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센티넬버스
※[이치카라/이치쥬시] 다행 -> [이치카라/이치쥬시] 관계 다음에 이어지는 글 입니다
본가에서 하루를 보내고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치마츠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항상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를 보내던 쥬시마츠가 일주일째 연락이 없었다. 다른 형제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면 큰 일이 생긴 건 아닐탠데.
"별 일 없다니까."
더군다나 카라마츠도 저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서 잡힌 손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불안정했던 정신이 안정되어간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손을 놓았다. 이치마츠는 빈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왜? 고개를 갸웃하며 그가 묻는다. 아무것도. 이치마츠는 툭 내뱉듯 말하고 침대에 누웠다.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자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카라마츠는 불을 끄고 나갔다. 이치마츠는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본가에서 지낼 때, 밤에 쥬시마츠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도시의 불빛은 거의 다 꺼지고, 가로등 불빛만 남아있던 탓에 하늘에 있는 별들이 제법 잘 보였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손을 잡아주었고,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팔을 끌어안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웃음을 나누었다. 행복했다. 쥬시마츠도 언제나처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하게 웃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쥬시마츠의 코끝에 입을 맞췄다 떼고 귓가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꺄르르 웃은 쥬시마츠는 똑같이 이치마츠의 귀에 사랑한다 속삭였다.
두 손을 잡았다. 눈을 맞춘다. 쥬시마츠의 입이 움직인다.
"이치마츠 형, 나랑도 키스해줘."
갑작스러운 요구. 이치마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쥬시마츠는 계속해서 요구해온다. 나하고도 키스해줘. 나도 형이랑 키스하고 싶어. 이치마츠는 목이 타들어가는 걸 느꼈다.
숨이 차오른다. 이치마츠는 다시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불안한 눈빛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고민했다. 자신이 쥬시마츠에게 키스를 해도 되나?
"쥬시마츠."
답은.
이치마츠는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았다. 쥬시마츠와는 처음으로 한 키스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첫키스는 빌어먹을 둘째 형이 뺏어갔다. 쯧,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 말마따나 쥬시마츠가 가이드였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렇게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도 줄어들었겠지.
가이드라는 건 센티넬의 정신을 안정시키고, 몸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주는 존재다. 센티넬이 불안정해져서 흔들리면 받쳐주고 잡아주는 게 가이드란 거다. 그런데 이치마츠는 오히려 카라마츠때문에 정신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었다.
'카라마츠가 아니라 쥬시마츠였다면.'
훨씬 더 좋았을탠데.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사랑한다. 쥬시마츠 또한 마찬가지로 이치마츠를 사랑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하지만 키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때문이었다. 카라마츠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지만 카라마츠의 존재가, 아니 가이드라는 존재가 이치마츠의 발목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손을 잡을 때에도, 쥬시마츠를 끌어안을 때에도 이래도 괜찮을까 고민했다. 자신이 혹여나 쥬시마츠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겁이났다. 쥬시마츠에게 아주 작은 상처 하나라도 입히는 게 무서웠다.
그럴때면 이치마츠는 정신이 불안정해졌다. 능력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카라마츠를 찾게된다. 그럼 카라마츠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 관계가 너무 싫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카라마츠가 없다면 살 수 없는 몸이다. 카라마츠가 있어야 더 오래 쥬시마츠를 보고, 더 많이 쥬시마츠에게 사랑한다 말해 줄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뭐야?"
"또 불안정해졌길래."
눈을 뜨니 카라마츠가 보인다. 어느새 손이 잡혀 카라마츠의 두 손에 갇혀있다. 이치마츠는 그 손을 빼내려했지만 카라마츠의 힘이 강해 그러지 못했다. 능력도 사용 할 수 없다.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고 다시 눈을 감았다.
"쥬시마츠와의 키스는 어땠어?"
이치마츠는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아?"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카라마츠가 웃는다. 자애로운 형의 미소다. 이치마츠는 저 미소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카라마츠가 저런 표정을 짓는 날엔 어김없이 자신을 향한 화살이 날아왔으니까.
그것은 자신과 카라마츠의 관계 사이에 생긴 부정적인 덩어리였다.
"좋았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키스."
이런 표정을 지을 때의 카라마츠는 자신에게 칼을 꽂았다. 온화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독설들을 내뱉었다. 그것은 마치 몸을 마비시키는 독과같아 이치마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카라마츠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치마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매도했다. 혐오했다. 형식적인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를 형성해 그것을 무너트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그저 끝나길 기다리는 방법말곤 없었다. 신기하게도 카라마츠가 이렇게 나올 때의 이치마츠는 정신이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쥬시마츠랑 하고 싶었지? 섹스. 하지만 내가 생각나서 못했지? 쥬시마츠를 더럽히는 게 아닐까 무서워서 못했지? 알고있어. 난, 다 알고있어."
