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치마츠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쿵쿵. 바닥이 무너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의 큰 소리는 분명 저 안쪽에도 들릴 것이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며 방문 앞에 섰다. 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퍼져나온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일단 눈을 감았다. 진정해야했다. 이전처럼 그런 일을 벌이지 않으려면 진정해야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보낸 문자를 떠올렸다. 사과. 아주 짧고도 단순한 그 문자를 이치마츠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사과를 사오라는 건지, 아니면 먹고싶다는 건지. 어느쪽이든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좀처럼 문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명 무슨 뜻이 담겨져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했다. 이치마츠는 마침내 답에 도달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비명같기도 하고, 고함소리 같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고, 거친 숨소리도 들려온다. 더럽다. 역겹다. 짜증난다. 화가난다. 이치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문을 여는 건 쉽다. 막혀있지 않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신이 그 모습을 보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전처럼 그러지 않을 수 있는가? 양심의 바늘을 부러트리지 않을 수 있는가?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그럼에도 자신은 문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싸우고있다. 안에서 두 의견이 갈등하고있다. 열어? 안돼. 열지마? 그러기엔 화가 나. 열어야하나? 한 대 때려주고싶은데. 열면 안되는 거 아냐? 카라마츠에게 또 잘못을 할거야. 열어도 괜찮을 거야. 잘못을 하는 게 뭐 어때서? 벌써 할 만큼 했잖아. 이번에도 받아줄거야. 이치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이번에도 카라마츠는 받아줄거야. 이치마츠는 문을 밀었다.


카라마츠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소마츠에게 휩쓸려 흔들리는 와중에 이치마츠가 들이닥쳤다. 모습을 보이는게 부끄러워 팔로 얼굴을 가렸다. 곧 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래를 압박하던 것이 사라졌다. 팔을 내리니 이치마츠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오소마츠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이치마츠를 노려보고있다.

"형아를 때리다니, 나쁜 아이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억지로 웃으며 말한다. 이치마츠는 흘끔 그런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중지를 들어올린다. 오소마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똑같이 중지를 세워준다. 이치마츠는 그를 무시하고 카라마츠를 내려다본다.

"좋냐?"

쿡. 심장이 바늘로 관통당한다. 카라마츠는 울컥하고 올라오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제가봐도 자신은 쓰레기였다. 더러웠다. 혐오스러웠다.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소리가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당황했다. 딱히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달리 뭐라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애초에 이 상황에서 사과를 한다거나 하는 게 더 이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은 한계였다. 더이상 여기서 버티기 힘들었다. 오소마츠를 끌고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서 간신히 시선을 떼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뭐, 하는!"

"이성적인 척 하는 꼴이 같잖아서."

오소마츠가 눈을 접어 웃는다. 이치마츠는 팔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주먹으로 오소마츠의 머리를 내리치려하니 손으로 가볍게 막아버린다. 오소마츠는 싱글싱글 웃으며 형아에게 그러면 안되지 라는 말을 짓껄인다. 이치마츠는 방심한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너도 결국 짐승이잖아. 안그래?"

이치마츠는 반박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 말마따나 이성적인 척 하고 있어도 결국 이 상황에선 본능이 앞서고 있다. 간신히 참으며 무시하고 있었지만 오소마츠의 눈에는 보였겠지.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귀에 속삭였다. 이전처럼.
괜찮아. 먹어버려. 괜찮아. 이미 여러 입 먹힌 사과인데. 어서 먹어버려. 네 본능을 풀어버려. 이성으로 억누르지마. 너도 어차피 짐승이잖아. 그렇지? 네거 내가 가지는 것도 싫잖아. 그렇지? 응? 어서.
이치마츠는 굴복했다.


알파는 두 마리, 그 사이에 낀 가엾은 카라마츠. 쥬시마츠는 문너머로 그 상황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이전과 너무나 똑같은 그 상황은 마치 누군가가 연출한 것 같았다. 쥬시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지? 쵸로마츠에게 알려야하나? 토도마츠에게 전화해야하나? 자신이 들어가는 건 위험했다. 자신도 알파. 저 상황에 휘말리면 분명 이성을 잃어버릴 거다. 그건 안된다.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 역시 쵸로마츠에게 알리는 게 가장 좋을까. 쥬시마츠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

핸드폰은 오소마츠의 손에 넘어갔다. 쥬시마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특유의 미소. 쥬시마츠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꼈다.

"쥬시마츠."

