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유혈 주의


아, 아프다.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손끝이 뭔가 축축한 것이 피가 흐르고 있는 듯했다. 얼른 병원에 가야지.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긴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길을 비켜준다. 그 모습에 오소마츠는 짜증을 느낀다. 차라리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그거 몇 초 걸린다고. 오소마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느끼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더라?

"있지, 오소마츠 형-."

아마 토도마츠의 말이 시작이었던 거 같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애교가 좀 더 들어간 목소리는 무시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켜 토도마츠를 바라봤고, 토도마츠는 웃음을 지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토도마츠는 곧 핸드폰 화면을 오소마츠에게 보여줬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이런 걸 봐버려서."

나는 약하니까, 형이라면 해결 해 줄 수 있지? 장남이니까. 오소마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장남이니까. 그 한 마디가 오소마츠의 발목을 잡았다. 장남이니까. 오소마츠는 그 말에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래도 좀 무시할 걸. 오소마츠는 눈앞이 흐릿해지는 걸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보니 보라색 후드의 소매가 짙게 변하고 있었다. 이런. 나중에 이치마츠한테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전에 쵸로마츠한테 잔소리를 듣겠지. 나, 장남인데 동생들에게 잔소리만 듣는구나. 오소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 장남인데 동생들에게 걱정만 끼치는구나.

"오소마츠 형?"

이제 한계야. 오소마츠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더이상 힘을 주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때 들린 목소리는 어쩌면 구원줄.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아.

"카라마츠."

차남이네. 그러고보니 내가 죽으면 얘가 장남몫을 하는 건가. 오소마츠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그렇게 되면 좋을까? 아니, 카라마츠는 제대로 못 할 거 같은데. 이 착하고 바보같고 약한 놈이.
카라마츠가 다가온다. 오소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옷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당황하더니 급히 핸드폰을 꺼내 119에 연락을 하고 내 앞에 앉아 오소마츠를 마주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형, 괜찮은 거야?"

당황한 게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 평소처럼 낮게 내리깐 목소리가 아닌 어리고 어린 목소리. 오소마츠는 웃었다. 동생을 이렇게 당황시키다니 장남 실격이네. 애초에 장남이 뭐야? 쌍둥이 형제인데. 다 나이 똑같다고? 난 정말.

"카라마츠."

"왜? 왜그래, 오소마츠 형? 아파? 조금만 참아. 지금 구급차 불렀으니까-!"

"난 장남이 싫다."

카라마츠는 말이 없어졌다. 오소마츠는 그것이 이상해 몸을 움직여 얼굴을 보려했지만 카라마츠가 꽉 끌어안는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동생아, 네 힘으로 그렇게 끌어안으면 죽을지도 몰라. 오소마츠는 그렇게 핀잔을 주고싶었다.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카라마츠가 말했다.

"형은! 혼자가 아니니까! 나도! 동생들의 형이니까!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아, 장하다. 역시 우리 마츠노가의 차남. 항상 무시당하고, 괴롭힘 당하지만 그래도 역시 강한 차남. 오소마츠는 웃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입을 달싹 거리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치마츠를 괴롭히는 놈들이 있었다. 싸움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놈들이 고양이를 잡고있던 탓에 이치마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에겐 계단에서 굴렀다고 말했지만 그 모습을 토도마츠가 보았다. 그리고 오소마츠에게 말했다. 오소마츠는 언제나처럼 장남이니까 라 말하며 처리하려 했다.
운이 없는 날이었다. 각목인가, 무언가 단단한 거에 머리를 맞았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텨 놈들을 혼내주었다. 이치마츠의 모습을 하고 실컷 짓밟아주었다. 이것도 장남의 몫이니까.
장남이 싫다. 오소마츠는 장남이라는 자리가 싫었다. 애초에 쌍둥이에, 나이도 같은데 장남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비교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에 지쳤다. 그럼에도 장남이니까 라는 생각이 들면 풀어졌던 사슬이 온몸을 조여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다. 오소마츠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웃었다. 얼마나 운건지 얼굴이 완전 엉망이었다. 아아, 그래도 행운이었네.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좀 띵한 것 빼곤 별로 아프지 않았다.

"애들에겐 연락 해놨으니까, 좀 더 쉬어."

금방 올 거야.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다시 눕혔다. 그것이 오소마츠는 불만이었지만 카라마츠의 얼굴에 그냥 얌전히 누워있기로 했다. 그나저나 자신은 항상 카라마츠를 무시했는데, 이렇게 챙겨주는 구나.

"카라마츠."

착한 동생을 두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장남이 되는 건 어때?"

어쩌면 이 착한 동생은 내 부탁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물었다. 카라마츠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 큰 소리를 낸다. 평소라면 의자에 신경을 썼겠지만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형제의 장남은 형이야."

카라마츠가 말했다. 그 뒤에 또 뭐라 말하려다 멈추고 입을 꾹 다문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한 두 방울이 곧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콸콸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소마츠는 당황한 기색을 간신히 숨기며 웃었다.

"그냥 질문일 뿐이야."

그랬다. 그냥 질문일 뿐이었다. 딱히 무언가를 행동한다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오소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간신히 소리를 죽이며 오소마츠를 끌어안았다.

"너희들의 장남은 나야."

오소마츠는 장남의 자리가 싫었다. 하지만 딱 하나, 동생들이 자신들의 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을 만나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았다. 생각도 짧고, 평생 어린아이 같이 살 것 같은 자신이 유일하게 어른이 되는 시간이었다. 무책임한 자신이 책임감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동생들은 자신을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그렇지만. 그래도.

"가서 세수 좀 하고와."

오소마츠는 웃으며 카라마츠의 등을 떠밀었다. 카라마츠는 병실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 뒤를 돌아봤다. 그 모습에 웃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나가자마자 웃음을 거뒀다.

"정말 장남하기 싫다."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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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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