이치마츠는 그저 어서 이 밤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난 항상 생각해. 내가 가이드고, 네가 센티넬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넌 내가 죽든말든 날 떠나버렸겠지. 쥬시마츠랑 같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야."
사실 처음엔 연극인줄 알았다. 카라마츠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였고, 주연을 차지 할 정도로 연기를 잘 했으니까. 그래서 처음 카라마츠가 이렇게 나왔을 땐 화를 냈다. 몇 번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연극이 아니었다. 애초에 연극을 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네 인생의 오점이지. 근데 그건 잘못됐어. 네가 센티넬인 게 잘못이잖아? 난 그냥 너에게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가이드였을 뿐이야."
센티넬의 정신은 능력을 사용하거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붕괴한다. 그것이 심해져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경우, 센티넬은 죽음에 이른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가 언제나 센티넬의 곁에 있는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센티넬의 정신은 가이드가 잡아주지만 가이드의 정신은 그 누구도 잡아주지 않는다는 거다.
가이드는 보통 혼자사는 경우가 많았다. 센티넬에게 언제나 붙어있어야 하고, 센티넬의 정신을 위해 봉사해야만 하니까. 그것은 가이드의 정신을 붕괴시켰고, 결국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만들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는 그렇게 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만이었고, 착각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과대평가했다. 카라마츠도 결국엔 평범한 사람이란 걸 간과했다.
"내가 없어지면, 내가 널 받아주지 않으면 넌 죽겠지. 네 목숨은 나에게 달린거야."
카라마츠의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대략 반년 쯤 전 부터였다. 카라마츠는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자다가 이치마츠를 찾아왔다. 그러곤 그의 손을 잡고 온화한 표정으로 저주의 말부터 악담까지 내뱉는다.
이상한 건 카라마츠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이런 증상을 몽유병이라 생각했고, 일종의 정신병이라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리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기에 방치했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자살하려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걸어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악담쯤이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걱정마. 널 떠날 생각은 없어. 내가 없으면 넌 죽고, 그러면 쥬시마츠는 슬퍼하겠지. 사랑하는 동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싶진 않아. 원망이 가득담긴 말을 듣는 것도 싫고."
그렇지만 오늘은 좀 힘들었다. 이치마츠는 말없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반만 감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 모습이 저와 똑 닮아있어서 이치마츠는 소름이 돋았다.
"쥬시마츠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 원하는 만큼. 난 신경쓰지 않아. 언제까지고 널 받아줄거야. 네가 죽지 않도록 도와줄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쥬시마츠가 원하는 대로 해줘."
적어도 한 명은 행복해야지. 안 그래?
카라마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건 분명 카라마츠의 속마음. 그간 속에 쌓아둬서 썩어버리고만 진심. 이치마츠는 더이상 병원에 가는 것을 미뤄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귀찮게."
내일 당장 병원에 끌고가야겠다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잠이들었다.
※센티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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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에서 하루를 보내고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치마츠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항상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를 보내던 쥬시마츠가 일주일째 연락이 없었다. 다른 형제들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면 큰 일이 생긴 건 아닐탠데.
"별 일 없다니까."
더군다나 카라마츠도 저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서 잡힌 손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불안정했던 정신이 안정되어간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손을 놓았다. 이치마츠는 빈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왜? 고개를 갸웃하며 그가 묻는다. 아무것도. 이치마츠는 툭 내뱉듯 말하고 침대에 누웠다.
카라마츠는 어깨를 으쓱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자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카라마츠는 불을 끄고 나갔다. 이치마츠는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로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본가에서 지낼 때, 밤에 쥬시마츠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도시의 불빛은 거의 다 꺼지고, 가로등 불빛만 남아있던 탓에 하늘에 있는 별들이 제법 잘 보였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손을 잡아주었고, 쥬시마츠는 이치마츠의 팔을 끌어안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웃음을 나누었다. 행복했다. 쥬시마츠도 언제나처럼,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하게 웃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쥬시마츠의 코끝에 입을 맞췄다 떼고 귓가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꺄르르 웃은 쥬시마츠는 똑같이 이치마츠의 귀에 사랑한다 속삭였다.
두 손을 잡았다. 눈을 맞춘다. 쥬시마츠의 입이 움직인다.
"이치마츠 형, 나랑도 키스해줘."
갑작스러운 요구. 이치마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쥬시마츠는 계속해서 요구해온다. 나하고도 키스해줘. 나도 형이랑 키스하고 싶어. 이치마츠는 목이 타들어가는 걸 느꼈다.
숨이 차오른다. 이치마츠는 다시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불안한 눈빛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고민했다. 자신이 쥬시마츠에게 키스를 해도 되나?