안에서 카라마츠가 비명을 지른다. 안돼, 안돼. 안돼. 저리가. 저리가. 쥬시마츠. 안돼. 저리가. 싫어. 보이지마. 안돼. 제발. 필사적이었다. 쥬시마츠에게 절대로 보이고싶지 않다는 그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오소마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이 느낌이 좋았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얼굴을 가린 두 손 사이로 계속해서 안된다 소리치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제입술을 혀로 핥았다. 최고야.
쥬시마츠는 달짝지근한 향기에 코와 입을 가렸다. 이전에 이 향기에 휩싸여 그런짓을 해버렸다. 카라마츠에게 사과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었기에 카라마츠는 그 이유도 모를거다. 그와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절대로 모든 형제가 행복해 질 수 없다. 그건 안된다. 자신은 여태까지 모든 형제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력해왔다. 비록 그 노력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전해졌으리라 믿으며 지내왔다. 그걸 제 손으로 망가트릴 수는 없었다.

"손 내려도 돼."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린다. 쥬시마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오소마츠가 얼굴 가득 웃음을 담는다. 행복해보였다. 즐거워보였다. 쥬시마츠는 천천히 입과 코를 가린 손을 내렸다.
착하다, 쥬시마츠.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오소마츠를 올려다본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 문을 열었다. 방 안의 광경이 쥬시마츠의 눈 가득히 들어온다.
아아. 잔인하다. 그러면서 달콤하다. 쥬시마츠는 서서히 머릿속이 하얘져가는 걸 느꼈다. 이성을 본능이 잡아먹고 있다. 알파가 셋. 이전처럼. 그때 자신이 한 짓을 똑같이 해 버린다.
카라마츠는 절규했고, 이치마츠는 사로잡혔고, 쥬시마츠는 생각을 잃었다. 오로지 오소마츠만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제가 만든 쾌락에 취해있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나락으로 떨어진 제 몸을 어떻게든 위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근처에 도구가 될만한 걸 찾아보고, 맨손 맨발로라도 올라가려고 벽을 타보았다. 결과는 무리. 아주 조금도 올라 갈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하늘은 보이는데 올라갈 수가 없다. 그나마 보이는 하늘도 무척이나 좁아 저게 하늘의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포기할까. 이렇게 깊은 곳에 떨어졌다. 올라가는 건 무리다. 누군가가 길고 긴 줄을 내려주지 않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근데 이렇게 긴 줄이 있을리가 없잖아? 있다고 해도 올라가다가 힘이 빠져서 떨어져버릴거야.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끌어올려주는 것도 무리겠지. 중간에 힘이 빠져서 놓아버릴태니까. 무엇보다 이 생각엔 헛점이 하나 존재했다. 자신에겐 긴 줄을 내려줄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혼자였다.


카라마츠는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 몸을 일으키니 물수건이 떨어지고, 이불이 접힌다. 멍하니 물수건을 바라보다 옆으로 치우고 자신의 몸을 살폈다. 잠옷을 제대로 입고있다. 미미하지만 비누향도 나고있다. 씻겨준건가. 그래, 전처럼 방치해뒀다가 귀찮아지면 안되니까. 카라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코끝이 찡해진다. 심장이 쿡쿡 쑤셔온다. 손에 힘이 들어가 주먹이 쥐어진다. 몸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바들바들 떤다. 빠드득 이가 갈린다. 눈에 힘이들어가며 미간이 좁혀진다. 카라마츠는 숨을 몰아쉬었다. 갈곳잃은 감정들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쳤다. 금방이라도 휘말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소용돌이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졌다. 카라마츠는 이불에 묻혔다. 이렇게 화내고, 슬퍼해봤자 위로해 줄 사람은 없다. 받아줄 사람은 없다. 결국 저는 혼자였다.

"하아."

카라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 정말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까딱 잘못해서 임신이라도 해버리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해야하지.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생겨도 누구에게 따질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아빠가 누군지 알 수나 있을까. 카라마츠는 눈을 꽉 감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었다.
자신이 오메가인게 싫다. 자신의 성격이 이런 게 싫다. 이치마츠를 미워 할 수가 없다. 오소마츠를 증오 할 수가 없다. 쥬시마츠를 싫어 할 수가 없다. 그 셋을 내칠 수가 없다. 형제니까. 가족이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니까. 카라마츠는 몸을 웅크렸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걸 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잘못인가? 카라마츠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었다. 애초에 뭐가 문제인지도 이젠 구분이 가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카라마츠는 알 수 없었다. 수많은 궁금증 중에 단 하나도 제대로 답 할 수 없었다. 나는. 나는.

자신이라는 나무가 쓰러진 지금, 나는 어디에 몸을 기대야 하는 걸까.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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