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카라카라카라 -2P카라(카라)x1P카라(카라마츠)x흑카라(마츠)
※카라른 요소 포함
※이게 무슨 일이래 에서 이어지는 느낌?
※설정은 하뮺님과 젱킨님께서
※초반 수위 주의(?)




 "흐아! 아, 그. 우욱."

 그만하라는 명령도, 부탁도 통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꽉 눈을 감고서 손으로 몸을 받쳤다. 뒤에 들어차는 감각이나 목안으로 치고들어오는 감각은 도저히 익숙해질래야 익숙해 질 수가 없었다. 주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카라마츠는 둘 사이에 껴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이곳에 들어온지 꼬박 하루가 지났음에도 좀처럼 지친 기색은 없어보였다. 아니, 중간에 밥을 먹고 제 할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니 그런 걸까. 카라마츠는 눈을 가늘게뜨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눈이 푸르게 빛난다는 착각이 들었다. 무서워.
 관계가 끝난 건 카라마츠가 완전히 지쳐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었을 때였다. 카라는 흐르는 땀을 대충 손으로 닦아내곤 기절하듯 잠든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몸 여기저기 이빨자국이며 붉은 자국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이젠 희미해진 멍자국. 쯧, 카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씻겨야하는데, 넌 움직일 수 있냐?"

 그런 카라를 바라보던 마츠가 묻는다. 카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만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거 다행이네. 마츠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하곤 카라마츠를 안아들었다. 따라와. 툭 내뱉곤 먼저 욕실로 향한다. 카라는 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따라간다.
 욕조에 카라마츠를 앉히고 따듯한 물을 튼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카라는 마츠의 등을 훑었다. 여기도 희미하게 멍자국이 남아있네. 다른 흉터도 보이고. 카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이 세계의 저든, 저 세계의 저든 썩 좋은 대우를 받진 못하나보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고 셋이 들어간다. 욕조하난 드럽게 넓네. 카라가 중얼거리자 마츠가 낮은 소리로 웃는다. 카라마츠는 여전히 잠들어있다. 카라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도 모르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미안해?"

 "넌 안 미안하냐?"

 마츠는 고개를 갸웃한다. 카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쯧 혀를 차곤 욕조에 등을 기댔다. 이놈은 너무 호구고, 저놈은 너무 인간미가 없다. 그나마 자신이 가장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카라는 눈을 감았다. 격한 운동 다음에 따듯한 물이라. 잠들기에 딱 좋지.
 마츠는 눈을 감고있는 카라를 위아래로 훑었다. 물때문에 잘 보이진 않지만 아까 보건데 몸에 아주 희미하게 흉터가 있었다. 화상 자국도 등쪽에 작게 있었고. 저쪽도 썩 좋은 대우를 받진 못하는 모양이지. 마츠는 제 품에 안겨있는 카라마츠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내가 얘보단 좋은 대우 받고있지 않나.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모두 똑같은 카라마츠다. 다른 세계라고해서 위치가 달라지진 않을테지. 똑같은 위치. 똑같은 최하위. 사랑받는 카라마츠는 없는 건가?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인가? 마츠는 생각을 관두고 카라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야."

 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카라가 저를 바라보고있다. 너 말야. 잠시 뜸을 들인다. 바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하다싶었지만 재촉하지 않고 말하길 기다린다. 몇 번 입을 열었다 닫은 카라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마츠는 그런 카라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걸."

 물이 크게 출렁였다. 마츠는 킥킥, 작게 소리내 웃으면서 카라를 바라봤다. 카라는 입꼬리를 내리고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돌렸다. 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잡아 들고 주물렀다. 슬슬 나가야하지 않을까. 카라마츠의 손가락 끝이 쭈글해졌다. 저도 그렇고, 카라도 그렇겠지.

 "일어나자."

 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아들고 먼저 욕조를 나갔다. 카라는 그 뒤를 따라나와 수건으로 카라마츠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고, 마츠도 닦아주었다. 마츠는 고개를 까딱이는 거로 인사를 대신하고 먼저 욕실을 나갔다.
 카라마츠를 침대에 잘 눕혀서 이불을 덮어주고, 가운을 꺼내와 걸쳤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 두 개를 꺼내들고 손에 쥔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카라는 흘끔 마츠를 보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깨려면 오래걸리겠지.

 "왜 우리가 이렇게 모이게 된 걸까?"

 마츠가 물었다. 카라는 고개를 돌려 마츠를 바라봤다. 마츠는 흘끔 카라를 쳐다보곤 시선을 맥주로 옮겼다. 캔을 딴다. 입술을 대고 캔을 기울인다. 쓴맛이 혀를 덮치고, 따가운 탄산이 목을 자극한다. 마츠는 눈살을 찌푸리곤 캔에서 입을 뗐다. 더럽게 맛없네.
 카라는 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마츠가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 카라마츠 세 명이 이 세계에 모인 이유. 이 사건의 원흉. 그건 자신들임이 분명했다.
 간절이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런 말이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그들이 똑같이 간절히 원한 것. 세 명의 카라마츠의 유일한 공통점. 카라는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마츠는 맥주를 들이켰다. 차라리 다른 세계로 가 사랑받는 삶을 살고싶었다.

 "참 잔인하지."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다니 말이야. 덕분에 화나서 괜히 카라마츠한테 화풀이나 하고. 마츠가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카라는 아무말 하지 못하고 이젠 미지근해진 맥주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츠는 흘끔 카라를 훑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마신 맥주캔을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침대에 몸을 눕힌다. 카라마츠는 깊게 잠든 건지 뒤척이지도 않는다. 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눈을 감았다. 카라는 둘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츠의 말대로다. 참으로 잔인하다. 다른 세계로 간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위치는 변하지 않음을, 대우는 바뀌지 않음을, 사랑받을 수 없음을 직접 보여주었다. 누가 보여준 건지는 몰라도 정말 잔인한 존재라고 카라는 생각했다.
 맥주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고 카라마츠의 옆에 눕는다. 마츠는 어느새 잠들었다. 카라는 손을 뻗어 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라리 이렇게 계속 셋이 지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서로를 사랑 할 수 있다면.
 하. 카라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웃기지도 않는 얘기다. 자기자신을 사랑한다니. 나르시스트, 그것도 상당한. 카라는 손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게 되겠지. 상처를 내는 사람만 가득한 세계로. 돌아가기 싫다.
 카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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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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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2P카라x오리지널 카라x흑카라 입니다.
※단문



 카라마츠는 눈을 떴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허리며 목이며 안아픈 곳이 없다. 거기다 아래도. 잘 올라가지 않는 손을 들어 이마를 짚고,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차분하게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자. 어느 시점부터 조각나서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어제 아침. 아침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아니, 조금 다르다. 사람이 둘 늘어있다. 아침밥 그릇이 여섯개가 아니라 여덟개였다. 그리고 늘어난 두 사람은, 자신이었다. 분위기나 복장은 자신과 전혀 달랐지만 얼굴은 똑같았다.
 그래. 그 둘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다. 그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닮은 듯 달랐다. 한 명은 자신과 성격이 정 반대였다. 언행이 거칠고, 다정함이라곤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른 한 명은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모두 끄집어낸 것만 같았다. 죄책감이라는 걸 모르고, 자신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아무리 다르다해도 부르는 이름이 같으면 헷갈릴테니 부르는 호칭을 다르게 했다. 이 세계의 원래 카라마츠는 그냥 카라마츠. 카라마츠와 정 반대인 성격을 가진 카라마츠는 카라. 카라마츠의 부정적인 모습의 카라마츠는 마츠가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어떻게 됐더라?

