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카라마츠가 얼마 안 나오는 카라마츠 위주글
이치마츠는 형제들을 돌아봤다. 제 둘째 형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여있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오늘 쿠소마츠를 봤어. 형제들의 시선이 저에게로 옮겨온다. 이치마츠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고양이 먹이를 사러 용품점에 갔다가, 그 근처에는 펫숍도 있는데. 그 앞에 쿠소마츠가 서 있었어. 강아지를 보나 싶어서. 나랑 상관없으니까 그냥 가려고 했는데, 웬 남자가 다가오더라.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어. 뭐라 얘기를 나누는 거 같더니 같이 걸어가더라.
이치마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이 이상 말해도 괜찮은 걸까.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이치마츠는 눈을 돌려 형제들을 바라봤다. 모두 같은 표정. 당황스럽다, 말도 안 돼. 귓가에 들릴리 없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치마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신경 끄고 가려고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따라갔어. 쿠소마츠는 둔하고, 그 남자도 쿠소마츠한테 정신이 팔려서 눈치 못 채더라. 히히덕 거리면서 무슨 얘길 하며 걸어가는데, 그제서야 쿠소마츠 옷이 보이더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있었어. 그것도 평범한 거로.
그 카라마츠가?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지 않아. 직접 봤는데도. 이치마츠는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다다미 바닥에 아까 본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둘은 어디로 간 거야?"
오소마츠가 다음을 재촉한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다다미를 쓸어 보이던 걸 없애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 뒤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탠데. 이치마츠는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하기 망설여진다. 즐거워보였다. 우리랑 있을 때보다 더. 만약 제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떴다. 이건 진즉에 말하지 않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카라마츠의 잘못이다.
그 근처에 모텔들 모여있는 곳 있잖아. 거기로 들어가더라. 거기서부턴 쫓아가지 못했는데, 그 뒤쪽엔 길이 없으니까. 아마 거기로 들어간 거겠지.
이치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 이상은 말하고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옆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눈을 가늘게뜨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얼마전에 빠칭코 다녀오다가 봤어."
모두의 시선이 오소마츠에게로 옮겨간다. 오소마츠는 팔짱을 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는 건지, 아니면 상황이 거지였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썩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빠칭코에서 잔뜩 따고 나오던 참이었는데 익숙한 얼굴이 지나가더라고. 옷 때문에 토도마츠인줄 알았는데 카라마츠더라? 그렇게 잘 차려입은 거 처음 봐서 헷갈려버렸어. 어쨌거나 빠른 걸음이길래 쟤도 딴 건가 싶어서 따라갔어. 진짜로 딴 거면 좀 얻어먹으려고.
"자기도 딴 주제에 거기서 또 남한테 얻어먹을 생각을 해?"
"쵸로마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근데 점점 번화가 쪽으로 가는 거 있지. 그때가 저녁 시간 때였으니까, 혼자 맛있는 거 먹으러가나 싶어서 계속 따라갔지. 그러다 펫숍 앞에서 멈춰 서더라? 아마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봤다던 거기 일 거야. 거기서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웬 남자가 다가오더라고. 이치마츠가 본 사람은 아닐 거야. 그 사람, 40대 중반 정도는 되어보였으니까. 몇 마디 얘기 나누더니 휙 하고 가버렸어. 당황하느라 이 형아, 더이상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곤 모두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놀란 표정이었고, 다른 동생들은 모두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긴, 자기도 그러고 있으니. 오소마츠는 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저."
토도마츠가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토도마츠에게로 옮겨간다. 나도 봤어. 토도마츠가 말한다. 형제들의 눈이 모두 크게 뜨여진다. 토도마츠는 저를 바라보는 형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말을 이었다.
저번 주 일요일인가, 데이트가 중간에 깨져버려서 뭘 할지 고민하면서 번화가를 걸어다니고 있었거든. 그때 펫숍 앞에 서 있는 카라마츠 형을 봤어. 옷도 제법 멋들어지게 입고 있길래 괜찮겠다 싶어서 같이 쇼핑이라도 가자고 하려 했는데.
