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폭력 주의
※이치마츠 시점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날개를 갖고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적어도 이백년은 되었으리라 라고 어느 학자가 말했다.
처음 그런 사람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땐 기형이다, 장애다 하면서 말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 사회에 받아주어도 되는가, 새로운 형태의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등등. 그 말들은 날개가 달린 사람들이 늘어가며 사라졌다고 한다.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날개에 대해선 여러 가설들이 있다. 요즘 시대에 가장 신빙성 있다 판단되는 가설은 사람의 인격, 재능 등이 날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려하면 화려 할 수록, 크면 클 수록 더 좋은 것이라 칭해졌다.
요즘엔 날개가 한 쌍이 아니라 두 쌍 이상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 국보 같은 거로 정해져서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자신의 꿈을 찾아 마침내 성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야말로 꿈같은 삶을 살게 되는 거다.
반대로 날개가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사고 등에 의해 없어진 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사람을 동정했고, 지원했으며 날개가 없어졌다고 날개가 상징하는 것이 사라진 건 아니라 말하며 차별하지 않았다.
우리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는 쌍둥이지만 모두 다른 날개를 가지고 있다. 장남인 오소마츠 형은 커다란 하얀 깃털 날개 한 쌍을 가지고 있었고, 삼남인 쵸로마츠 형은 큰 잠자리 날개를 갖고 있다. 오남인 쥬시마츠는 좀 특별했는데 하얀 날개 두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이름이 알려졌더랬지. 막내 토도마츠는 화려하고 거대한 나비 날개를 갖고 있었다. 본인은 그걸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데 아마 화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사남 이치마츠. 나는 하얀 깃털 날개 네 쌍을 갖고있다. 그 크기를 다 합치면 오소마츠 형의 날개보다 크며 숫자도 많고, 색도 하얗기때문에 꽤 유명했다. 어렸을 때 쥬시마츠랑 같이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으로 배우고싶은 걸 배웠다.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여기까지가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 중 다섯명의 이야기. 한 명,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는 태어날 때 날개가 없었다. 날개가 있었다는 흔적도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하고, 카라마츠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상에서의 카라마츠는 괴롭힘과 차별의 대상이었다. 카라마츠가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손가락질하고 욕을 했다. 심하면 일부러 어깨를 치거나 때리기도 했다. 학창 시절때도 카라마츠는 온갖 괴롭힘에 시달렸다. 의자가 망가진 의자로 교체된다거나 책상에 칼로 낙서가 되어있다거나. 그 외에도 여러 장난에 시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교 때다. 카라마츠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었는데 제법 연기를 잘했다. 형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무척 잘하는 축이었다. 하지만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에겐 무대에서 빛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주조연은 모두 화려하고 큰 날개를 가진 애들이 가져가고, 남은 자잘한 역들도 작고 소박한 날개를 가진 애들이 가져갔으니까. 카라마츠에겐 그 어떤 역도 주워지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날개에 대해 서류를 제출하라 요구했고, 카라마츠는 낼 서류가 없었기에 번번히 자격 미달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가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그는 자포자기했다. 일을 구하는 걸 그만뒀다. 우리에게 일을 구하라 잔소리하는 쵸로마츠 형 조차 카라마츠의 앞에선 일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날개가 없음이 가져오는 불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는 언제나 잘난 척 하며 자신은 괜찮다고 소리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얼굴이나 몸이 엉망이 되면서도 항상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긴다.
나는 그런 그를 동정하면서 혐오했었다. 그의 행동이 같잖았다. 카라마츠가 아무리 저렇게 행동해봤자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평생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형동생에게 빌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살 것이다. 어떤 재능을 갖고있다 한들 그게 카라마츠라는 게 알려지면 팬들은 모두 떠나버릴 것이며 그 누구도 카라마츠를 알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인생이었다. 카라마츠의 인생은.
"카라마츠."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던 걸까? 어떻게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걸까? 나는 물었다. 카라마츠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마지막 순간까지 웃고있을 수 있을까? 나라면 못할탠데.
나는 그를 동정함과 동시에 혐오했었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다가오려하면 돈을 쥐어주고 쫓아냈다. 어차피 돈이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카라마츠는 돈을 버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돈이 아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동정과 혐오는 애정과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그럼 지금은?
"카라마츠."
안쓰러움? 혐오? 분노? 애정? 동정? 에? 어느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토기가 올라온다. 쇠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어? 왜 사진을 찍어?
"카라마츠."
