먹지 않고 하던 이치마츠가 수업 시간에 숙제를 안 해왔다고 복도에서 서 있고, 교복이 더러워져서 돌아오는 일도 생겼다. 이치마츠에게 있을 리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언제나처럼 행동했으니까.
마지막으로는 쥬시마츠였다. 쥬시마츠는 야구부에 들어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그런 날엔 꼭 상처를 하나씩 달고 들어왔다. 처음엔 공이나 배트에 실수로 부딪쳤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래도 그들은 물을 수 없었다. 쥬시마츠는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소문이 나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괴롭힌다는 둥 누가 따돌림을 당한다는 둥의 소문이 전혀 돌지 않았다. 그래서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 못했다. 셋이 그 상처를 부인하기때문에, 제대로 말해주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일 학년 말. 사건이 터졌다.

"네가 뭔데?"

카라마츠의 멱살이 이치마츠에게 잡혀 높게 들어올려졌다. 카라마츠는 버둥거리며 이치마츠에게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치마츠가, 언제나 성실하고 착했던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에게 화를 내며 멱살을 잡다니. 이치마츠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카라마츠는 비틀거리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고 얼굴을 마주했다.

"동정하지마! 네놈도 똑같은 주제에 누가 누굴 동정하는 거야? 기분 더러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에 크게 상처를 입은 듯 한두방울씩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참이나 화를 내며 욕을 내뱉던 이치마츠는 겨우 진정이 됐는지 카라마츠의 멱살을 놓아주고 뒤돌아 방을 나갔다.

"괜찮아?"

"응."

오소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무언가가 잘못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건 쵸로마츠도, 토도마츠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그것을 자각하게 된 것은 그날 늦은 시각에 돌아온 쥬시마츠를 마주하고 나서였다.
쥬시마츠의 상태는 진흙탕을 열 번도 넘게 구르고,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웃고있었다. 자신은 괜찮다고 웃고있었다.

이대로는 안돼.
오소마츠가 말했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도, 이치마츠도, 쥬시마츠도 이대로 그냥 두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생겼다. 이 이상 큰일이 생기게 두어선 안된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해?

"머리 아파."

오소마츠가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끙끙 앓았다. 이런 일,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선생님께 말해야하나? 가해자를 찾아서 줘패야하나?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지? 신고해야하나? 증거가 필요한가? 어떻게? 어떻게 해야해?

셋은, 결국 해답을 찾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허세만 더 늘었고, 이치마츠는 성격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쥬시마츠는 웃는 법 외에 표정을 짓는 방법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셋은 그냥 다른 셋에게 맞춰가기로 했다. 평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주 친한 형제로, 서로에게 아무렇지 않게 독설도 날리며. 그렇게, 그렇게 그 일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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