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일본에는 행방불명을 뜻하는 말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행방불명을 뜻하는 유쿠에후메이(ゆくえふめい). 다른 하나는 신이 데려갔다 하는 카미가쿠시(かみがくし).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가미카쿠시를 당했었다. 그 여름 날, 장보러 나갔던 그 때에.
쵸로마츠는 뜨거운 햇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더운 날, 저 혼자 장을 보러 가야한다는 사실이 썩 좋진 않았다. 지금 상태라면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경찰서로 끌려 갈 정도로 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때 제 어깨를 두드리는 건 어떤 배짱있는 놈인지. 쵸로마츠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다.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리고 상대를 바라보다 표정을 풀었다. 뭐야, 카라마츠였어? 카라마츠는 그 말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미안하다 사과하며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근데 왜?"

"같이 장 보러 가려고."

더운데 혼자 들기 힘들지 않은가. 아아. 쵸로마츠는 작게 웃었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줄까. 둘은 그렇게 마트로 향했다. 어머니께서 시킨 것들을 모두 사서 계산하고, 반씩 나눠들었다. 말이 반이지, 쵸로마츠의 봉투보다 카라마츠의 봉투가 훨씬 무거웠다. 그걸 가볍게 들고 다른 손으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니. 굉장한 힘이라 생각하며 쵸로마츠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었다.

"어이, 쵸로마츠."

"왜?"

앞서가던 카라마츠가 골목 앞에서 멈춰선다. 덩달아 쵸로마츠도 멈춰선다. 카라마츠는 무언가에 홀린듯 골목을 바라보다 아이스크림을 던져두고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쵸로마츠는 급히 카라마츠를 부르며 그 뒤를 쫓아 들어갔다. 골목 입구엔 아이스크림만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녹아가고 있었다.
골목을 뛰쳐나오자 계단이 보인다. 신사의 입구. 카라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계단 위쪽을 바라보았다.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보인다. 카라마츠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카라마츠!"

뒤이어 골목을 나온 쵸로마츠는 쉴 틈도 없이 카라마츠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 끝에 도착한 카라마츠는 놀란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올라오자마자 카라마츠의 옷을 잡아당겨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쵸로마츠, 저거 봐봐."

아, 뭐. 짜증을 내며 겨우 고개를 든 쵸로마츠는 제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줄에 매달린 풍경들이 일제히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시끄럽기보단 노래와 같아 방금 전까지 지쳐있던 몸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 뿐인가?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는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신사 앞에 서 있는 두 여우상은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무슨 신사지? 여기에 축제가 열린다는 말이 있었나? 처음 듣는데. 쵸로마츠가 중얼거린다. 카라마츠도 그 말에 정신을 차린듯 몸을 굳힌다. 음식 냄새에 이끌려 정신을 놓칠 뻔했다. 카라마츠는 급히 손수건으로 흐른 침을 닦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이런 곳에 신사가 있다는 말 못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일단 둘러볼까?"

우리가 모르던 곳일 수도 있고.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쵸로마츠의 손을 잡고 신사 안을 걷는다. 들어선 가게에는 음식들이 가득했지만 사람은 없었다. 어디 잠깐 외출이라도 한 건가. 금붕어 잡기랑 사격도 있었다. 금붕어들은 모두 활기차게 움직였고, 사격 상품들은 하나같이 최근 유행하는 것들이었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억지로 억누르며 신사의 앞에 섰다.

"그, 할까? 참배."

"무슨 신을 모시는 줄 알고?"

그런가. 카라마츠는 꺼내려던 동전을 다시 집어넣었다. 듣도보도 못한 신사다. 이런 신사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 역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쵸로마츠는 주위를 둘러보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쯧, 혀를 찬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나가자. 응.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이끌려 걸어갔다.
신사를 나왔다. 정신을 차리니 다시 신사다. 신사를 다시 나왔다. 신사다. 나왔다. 신사다. 나왔다. 신사. 나왔는데. 신사다. 나왔어. 신사인데? 나왔다고! 신사잖아! 나왔는데 어째서 신사인 거냐고!
쵸로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는 역시 참배를 하는 게 어떻겠냐 묻는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신사쪽으로 걸어갔다. 해야 한다면 해야지. 이렇게 강요하는 신이 있다는 얘긴 듣도보도 못했다.
동전을 넣고, 짝짝 손뼉을 두 번 마주친 뒤 고개를 살짝 숙인다. 이후에 두꺼운 줄을 같이 잡고, 조심스럽게 좌우로 흔든다. 방울 소리가 신사에 울리고,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 뭐야?"

"쵸, 쵸로마츠. 괜찮은가?"

안 괜찮아!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대답 할 수 없었다. 목이 억눌린다. 몸이 떨린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들어 쵸로마츠의 어깨를 잡았다. 쵸로마츠는 눈만 겨우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얼굴이 엉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풀렸다.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는 긴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은 어느새 해가지고 있었다. 장본 것 중에 생선이나 냉동식품이 없어 다행이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신사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 쵸로마츠."

나가려는데 카라마츠가 멈춰 세운다. 쵸로마츠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볶음국수 집을 가르켰다. 이 놈이 진짜. 쵸로마츠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건넸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더니 도도도 달려가 볶음국수 값을 내고 통 하나를 집어들었다.
먹는 건 순식간. 원래 먹보인 카라마츠다보니 한 통 정도는 가볍게 해치운다. 카라마츠는 아무도 없는 가게에 인사를 하고 웃는 얼굴로 쵸로마츠에게 걸어온다. 넘어졌다. 발목이 잡혔다. 그대로 끌려간다. 카라마츠가 비명을 지른다. 쵸로마츠는 놀란 얼굴을 하며 그 자리에 굳었다.

"쵸로마츠!"

가! 가! 얼른 가! 신사 앞에 있던 두 개의 여우상은 어느새 여우가 되어 있었다. 한 마리는 카라마츠의 발목을 물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쵸로마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뒤돌아 계단을 내려갔다. 골목을 향해 뛰어간다.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어리석은 아이구나.]

아. 쵸로마츠는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는 담뱃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약한 인간. 그는 쵸로마츠를 안아들고 신사의 위로 올라왔다. 카라마츠가 여우를 발로 차며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손으로 딱 소리를 냈다. 카라마츠의 움직임이 멈춘다.

[오랜만에 재밌는 아이들이 왔구나.]

이곳은 어느 정도의 영능력이 없다면 들어올 수 없을 탠데.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웃다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눈만 겨우 돌려 그와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그는 웃으며 카라마츠의 앞에 쵸로마츠를 눕혔다. 카라마츠는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담뱃대를 까딱하더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래, 오랜만이니 재밌는 놀이라도 해 볼까.]

그가 짝 손뼉을 친다. 어디선가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눈은 푸르고, 이빨은 날카롭다. 벌어진 입에선 침이 뚝뚝 떨어지고, 발톱은 금방이라도 카라마츠를 찢어발길 것만 같았다. 배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홀쭉했고, 꼬리는 거의 없다싶이 했다. 그는 개를 쓰다듬다 손으로 카라마츠를 가리켰다.

[너희 마음에도 들 거야.]

개는 카라마츠에게 입을 벌리며 달려왔고,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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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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