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전에 쓰다가 만걸 발견해서 올려봅니다

*미완성 입니다

*사망소재 주의

 

 

그날은, 그래. 모두가 이유도 모른 채 들떠있었다. 어디 놀러갈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어디 누군가랑 만나기로 한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었는데 모두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그날은 이치마츠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쁘진 않았다. 아니, 모두가 기분이 좋다면 오히려 좋은 거였지. 그렇지만 어딘가 불안한 기분이 느껴져서 나 혼자만은 밝게 웃을 수 없었다. 차라리 그 때 웃어둘걸 그랬나? 지금 와서 후회를 해본다. 이미 돌아가는 건 무리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밤이 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토도마츠가 갑자기 옷을 갈아입었다. 근처 편의점에 다녀오겠단 거였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린 애도 아니고, 알아서 조심 하겠지 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카라마츠만 혼자 나가도 괜찮겠냐며 형이 같이 가주겠다고 할 뿐이었다. 물론 토도마츠는 거절했지만.

 

“어린 애도 아니고, 혼자 다녀올 수 있어.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까.”

 

카라마츠 형은 자. 토도마츠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안심이 안됐는지 옷을 갈아입으려 했고, 토도마츠는 카라마츠가 말릴 틈도 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서두르는 꼴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저 급히 살게 있었나보다 하면서 눈을 감았다.

이상함을 눈치 챈 건 카라마츠가 나를 흔들어 깨울 때였다. 카라마츠는 평소랑 달리 해가 뜨기도 전에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토도마츠가 아직 안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토도마츠가 걱정된 카라마츠는 토도마츠가 들어올 때까지 자지 않으려 했는데, 토도마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같이 찾으러가자 말하는 카라마츠에게 나는

 

“어린 애도 아니고, 어디 놀러간 거 아니야? 편의점 간다고 거짓말 했나보지.”

 

라 대답하며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하지만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 카라마츠가 안절부절 하며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탓도 있었지만 아까 낮에 느낀 불안한 기분 탓도 있었다. 결국 난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와 함께 토도마츠를 찾으러 나갔다.

 

“난 저쪽을 찾아볼 태니까, 오소마츠 형은 편의점 쪽을 찾아봐줘.”

 

카라마츠는 편의점 방향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자리에 서 있다가 편의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해가 뜨기 직전인 거리는 어두운 거로도 모자라 어딘가 희뿌연 느낌이었기에, 느낌이 영 좋지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아 편의점이 나왔다. 편의점 안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남자밖에 없었다.

 

“저, 혹시 분홍색 파카 입은 저랑 비슷하게 생긴 남자 안 왔나요?”

 

쌍둥이란 건 이럴 때 편리하다. 남자는 토도마츠가 나갔을 때쯤을 말하며 과자를 몇 개 사가지고 편의점을 나갔다 말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만 듣다가,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과자를 사들고 어딜 간 거야? 술을 샀다고 했다면 어디서 놀고 있겠거니 싶겠지만 과자만 샀다면 바로 집에 오는 게 보통일 탠데. 후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내가 형들을 고생시킨다.

나는 천천히 다시 집으로 걸어가며 골목을 살펴보았다. 이곳저곳 짧게, 또는 길게 나있는 골목은 사람이 숨어있기에 딱 좋은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곳에서 마주했다.

숨이 막히는 걸 간신히 내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팔도 부들부들 떨려서 몸을 지탱하는 게 힘들었다. 후우, 후우.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꽉 감았다. 이건, 악몽이야. 그래, 악몽이야. 눈을 떴다. 손에 느껴지는 아스팔트 바닥의 감각이 생생하게 파고든다. 이럴 수가.

 

“악몽이, 아니야.”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줘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강제로 움직여 한 걸음 씩 다가갔다. 꿈이 아니었다. 악몽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해도 현실이었다. 고개를 저어보아도,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 떠 보아도. 그래, 이건. 현실이었다.

 

“토도마츠!”