 "일어났네."

 고개를 들었다. 카라인가, 마츠인가. 생각하는 사이에 불쑥 얼굴이 들이밀어진다. 마츠다. 손을 들어 어깨를 밀어내고 카라마츠는 다시 몸을 눕혔다. 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더니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답지않게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카라마츠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침대도 푹신하고, 이불도 포근하고, 손길도 좋. 아? 침대? 침대? 우리집엔 침대가 없는데. 카라마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츠가 눈을 가늘게뜨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기억 안 나?"

 카라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츠를 바라봤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방금 막 따듯한 물로 씻은 건지 머리에서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카라가 욕실에서 나왔다. 카라마츠는 카라를 바라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 이거. 설마.

 "앞으로 며칠은 더 여기있을 거 같은데. 그쪽 생각은 어때?"

 "몰라. 그딴 거 나한테 묻지 마."

 그딴 거라니, 꽤 중요한 일이잖아? 마츠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자 카라가 쯧 혀를 찼다. 카라마츠는 이리저리 굴리던 눈동자를 한곳으로 고정시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씻으려고? 카라와 마츠가 동시에 물어온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욕실에 들어갔다. 뒤에서 웃음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울려오는 허리를 두드리며 한 손으로 세면대를 잡았다. 이곳은 집이 아니다. 아마 호텔이나 그런 곳. 그리고 자신은 옷을 입고있지 않다. 아래는 아프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거울을 보기 무섭다. 무섭지만 봐야만 했다.
 거울을 보자 동시에 조각났던 기억들이 맞춰졌다. 카라마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 카라가 씻고있었던 탓에 바닥은 물기가 가득했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곤 눈을 꽉 감았다.
 달칵, 문이 열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와 마츠를 바라봤다. 둘은 눈짓으로 대화하더니 카라마츠를 안아들어 침대로 옮겼다. 카라마츠는 겁에 질린 얼굴로 둘을 바라봤다.

 "돌아갈 때 까지, 잘 부탁해."

 "재밌게 놀아달라구."

 부디 빨리 저 둘이 원래 세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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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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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단문


  "멍청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제 앞으로 옮겼다. 카라마츠의 앞엔 작은 무덤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무덤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몇 번이고 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지금 말 해봤자 역효과다. 역효과를 넘어서 최악이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제 훌쩍임을 넘어서 오열이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적당히 허름한 멘션에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는 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누군가가 어린 아기를 버리고 갔다. 이치마츠는 아기를 보자마자 바로 시설에 맡기자고 강요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에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자신이 기르겠노라 선언했다. 그 일로 둘은 크게 싸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죽지 않는다. 목이 잘려도 다시 붙었고, 심장이 꿰뚫려도 계속 뛰었다. 그 어떤 사고를 당해도 몸은 살아갔다. 그런 몸은 늙지도 않았다. 둘은 그렇게 몇 백 년을 살아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지 않도록 노력하며,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며.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정은 붙었고, 그렇게 된 사람이 하나 둘 죽어 갈 때마다 둘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카라마츠는 매번 괴로워했다.
 그때도 얼마전에 무척 친했던 이웃이 사고로 죽어 우울해하던 때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 생각하던 때에 갑자기 아기가 나타났고, 카라마츠는 그 아기를 끝내 품에서 내놓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며 카라마츠를 타이르다 포기하고, 아기를 돌보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몇 백 년을 살아왔지만 아기를 기르는 것은 처음인 둘이었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도 많았고, 실수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하나씩 익혀나갔다. 둘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이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기의 이름은 코우 라고 지었다. 단순하지만 예쁜 이름이라고, 카라마츠는 웃으며 말했다.
 코우는 크게 앓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엔 정기적으로 찾아가 검진을 받았고, 확실하게 건강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소아과에 건장한 청년 둘이 같이 찾아가니 눈총을 받는 일이 많아 한 번 씩 번갈아가면서 병원을 다녀왔다.
 코우는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 사실 우는 얼굴도, 그 어떤 얼굴도 참 예뻤다. 카라마츠는 그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욕심을 냈다. 좀 더, 좀 더 이렇게 오래 행복하게 있고싶다고. 말뿐인 욕심이었지만 말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았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인가. 코우는 한 살을 채 채우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카라마츠는 그 뒤로 한 달을 계속 울었다. 코우를 묻어주고서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울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위로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카라마츠에겐 들리지 않을테니까.
 한 달이 지난 뒤 방밖으로 나온 카라마츠는 이번엔 한 달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한 달을 침묵의 한 달이라고 불렀다. 카라마츠가 말을 하지 않으니 이치마츠도 덩달아 말을 하지 않게 된 탓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낸 뒤에 다시 찾은 코우의 무덤에서, 카라마츠는 오열했다. 이치마츠는 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막으려 손을 들었다. 다시 내렸다. 몸을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땅에 이마를 박고서 울고 있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팔에 힘을 실어 단단하게 카라마츠를 옭아맸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 이치마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너한테 멍청이라고 했지만 나도 멍청이인 건 마찬가지야. 이치마츠는 말을 삼키며 눈을 감고 카라마츠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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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오소마츠상 3.5화에 나온 이치게르게가 왼쪽
※카라마츠가 혼자 산다는 설정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카라마츠는 어쩐지 항상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싶어졌다. 평소엔 그런 일이 없었고, 어차피 휴일이었으므로 카라마츠는 그 충동에 몸을 맡겼다. 카라마츠는 몸을 돌려 다른 길로 들어갔다. 주변은 조용했다. 빗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카라마츠는 수국과 마주했다.
 보라색으로 예쁘장하게 피어있는 수국은 카라마츠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카라마츠는 그 앞에 쭈구리고 앉아 수국을 들여다보았다. 예쁘다. 고향집에 있는 동생이 떠오른다. 카라마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수국 사진을 찍었다. 답장이 올거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보내 줄 생각이었다. 톡톡, 화면을 두드릴 때 소리가 들렸다.

 "우-."

