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츠가 왜 이치마츠같이 됐어?"
다섯 명은 방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제법 봐줄만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소마츠의 물음에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물음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은 관심 밖인듯도 싶었다. 어쨌거나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카라마츠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였지? 아마 어제 밤부터였을 것이다. 카라마츠는 원래도 차분히 자는 타입이었지만 어제는 평소보다 더 얌전하게 잠이 들었다. 다른 형제들이 깨서 시끄럽게 굴 때에도 아무 소리없이 잘 정도였다. 그저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 없어?"
쵸로마츠가 물었다. 모두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각자 개인플레이를 하다보니 서로가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가 없었다. 쵸로마츠도 그랬으니 다른 형제들을 나무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모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카라마츠의 상태는 여전했다. 그렇게 밖에서 떠들었으면 소리가 들렸을탠데 여전히 벽에 기댄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카라마츠 걸즈가 기다리고 있다며 잔뜩 꾸미고 나갔을 탠데. 평상시엔 짜증나더라도 막상 이런 상황이 되면 신경쓰인다.
"누가 물어보고 오는 건 어때? 이대로 계속 있어도 해결 될 거 같진 않은데."
토도마츠가 제안했다. 확실히 이대로 있는다고 뭐가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진 않으니까. 그리고 각자 자신이 하고자 한 일들이 있다. 그 일들을 미뤄가면서 까지 불편한 자리에 있고싶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가 남을 것인가? 그건 중요한 문제였다.
"이치마츠 형이 물어보는 건 어때?"
토도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는 내가 왜? 라는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토도마츠는 그저 방긋 웃을 뿐이었다.
"그러게. 이치마츠가 남는 게 좋겠다. 카라마츠는 너한테 거짓말 못 하잖아."
오소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정말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넷을 노려보았지만 이미 결정이 나 버린 상황이었다. 넷은 일어나며 이치마츠를 응원하고 각자 할 일을 하러 가버렸다.
"야구-!"
복도에 남은 것은 쥬시마츠의 목소리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가득 담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놀라 자신을 바라봤을 카라마츠가 오늘은 고개도 들지 않고있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머리를 긁다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뭔데?"
물었다. 카라마츠는 반응이 없었다. 자신의 방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지 못한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발소리가 들리는 게 분명한데 미동조차 없다. 평소라면 흠칫흠칫 몸을 떨고, 잘못 한 것도 없으면서 사과하고 했을탠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옷을 잡아 들었다. 카라마츠는 딱히 버틸 생각은 없었던듯 힘없이 끌려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기분이 더 나빠졌다. 마치 물에 빠진 솜인형을 들어올린 기분이었다. 축 늘어져선.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불렀다. 카라마츠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사선을 긋던 두꺼운 눈썹이 힘없이 팔자를 그리고 있었다. 아, 이치마츠. 그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이치마츠는 짜증을 가득담은 한숨을 다시 내뱉으며 그를 놓았다. 비틀거리던 카라마츠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치마츠는 아까 오소마츠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이게 내 평소같다고? 무슨 개소린지. 이치마츠는 짜증을 억누르며 카라마츠의 앞에 앉아 얼굴을 마주했다. 카라마츠는 허탈한 웃음을 지은 채로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 해. 뭐가 문제야?"
명령조였다. 이치마츠는 이번에도 카라마츠가 대답하지 않을 경우에 평소처럼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아쉽게도 카라마츠의 옷이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이치마츠의 짜증을 높일 대로 높여놓곤 순순히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래서 기운이 빠지더라.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졌어."
그냥 이대로 이렇게 살고싶어.
이치마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걸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자신이 아니라 쵸로마츠나 토도마츠가 대답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아니면 쥬시마츠의 웃음으로 넘어가든가.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다들 걱정하는 거 같으니까, 일단은 나갔다 올게. 요컨데 다 나은 척을 하겠다는 거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걱정? 개소리마. 난 네놈따위 걱정 한 적 없으니까."
평소라면 금방 울먹이는 얼굴이 되었겠지.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저 힘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 누가 나 같은 걸 걱정하겠어. 카라마츠가 중얼거렸다. 이치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평소 형제들도 나한테 이런 기분이었던 거야? 아니, 이건 그거보다 심한 거 같은데. 이치마츠는 당황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이치마츠의 손을 풀고, 근처에 널부러져있던 선글라스를 썼다.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도 정리했다. 옷도 갈아입었다. 이제 겉보기엔 평소의 카라마츠와 다름없었다.
"나갔다 올게."
이치마츠는 심장이 크게 두근거림을 느꼈다. 지금 카라마츠를 놓쳐선 안된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그를 잡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문을 닫고 나갔고, 이치마츠는 혼자 남겨졌다.
"그래서, 고민이 뭐였대?"
가장 먼저 귀가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물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숨기지 않고 말 해 주었다.
"갑자기 모든 거에 다 회의감이 든다나 뭐라나."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어차피 이걸 해봤자 무얼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저 생각일 뿐이어서 무시했는데 그 생각이 온 몸의 힘을 다 훔쳐갔다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들은 대로 말해주었다.
가만 듣던 오소마츠는 흘끔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이치마츠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시계를 계속 보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어린 애도 아니고. 괜찮을 거야."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치마츠는 태평한 소리를 하는 오소마츠를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으러 가나 하고 오소마츠는 닫히는 문을 가만 바라보다 상에 엎어졌다. 정말이지-.
"싫어한다고 해도 쌍둥이니까."
닮는 거 같단 말이지. 오소마츠는 작게 소리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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