토도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큰 눈동자가 여러 복잡한 심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형제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토도마츠는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해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고 있다. 옆에 앉아있던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린다. 토도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본다. 쥬시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토도마츠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얘기를 하더라.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싶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까, 그게. 오늘은 몇 명 까지 괜찮겠냐라거나 몇 시까지 가능하냐라거나.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더라.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카라마츠 형한테 물어보려고 다가갔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토도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화난 얼굴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입모양으로만 말하더라."
그러곤 남자랑 같이 가 버렸어.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리다가 끌어안는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모두를 둘러봤다. 다들 심각한 얼굴이다. 쥬시마츠마저 웃지 않고 있다. 쵸로마츠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얼마 전에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쵸로마츠에게로 옮겨온다. 쵸로마츠는 어깨를 움츠렸다가 늘어트렸다. 자신이 긴장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카라마츠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전할 뿐이니까. 카라마츠가 나중에 뭐라 해도, 상황이 이래서 말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 된다. 카라마츠라면 이해 해 줄태니까. 쵸로마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나가고 집에 나밖에 없을 때, 카라마츠가 양갱을 사들고 집에 왔어. 그, 번화가의 유명한 제과점 있잖아. 거기서 파는 양갱이었어. 꽤 비싼 거.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니까 빠칭코에서 땄다고 했거든. 근데 카라마츠는 그 전날에 다 날렸단 말이지. 그래서 빠칭코 갈 돈은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거든. 당황해서 횡설수설 하다가, 양갱이나 먹으라고 하고 나가버리더라.
쵸로마츠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형제들에 비하면 딱히 별 거 아닌 내용처럼 들렸다. 고개를 들어 모두를 돌아본다. 아까보다 더 심각해진 얼굴이었다. 쵸로마츠는 괜히 말을 꺼낸 건가싶어졌다.
"나도."
쥬시마츠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번엔 쥬시마츠에게로 향한다. 쥬시마츠는 꿀꺽 침을 삼키더니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웃지도 않고,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 쥬시마츠는 눈만 돌려 모두를 훑어보곤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카라마츠 형이랑 둘만 집에 남았었는데 말이야. 심심해서 카라마츠 형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목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길래 그걸 쿡 찔렀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내 손을 쳐냈어. 미안하다고, 벌레 물린 게 있어서 그랬다고 하니까. 얼굴이 빠알갛게 변해선 벌떡 일어나서 나가버렸어.
"벌레가, 아니었던 걸까?"
모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분부분 완성 된 퍼즐에 그려진 원래 그림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딱 한 부분, 한 부분만 채우면 분명 원래 그림이 보일 것이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아마 다 같은 생각.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왔다, 아우들이여!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린다. 거실 문을 열고 카라마츠가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점프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목까지 지퍼를 올렸다.
"나의 형제들이여! 내가 무얼 사왔는지 봐라!"
한 손엔 초밥 상자가 들려있었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초밥 상자를 뺏어서 잘 내려두고,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붙잡아 억지로 자리에 앉힌다. 뒤이어 일어난 쵸로마츠가 문을 닫은 뒤 그 앞에 앉았고, 쥬시마츠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양 팔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 마주보고 앉았다.
"무, 무슨 일인가? 형제들이여."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쿠소마츠, 지금부터 하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해. 거짓말 하면 가만 안 둘 태니까."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모두를 훑어보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치마츠는 상을 옆으로 치우고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카라마츠가 발버둥을 치지만 무시하고 지퍼를 잡아 내렸다. 잇자국과 멍쪼가리가 드문드문 나있는 목과 쇄골이 드러난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몸 파냐?"