 사람의 목소리 같았지만 그보다 더 작았고, 어딘가 탁했다.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시 우, 하고 낮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는 소리가 난쪽으로 다가가 수국잎을 들췄다. 무언가 꿈틀거리며 카라마츠쪽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민달팽이라고 생각했다. 비오는 날에 민달팽이를 보는 일은 흔하니까. 길이는 검지 손가락 정도로 제법 큰 편이다. 색은 보라색인데 포도를 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민달팽이가 먹는 거에따라 색이 달라지던가? 어쨌거나 눈도 위쪽에 더듬이처럼 톡 튀어나와 있었으니까 민달팽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뭔가 다르다. 입이 있는 위치에는 사람 얼굴이 붙어있다. 조금 내려가니 작은 손도 달려있다. 배엔 초록색 소나무 무늬도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제 두 번째 동생을 닮아 있었다.

 "아-."

 민달팽이-가 아님이 분명했지만 이름을 모르니 민달팽이라고 일단 부르기로 했다-는 갈라진 목소리로 울며 카라마츠의 손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는 저도 모르게 민달팽이에게 손바닥을 내어주었다. 민달팽이는 카라마츠의 손바닥으로 기어올라와 몸을 말고 눈을 감았다. 새근새근, 아주 작은 숨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점액질로 끈적거릴 거라 예상했지만 끈적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푹신했다. 카라마츠는 수국잎 몇 장을 떼어내 민달팽이에게 덮어주고 그대로 집에 데려와버렸다. 동생과 닮은 얼굴이라 그냥 두고 올 수 없었다고 변명하며 카라마츠는 유리병에 수국잎과 민달팽이를 넣어두었다. 뚜껑은 닫지 않았다.
 민달팽이는 두 시간 뒤에 눈을 떴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놀란 건지 두리번거리며 우, 우 울어대다가 익숙한 수국잎에 몸을 감췄다. 병을 돌리면 민달팽이의 모습이 보이겠지만 카라마츠는 그냥 내버려두었다. 민달팽이의 입장에서는 납치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익숙해지면 나오겠지. 카라마츠는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집안을 정리했다.
 민달팽이가 수국잎에서 나온 건 한 시간 쯤 뒤였다. 민달팽이는 유리병에 딱 달라붙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겁에 질려있던 아까 전 모습과는 다르게 호기심으로 눈이 빛나고 있었다. 적어도 카라마츠는 그렇게 느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민달팽이에게 다가왔다. 민달팽이는 카라마츠가 다가오자 벌리고 있던 입을 더 크게 벌리며 최대한 큰 소리로 우, 우 하고 울었다. 카라마츠는 그런 민달팽이를 바라보다 병을 기울였다. 민달팽이는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카라마츠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우-, 아-."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던 민달팽이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작은 두 손을 펼쳤다. 카라마츠는 검지 손가락으로 민달팽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거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민달팽이는 카라마츠를 올려다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거실 테이블 위를 느릿하게 기어다녔다. 카라마츠는 그 옆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민달팽이는 뭘 먹고 살지? 갑자기 든 생각에 카라마츠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화면을 켜니 아까 전에 찍은 수국 사진이 자신을 반겼다. 카라마츠는 가만 사진을 바라보다 홈 버튼을 누르고, 인터넷 앱을 눌렀다. 멋대로 데려왔으니 제대로 길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과일, 채소 같은 것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 아-."

 걸음을 옮기니 민달팽이가 따라온다. 카라마츠는 고민하다가 민달팽이를 다시 유리병 안에 넣어주었다. 위험하니까 잠시만 기다려. 알아들을 리 없지만 그렇게 속삭이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 안은 텅 비어있다. 찬장엔 인스턴트만 가득이다. 카라마츠는 고민하다 겉옷을 걸쳤다.

 "금방 올태니까, 기다려."

 민달팽이에게 속삭이고 집을 나섰다. 뒤에서 기다려 라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혼자 사는 집이다. 민달팽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저에게 기다리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방에 없다.
 근처 수퍼에서 대충 채소와 과일을 사왔다. 민달팽이는 유리병 안에서 얌전하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 민달팽이에게 칭찬의 말을 던졌다. 그 말을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민달팽이의 얼굴이 붉어진 것 같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거저거 사와봤어."

 바나나, 토마토, 상추, 그 외 여러 가지. 카라마츠는 조금씩 접시에 담고, 민달팽이를 꺼내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민달팽이는 카라마츠와 먹을 걸 번갈아 바라보다가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라마츠는 웃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엽다. 아, 그래. 카라마츠는 핸드폰을 꺼내 민달팽이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지만.
 메신저 앱으로 들어가 둘째 동생이 있는 방을 누른다. 아까 전 찍은 수국 사진을 첨부하고, 네 생각이 나서 찍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읽음 표시는 뜨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선 홈 버튼을 눌렀다.

 "아-, 우-, 아-."

 민달팽이가 카라마츠에게 다가온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민달팽이를 바라봤다. 민달팽이는 작은 손으로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그러더니 몸을 부벼온다. 위로해주는 건가. 카라마츠는 웃으며 민달팽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그래. 이제부터 기를 거니까, 이름을 줘야지. 카라마츠는 민달팽이를 가만 바라보았다. 둘째 동생을 닮은 얼굴. 이치라고 부를까.

 "네 이름은 이제 이치야."

 나중에 이치마츠가 알면 뭐라 하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태니. 카라마츠는 웃으며 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치는 우,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입을 우물거렸다. 무언가 말하려는 걸까. 민달팽이가 어떻게 말을 한다고. 그렇지만 사람처럼 생겼잖아? 카라마츠는 손을 내리고 이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치는 몇 번 더 입을 우물거리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치-."

 이치는 무럭무럭 자랐다. 유리병은 금방 크기가 작아져 카라마츠는 커다란 어항을 사와야했다. 카라마츠가 일하러 나가면 이치는 혼자 남아 어항 속에서 얌전히 카라마츠를 기다렸다. 카라마츠는 집에 오자마자 이치를 찾았고, 이치는 카라마츠에게 매달리며 애교를 부렸다.
 카라마츠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이치에게 말을 가르쳤다. 이치는 지능이 제법 높은 듯, 금방 말을 익혀서 이제 제 의사를 어느정도 말로 표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가릴 수 있어서 이불 위에 올려놓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이쯤 되어서야 이치가 민달팽이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렇담 이치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체가 중요한가? 정체가 무엇인지 알면 더 잘 기를 수 있겠지만 지금도 괜찮지 않아? 그래. 지금으로도 충분해. 카라마츠는 이치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 라. 마츠-."

 "그래, 이치."