아아, 아아.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머리 아파. 날개가 아파.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카라마츠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어떤 사람이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그렇다 해도 카라마츠의 몸이 멀쩡하다는 건 아니었다. 날개도 없는데, 두 다리를 못쓰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와 카라마츠가 있던 공원은 완전히 망가졌다. 가로등 전구는 모두 깨지고, 꽃과 나무는 모두 시들었다. 바닥은 갈라졌고, 공중 화장실은 폭파됐다. 그 어느것도 멀쩡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걸 카라마츠가 한 짓으로 멋대로 결론내렸다. 날개가 없는 사회 악이 그런 짓을 했다고 누명을 씌었다. 그건 거짓말이라는 내 말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 날, 나는 카라마츠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커져버린 마음을 털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같이 집을 나와 산다든가 하는. 카라마츠라면 기뻐 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때까지 날개가 없다는 건 세상의 온갖 불행을 짊어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고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카라마츠를 끌고갔다. 나는 국가에서 보호하는 대상이기때문에 건드리지 못하니까 그걸로 카라마츠를 지키려했다. 하지만 나는 카라마츠를 잡지 못했다.
놈들은 카라마츠를 때렸다. 발로 찼다. 각목으로 내리쳤다. 카라마츠는 몸을 웅크린 채 비명도 없이 참고 있었다. 익숙해보였다. 그 탓인지 불량배들은 오히려 더 짜증을 냈고, 결국엔 야구 배트로 카라마츠의 머리를 내려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 방. 두 방. 카라마츠가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원은 엉망이었다.
날개가 원망스럽다. 날개가 원망스럽다. 잠들어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날개가 없었다면 네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르는데. 날개는 왜 존재하는 걸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 왜 너는 날개를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난 걸까? 어째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흘러나와 결국엔 세상을 향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일어나줘, 카라마츠."
원망은 곧 소원으로, 소망으로, 희망으로 바뀌어간다. 카라마츠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나도 괴롭힘을 당했다. 카라마츠보다 심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열등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그 괴롭힘이 끝난 건 새학기가 되고 한 달 쯤 지나서로, 같은 반이었던 카라마츠가 주모자를 때린 뒤였다. 아이들은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가 날개를 가진 자신들에게 덤빈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라마츠만 집중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카라마츠가 지켜줬었다.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때도 카라마츠가 나타나 그 시비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 외에도 카라마츠에게 도움을 받은 일은 무수히 많았다. 나는 카라마츠라는 울타리 안에 살아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카라마츠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데, 이제 내가 카라마츠를 지켜주고 싶은데. 카라마츠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날개가 없다는 이유로.
※폭력 주의
※이치마츠 시점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날개를 갖고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적어도 이백년은 되었으리라 라고 어느 학자가 말했다.
처음 그런 사람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을 땐 기형이다, 장애다 하면서 말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 사회에 받아주어도 되는가, 새로운 형태의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등등. 그 말들은 날개가 달린 사람들이 늘어가며 사라졌다고 한다.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날개에 대해선 여러 가설들이 있다. 요즘 시대에 가장 신빙성 있다 판단되는 가설은 사람의 인격, 재능 등이 날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려하면 화려 할 수록, 크면 클 수록 더 좋은 것이라 칭해졌다.
요즘엔 날개가 한 쌍이 아니라 두 쌍 이상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 국보 같은 거로 정해져서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자신의 꿈을 찾아 마침내 성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야말로 꿈같은 삶을 살게 되는 거다.
반대로 날개가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사고 등에 의해 없어진 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사람을 동정했고, 지원했으며 날개가 없어졌다고 날개가 상징하는 것이 사라진 건 아니라 말하며 차별하지 않았다.
우리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는 쌍둥이지만 모두 다른 날개를 가지고 있다. 장남인 오소마츠 형은 커다란 하얀 깃털 날개 한 쌍을 가지고 있었고, 삼남인 쵸로마츠 형은 큰 잠자리 날개를 갖고 있다. 오남인 쥬시마츠는 좀 특별했는데 하얀 날개 두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이름이 알려졌더랬지. 막내 토도마츠는 화려하고 거대한 나비 날개를 갖고 있었다. 본인은 그걸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데 아마 화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사남 이치마츠. 나는 하얀 깃털 날개 네 쌍을 갖고있다. 그 크기를 다 합치면 오소마츠 형의 날개보다 크며 숫자도 많고, 색도 하얗기때문에 꽤 유명했다. 어렸을 때 쥬시마츠랑 같이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고,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으로 배우고싶은 걸 배웠다.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여기까지가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 중 다섯명의 이야기. 한 명,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는 태어날 때 날개가 없었다. 날개가 있었다는 흔적도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하고, 카라마츠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상에서의 카라마츠는 괴롭힘과 차별의 대상이었다. 카라마츠가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손가락질하고 욕을 했다. 심하면 일부러 어깨를 치거나 때리기도 했다. 학창 시절때도 카라마츠는 온갖 괴롭힘에 시달렸다. 의자가 망가진 의자로 교체된다거나 책상에 칼로 낙서가 되어있다거나. 그 외에도 여러 장난에 시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교 때다. 카라마츠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었는데 제법 연기를 잘했다. 형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무척 잘하는 축이었다. 하지만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에겐 무대에서 빛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주조연은 모두 화려하고 큰 날개를 가진 애들이 가져가고, 남은 자잘한 역들도 작고 소박한 날개를 가진 애들이 가져갔으니까. 카라마츠에겐 그 어떤 역도 주워지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날개에 대해 서류를 제출하라 요구했고, 카라마츠는 낼 서류가 없었기에 번번히 자격 미달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가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그는 자포자기했다. 일을 구하는 걸 그만뒀다. 우리에게 일을 구하라 잔소리하는 쵸로마츠 형 조차 카라마츠의 앞에선 일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날개가 없음이 가져오는 불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마츠는 언제나 잘난 척 하며 자신은 괜찮다고 소리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얼굴이나 몸이 엉망이 되면서도 항상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긴다.
