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오소마츠 형이 말리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야."

쵸로마츠가 핀잔을 준다. 이치마츠는 흘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자판기에 백 엔을 넣었다. 버튼에 불빛이 들어온다.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반환 레버를 돌려버린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멍청한 형과 동생 사이에 끼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지. 제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반환되어 나온 백엔을 주머니에 넣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미간은 주름이 가득하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누가봐도 화를 참고있는 사람이다. 쯧. 혀를 찬 이치마츠는 자판기를 바라봤다.

"왜 그런 거야?"

뭘? 고개를 돌려 다시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팔짱을 끼고서 저를 노려보고 있었다. 평소엔 늘어질대로 늘어져있던 눈썹이 카라마츠랑 비슷한 각도가 되었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자판기를 바라봤다. 원하는 음료가 하나도 없어.

"말로 해도 됐잖아. 하다못해 가볍게 주먹질로 끝내면 안돼?"

그 자리에 없던 너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말로 하려고 했습니다. 말을 삼키며 이치마츠는 자판기를 두드렸다. 쵸로마츠의 시선이 자판기로 옮겨간다. 흘끔 쵸로마츠를 본 이치마츠는 자판기 음료 목록을 손끝으로 쓱 훑었다.

"쵸로마츠 형, 자판기에 원하는 음료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뜬금없는 질문에 쵸로마츠가 반문한다. 이치마츠는 자판기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멍하니 저를 바라보다 생각이 정리 된 건지 느릿하게 대답했다.

"다른 자판기를 찾겠지."

그렇겠지, 보통은.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내렸다. 쵸로마츠는 뭔 바보같은 질문이냐며 짜증을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치마츠는 원래 알 수 없는 놈이니까.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위로 던졌다가 손바닥으로 받았다.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다 입을 열었다.

"난 자판기 안에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걸 채울거야."

자판기를 사든 부수든 해서. 동전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쵸로마츠의 어깨를 두드린다. 쵸로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봤지만 이치마츠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쵸로마츠는 손을 들어 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아아, 정말!

"나 셋째 그만 둘 거야!"

이치마츠는 밖에서 들려오는 쵸로마츠의 목소리를 듣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카라마츠인 주제에 1인실이다. 뭐, 저에겐 이쪽이 더 좋을라나. 이치마츠는 생각하다가 침대 위를 바라봤다. 카라마츠가 잠들어있다. 양 다리에는 깁스를 한 채로. 저거 외에도 여러군데 상처가 있겠지.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카라마츠는 다리를 야구 배트로 내려 칠 때까지만 해도 제 정신이었다. 아픔에 비명을 질러대며 바닥이며 벽을 마구 긁어대긴 했지만 정신은 또렷해서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양 다리를 다 부러트렸을 쯤엔 반쯤 정신을 놓고서 죄송해요라는 말만 반복했지만. 그 뒤에도 밟고, 차니 아무말 하지 않고 정신을 잃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때리려던 이치마츠를 말린 건 오소마츠였다. 이치마츠는 순순히 물러났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상태를 살피다 구급차를 불렀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야구 배트를 다시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카라마츠는 아직 자고 있다. 다리 뼈를 제외하면 큰 상처도 없다. 멍만 좀 들었을 뿐. 역시 튼튼한 몸이야. 그래서 몸을 팔았냐? 속으로 비아냥거리며 이치마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창문으로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보인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평소처럼 무시 할 수 있다면 더 좋으련만 그러지도 못한다. 이제 무시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렸다. 카라마츠를 붙잡아두지 않으면 도망쳐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단순한 머리로 제가 열심히 도망치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불가능 할 탠데."

작게 소리내 웃으면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이치마츠는 눈을 휘며 웃었다. 카라마츠가 기겁하며 도망치려하지만 침대 구석까지가 전부였다. 이치마츠는 침대에서 내려와 병실을 한 바퀴 돌았다. 카라마츠의 시선이 저를 따라온다.

"병원이니까 때리진 않을 거야."

다시 침대로 다가가 앉는다. 카라마츠는 그 한 마디에 안심한 건지 몸에서 힘을 뺐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환자복을 잡았다. 다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움츠러든다. 꼭 강아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강아지면 좋을 탠데.

"물론 너 하는 거에 달렸지만."

병원엔 꽤 오래 입원해야 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다리가 어느정도 괜찮아졌다 싶으면 집에 데려가도 좋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치마츠는 겁에 질린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봤다.

"잘 따라 오라고."

또 맞지 말고. 옷을 놓아주고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덜덜 떠는 게 손으로 전해진다. 그러게 누가 그런 짓을 하래? 무시한 내 잘못도 있지만 네 잘못이 더 크다고. 이제부터 많이 바빠지겠지만 얼마나 큰 잘못인지 부터 알게 하는 게 우선이겠지. 뭐가 잘못인지 모르면 같은 잘못 또 하게 될 태니까.

"1인실이지만 다른 사람 끌어들이면 안 된다."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우리와 부모님, 의사, 간호사 뿐이야. 이치마츠는 얼굴을 가까이 했다. 카라마츠의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상태가 그대로 눈에 드러나니 할 맛이 나긴 하겠네. 쯧, 혀를 찬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AV처럼 의사를 끌어들인다거나 하진 않겠지? 어?"

고개를 젓는다. 카라마츠의 뺨을 꽉 잡아 고정시키고 코끝을 맞댔다. 그러면 정말 가만 안 둬. 당장 집으로 끌고가서 가둬버릴 거니까. 카라마츠는 잘 끄덕여지지 않는 고개를 어떻게든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뺨을 놓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몸조리 잘해. 난 내일 올 태니까."

병실 밖으로 나가니 쵸로마츠가 서 있다.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어깨를 두드리곤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병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치마츠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설마 형제를 끌어들인다거나 하진 않겠지. 아무리 머리가 비었다지만 그러진 않겠지. 쯧, 혀를 찬 이치마츠는 다시 복도를 걸었다. 집에 가서 교육 할 준비나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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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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