 이치가 두 손을 저에게 뻗으며 제 이름을 부른다. 카라마츠는 웃으며 이치를 안았다. 이치는 이제 소형견 보다 조금 큰 정도까지 자랐다. 얼마나 더 자랄지는 알 수 없지만 얼마만큼 자라든 버리지 않겠노라고 카라마츠는 다짐했다.
 그 다짐을 아는 건지 이치는 더 자라났다. 거의 카라마츠만한 키가 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무언가 잘못 되고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딱히 뭔갈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치가 집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줄 뿐이었다.
 이치는 착했고, 순했다. 그리고 얌전했다. 카라마츠가 하지 말라한 건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그것이 이치의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카라마츠에게 이치는 애완동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이치는 카라마츠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능이 높고, 생각이 가능한 인간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그 날은 비가 내렸고, 이치와 카라마츠만 사는 집에 드물게 손님이 찾아왔다. 카라마츠는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자 이치를 급히 옷방에 밀어넣고, 절대 나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치는 고개를 끄덕였고, 방안에서 얌전히 앉아 카라마츠가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렸다.
 문 너머로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고함 소리인걸까. 아니 비명소리인가.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도 나는 것 같다. 텔레비전이라 불리는 뭔가를 보여주고 소리내는 상자에서만 듣던 소리들이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치는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날 부르는 건가?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맞았지만 무언가 달랐다. 저를 부르는 거라면 다정하게 이치 라고 불렀을 것이다. 근데 방금 들린 건. 이치마츠, 거기다 화난 목소리. 이치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았다. 무섭다. 열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궁금했다. 이치는 아주 조금 문을 열었다.
 거울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카라마츠가 항상 보고 있었던 거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카라마츠가 그랬다. 이치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카라마츠와 닮았지만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저 너머에 서 있는 카라마츠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그만 좀 해! 나도 참을만큼 참았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데 왜그래?"

 "그렇다고 몇 주가 지나도록 연락을 안 해?"

 이치는 문을 닫았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했다. 문 너머에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이치는 저 광경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치는 손으로 제 가슴-으로 추정되는 부위-을 짚었다. 어쩐지 찡하니 울려오는 것 같다.
 밖이 조용해진 건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카라마츠는 조심히 문을 열어주었다. 이치는 느릿하게 기어나와 방을 둘러보았다. 엉망이었다. 자신이 작았을 적에 지낸 유리병과 어항은 산산조각 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위험하니까 기다려."

 카라마츠는 큰 조각들을 치우고 청소기를 가져와 작은 조각들을 빨아들였다. 이치는 얌전히 서서 기다렸다. 카라마츠는 청소기를 내려두고 손짓했고, 이치는 느릿하게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이치를 바라보다 웃곤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이치는 조심히 침대로 다가가 몸을 숙였다. 카라마츠의 등에 얼굴을 대고 손으로 옷을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를 바라보다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빗소리만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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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프로하(@Minari_00)님의 근육마츠 센티넬버스( http://frozenhearts.postype.com/post/93388/)에서 이어집니다? 설정을 빌려왔습니다? 내용이 좀 다릅니다.



 하늘은 검고, 주변은 모래만 수북하다. 건물들은 무너져서 제 형체를 잃은지 오래고, 그 사이에 무사히 서 있는 사람은 몇 존재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마저 겁에질려 거의 다 도망쳤으니 이제 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이라곤 저와 제 동생 둘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핸드폰을 꺼내 급히 쵸로마츠를 부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쥬시마츠."

 노랗게 빛나는 눈빛이 이리도 소름돋았던 적이 있던가.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모래 먼지가 가득해 숨을 쉬기 힘들었다. 능력탓에 생긴 먼지. 저한테 무척이나 불리한 환경이었음이 분명했지만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주먹을 쥐었다.
 나는 가이드가 아니기에 널 진정시켜 줄 수 없어.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까득 이를 갈며 어깨에 힘을 준다. 저 멀리 쵸로마츠가 급하게 뛰어와 토도마츠를 업고 돌아가는 게 보인다. 이제 우리를 막을 건 없다. 카라마츠는 주먹을 쥐었다.

 "네 기분이 풀릴 때까지 상대해주마."

 시야에서 쥬시마츠가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카라마츠는 그 흔적을 쉽게 쫓을 수 있었다. 쥬시마츠의 손목에는 그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기 위한 장치가 달려있었고, 그 장치는 전기로 움직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팔을 들어 쥬시마츠의 무릎을 막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처음부터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살의. 좋지 않아.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쥬시마츠를 노려봤다. 쥬시마츠는 흠칫 크게 몸을 떨더니 급히 뒤로 물러났다.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고서 자세를 잡았다. 쥬시마츠의 속도를 자신이 따라가는 건 무리다. 움직임을 멈추게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만, 쥬시마츠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것도 힘들다. 상성이 나빠. 카라마츠는 아파오는 머리에 쯧 혀를 찼다. 머리 쓰는 일은 이치마츠나 쵸로마츠에게 맡기는 게 최고인데.
 쥬시마츠가 다시 움직였다. 카라마츠는 전기를 쫓았다. 제 위치에서 여섯시 방향, 아래쪽. 카라마츠는 가볍게 위로 튀어올라 허공에 손을 저었다. 파란 전기가 손에 모여 가느다란 창 모양을 만든다. 어깨를 최대한 뒤로 빼 창을 높게 들어올렸다가 땅을 향해 빠르게 던졌다.
 모래가 튄다. 탄 냄새가 난다. 카라마츠는 땅을 잠깐 디뎠다가 뒤로 크게 세 걸음 물러났다. 쥬시마츠에게 창은 효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쥬시마츠는 타버린 제 모래벽을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한 손을 들어 허공에 반원을 그렸다. 쥬시마츠는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직선으로 뛰어오진 않는군. 카라마츠는 눈으로 쥬시마츠를 쫓으며 손을 까딱였다. 푸른 빛을 띄는 번개가 쥬시마츠의 주변으로 하나씩 내리꽂아졌다. 쥬시마츠는 번개를 피하며 카라마츠에게 접근했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가 제 앞으로 다가왔을 때, 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쥬시마츠의 발이 카라마츠의 팔을 찼다.

 "칫."

 또 읽힌건가. 쥬시마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발목을 잡았다. 쥬시마츠는 급히 다리를 빼내려했지만 이미 몸은 저 멀리 던져져 있었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 몸을 돌려 간신히 부딪치지 않고 착지한다. 그와 동시에 모래들을 쌓아올려 몸을 가렸다. 모래가 주변으로 튀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다. 아니, 피하지 않아도 피해진다. 카라마츠는 저를 공격 할 수 없다. 능력으로 인해 생긴 인공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번개는 번개다. 온도는 감히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거기다 불이 아닌 전기. 몸을 타고 흐르며 속까지 다 태워버리겠지. 쥬시마츠는 쯧 혀를 찼다. 이런 상황에서도 카라마츠는 형이었다.
 쥬시마츠는 점점 몸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한계가 왔다. 카라마츠는 제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다. 쥬시마츠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건물도 모두 무너졌고, 일부는 모래로 변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쥬시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쥬시마츠는 도망칠 생각도, 공격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눈이 색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양 팔을 벌렸다. 올라갔던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내려온다.

 "쥬시마츠."

 쥬시마츠가 천천히 다가오며 팔을 벌린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다가가며 끌어안았다. 쥬시마츠는 그대로 몸을 늘어뜨렸다. 고르게 숨을 쉬는 게 느껴진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등을 두드리다 안아들었다. 팔다리가 후들거리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버텼다.
 처벌, 받겠지. 카라마츠는 퉷, 피섞인 침을 뱉고는 저 멀리 오소마츠가 서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 차라리 모두, 일반인이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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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 외전 2

 

 

 

 양을 먹으려거든 양의 탈을 쓰고 양 무리 속으로 들어가라. 단순히 들어가는 것만으로 될까? 아니, 아니. 기회가 올 때 까지 식탐을 참는 것도 중요하지.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아무도 모르게 물어뜯는 거야. 목덜미를. 그렇게 하면 너는 원하는 걸 얻고, 또 계속 그곳에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되겠지. 뭐, 넌 늑대라기엔 좀 그렇고. 개 정도려나?