 

쓰러져있는 토도마츠의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딱딱했다. 거의 겨울이 되어가고 있던 날씨 때문에 차갑게 얼어붙은 것이다. 그 손을 녹여주기 위해 입김을 불어넣어주고, 손을 비벼주었다. 손을 꼭 끌어안고서 웅크려 있기도 했다. 하지만 손은 녹지 않았다. 차갑게 굳은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토도마츠 주변의 아스팔트는 그 색이 다른 곳보다 짙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진 않았지만 나는 일부러 무시했다.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면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냥 부정하고 싶었는지 그 이유는 모른다. 나는 토도마츠를 안아 들려했고, 결국 현실과 마주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골목 가득 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오소마츠 형?”

 

반대쪽에 없어 이쪽으로 찾으러 온 건지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골목에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주저앉는 소리,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카라마츠도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런 카라마츠를 달래 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토도마츠를 품에 안고만 있을 뿐이었다.

 

“토도마츠!”

 

가장 크게 울었던 건 쥬시마츠였다. 평상시에 토도마츠가 쥬시마츠를 잘 챙겨준 것도 있었고, 우리가 모르는 막내들끼리의 감정 공유가 있었기 때문인 듯싶었다. 나는 쥬시마츠를 바라보며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게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모두가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나는 그 길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선택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쥬시마츠, 그러다 쓰러진다.”

 

하루 종일 토도마츠의 앞에서 울고 있는 쥬시마츠를 억지로 잡아 물을 먹였다. 쥬시마츠는 몇 번이고 토해내고, 발버둥 쳤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을 먹였다. 쥬시마츠는 나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말리지 않았다.

다행히 누군가가 실려 가는 일은 없었다. 쥬시마츠가 쓰러질 뻔 했지만 카라마츠의 도움을 받아 물을 먹이고, 밥을 먹이는 거로 어찌어찌 위기는 넘겼다. 문제가 있다면 쥬시마츠가 그 뒤로 나와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겠지. 원망스러울 거다. 슬퍼하는 자신을 억지로 잡아서 먹기 싫은 물과 밥을 먹였으니, 나라도 원망했겠지.

부검 결과 사인은 과다출혈. 가슴과 배, 옆구리를 날카로운 것에 찔렸다고 했다. 최근에 늘어난 묻지마 살인으로 추정된다는데, 범인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흉기도 근처에 떨어져있지 않았을 뿐더러, 그 근처엔 감시 카메라도 없어서 목격자를 찾을 수가 없다고. 경찰을 원망하지는 않지만 그 순간 멱살을 잡을 뻔 했다. 쵸로마츠가 같이 가줘서 다행이었다.

집은 한동안 어두운 기운만 가득했다. 항상 활발하게 야구를 외치던 쥬시마츠가 이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카라마츠는 그런 쥬시마츠를 보살피느라 외출을 자제했다. 이치마츠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어보였지만 고양이 먹이를 주러나가지 않는 걸 보면 상당한 충격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쵸로마츠만 그나마 정신을 유지하면서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돈 관리나 집안일을 했다. 나는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어두운 기운은 사람에게 영향을 쉽게 끼치는 건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어두운 골목을 걸었고, 그 끝에는 토도마츠가 날 원망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손을 뻗어오기 시작하면 나는 뒤돌아 도망쳤고, 그런 날 손이 따라온다. 결국 붙잡히면 토도마츠가 말한다. 살려달라고. 그럼 꿈에서 깬다. 악몽 같지 않은 악몽이지만 결국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한동안 잠을 설쳤다.

 

그 꿈이 끝난 건, 집에서 어두운 기운이 물러나기 시작 할 때 쯤 이었다. 그건 내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 할 때부터로, 먼저 쥬시마츠가 기운을 차렸다. 예전처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야구를 외치며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도 다시 고양이들의 밥을 주러 밖으로 돌아다녔다. 쵸로마츠는 부모님과 집안일을 나눠했고,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도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이 없긴 했지만 모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일자리를 구했다. 정사원은 아니고, 아르바이트였다. 그래도 구한 게 어디냐 싶어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했다. 원래부터 성실한 사람은 아니니까, 조금 엉성한 구석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눈을 감아주셨다.