※카라마츠가 얼마 안 나오는 카라마츠 위주글
이치마츠는 형제들을 돌아봤다. 제 둘째 형을 제외하고 모두가 모여있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오늘 쿠소마츠를 봤어. 형제들의 시선이 저에게로 옮겨온다. 이치마츠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고양이 먹이를 사러 용품점에 갔다가, 그 근처에는 펫숍도 있는데. 그 앞에 쿠소마츠가 서 있었어. 강아지를 보나 싶어서. 나랑 상관없으니까 그냥 가려고 했는데, 웬 남자가 다가오더라.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어. 뭐라 얘기를 나누는 거 같더니 같이 걸어가더라.
이치마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이 이상 말해도 괜찮은 걸까.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 이치마츠는 눈을 돌려 형제들을 바라봤다. 모두 같은 표정. 당황스럽다, 말도 안 돼. 귓가에 들릴리 없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치마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신경 끄고 가려고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따라갔어. 쿠소마츠는 둔하고, 그 남자도 쿠소마츠한테 정신이 팔려서 눈치 못 채더라. 히히덕 거리면서 무슨 얘길 하며 걸어가는데, 그제서야 쿠소마츠 옷이 보이더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있었어. 그것도 평범한 거로.
그 카라마츠가?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지 않아. 직접 봤는데도. 이치마츠는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다다미 바닥에 아까 본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둘은 어디로 간 거야?"
오소마츠가 다음을 재촉한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다다미를 쓸어 보이던 걸 없애고 고개를 들었다.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 뒤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탠데. 이치마츠는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하기 망설여진다. 즐거워보였다. 우리랑 있을 때보다 더. 만약 제가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떴다. 이건 진즉에 말하지 않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카라마츠의 잘못이다.
그 근처에 모텔들 모여있는 곳 있잖아. 거기로 들어가더라. 거기서부턴 쫓아가지 못했는데, 그 뒤쪽엔 길이 없으니까. 아마 거기로 들어간 거겠지.
이치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 이상은 말하고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옆에 앉아있던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눈을 가늘게뜨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얼마전에 빠칭코 다녀오다가 봤어."
모두의 시선이 오소마츠에게로 옮겨간다. 오소마츠는 팔짱을 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는 건지, 아니면 상황이 거지였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썩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빠칭코에서 잔뜩 따고 나오던 참이었는데 익숙한 얼굴이 지나가더라고. 옷 때문에 토도마츠인줄 알았는데 카라마츠더라? 그렇게 잘 차려입은 거 처음 봐서 헷갈려버렸어. 어쨌거나 빠른 걸음이길래 쟤도 딴 건가 싶어서 따라갔어. 진짜로 딴 거면 좀 얻어먹으려고.
"자기도 딴 주제에 거기서 또 남한테 얻어먹을 생각을 해?"
"쵸로마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근데 점점 번화가 쪽으로 가는 거 있지. 그때가 저녁 시간 때였으니까, 혼자 맛있는 거 먹으러가나 싶어서 계속 따라갔지. 그러다 펫숍 앞에서 멈춰 서더라? 아마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봤다던 거기 일 거야. 거기서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웬 남자가 다가오더라고. 이치마츠가 본 사람은 아닐 거야. 그 사람, 40대 중반 정도는 되어보였으니까. 몇 마디 얘기 나누더니 휙 하고 가버렸어. 당황하느라 이 형아, 더이상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곤 모두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놀란 표정이었고, 다른 동생들은 모두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긴, 자기도 그러고 있으니. 오소마츠는 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저."
토도마츠가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토도마츠에게로 옮겨간다. 나도 봤어. 토도마츠가 말한다. 형제들의 눈이 모두 크게 뜨여진다. 토도마츠는 저를 바라보는 형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말을 이었다.
저번 주 일요일인가, 데이트가 중간에 깨져버려서 뭘 할지 고민하면서 번화가를 걸어다니고 있었거든. 그때 펫숍 앞에 서 있는 카라마츠 형을 봤어. 옷도 제법 멋들어지게 입고 있길래 괜찮겠다 싶어서 같이 쇼핑이라도 가자고 하려 했는데.