나는 그런 그를 동정하면서 혐오했었다. 그의 행동이 같잖았다. 카라마츠가 아무리 저렇게 행동해봤자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평생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형동생에게 빌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살 것이다. 어떤 재능을 갖고있다 한들 그게 카라마츠라는 게 알려지면 팬들은 모두 떠나버릴 것이며 그 누구도 카라마츠를 알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인생이었다. 카라마츠의 인생은.
"카라마츠."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던 걸까? 어떻게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걸까? 나는 물었다. 카라마츠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마지막 순간까지 웃고있을 수 있을까? 나라면 못할탠데.
나는 그를 동정함과 동시에 혐오했었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다가오려하면 돈을 쥐어주고 쫓아냈다. 어차피 돈이 목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카라마츠는 돈을 버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돈이 아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동정과 혐오는 애정과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그럼 지금은?
"카라마츠."
안쓰러움? 혐오? 분노? 애정? 동정? 에? 어느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토기가 올라온다. 쇠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어? 왜 사진을 찍어?
"카라마츠."
아아, 아아.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머리 아파. 날개가 아파.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카라마츠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어떤 사람이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그렇다 해도 카라마츠의 몸이 멀쩡하다는 건 아니었다. 날개도 없는데, 두 다리를 못쓰게 되어버렸다. 어쩌면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와 카라마츠가 있던 공원은 완전히 망가졌다. 가로등 전구는 모두 깨지고, 꽃과 나무는 모두 시들었다. 바닥은 갈라졌고, 공중 화장실은 폭파됐다. 그 어느것도 멀쩡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걸 카라마츠가 한 짓으로 멋대로 결론내렸다. 날개가 없는 사회 악이 그런 짓을 했다고 누명을 씌었다. 그건 거짓말이라는 내 말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 날, 나는 카라마츠와 함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커져버린 마음을 털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같이 집을 나와 산다든가 하는. 카라마츠라면 기뻐 할 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때까지 날개가 없다는 건 세상의 온갖 불행을 짊어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고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카라마츠를 끌고갔다. 나는 국가에서 보호하는 대상이기때문에 건드리지 못하니까 그걸로 카라마츠를 지키려했다. 하지만 나는 카라마츠를 잡지 못했다.
놈들은 카라마츠를 때렸다. 발로 찼다. 각목으로 내리쳤다. 카라마츠는 몸을 웅크린 채 비명도 없이 참고 있었다. 익숙해보였다. 그 탓인지 불량배들은 오히려 더 짜증을 냈고, 결국엔 야구 배트로 카라마츠의 머리를 내려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 방. 두 방. 카라마츠가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원은 엉망이었다.
날개가 원망스럽다. 날개가 원망스럽다. 잠들어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날개가 없었다면 네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르는데. 날개는 왜 존재하는 걸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 왜 너는 날개를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난 걸까? 어째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흘러나와 결국엔 세상을 향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일어나줘, 카라마츠."
원망은 곧 소원으로, 소망으로, 희망으로 바뀌어간다. 카라마츠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나도 괴롭힘을 당했다. 카라마츠보다 심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열등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그 괴롭힘이 끝난 건 새학기가 되고 한 달 쯤 지나서로, 같은 반이었던 카라마츠가 주모자를 때린 뒤였다. 아이들은 날개가 없는 카라마츠가 날개를 가진 자신들에게 덤빈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라마츠만 집중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카라마츠가 지켜줬었다.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때도 카라마츠가 나타나 그 시비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 외에도 카라마츠에게 도움을 받은 일은 무수히 많았다. 나는 카라마츠라는 울타리 안에 살아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내가 카라마츠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데, 이제 내가 카라마츠를 지켜주고 싶은데. 카라마츠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평생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날개가 없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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