 

 "어이, 쿠소마츠."

 

 "오늘은 이치마츠인가."

 

 내가 와서 싫어?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아아, 동생에게 보이고싶지 않으시다 이겁니까? 음.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곤 가지고 온 가방을 카라마츠에게 던졌다. 카라마츠는 품으로 가방을 받아들곤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골목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딱히 골목에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면 좀 재밌어졌으려나. 지루함에 하품을 하며 이치마츠는 벽에 등을 기댔다.

 카라마츠가 변한지 얼마나 지났더라. 뉴스 기사는 잠잠해졌지만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돌고 있었다. 경찰들이 찾는둥 마는둥 하는 건 사라진 사람들이 대부분 불량 청소년이나 양아치쪽이기 때문이겠지. 그런 쪽은 가끔이지만 뒷세계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귀찮아지거든.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코까지 밀어올리곤 입꼬리를 올렸다. 거기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으니 더더욱 그쪽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나름대로 머리를 쓴 건가. 쿠소마츠 주제에.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가볍게 어깨를 돌려 몸을 풀곤 골목을 돈다. 탄내가 코를 찌른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앞에 서 있는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가가 발갛다.

 

 "울었냐?"

 

 "아아."

 

 괴물주제에 울기는. 입으로 꺼내려던 말을 삼키며 이치마츠는 불을 바라봤다. 옷이 잘 타지 않는다. 원래라면 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근처 쓰레기장에 버릴텐데.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치마츠는 주머니를 뒤적여 사탕을 꺼냈다.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다른 한 개를 카라마츠에게 건넨다. 카라마츠는 사탕 봉지를 만지작 거리다가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먹지 않는 건가. 레몬향인데.

 언제부턴가 카라마츠는 보통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포만감때문인지 아니면 입맛이 아예 뒤집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원인이라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단순히 포만감 때문이라면 입에 쑤셔넣어서라도 삼킬 놈이니까.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찼다. 카라마츠가 흠칫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슬슬 가자."

 

 잘 타들어가지 않던 옷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말하니 카라마츠가 가방을 들어올린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이치마츠는 앞서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않아 카라마츠가 뒤따라 나오고, 둘은 나란히 길을 걸었다. 이치마츠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당당하게 걷고 있지만 어깨는 늘어져있었다.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말이야."

 

 꿈을 꿔.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눈을 굴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꿈에 네가 나와서 내 어깨를 붙잡아. 그대로 넘어트려서 목을 조여. 그때 오소마츠 형이 나타나선 너를 내동댕이 치는 거야. 너는 그대로 바닥을 구르다가 오소마츠 형에게 달려들고. 그 모습은 뭐라고 해야할까, 개 같았어. 훈련되지 않은 맹견. 그러다 네가 오소마츠 형의 어깨를 물면 꿈에서 깨. 참 어이없는 꿈이지. 넌 잘 참아내고 있는데.

 이치마츠는 눈을 굴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었다. 답지 않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손을 들어 카라마츠의 등을 때렸다. 카라마츠는 비명을 지르며 놀란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풋, 작게 웃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앞서 걸어갔다.

 

 "네가 겁을 먹으면 우리가 더 불안해져."

 

 이치마츠는 툭 내뱉곤 골목으로 사라졌다. 멍하니 길에 남아있던 카라마츠는 집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이치마츠는 골목 밖으로 고개만 내밀었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제대로 정신이나 차리고 다녔음 좋겠네. 작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서 고양이 먹이 캔을 꺼낸다. 이 골목은 고양이들이 모여드는 골목이다.

 카라마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옷을 찬물에 담가 피를 빼내고, 몸을 깨끗이 씻어 피냄새를 없앤다. 그거로도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 세제를 잔뜩 넣어 빨래를 하고, 향수를 가지고 와 몸 여기저기에 뿌려댔다. 치약을 잔뜩 짜내 양치 하다가 헛구역질도 했다. 카라마츠는 깨끗해진 자신을 바라보다 웃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자신. 다른 사람과 똑같은 자신.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자신. 필사적으로 양의 탈을 쓴다. 카라마츠는 한참 거울을 바라보다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텔레비전 소리가 난다. 무언가를 퉁기는 소리도 난다.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잔소리를 하는 소리나 오소마츠가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 목소리도 들린다. 카라마츠는 꿀꺽 침을 삼키곤 문을 열었다.

 

 "내가 왔다, 형제들이여!"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모두 한 번씩 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제 자리로 가 거울을 꺼내든다.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다듬고, 웃는 얼굴을 연습한다. 각자 제 할 일을 하고있다. 저에게 신경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다. 평소와 같다. 카라마츠는 안심하며 어깨에서 힘을 뺐다.

 이치마츠는 평소와 다름없는 거실을 바라보다 구석으로 들어가 앉았다. 오늘은 고양이를 데려오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먹이를 주는 것도 힘들었다. 이치마츠는 슬쩍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어쩌면 카라마츠의 냄새가 옮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이치마츠는 제 손을 들어 냄새를 맡아봤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손을 내리고 몸을 둥글게 만다. 눈을 감고 어깨에서 힘을 뺀다. 내일 가보면 알게되겠지. 카라마츠는 이제 같이 자지 않으니까.

 며칠 전 밤, 카라마츠는 갑자기 따로 자겠다 선언했다. 그 결정에 이유를 묻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상황을 모르는 쵸로마츠와 쥬시마츠도 뭐라하지 않았다. 어렴풋 하게나마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치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토도마츠와 함께 둘은 카라마츠를 피하고 있었다.

 

 "잘거면 올라가서 자."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차에 누군가 등을 두드렸다. 고개를 드니 쵸로마츠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뒤를 따라 나선다. 네 개의 시선이 카라마츠의 뒤를 따랐지만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문을닫았다. 이치마츠는 계단에 서서 카라마츠를 내려다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치마츠는 계단을 내려와 카라마츠의 앞에 섰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네가 알아서 해."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거겠지. 태도가 바뀐 게 적응이 안되는 거겠지. 그렇지만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나랑은 관계없어. 이치마츠는 무덤덤하게 말을 잇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카라마츠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계단 위쪽을 바라보다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시선이 잠깐 모였다가 사라졌다. 자리에 앉아서 다시 거울을 꺼내든다. 속이 답답하다. 마치 체한 것 같다. 카라마츠는 거울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거울 속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자신이 있다. 평소와 다름없지만 그건 겉모습 뿐이다. 이 안에는 다른 사람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괴물이 들어있다. 어쩌면 검은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늑대와 다를 게 무엇인가. 단지 저는 늑대라기엔 너무 길들여져 있을 뿐이었다. 양의 탈을 쓴 개, 그게 맞는 말이겠지. 카라마츠는 거울을 뒤집었다.

