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다고. 미친 거야. 미친 거라고. 도대체 내 기억이 없는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들 미쳐돌아가는 거지? 왜 익숙하다는 듯 핏자국을 닦아내고 있는 건데! 왜!
쵸로마츠는 천천히 오늘의 기억을 더듬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고, 다같이 밥을 먹었다. 오소마츠가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가고, 이치마츠도 곧 뒤를 따라 나갔다. 그 뒤에 오소마츠가 들어오고, 코타츠에 들어와 엎어져 잠들었다.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다가 카라마츠가 집을 나갔다. 이치마츠가 그 뒤를 따라 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이치마츠가 서둘러 집으로 들어와 오소마츠를 제외한 모두를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던 때에 카라마츠가 들어왔다. 카라마츠의 손에는 만신창이가 된 남자가 들려있었다. 카라마츠는 신발을 벗고, 남자를 끌고서 이층으로 올라왔다. 이치마츠는 방 안 어디선가 날카로운 칼을 꺼내와 쵸로마츠와 쥬시마츠, 토도마츠를 등지고 섰다. 카라마츠는 다락방 문을 바라보다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푸른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카라마츠가 사람을 손으로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소마츠가 올라왔다.
끔찍해. 뼈째로 씹어삼키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 그 자체. 사람의 몸을 하고서 같은 몸을 한 사람을 먹는다. 그것도 날것으로. 뼈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쵸로마츠는 생각했다. 저건 카라마츠가 아니다.
쵸로마츠를 더 경악하게 한 건 형제들의 반응이었다. 오소마츠는 피로 범벅되어 우는 카라마츠를 오히려 달래주었다. 제가 옆에 있겠다고 해주며 등을 토닥였다. 이치마츠는 칼을 다시 방에 넣어두고, 피가 묻은 바닥을 닦아냈다. 토도마츠가 그걸 도왔다. 쥬시마츠는 힘이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쵸로마츠를 부축해주었다. 쵸로마츠는 형들과 동생들을 쭉 훑어보았다.

"미, 친 거, 아니야?"

힘들게 내뱉는다. 숨이 거칠어진다. 머리가 어지럽다. 쥬시마츠가 쵸로마츠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다 방으로 이끌었다. 쵸로마츠는 쥬시마츠를 밀치고 비틀거리며 제 다리로 섰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평소의 카라마츠였다. 묻어있는 것만 뺀다면. 쵸로마츠는 바들 몸을 떨었다. 카라마츠의 광기어린 모습이 떠올랐다.

"미친 거 아니냐고!"

왜 아무도 놀라지 않아? 왜 아무도 카라마츠에게 뭐라 안 해? 왜? 왜 아무것도 묻지 않고, 탓하지 않는 거야? 어째서? 방금 사람을 죽였다고! 거기다 먹기까지 했어! 인간이 할 짓이야? 왜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건데!
쵸로마츠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카라마츠의 몸이 크게 떨린다. 오소마츠의 얼굴이 굳는다. 쥬시마츠가 다른 형제들의 눈치를 살핀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고, 이치마츠는 눈을 돌렸다. 쵸로마츠는 형제들을 바라보다 뒷걸음질 쳤다.
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지? 왜 날 그렇게 바라보는 거야? 이상한 건 카라마츠잖아. 왜? 어째서? 다들 미쳐버린 거야? 도대체 내 기억이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쵸로마츠는 말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가 쵸로마츠에게 다가왔다. 쵸로마츠는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등을 부딪쳤다. 오소마츠가 두 손을 들어 벽을 짚는다. 쵸로마츠가 벽과 오소마츠의 사이에 갇힌다. 오소마츠의 눈을 바라본다. 전에없이 진지하다.

"잘 들어."

한 번 밖에 설명하지 않을 거니까. 오소마츠의 말이 이어졌다. 쵸로마츠의 기억이 천천히 조각을 맞춰간다. 전부 다 기억 해내는 건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오소마츠가 설명해 준 부분을 통해 대강 추측이 가능했다. 하, 하하. 쵸로마츠는 웃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손을 내리고 뒤로 물러났다. 쵸로마츠는 한 팔론 배를 감싸고, 한 손으론 이마를 짚고서 몸을 숙였다. 그러곤 웃는다. 큰 소리로 웃는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쵸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미쳤다. 다들 미쳐있다.

"말이 되는 소리야, 그게?"