토도마츠가 고개를 들었다. 큰 눈동자가 여러 복잡한 심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형제들은 꿀꺽 침을 삼켰다. 토도마츠는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말해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고 있다. 옆에 앉아있던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린다. 토도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본다. 쥬시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토도마츠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얘기를 하더라.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싶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니까, 그게. 오늘은 몇 명 까지 괜찮겠냐라거나 몇 시까지 가능하냐라거나.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더라.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카라마츠 형한테 물어보려고 다가갔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토도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화난 얼굴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입모양으로만 말하더라."
그러곤 남자랑 같이 가 버렸어.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리다가 끌어안는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모두를 둘러봤다. 다들 심각한 얼굴이다. 쥬시마츠마저 웃지 않고 있다. 쵸로마츠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얼마 전에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쵸로마츠에게로 옮겨온다. 쵸로마츠는 어깨를 움츠렸다가 늘어트렸다. 자신이 긴장 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카라마츠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전할 뿐이니까. 카라마츠가 나중에 뭐라 해도, 상황이 이래서 말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 된다. 카라마츠라면 이해 해 줄태니까. 쵸로마츠는 입을 열었다.
다들 나가고 집에 나밖에 없을 때, 카라마츠가 양갱을 사들고 집에 왔어. 그, 번화가의 유명한 제과점 있잖아. 거기서 파는 양갱이었어. 꽤 비싼 거.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니까 빠칭코에서 땄다고 했거든. 근데 카라마츠는 그 전날에 다 날렸단 말이지. 그래서 빠칭코 갈 돈은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거든. 당황해서 횡설수설 하다가, 양갱이나 먹으라고 하고 나가버리더라.
쵸로마츠는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형제들에 비하면 딱히 별 거 아닌 내용처럼 들렸다. 고개를 들어 모두를 돌아본다. 아까보다 더 심각해진 얼굴이었다. 쵸로마츠는 괜히 말을 꺼낸 건가싶어졌다.
"나도."
쥬시마츠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번엔 쥬시마츠에게로 향한다. 쥬시마츠는 꿀꺽 침을 삼키더니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웃지도 않고,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 쥬시마츠는 눈만 돌려 모두를 훑어보곤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카라마츠 형이랑 둘만 집에 남았었는데 말이야. 심심해서 카라마츠 형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목에 벌레 물린 자국이 있길래 그걸 쿡 찔렀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내 손을 쳐냈어. 미안하다고, 벌레 물린 게 있어서 그랬다고 하니까. 얼굴이 빠알갛게 변해선 벌떡 일어나서 나가버렸어.
"벌레가, 아니었던 걸까?"
모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분부분 완성 된 퍼즐에 그려진 원래 그림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딱 한 부분, 한 부분만 채우면 분명 원래 그림이 보일 것이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다. 아마 다 같은 생각.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왔다, 아우들이여!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린다. 거실 문을 열고 카라마츠가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점프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목까지 지퍼를 올렸다.
"나의 형제들이여! 내가 무얼 사왔는지 봐라!"
한 손엔 초밥 상자가 들려있었다. 토도마츠와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도마츠가 카라마츠의 손에 들린 초밥 상자를 뺏어서 잘 내려두고,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붙잡아 억지로 자리에 앉힌다. 뒤이어 일어난 쵸로마츠가 문을 닫은 뒤 그 앞에 앉았고, 쥬시마츠와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양 팔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 마주보고 앉았다.
"무, 무슨 일인가? 형제들이여."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쿠소마츠, 지금부터 하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해. 거짓말 하면 가만 안 둘 태니까."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모두를 훑어보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이치마츠는 상을 옆으로 치우고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카라마츠가 발버둥을 치지만 무시하고 지퍼를 잡아 내렸다. 잇자국과 멍쪼가리가 드문드문 나있는 목과 쇄골이 드러난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몸 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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