 양 무리에 어울렸다. 아직도 어울리고있다. 양 세 마리에게 들키긴 했지만 그들이 제가 개임을 밝힐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양 두 마리가 의심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양탈이 벗겨지진 않았다. 아직까진 괜찮다. 개는 양탈을 깊숙히 눌러쓴다.

 

 조금 더, 조금 더 완벽한 양이 되자. 개는 그렇게 다짐한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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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 외전 2

 

 

 

 오소마츠는 골목 앞에 서서 가만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골목은 열 걸음 정도 큰 걸음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곳엔 불량 청소년이나 양아치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들은 카라마츠에게 있어 유용한 먹이감이었다. 갑자기 사라져도 쉽게 가족이 찾지 않는 사람들.

 오소마츠는 천천히 골목으로 걸어들어갔다. 들어 갈 수록 무언가를 찢는 소리가 커졌다. 갈림길에 서니 그 소리는 더욱 확실해졌다. 오소마츠는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찢는 소리에 더불어 쩝쩝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간간히 우둑우둑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도 섞여있었다. 오소마츠는 걸음을 멈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좀 심하지 않았나.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쯧 혀를 찼다. 평소라면 한 두 명이 끝이었을텐데. 지금 먹고 있는 사람 수까지 합치면 못해도 다섯은 되어보였다. 오소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는 천천히 다가갔다. 발소리에 반응한 건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슬슬 끝낼 때 되지 않았어?"

 

 왜 아직도 먹고 있어? 횽아, 기다리기 지쳤다구. 투덜거리자 카라마츠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사가 끝난 듯 보였다. 남은 건 핏자국과 옷들 뿐. 오소마츠는 옷 하나를 들어올려 주머니를 뒤적였다. 지갑이 나왔다. 이를 드러내 웃으며 지갑을 펼쳤다. 대학교 학생증, 운전면허증, 가족 사진. 그리고 돈! 오소마츠는 돈을 꺼내 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손과 얼굴을 닦았다. 입안에 남아있는 피냄새가 썩 좋지 않다. 얼른 집에가서 양치를 하고싶다. 평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향의 치약도 지금이라면 입에 쑤셔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가방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옷을 갈아입길 기다리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고작 이걸로 이걸 태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오소마츠는 라이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커다란 검은 봉투를 꺼내들었다. 오소마츠는 그 봉투에 억지로 옷을 쑤셔담고 매듭지었다. 터질 것처럼 부푼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보다 먼저 골목을 나섰다. 대충 가는 길에 보인 쓰레기장에 봉투를 버리고, 오소마츠는 빠칭코로 향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골목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않아 밖으로 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지만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평소처럼 걸어간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제게서 나는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럴 후각도 없거니와 애초에 남에게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없어. 카라마츠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오소마츠는 아까 챙긴 돈으로 빠칭코에 가서 저녁이 한참 지나서야 돌아오겠지. 그렇게 증거는 사라진다.

 

 "다녀왔다, 나의 형제들이여!"

 

 과장된 몸짓을 하며 거실에 들어갔지만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카라마츠는 휑한 거실을 둘러보다 머리를 긁적이곤 욕실로 향했다. 오히려 없는 게 다행이지. 대야에 찬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피묻은 옷들과 수건을 담가둔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으며 가만 바라보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렸다. 머리에는 피가 튀지 않은 듯 부드러웠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셨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고, 행동으로 옮기고싶진 않았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제 손목을 바라봤다. 이 안에 흐르고 있는 피는 과연 빨간 색일까? 검은색이나 초록색은 아닐까? 인간의 피가 아니라 괴물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손목을 잘라내면 죽을까?

 몸을 일으키니 물이 아래로 내려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물기를 닦아낸 뒤 허리에 수건을 둘렀다. 물에 담가뒀던 옷을 꺼내 물기를 짜내고 핏물이 가득한 대야를 뒤집었다. 욕실 안에는 바디워시 냄새밖에 나지 않는다. 일부러 레몬향으로 사오길 잘했지.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며 카라마츠는 욕실에서 나왔다. 옷들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다음부턴 옷 가져오는 거 잊지 말아야지.

 방문을 여니 세 명이 나란히 누워 자고있다. 카라마츠는 깨지 않도록 조심히 걸음을 옮겨 서랍장을 열었다. 대충 제 옷을 찾아 꺼내 입는다. 서랍장을 닫고 소리내지 않게 조심하며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쵸로마츠가 몸을 뒤척이긴 했지만 깨진 않았다.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들어있는 듯 했다. 카라마츠는 소파에 앉아 제 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귀엽고, 귀여운 동생들이다.

 

 "어, 왔네."

 

 이치마츠가 방으로 들어온다. 카라마츠는 급히 손가락을 들어 제 입술에 댄다. 이치마츠는 흘끔 자고있는 셋을 바라보다 품안에 든 감자칩과 책을 내려두고 그 옆에 눕는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벽장에서 이불을 꺼내와 이치마츠에게 덮어주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곤 금세 잠들어버린다. 카라마츠는 헛웃음을 내뱉다가 다시 소파에 앉아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귀엽고, 귀여운 동생들이다. 비록 쌍둥이라 동갑에다가 생긴 것도 다 비슷했지만 자기들끼리는 그 구분점이 확실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옷을 붙잡았다. 식사를 한지 이제 두 시간 정도 지났나. 아직까진 괜찮았다.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르고, 모레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가족을 가족으로 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것이 이제는 축복이었고, 행복이었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든 동생들이 깨지 않게 조심하며 방을 나와 거실로 내려갔다. 찬장에서 커터칼과 종이를 꺼내들었다. 종이 여러 장을 같이 여러 번 접고, 칼날을 꺼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칼로 종이를 찢었다. 두꺼운 탓에 잘 들어가지 않는 칼날을 억지로 쑤셔박으며 종이를 조각냈다. 바닥에 잘린 종이가 떨어진다.

 

 "카라마츠."

 

 더이상 잘라낼 수 없을 만큼 종이가 너덜해졌을 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불렀다. 카라마츠는 커터칼을 찬장 안에 넣어두고 종이들을 잘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다가와 등을 두드렸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상앞에 앉아 거울을 꺼내들었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 옆에 앉아 상에 엎드렸다. 톡, 톡. 상을 두드리며 눈을 감는다.

 빠칭코에서 대박을 터트렸지만 같이 한 잔하러 가자고 할 수가 없었다. 지난 여름 이후로 카라마츠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간 적이 없었다. 카라마츠가 일부러 술자리를 피했으니까. 오소마츠는 쯧 혀를 차곤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거울에 향해있던 시선을 오소마츠에게로 옮겼다.

