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잔인 묘사 주의
※무언가 의식의 흐름 주의


카라마츠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는 순간 온갖 사람들이 저에게 달려들어 저를 물어뜯었다. 팔다리를 뽑아내고, 목을 누르고, 배를 갈랐다. 거기서 끝난다면 차라리 나았을 탠데. 상처는 금방 낫는다. 뽑힌 팔다리는 다시 자라나고, 갈라진 배는 다시 붙는다. 아무리 몸에 상처를 입혀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렇게 무한히 반복되다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멈춘다. 지금처럼.

"카라마츠, 일어나."

카라마츠는 겨우 눈을 떴다. 찝찝해.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하아, 길게 숨을 내쉰 카라마츠는 저를 깨운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별 말 없이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씻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동생들은 다 아래층에 있는 모양인지 아래가 시끄럽다.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기고, 아래로 내려가 수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다.
옷을 벗고 팔을 바라본다. 쵸로마츠가 찌른 팔은 언제 찔렸냐는 듯 상처하나 없이 말끔하다. 병원에 간 것도, 따로 약을 바른 것도 아닌데도 피부는 깨끗하다. 아주 작은 흉터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후우, 카라마츠는 몸에서 힘을 뺐다.
몸을 씻고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근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노곤노곤해진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잘못하면 잠들어버릴 것 같다. 잠들면 안되는데. 카라마츠는 턱이 물에 닿을 정도까지 몸을 밀어넣었다.
쵸로마츠를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다. 쵸로마츠는 지극히 정상이다. 아니,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는 거다. 사람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건, 적어도 이곳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다. 거기다 보통의 살인도 아니다. 멈추고싶다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죽이는 게 맞는 거니까.
그렇지만 살고싶다. 계속 형제들과 같이 살아가고싶다. 제가 있기에 형제들이 불행하다면 떠날 생각은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그런 게 없으니까. 카라마츠는 머리 끝까지 물속에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괴물."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검은 개. 비정상적으로 말라있는 커다란 검은 개. 카라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색으로 뒤덮인 공간. 방금 전까지 욕조였는데. 몸을 내려다본다. 다행이 옷은 입고있다. 유카타 차림이긴 했지만. 카라마츠는 제 몸을 살펴보다가 검은 개를 바라봤다.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누군가의 얼굴이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검은 개가 카라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카라마츠는 개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며 양 팔을 들면서 눈을 감았다.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물 위로 건져졌다.

"미쳤냐? 쿠소마츠."

이치마츠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제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이 쭈글쭈글하다. 들어온지 얼마 안 된 거 같았는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욕조에서 건져내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등이 아파 눈살을 찌푸리자 머리채를 잡아온다.

"죽고싶냐? 어?"

한 시간이 넘도록 안 나온다싶더니. 이치마츠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눈을 돌렸다. 이치마츠가 더 강하게 카라마츠의 머리카락을 잡아온다. 아프지만 딱히 뭐라하고 싶지 않다.
그 쯤 해둬, 이치마츠. 이치마츠를 진정시킨 건 오소마츠였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떼어내고, 카라마츠에게 수건을 덮어주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었다.

"다음에 씻을 땐 형아랑 같이 씻자구?"

오소마츠가 웃으며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린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까득 이를 갈았다. 저 미친놈. 이치마츠가 낮게 욕을 읊조린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접으며 웃었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따로 잘 거야."

위험하니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제 몫의 베개를 챙겨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이미 잠에 푹 빠져든 동생들을 바라봤다. 세상 모르고 잔다는 건 이걸 뜻하는 거겠지. 몇 주만에 다시 이치마츠와 토도마츠의 사이가 비었다.
카라마츠는 혼자 거실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이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지만 춥진 않다.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된다. 감각기관이 고장난 걸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눈을 감았다.
알고있다. 사실 알고있다. 꽤 전부터 알고있었다. 이제 자신은 사람을 먹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다. 사람을 보면 마치 갓 구운 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몇 달 전, 그러니까 가을에 느꼈던 것과 같은 감각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무시했다. 억지로 참았다. 가을이 되기 전처럼 행동했다. 그러다 터졌다. 그것도 쵸로마츠의 눈 앞에서. 이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아아,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차라리 내가 떠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몸이라도 살고싶기에 스스로 죽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싶다고 말하는 게 죄가 되는 날이 오다니."

항상 죄 많은 사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사람 등등의 말을 하고 다니긴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니 기분이 이상하다. 카라마츠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봤다. 달이 밝다.
떠날까? 여기 있어도 될까? 자신이 여기 있어도 형제들은 쫓아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어 할 거야. 어떻게 하지? 다들 지쳐버릴 거야. 그렇게 만들고싶지 않아.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 문이 열렸다.

"안 자고 뭐해?"

쵸로마츠.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굳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손에 든 걸 그에게 던졌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가방. 제법 묵직한 것이 안에 무언가가 들은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가방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거실문을 닫고 가 버렸다.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쵸로마츠는 틀리지 않았다. 쵸로마츠의 반응은 보통의 반응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저렇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카라마츠는 하하, 소리내서 웃다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층으로 올라가 소리없이 방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꺼내 갈아입고 가방을 등에 맸다.
나가기 전에 형제들의 얼굴을 훑어본다. 이치마츠, 토도마츠, 오소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사랑스러운 형제들을 자신은 이제 음식으로밖에 보지 못한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다 문을 닫았다. 계단을 내려가 신발을 신는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차가운 밤 공기가 뺨에 와 부딪친다. 하얀 입김이 하늘로 올라간다. 멍하니 입김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긴다. 가자, 가자. 어디로든 가자. 이왕이면 사람이 없는 곳이 좋겠지.
한참을 걷던 카라마츠는 검은 개를 마주했다.


-*14~15편 정도의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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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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