그렇게 첫 월급을 받았다.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내 손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빠칭코에서 따낸 것과는 전혀 다른 보람. 첫 월급이니까 동생들이 기뻐할만한 걸 사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각자에게 선물 하나씩 쥐어주고 싶지만 사람이 사람인지라 그냥 맛있는 걸 한 뭉텅이 사가는 거로 결정했다.

뭘 사갈지 고르는 건 무척 즐거웠다. 내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했다. 모두가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부모님은 평소보다 더 웃어주실 거라 생각했다. 장하다며 칭찬해 주실 지도 모른다. 카라마츠는 다시 봤다며 존경의 눈빛을 보내겠지? 쵸로마츠는 드디어 장남이 철들었다며 웃을 거다. 이치마츠는 별 말은 없겠지만 표정이 밝아질 거다. 어쩌면 웃을지도 모른다. 쥬시마츠는 예전처럼 와이이이 하는 환호성을 내뱉을 거야. 토도마츠는. 아, 토도마츠는.

 

“그만하자.”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쯧, 혀를 차고는 근처 초밥 집에 들어가 초밥을 포장했다. 그리 비싸 초밥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다 배부르게 먹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초밥을 한 손에 들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에 입이 써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토도마츠가 죽은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몇 년이나 계속된다고 하지만 억지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했다. 언제까지고 어둠에 휩싸여서 울먹일 수는 없는 거니까. 더군다나 나는 장남이다. 쌍둥이 형제라고 해도 내가 첫 번째로 태어났고, 나는 모두를 책임 질 의무가 있었다. 그러니까 죽은 사람보단 산 사람을 더 생각해야만 했다. 토도마츠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며 나 자신을 설득했다. 토도마츠도 이해 해 줄 거라고, 이게 맞는 거라고. 거짓말했다. 토도마츠의 진심을 알 수 없는데도 그렇게 생각 할 거라고 우겼다. 나는 바보니까 스스로가 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집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더 길게 느껴진 길이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서 집 문을 열었다. 모두 내가 초밥을 사왔다는 걸 알면 기뻐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오소마츠 형!”

 

그러길 바랐다.

 

“쥬시마츠가!”

 

그렇게 되길 빌었다.

사건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쥬시마츠가 오랜만에 카라마츠에게 야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변화에 기뻐하며 형이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는 둘이서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쥬시마츠가 차에 치여 즉사했다고. 그게 내가 들어오기 불과 1분전에 온 전화였다.

나는 옷을 갈아입는 것도, 초밥을 내려두는 것도 하지 못한 채 병원으로 향했다. 카라마츠가 쥬시마츠의 옆을 지키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분명 제 정신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여섯 쌍둥이의 장남, 형제들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카라마츠는 나와 쵸로마츠를 보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카라마츠는 덜덜 떨면서 내 옷을 붙잡았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힘만큼은 어디가지 않아 떼어내는 게 불가능했다. 카라마츠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소름끼쳤다. 카라마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내뱉더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물을 한가득 쏟아내며 비명을 지르는 카라마츠의 모습은 누가봐도 미친 사람이었다.

 

“쵸로마츠, 잠깐 기다려.”

 

결국 나는 카라마츠를 데리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대로 안에 두면 카라마츠가 무슨 짓을 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으니까. 쥬시마츠를 끌어안고 운다거나 이건 현실이 아니라 악몽이라며 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지도 몰랐다. 카라마츠의 힘은 약한 편이 아니었고, 그대로 둔다면 분명 대참사가 일어났을 거다.

 

“좀, 진정됐어?”

 

카라마츠의 비명은 밖에 나온 지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수그러들었다. 찬바람 덕분인지 눈앞에 쥬시마츠가 없는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진정해서 다행이었다. 카라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물어보진 못했다. 카라마츠의 죽은 눈이 무서워서,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에 겁이 나서.

 

“나 때문이야.”

 

다행인 걸까, 카라마츠가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좀 더 제대로 했다면.”

 

다행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때 공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가지러 갔으면 쥬시마츠가 저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아아. 나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강한 손이 내 옷을 잡았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저 끌어안은 상태로 등만 토닥여 줄 뿐이었다. 그렇게 일 분, 십 분. 카라마츠는 진정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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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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