 어깨가 욱씬거린다.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어깨를 감쌌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오소마츠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넓은 거실에 혼자 남겨진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카라마츠를 따라 나갈까, 아니면 이층으로 올라가 방에 있을까. 다들 나간다는 얘기 없었으니 위에 있을텐데. 고민하던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가 계단을 올라갔다. 화장실쪽에서 들려온 소리는 무시했다.

 방문을 여니 네 명이 나란히 누워 자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동생들의 얼굴을 한 번씩 찬찬히 훑어보다가 끝자리에 등을 붙이고 누웠다. 이불을 꺼내오려다 일어나기 귀찮아 관두고 눈을 감는다. 언제까지 카라마츠와 이렇게 잘 수 있을까. 아마, 오늘 밤부터는 무리이지 않을까. 오소마츠는 몸을 둥글게 말았다. 어깨가 욱씬거린다.

 

 "자는 건가."

 

 카라마츠는 방문을 열었다 닫고는 문에 기대 앉았다. 내 몸에 흐르는 피는 검은색이 아닐까. 소리내 웃으며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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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소재 주의

*단문

 

 

 투명한 유리 구슬같다고 생각했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눈을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오소마츠의 손을 감쌌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카라마츠는 그를 따라 웃으며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오소마츠는 소리내 웃다가 손을 내렸다. 카라마츠는 내려가는 손을 바라보다 오소마츠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눈을 감았다.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왜?"

 "나의 첫 번째 형이자 연인의 선택을 따르는 거니까."

 

 그렇구나. 그렇다면 기쁜 걸. 너의 모든 처음도 마지막도 나라는 거니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걸. 오소마츠는 더 힘을 줘 카라마츠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가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 그럼 이제 그만 갈까. 그래,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놓아주었다. 카라마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는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작은 빨간 공은 찌그러진 탁구공같이 생겨서 볼품없었다. 그에비해 은은한 파란빛을 띄는 유리 구슬은 아름답고, 때로는 빛이났다. 빨간 공은 그 옆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보였다. 지금 이 상태에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꾸짖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안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걱정 많이 하겠지?"

 

 "쵸로마츠, 아니. 음, 토도마츠랑 이치마츠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그렇겠지."

 

 그래, 이번 만큼은 동생들을 믿어보자고. 그러도록 하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깍지 껴 잡고는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가며 오소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같은 크기였고, 지금도 같은 크기일텐데. 어째서 지금은 더 작고, 약해보이는 걸까. 카라마츠는 가는 길을 멈추고 오소마츠의 등을 한껏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는 걸음을 서둘렀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 말하려다 말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싶지 않은 거겠지.

 빨간 공이 전력을 다해 유리 구슬에 부딪쳤고, 유리 구슬에는 금이갔다. 금이 간 유리구슬에서는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유리구슬은 빨간 공에게 말했다. 나는 속이 가득 차 있는 네가 부러웠노라고. 빨간 공은 유리구슬을 밀어 물속에 빠트렸다. 유리구슬 속에 서서히 물이 차올랐지만 무거워진 유리구슬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빨간 공은 유리구슬에게 무서워하지 말라 말하며 뒤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함께 가라앉았다.

 

 "후회 안 해?"

 "후회 안 한다."

 

 "방금 그게 마지막이었어."

 "알고있다."

 

 물은 바다였고, 바닥은 깊고 깊은 심해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어?"

 "아아. 사랑한다, 오소마츠."

 

 물이 찬 유리구슬과 빨간공은 물결치는 하늘만을 바라보다 처음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오소마츠는 없나?"

 "나도 사랑해, 카라마츠."

 

 바닥은 너무 깊고, 어두워 유리구슬과 빨간 공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고, 중간쯤 가라앉았을 때 그들은 이대로 저 심해로 내려가자 결정했다.

 

 "자, 그러면."

 "아아, 나의 어여쁜이여."

 "영원히 그대와 함께 하겠나이다."

 "돌아가지 아니하고."

 

 그대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 하겠나이다.

 

 

 

 "이치마츠, 준비 끝났어?"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나가기 비뚤어진 넥타이를 바로 매 주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쵸로마츠의 목깃을 보다가 눈을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가볍게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려주곤 뒤돌아섰다. 현관엔 이미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검은 구두까지 갖춰 신고 바르게 서 있었다.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주저앉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쓰레기같은 형들 때문에 우리만 고생이네."

 

 쵸로마츠가 억지로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등을 두드리곤 허리와 목을 바로했다. 몇 번 신지 않아서 깨끗한 새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해가 눈부시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앞서 걸어갔다.

 일주일 전, 함께 집을 나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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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카라마츠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도 찾지 않았다. 찾으러 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야,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가 찾지 않는 게 걔한텐 더 좋을 거라고. 오소마츠는 속으로 생각하며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렸다. 카라마츠가 없어졌지만 그건 거실 자리가 하나 비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해가 지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 누구도 카라마츠의 카 자도 꺼내지 않았다. 찾으러 가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은 물론이고, 밥은 먹었을까 하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괜찮을지, 지금 어디에 있을지, 혹시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닌지, 연락은 하지 않을 생각인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물론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베게는 다섯 개, 이불은 좀 더 널널해졌다. 오소마츠는 자리에 누워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 처음으로 하는 카라마츠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일 카라마츠에 대한 생각이었다. 오소마츠는 이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카라마츠는 쌍둥이들의 성에서 퇴출 당했다.

 그래, 그거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이 생각은 그만두자.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그날 밤 꿈에서는 웬 사자 한 마리가 서럽게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카라마츠는 이제서야 행운의 여신이 저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여신이 저 미소를 거두기 전에 더더욱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일단 숙식이 제공되는 일자리를 얻었다. 그것도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조건도 제법 좋았고, 사람들도 모두 친절했다. 그리고 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성실하게 일했다. 여유있게 니트로 살적에 부리던 허세는 모두 던져버리고 평범함을 뒤집어 썼다. 덕분에 일주일 가량 지난 뒤 카라마츠는 '건실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칭호가 꽤 마음에 들었다. 여태 들어왔던 그 어떤 칭호보다 기분좋은 칭호였다.
 문득 형제들이 저를 찾진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자신은 퇴출 당한 몸이다. 그 날에 보았던 형제들의 표정을 알고 있잖은가. 동생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줄 것만 같았던 오소마츠마저 그런 표정과 행동을 취했으니 저는 이제 더이상 쌍둥이가 아닌 남이었다. 그러니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다. 걱정말고 새 삶을 시작하면 된다. 이미 그러고 있잖은가! 그래, 이거면 충분하다.

 "마츠노 군은 사람이 참 좋아."

