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발렌타인 데이니까 말이지.

 이치마츠는 제 손에 들려있는 초콜릿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바라보다 흘끔 카라마츠의 손을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그 시선을 바로 눈치챘는지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런다고 이미 본 걸 숨길 수 있을린 없을텐데. 이치마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곤 카라마츠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뗐다. 카라마츠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휙 돌아 방을 나가버렸다. 닫힌 문을 바라보다 쯧 혀를 차곤 소파에 앉았다.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은 아몬드 모양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몬드가 들어간 초코볼. 다른 이름이 있겠지만 카라마츠가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바보같이 더듬거리던 목소리와 한 곳에 고정시키지 못하는 눈과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손. 이치마츠는 유리병을 소파에 내려두고 다리를 끌어 안았다.

 발렌타인 데이.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지나가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초콜릿을 받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바보가 둘 있을 뿐인 그런 날. 그리고 밤이 되면 결국 한 개도 못 받았다며 맥주나 들이키던 그런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날. 그런 날이 어쩌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게 된 걸까. 이치마츠는 흘끔 유리병을 쳐다보곤 눈을 감았다.

 좋아하고 있어!

 

 "아."

 

 삼 개월 째던가.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뜨곤 몸을 일으켰다. 유리병을 한 손에 들고, 소파 위에 선다. 방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선반 물건들 사이에 유리병을 잘 숨겨둔다. 이건 나 혼자 먹어야지. 나만 먹으라고 나한테 준거니까. 이치마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어째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카라마츠에게 받은 선물들은 꽤 많았다. 온갖 괴상한 말로 차있는 러브레터에서 부터 장미꽃이 한가득 담긴 꽃다발, 작은 고양이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등등. 그렇지만 그 중에서 직접 손수 만들어준 건 저 초콜릿이 처음이었다. 이치마츠는 그 사실을 눈치 채자마자 수직상승 하는 기분을 어찌하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정작 자신은 여태 카라마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으며 선물을 받았을 때 고맙다고 인사를 한 적도 없다는 걸 깨달은 건, 해질녘 슬슬 고양이를 살펴보러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쯤이었다. 이치마츠는 급히 집을 나섰다. 아직 가게들은 많이 열려있을 거다. 여기저기 뒤져보다보면 선물 할 만한 거 하나쯤은 찾을 수 있겠지. 이치마츠는 일단 제 주머니부터 뒤적였다. 백 엔 짜리 세 개, 십 엔 짜리 다섯 개. 총 합 삼 백 오십 엔. 이걸로, 꽃 한 송이나 살 수 있으려나. 이치마츠는 생각하다 관두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발렌타인 데이라고 선물들을 팔고 있다. 할인 판매 상품도 있었다. 이치마츠는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줄 수 있을 만한 건 없었다. 꽃을 줄까? 했지만 저번에 받은 꽃다발을 생각해 보면 지금 제 돈으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꽃 한 송이밖에 주지 못한다. 인형은? 카라마츠는 직접 인형을 만들 수도 있는 손재주의 소유자다. 거기다 인형, 안 좋아 할 거고. 지갑은? 비싸. 그렇담 뭘 줄 수 있지?

 

 "초콜릿 사세요!"

 

 수제 초콜릿을 받아놓곤 할인 판매하는 초콜릿을 주는 거야? 그거로 괜찮아? 이치마츠는 가게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 뒤돌았다.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줄만한 게 없었다. 갑자기 발이 시려워졌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다. 이치마츠는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길을 걸었다. 고양이를 살피러 가야하지만 그럴 기운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갔다.

 

 "이치마츠!"

 

 고개를 들었다. 카라마츠가 앞에 서 있다. 목도리가 목에 둘러진다. 이치마츠는 가만 목도리를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어딜 갔다 온거냐며 좀 더 따듯하게 입고 다니라 핀잔을 준다. 이치마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두 손을 잡아 올렸다. 제 입에 가까이 대고 입김을 불어 따듯하게 해준다.

 

 "어서 집에 가자."

 

 오늘 저녁은 전골이라고, 브라더! 그래. 고개를 끄덕이곤 카라마츠와 함께 길을 걸어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가 따라 멈춘다.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꽉 끌어안는다. 카라마츠가 놀라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안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카라마츠는 웃으며 손을 들어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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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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