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색마츠(카라+이치) 중심 논커플링

 

 

 

 시끄러워. 이치마츠는 짜증을 내며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핸드폰의 배터리를 분리해냈다. 몇 시간 전 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시계는 자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제 앞머리를 쓸어올리곤 운전대에 이마를 박았다. 턱, 하고 어깨 위에 손이 올려진다. 그 손을 쳐낼까 생각하다 말고 허리를 폈다. 카라마츠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이치마츠는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쯧 혀를 찼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반응임에도 실제로 그렇게 반응하니 견디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이치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고집은 여전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다섯 시간 째였다. 중간에 기차로 갈아타려 했것만 기차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차고지에 들어가 점검을 받을 수 조차 없는 상태라는 게 이유였다. 공항으로 갈까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남은 방법은 차를 타고 북쪽으로 가는 방법 뿐이었다. 거기서 또 뭘 타야했더라.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며 머리를 긁었다.

 카라마츠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었다. 그렇다곤 하지만 언제 다시 나빠질지도 모르고. 솔직한 심정으로 이치마츠는 이쯤하고 돌아갔으면 했다. 하루를 꼬박 달려야 도착할까 말까다.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들었다. 일단 지금은 쉬어야 한다. 휴게소에 도착한지 이제 십 분째인가.

 

 "자. 해떠야 갈 거니까."

 

 툭 하니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는 끄덕였지만 자고싶진 않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계속해서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치마츠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 소리는 북쪽으로 가면 갈 수록 더 커져서 어떨 땐 이치마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잠잠해졌지만. 카라마츠는 안전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었다. 발을 시트 위로 올리고 몸을 웅크려 다리를 끌어안았다.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휴게소의 늘어선 가게들도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눈을 감았다. 해가 뜨면 다시 열 시간을 넘게 차를 끌고 가야하니, 미리 자두는 게 좋겠지. 카라마츠는 알아서 잘 조절 할 거야. 이치마츠는 몸에서 힘을 뺐다.

 다시 눈을 떴다. 핸드폰에 배터리를 꼈다. 전원 버튼을 누를까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켰다. 진동이 울린다. 수 십 통. 네 명이 번갈아가면서 계속 전화했나. 쯧,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흘끔, 카라마츠를 보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목록을 쭉 내린다. 토도마츠, 오소마츠, 쵸로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오소마츠, 쵸로마츠, 엄마, 아빠. 그리고 진동. 오소마츠다. 이치마츠는 망설이다가 전화 버튼을 눌렀다.

 

 [이 새끼야!]

 

 이럴 줄 알고 스피커를 멀리 뒀지.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이치마츠는 핸드폰을 제쪽으로 끌어당겼다.

 

 "일단 진정해."

 

 [진정 할 수 있겠냐? 어?]

 [뭐야? 이치마츠? 이치마츠야?]

 [형! 카라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은 괜찮은 거야?]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아, 시끄러워.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아까보다 더 몸을 웅크리고 있다. 손을 들어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카라마츠와 자신의 사이로 옮겼다. 전화 너머는 여전히 시끄럽다. 누가 대표로 전화를 이어갈지를 정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고서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일단 얘기를 들어볼게.]

 

 쵸로마츠가 이어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몇 번 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카라마츠의 기침 소리에 저 너머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쵸로마츠가 제발 좀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다시 잠잠해졌다. 이치마츠는 생각을 정리했다. 어떻게 하면 납득시킬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도 납득 시킬 수 없겠지. 이치마츠는 그냥 적당히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카라마츠가 홋카이도에 있는 가무이곶에 가고싶대. 그래서 가는 중이야."

 

 다시 소란. 그게 말이 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카라마츠의 상태를 알고 하는 소리야? 지금 괜찮은 거야? 카라마츠, 아프진 않아? 춥진 않아? 홋카이도라니, 이 시기에? 제 정신이야? 미친 거 아니야? 얼른 돌아와! 허튼 생각 말고 일단 돌아와. 그 뒤에 다 같이 가자. 다 같이 가는 게 더 안전 할 거 아니야. 지금 운전하면서 전화하는 건 아니지? 지금 어디야? 우리가 그쪽으로 갈까? 잠깐, 잠깐.

 

 [일단, 일단 진정하자. 가무이곶엔 왜 가고싶은 거야? 카라마츠, 옆에 있지?]

 

 말해줘. 쵸로마츠가 모두를 진정시키고 묻는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입을 다문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 쵸로마츠가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카라마츠를 달랜다. 네가 납득 할 만한 이유를 말해줘야 우리가 도와주거나 할 수 있어.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입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말, 할 수 없다. 미안하다."

 

 뭐? 자, 잠깐. 잠깐만. 카라마츠는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가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몸을 웅크리고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겨우겨우 그를 진정시키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대신해 형제들을 설득했다. 형제들은 이해하진 못했지만 카라마츠의 고집이라는 말에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이치마츠는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곤 편하게 몸을 기댔다. 몸에서 힘을 빼고, 천천히 잠에 빠져든다. 약간 열어둔 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나쁘지 않아.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눈을 붙였다.

 

 

 "힘들진 않아?"

 

 이치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운전대를 바로 잡았다. 해가 뜨자마자 달렸다. 지금 시간은 오후 한창 때였다. 밥은 대충 오는 길에 있던 휴게소에 들러 해결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이제 페리를 타러 가야한다. 시간이 맞는 페리가 있을까.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속이 울렁거린다. 차를 오래 탄 탓인가. 아니면 항상 죽만 먹다가 다른 걸 먹어서 위에 부담이 간 건가. 이치마츠에게 말해야 하나? 말하는 게 좋겠지. 그렇지만 여기서 차를 세울 수 있나?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속 안 좋아?"

 

 조금만 참아. 금방 세워줄게. 이치마츠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카라마츠는 차가 멈추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도로변 풀숲으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물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갔다. 모든 것을 게워낸 카라마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숨을 몰아쉬었다. 물로 입을 헹궈내고 이치마츠에게 몸을 기댄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부축해 다시 차로 돌아왔다. 카라마츠를 앉히고, 자신도 운전석에 앉는다.

 

 "이제 좀 진정됐어?"

 

 이치마츠가 묻는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방금 전까진 괜찮았는데. 이치마츠는 아까 전 먹은 걸 생각해보며 운전대를 잡았다. 차가 움직인다. 이치마츠는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흘끔 카라마츠의 안색을 살폈다. 한결 가벼워진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상태가 좋아보인다고 할 순 없었다. 다음 휴게소에서 쉬었다 가야하나. 고민하며 이치마츠는 라디오를 켰다.

 

 [-. 속보입니다. 지하철 붕괴 사고 현장에서 나무 뿌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나무 뿌리는 도쿄 중심 광장에 자라난 나무의 뿌리로 확인되었으며 현재 빠른 속도로-.]

 

 카라마츠가 라디오를 껐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치우고,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전역으로 도쿄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사태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라디오를 껐다. 카라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차안은 조용했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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