 한 달 이라는 시간은 짧다. 그 시간동안 카라마츠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자신의 비밀은 드러내지 않고, 상대와의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나가는 방법. 쌍둥이로 살던 때엔 익히지 못했던 기술이었다. 쌍둥이 시절엔 애초에 사람 취급도 못 받았던 것 같다.
 카라마츠는 그렇게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관계들을 만들어갔다. 떠나서 연락이 끊겨도 나중에 문득 저를 떠올렸을 때 '꽤 좋은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관계. 카라마츠는 그 관계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렇지만 행운의 여신의 미소는 이미 카라마츠를 떠난지 오래였다. 집을 나온지 다섯 달. 카라마츠가 있던 공장은 앗 하는 사이에 문을 닫아버렸고, 그 달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카라마츠는 길거리로 내몰렸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공장 사람들 모두 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다. 형제와는 연을 끊은지 오래인데다 쫓겨난 몸이니 집에는 돌아 갈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 수중에 아직 쓰지않은 돈이 조금 있다는 거겠지. 카라마츠는 돈을 쓰지 않은 과거의 자신에게 감사하며 기차표를 끊었다.

 "어서오세요."

 떠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방도 구했다. 몸을 웅크려야 간신히 잘 수 있을 정도의 방이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카라마츠는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다짐만 했다. 카라마츠는 제 맘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에 괴로워했다.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잘 할 수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는 얼마 가지 않아 잘렸다. 실수를 한 탓이었다. 방도 곧 빼야할지 모른다. 재개발로 인해 건물을 밀어야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여신의 미소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있는 거라곤 저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려는 지옥수들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그 사실을 깨닫고 우울함에 빠졌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불행만 계속되겠지. 저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터였다. 카라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내가 뭘 잘못 했기에 이렇게 집에서 쫓겨나고, 혼자서 힘든 날들을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틀린 게 아닌데. 다르지도 않은데. 그 한 가지 때문에 다르다고, 틀리다고 낙인 찍히고 쫓겨나고. 그렇게 절벽 끝까지 밀려나고. 카라마츠는 억울함에 형제들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방을 뺐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한 밤 중에 바다에 도착했다.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갈매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바다 앞에 섰다. 그 날, 카라마츠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흐읍."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야 이 개새끼들아!"

 시원하게 내질렀다. 카라마츠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내버려뒀다. 찬 바다바람이 불어 얼굴을 시리게 만들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였다.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자신이 동성을 연애 대상으로 본다는 걸 안 이후에 형제들이라면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네가 누굴 좋아하든 우리는 널 이해하고 받아줄 거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상이었고, 꿈이었고, 상상이었다. 진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최악이었다. 표정이, 행동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으아아아아아!"

 카라마츠는 바다를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입꼬리가 찢어질듯 입을 벌리고, 어깨를 한껏 뒤로 당기고 주먹을 쥐고서 소리를 질렀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지르다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어깨가 크게 들썩인다. 저 먼곳을 바라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먹을 쥐니 모래가 한가득 잡혔다. 손톱 사이로도 파고들어왔다. 들어올리니 손틈으로 다 빠져나가 버린다. 카라마츠는 손을 폈다. 아주 조금 모래가 남아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모래를 털어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모래도 털어냈다.

 "이제, 어쩌지."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정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누군가 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그러다 웃었다. 정답이 없음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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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캐해석

 

 

 발렌타인 데이니까 말이지.

 이치마츠는 제 손에 들려있는 초콜릿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바라보다 흘끔 카라마츠의 손을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그 시선을 바로 눈치챘는지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런다고 이미 본 걸 숨길 수 있을린 없을텐데. 이치마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곤 카라마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휙 돌아 방을 나가버렸다. 닫힌 문을 바라보다 쯧 혀를 차곤 소파에 앉았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은 아몬드 모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몬드가 들어간 초코볼. 다른 이름이 있겠지만 카라마츠가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바보같이 더듬거리던 목소리와 한 곳에 고정시키지 못하는 눈과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손. 이치마츠는 유리병을 소파에 내려두고 다리를 끌어 안았다.

 발렌타인 데이.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지나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초콜릿을 받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바보가 둘 있을 뿐인 그런 날. 그리고 밤이 되면 결국 한 개도 못 받았다며 맥주나 들이키던 그런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날. 그런 날이 어쩌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게 된 걸까. 이치마츠는 흘끔 유리병을 쳐다보곤 눈을 감았다.

 좋아하고 있어!

 

 "아."

 

 삼 개월 째던가.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뜨곤 몸을 일으켰다. 유리병을 한 손에 들고, 소파 위에 선다.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선반 물건들 사이에 유리병을 잘 숨겨둔다. 이건 나 혼자 먹어야지. 나만 먹으라고 나한테 준거니까. 이치마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어째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카라마츠에게 받은 선물들은 꽤 많았다. 온갖 괴상한 말로 차있는 러브레터에서 부터 장미꽃이 한가득 담긴 꽃다발, 작은 고양이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등등. 그렇지만 그 중에서 직접 손수 만들어준 건 저 초콜릿이 처음이었다. 이치마츠는 그 사실을 눈치 채자마자 수직상승 하는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정작 자신은 여태 카라마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으며 선물을 받았을 때 고맙다고 인사를 한 적도 없다는 걸 깨달은 건, 해질녘 슬슬 고양이를 살펴보러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쯤이었다. 이치마츠는 급히 집을 나섰다. 아직 가게들은 많이 열려있을 거다. 여기저기 뒤져보다보면 선물 할 만한 거 하나쯤은 찾을 수 있겠지. 이치마츠는 일단 제 주머니부터 뒤적였다. 백 엔 짜리 세 개, 십 엔 짜리 다섯 개. 총 합 삼 백 오십 엔. 이걸로, 꽃 한 송이나 살 수 있으려나. 이치마츠는 생각하다 관두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발렌타인 데이라고 선물들을 팔고 있다. 할인 판매 상품도 있었다. 이치마츠는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줄 수 있을 만한 건 없었다. 꽃을 줄까? 했지만 저번에 받은 꽃다발을 생각해 보면 지금 제 돈으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꽃 한 송이밖에 주지 못한다. 인형은? 카라마츠는 직접 인형을 만들 수도 있는 손재주의 소유자다. 거기다 인형, 안 좋아 할 거고. 지갑은? 비싸. 그렇담 뭘 줄 수 있지?

 

 "초콜릿 사세요!"

 

 수제 초콜릿을 받아놓곤 할인 판매하는 초콜릿을 주는 거야? 그거로 괜찮아? 이치마츠는 가게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 뒤돌았다.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줄만한 게 없었다. 갑자기 발이 시려워졌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다. 이치마츠는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길을 걸었다. 고양이를 살피러 가야하지만 그럴 기운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갔다.

 

 "이치마츠!"

 

 고개를 들었다. 카라마츠가 앞에 서 있다. 목도리가 목에 둘러진다. 이치마츠는 가만 목도리를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어딜 갔다 온거냐며 좀 더 따듯하게 입고 다니라 핀잔을 준다. 이치마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두 손을 잡아 올렸다. 제 입에 가까이 대고 입김을 불어 따듯하게 해준다.

 

 "어서 집에 가자."

 

 오늘 저녁은 전골이라고, 브라더! 그래. 고개를 끄덕이곤 카라마츠와 함께 길을 걸어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가 따라 멈춘다.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꽉 끌어안는다. 카라마츠가 놀라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카라마츠는 웃으며 손을 들어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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