뚫린 입이라고 말하면 다 말인줄 알아? 쵸로마츠가 오소마츠를 노려본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늘어트리고 쵸로마츠를 내려다본다. 쵸로마츠는 까득 이를 갈다가 동생들을 둘러봤다. 표정이 모두 똑같았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원흉인 주제에 겁에 질려 덜덜 떠는 모습이 같잖다.
쵸로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치마츠와 토도마츠를 도와 정리를 마무리했다. 복도 바닥은 언제 피가 고여있었냐는 듯 깨끗해졌다. 능력도 좋네. 쵸로마츠는 복도 바닥을 노려보다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전 이치마츠가 들고있던 칼이 보인다.
쵸로마츠가 칼을 들어올린다. 사람을 죽일 때 썼던 칼일까. 오소마츠가 해 준 얘기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이치마츠와 오소마츠가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그 시체를 카라마츠에게 먹였다. 카라마츠는 몇 달 간 다락방에 갇혀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그 여름날에 갔던 신사. 그곳에 살던 신의 놀음. 쵸로마츠는 손잡이를 꽉 쥐었다. 벌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지? 쵸로마츠는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가 보인다. 카라마츠는 아직 쵸로마츠를 보지 못했다. 쵸로마츠는 천천히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쳤다. 쵸로마츠는 칼을 카라마츠의 배에 박아넣었다.

"카라마츠 형!"
"쵸로마츠!"
"카라마츠!"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카라마츠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쵸로마츠를 내려다봤다. 칼은 카라마츠의 팔에 박혔다. 쵸로마츠는 쯧 혀를 차곤 칼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가 쵸로마츠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희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야? 이치마츠의 말에 쵸로마츠가 식은 목소리로 묻는다. 이치마츠의 표정이 굳어간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풀고 뒤로 물러났다. 카라마츠가 우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있다.
저게 아직도 카라마츠로 보여? 쵸로마츠는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는 놀라 굳어 있었고, 오소마츠는 무표정했다. 이치마츠는 화난 표정으로 쵸로마츠를 노려보고 있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그냥 식인귀지."

저게 어딜봐서 사람이야? 너네도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쵸로마츠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누구도 그 말에 대답 할 수 없었다. 사실이라고 생각 했으니까. 오소마츠가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식인귀야."

먼저 말을 한 건 카라마츠였다. 카라마츠는 떨려오는 팔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얼굴은 못 봐줄 정도였다. 눈물이며 피며 이리저리 범벅된 얼굴을 누가 예쁘다 봐줄까.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난, 살고싶어."

쵸로마츠가 카라마츠의 팔에서 칼을 뽑아낸다. 윽, 카라마츠가 몸을 떨면서 주저앉는다. 쵸로마츠는 피묻은 칼을 바라보다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이쯤되니 알 것 같다. 쵸로마츠는 칼을 들어올렸다. 자신도 미쳐있었다.
칼로 카라마츠의 목을 내려찍으려했다. 오소마츠가 그 팔을 잡았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젓고, 쵸로마츠의 손에서 칼을 뺏어갔다. 그 칼은 이치마츠에게 건네진다. 쵸로마츠는 칼을 눈으로 쫓다가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쌍둥이잖아."

여섯이서 하나, 하나가 여섯. 우리는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안돼. 우린 모두가 필요해. 오소마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쵸로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내려다봤다. 상처는 언제 있었냐는듯 팔이 깨끗했다. 쵸로마츠는 쯧 혀를 찼다.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쵸로마츠는 방으로 들어갔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문을 바라보다 제 팔을 바라봤다. 피가 묻은 걸 제외하곤 깔끔하다.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가 웃으며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아,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피를 닦아내고, 카라마츠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세 명이서 하니 수월하게 일이 끝난다. 카라마츠는 손님방에 눕히고, 쥬시마츠가 쵸로마츠의 상태를 보러 자신들의 방으로 향한다. 오소마츠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폈다. 그 옆에 토도마츠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카라마츠의 옆엔 이치마츠가 붙어있다.

"쵸로마츠 형, 정말 죽이려고 한 걸까?"

오소마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정상적인 반응인 거겠지?"

마찬가지로 대답하지 않았다. 담배 연기만 내뱉을 뿐이다. 토도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다리 사이에 묻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미 카라마츠를 죽였겠지. 토도마츠는 어깨를 움츠렸다. 오소마츠가 손을 뻗어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답은 없는 거야."

오소마츠의 유일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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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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