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논커플링 / 이로(색)마츠 중심



 어느날 도쿄 중심부에는 커다란 나무가 자라났다.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를 씨앗이 싹을 틔었고, 그 싹은 아스팔트를 뚫고 자리를 잡았다. 도시의 중심부를 다 가릴 정도로 자라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베려했지만 벨 수 없었다. 톱, 도끼 같은 것을 나무에 대는 순간 나무가 울었다. 큰 소리를 내서 울었다. 그러면 모든 길짐승들이 모여들어 나무를 둘러싸고 사람들을 위협한다. 동물을 벨 수는 없기에 그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나무가 자라난 곳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나무는 그 사이에 더더욱 자라 웬만한 고층빌딩과 맞먹는 크기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하길 이정도로 자라려면 적어도 천 년은 걸린다는데, 그 나무는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자라났다. 마치 나무만 시간을 빠르게 돌린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나무엔 고래가 살기 시작했다. 그 고래는 회색빛이 섞인 파란색의 등과 회색 줄이 세로로 그려진 연노란색의 배를 가졌다. 흰수염같은 것이 난 입은 언제나 열려있었고, 지느러미는 무척이나 커다랬다. 그 고래는 하늘을 마치 바다처럼 헤엄쳐다녔다.
 고래가 무얼먹고 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고래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나무에서 살고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예능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나무가 있는 곳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원이 되었고, 고래와 나무는 구경거리가 되었다.
 고래는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두 마리에서 세 마리로, 점차 수를 늘려가다 열 마리까지 생겼다. 그들은 사람에게 호의적이었고,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고래를 한 번이라도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고, 고래를 쓰다듬은 사람은 성공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은 더 많이 몰려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게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어느날 부터인가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나무는 바싹 말라 죽어버렸다. 나무가 죽어버리자 그 나무를 거처삼아 살아가던 고래들도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실망했고, 나무를 찾는 일이 줄어들다 결국엔 아무도 찾지 않았다. 뿌리가 깊게 바닥에 박힌 나무는 뽑히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도쿄 중심부, 나무가 있던 곳부터 땅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풀부터 커다란 나무까지 모두 말라죽었다. 길을 떠돌던 동물들은 모두 어디론가로 떠나거나 말라죽은 채로 발견되곤 했다. 단단했던 아스팔트는 천천히 바스라져 아래에 감춰져있던 흙바닥을 드러냈고, 뭉쳐져있던 흙바닥은 서서히 풀려 부드럽게 변해갔다. 땅이 약해지니 건물도 제 몸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일이 많아져 결국 근처의 모든 건물들은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애썼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 상황에선 지하철이 다니는 게 위험하니 이 부근의 지하철은 모두 멈춰야 한다는 의견만 내뱉을 뿐이었다. 관리자들은 그것이 옳은 판단이라 말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반대했다. 지하철은 계속 운행되었고, 약해진 땅은 무너져내렸다.

 [현재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까지 확인 된 생존자는-.]

 이치마츠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다 밥을 입안에 밀어넣었다. 차갑게 식은 밥알들이 입안을 따로따로 돌아다닌다. 잘 씹히지 않는 걸 억지로 씹었다. 무말랭이를 입에 넣고, 밥을 넣고. 그렇게 반복하며 밥그릇을 비웠다. 그릇과 젓가락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물을 한 잔 마신다.
 쟁반을 꺼낸다. 데워둔 죽을 그릇에 덜고 쟁반 위에 올린다. 물도 한 잔 따라서 올려둔다. 숟가락과 간장을 담은 종지도 올린다. 쟁반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소리를 들은건지 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금방 갈테니까, 재촉하지 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몸을 일으켜 자신을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츳 혀를 차고는 그 앞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숟가락을 들어올렸다.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툭툭 두드리곤 대신 숟가락을 들었다. 간장을 조금 떠 죽에 넣고 젓는다. 죽을 살짝 떠서 후, 불어 식혀주고 입가에 가져간다. 살짝 벌려 겨우 받아먹는다.

 "간장 더 넣을까?"

 고개를 젓는다. 그래. 그렇게 몇 번 더 죽을 먹여준다. 열 숟가락, 죽은 반밖에 줄지 않았지만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이치마츠는 숟가락을 내려두고 컵을 들어올렸다. 쟁반을 밀어내고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머리를 받쳐주고 물을 먹여준다. 세 모금, 끝. 컵을 내려두고 바르게 앉혀준다.

 "오늘은 좀 어때?"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는다. 오늘도 괜찮다, 인가.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지가 잡혔다. 다시 올라올 거니까 기다려. 손이 스르륵 떨어져나간다. 애초에 힘이 없는 손이니 그냥 쳐내도 됐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쟁반을 부엌 식탁 위에 올려두고 텔레비전을 끄고서 다시 위로 올라갔다. 방문을 여니 방긋 웃으며 반겨준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 문을 닫고 옆으로 가 앉았다. 손을 건네니 위에 손을 올려준다. 나름 예뻤던 손은 뼈가 도드라지게 말라있었다.

 "다른, 애들은?"

 손을 살피고 있었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내려놓았다. 일하러갔어. 끄덕, 별 대답없이 고개만 움직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쭈욱 기지개를 폈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답답해? 문 열어줄까?"

 끄덕. 고개가 움직인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날이 맑았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카라마츠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바닥에 누웠다.
 카라마츠의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엔 무척 크고 단단했었는데, 몇 달 사이에 작아졌다. 이젠 자신이 업어줘야 할 처지였다. 저 등에 업힌다면 분명 부러질 거야. 이치마츠는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몇 달 전, 카라마츠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치마츠는 그 날을 기억한다. 그 날은 뉴스에서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는 속보가 나온 날이다. 다음 날에 카라마츠는 일어났지만 나무와 함께 말라가듯 서서히 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나무가 죽어버린 뒤에는 외출은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해져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야했다. 병원에선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해외에서라면 원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의학이 발전한 나라라면 카라마츠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형제를 잃고싶지 않았던 네 명은 작은 희망을 가지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바빠진 형동생들을 대신해 카라마츠를 돌보는 일을 맡았다.

 "이, 치마츠."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문을 너무 오래 열어놨나.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이불에 눕혔다. 두터운 이불을 덮어주고, 식은땀이 흐른 이마를 손으로 훑어주었다.
 이불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아직까지 살아있다. 이치마츠는 이불 위에 조심히 손을 올렸다. 카라마츠가 숨을 쉬는 게 느껴진다.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천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가 입을 연다.

 "노래가, 들려."

 노래? 무슨 노래?

 "고래가, 부르고 있어. 노래."

 말 하나 하는 것도 힘이 드는지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이불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입을 손으로 덮고 잠시 기다렸다. 느릿하게 안정을 되찾아간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이치마츠."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이불을 붙잡았다. 카라마츠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놓고는 대답했다. 왜?

 "도와줘."

 나를 밖으로 데려가줘. 이치마츠는 한동안 대답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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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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