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소재 주의



 우리는 너를 팔았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너를 그 세계로 팔아넘겼다. 너는 언제나 그렇듯 불평불만 하나 없이 그 세계로 발을 들였다. 만약 그때 네가 불평 한 마디라도 했다면, 누군가 너를 붙잡았다면 너는 아직도 우리의 곁에 있었을까. 아니, 쓸데없는 생각이다. 어차피 바뀌는 건 없다.
 어쨌거나 너는 그렇게 범죄자의 길로 들어섰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음에도 상처를 줘서 고민하던 너는 이제 그런 건 아무렇지 않아한다. 오히려 어떻게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이 더 고통스럽게 상처를 입힐까 고민하지. 나는 그런 널 혐오하고, 동정했다.
 상처를 주는 만큼 상처를 얻어온다. 너는 어디에도 기대지 못한 채 홀로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하면서도 너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는 그땐 몰랐다. 이젠 알겠다. 너는 우리라는 뿌리를 땅 속 깊숙히 박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뿌리는 끊어졌고, 너는 쓰러졌다. 너는 우리에게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네가 몸담고 있던 그곳의 사람들이 찾아와 너에대해 얘기해주고 여러 가지를 묻고갔다.
 너는 결국엔 사람을 죽였고, 그 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이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였고, 너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가 끊어졌음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너는 아무도 없을 때 나에게 말했었다.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만약 내가 그런 일을 했다면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내줘. 내 물건을 모두 버리고, 내 흔적을 지워줘. 나의 뿌리를 깨끗하게 끊어내줘.

 한 달이 지났다. 네가 사라진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사라진 너를 찾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었다. 너와 관계된 그 세계 사람들이 할 일이지. 아마 너를 찾아낸다고 해서 널 죽인다거나 하진 않을 거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넌 그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무서워 도망친 것 뿐이라고. 가벼운 징계, 그러니까 귀찮은 뒷처리 업무 몇 번 하면 다시 받아줄 거라고. 솔직히 그들의 말이 믿음이 가는 건 아니지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이다.
 내가 미쳤나보다. 네가 관계되어 있다고 범죄자들을 곱게 보고있다니.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하면 좋을까. 너의 빈 자리는 그리 크지 않아, 나와 오소마츠 형이 매꾸면 매울 수 있을 정도야. 그럼에도 나는 네 자리를 매울 수 없다. 네가 부탁한 일도 하지 못했다. 네 자리엔 새싹이 돋아 있었고, 네 물건엔 추억이 남아 있었다.

 "어?"

 신문을 펼쳤다. 거기서 편지가 떨어졌다. 편지를 주워들었다. 발신인은 써져있지 않았지만 수신인은 적혀 있었다. 나에게 온 편지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편지가 네가 보낸 편지란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편지를 후드 주머니에 넣은 뒤 신문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형제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실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왔다. 근처 공원으로 가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편지를 꺼냈다.
 너의 글씨는 항상 멋드러졌다. 네가 말하는 카라마츠 걸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손이 까매지도록 연습한 결과라는 걸, 나는 알고있다. 그 결과는 습관이 되어 이제 그렇게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알고있다. 그렇기에 편지를 펼쳤을 때 보인 글씨에 나는 이게 네가 보낸 편지가 맞을까 생각했다.

 사랑하는 나의 동생 쵸로마츠에게

 네가 보낸 편지가 확실했다.

 이 편지를 읽은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글씨가 왜 이렇게 엉망이야?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연락을 해?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까? 아니, 이 편지를 보낸 게 나라는 건 알고 있을까?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아마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왜 굳이 너에게 쓰는 건지 넌 궁금하겠지. 쵸로마츠, 너는 나에게 있어 오소마츠 형님 다음으로 가까운 형제야.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장남과 차남과는 다른, 차남과 삼남이라는 관계로 묶인 우리는 다른 형제들관 또 다른 무언가를 쌓았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렇기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지금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쳤다. 이 얘긴 그 사람들에게 전해 들었겠지. 그리고 난 돌아 갈 생각이 없다. 나의 한계선은 살인이었고, 그 선을 넘었으니 난 더이상 내가 아니게 된 거다. 그러니 돌아갈 수 없다.
 편지를 신문 사이에 끼워둔 건 네가 매일 아침마다 형제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신문을 읽기 때문이지. 너에게만 보내는 편지인만큼 너만 읽어주기를 바랐다. 다른 형제들에겐 보여주지 말고 말이야. 너에게만 하고싶은 얘기가 많아.

 너는 너희가 날 팔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스스로 이곳에 걸어들어왔다. 그러기로 결심한 건, 오소마츠 형님과 쥬시마츠가 크게 다친 날이었지. 그 둘은 강하다고 생각했다. 힘도, 싸우는 기술도 있었으니까. 그랬는데 크게 다쳐왔지. 누워있는 오소마츠 형님과 쥬시마츠를 보며 결심했다. 내가 가서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겠다고.
 그럼에도 미련은 남았다. 나는 계속 가족이고 싶었고, 형제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말로 꺼낼 순 없었어. 내가 세계를 옮긴 이후로 나를 보는 형제들의 시선이, 특히 너의 시선이 달라졌으니까. 그저 혼자 생각했다. 난 아직 가족이고, 형제라고. 이쯤되면 알태지만 그 기준이 살인이었다. 난 이제 더이상 가족도 형제도 아니야. 그냥 살인범일 뿐이다.
 그렇지만 미련이 남아. 그래서 편지를 남기고 있다. 글씨가 엉망인건 손을 다쳐서 그런거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너는 다른 형제들의 글씨도 읽을 수 있으니까, 이정도는 간단하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쵸로마츠. 네가 내 부탁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안다. 너는 정이 많아. 네 시선에 담겨있는 정을 나는 기억해. 그렇지만 이제, 이제 그만 태워줬으면 좋겠다. 형제라는 이름으로 하는 마지막 부탁이다.
 이 편지를 읽고나서 편지와 함께 나의 옷과 물건들을 모두 태워줘. 내가 받아 볼 수 있게.

 그럼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쵸로마츠와 형제들의 행복을 빈다. 그리고 너무 안 풀린다고 기운없어 하지마.

 왜냐면 그것이 인생이니까.

 내 인생은 이걸로 된 거야.

 그럼, 먼 훗날에 다시 보도록 하자. 믿음직스러운 차남.


 카라마츠의 모든 물건을 태웠다. 그렇지만 편지만은 태울 수 없었다. 형제들은 날 보며 미친 거 아니냐고 화를 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발신인 불명의 편지에 대해서도, 너의 행방에 대해서도. 그저, 언젠간 모두 알게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뿐이다.
 너에게 도착하는 택배도 발신인 불명일까. 그렇지만 내가 보낸 택배란 걸 너는 알겠지. 네가 나에게 부탁한 거였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카라마츠. 나중에 보자.

 새싹은 시들었고, 추억은 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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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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