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소재 주의
*단문
투명한 유리 구슬같다고 생각했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눈을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오소마츠의 손을 감쌌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카라마츠는 그를 따라 웃으며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오소마츠는 소리내 웃다가 손을 내렸다. 카라마츠는 내려가는 손을 바라보다 오소마츠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이며 눈을 감았다.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왜?"
"나의 첫 번째 형이자 연인의 선택을 따르는 거니까."
그렇구나. 그렇다면 기쁜 걸. 너의 모든 처음도 마지막도 나라는 거니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걸. 오소마츠는 더 힘을 줘 카라마츠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가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 그럼 이제 그만 갈까. 그래, 오소마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놓아주었다. 카라마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손을 뻗었다. 오소마츠는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작은 빨간 공은 찌그러진 탁구공같이 생겨서 볼품없었다. 그에비해 은은한 파란빛을 띄는 유리 구슬은 아름답고, 때로는 빛이났다. 빨간 공은 그 옆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보였다. 지금 이 상태에 안도하고 있는 자신을 꾸짖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안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걱정 많이 하겠지?"
"쵸로마츠, 아니. 음, 토도마츠랑 이치마츠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그렇겠지."
그래, 이번 만큼은 동생들을 믿어보자고. 그러도록 하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깍지 껴 잡고는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어가며 오소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같은 크기였고, 지금도 같은 크기일텐데. 어째서 지금은 더 작고, 약해보이는 걸까. 카라마츠는 가는 길을 멈추고 오소마츠의 등을 한껏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는 걸음을 서둘렀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천천히 가도 된다 말하려다 말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싶지 않은 거겠지.
빨간 공이 전력을 다해 유리 구슬에 부딪쳤고, 유리 구슬에는 금이갔다. 금이 간 유리구슬에서는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유리구슬은 빨간 공에게 말했다. 나는 속이 가득 차 있는 네가 부러웠노라고. 빨간 공은 유리구슬을 밀어 물속에 빠트렸다. 유리구슬 속에 서서히 물이 차올랐지만 무거워진 유리구슬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빨간 공은 유리구슬에게 무서워하지 말라 말하며 뒤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함께 가라앉았다.
"후회 안 해?"
"후회 안 한다."
"방금 그게 마지막이었어."
"알고있다."
물은 바다였고, 바닥은 깊고 깊은 심해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어?"
"아아. 사랑한다, 오소마츠."
물이 찬 유리구슬과 빨간공은 물결치는 하늘만을 바라보다 처음으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오소마츠는 없나?"
"나도 사랑해, 카라마츠."
바닥은 너무 깊고, 어두워 유리구슬과 빨간 공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고, 중간쯤 가라앉았을 때 그들은 이대로 저 심해로 내려가자 결정했다.
"자, 그러면."
"아아, 나의 어여쁜이여."
"영원히 그대와 함께 하겠나이다."
"돌아가지 아니하고."
그대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 하겠나이다.
"이치마츠, 준비 끝났어?"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나가기 비뚤어진 넥타이를 바로 매 주었다. 이치마츠는 흘끔 쵸로마츠의 목깃을 보다가 눈을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가볍게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려주곤 뒤돌아섰다. 현관엔 이미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검은 구두까지 갖춰 신고 바르게 서 있었다.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주저앉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쓰레기같은 형들 때문에 우리만 고생이네."
쵸로마츠가 억지로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등을 두드리곤 허리와 목을 바로했다. 몇 번 신지 않아서 깨끗한 새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해가 눈부시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앞서 걸어갔다.
일주일 전, 함께 집을 나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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