"쥬시마츠."
답은.
이치마츠는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았다. 쥬시마츠와는 처음으로 한 키스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첫키스는 빌어먹을 둘째 형이 뺏어갔다. 쯧,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 말마따나 쥬시마츠가 가이드였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렇게 정신이 불안정한 경우도 줄어들었겠지.
가이드라는 건 센티넬의 정신을 안정시키고, 몸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주는 존재다. 센티넬이 불안정해져서 흔들리면 받쳐주고 잡아주는 게 가이드란 거다. 그런데 이치마츠는 오히려 카라마츠때문에 정신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었다.
'카라마츠가 아니라 쥬시마츠였다면.'
훨씬 더 좋았을탠데.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사랑한다. 쥬시마츠 또한 마찬가지로 이치마츠를 사랑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다. 하지만 키스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때문이었다. 카라마츠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지만 카라마츠의 존재가, 아니 가이드라는 존재가 이치마츠의 발목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손을 잡을 때에도, 쥬시마츠를 끌어안을 때에도 이래도 괜찮을까 고민했다. 자신이 혹여나 쥬시마츠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겁이났다. 쥬시마츠에게 아주 작은 상처 하나라도 입히는 게 무서웠다.
그럴때면 이치마츠는 정신이 불안정해졌다. 능력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카라마츠를 찾게된다. 그럼 카라마츠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 관계가 너무 싫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카라마츠가 없다면 살 수 없는 몸이다. 카라마츠가 있어야 더 오래 쥬시마츠를 보고, 더 많이 쥬시마츠에게 사랑한다 말해 줄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뭐야?"
"또 불안정해졌길래."
눈을 뜨니 카라마츠가 보인다. 어느새 손이 잡혀 카라마츠의 두 손에 갇혀있다. 이치마츠는 그 손을 빼내려했지만 카라마츠의 힘이 강해 그러지 못했다. 능력도 사용 할 수 없다.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고 다시 눈을 감았다.
"쥬시마츠와의 키스는 어땠어?"
이치마츠는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아?"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카라마츠가 웃는다. 자애로운 형의 미소다. 이치마츠는 저 미소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카라마츠가 저런 표정을 짓는 날엔 어김없이 자신을 향한 화살이 날아왔으니까.
그것은 자신과 카라마츠의 관계 사이에 생긴 부정적인 덩어리였다.
"좋았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키스."
이런 표정을 지을 때의 카라마츠는 자신에게 칼을 꽂았다. 온화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독설들을 내뱉었다. 그것은 마치 몸을 마비시키는 독과같아 이치마츠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카라마츠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치마츠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매도했다. 혐오했다. 형식적인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를 형성해 그것을 무너트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응시했다. 그저 끝나길 기다리는 방법말곤 없었다. 신기하게도 카라마츠가 이렇게 나올 때의 이치마츠는 정신이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쥬시마츠랑 하고 싶었지? 섹스. 하지만 내가 생각나서 못했지? 쥬시마츠를 더럽히는 게 아닐까 무서워서 못했지? 알고있어. 난, 다 알고있어."
이치마츠는 그저 어서 이 밤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난 항상 생각해. 내가 가이드고, 네가 센티넬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넌 내가 죽든말든 날 떠나버렸겠지. 쥬시마츠랑 같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야."
사실 처음엔 연극인줄 알았다. 카라마츠는 고등학교 때 연극부였고, 주연을 차지 할 정도로 연기를 잘 했으니까. 그래서 처음 카라마츠가 이렇게 나왔을 땐 화를 냈다. 몇 번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연극이 아니었다. 애초에 연극을 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네 인생의 오점이지. 근데 그건 잘못됐어. 네가 센티넬인 게 잘못이잖아? 난 그냥 너에게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가이드였을 뿐이야."
센티넬의 정신은 능력을 사용하거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붕괴한다. 그것이 심해져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경우, 센티넬은 죽음에 이른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가 언제나 센티넬의 곁에 있는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센티넬의 정신은 가이드가 잡아주지만 가이드의 정신은 그 누구도 잡아주지 않는다는 거다.
가이드는 보통 혼자사는 경우가 많았다. 센티넬에게 언제나 붙어있어야 하고, 센티넬의 정신을 위해 봉사해야만 하니까. 그것은 가이드의 정신을 붕괴시켰고, 결국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만들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는 그렇게 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만이었고, 착각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과대평가했다. 카라마츠도 결국엔 평범한 사람이란 걸 간과했다.
"내가 없어지면, 내가 널 받아주지 않으면 넌 죽겠지. 네 목숨은 나에게 달린거야."
카라마츠의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대략 반년 쯤 전 부터였다. 카라마츠는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자다가 이치마츠를 찾아왔다. 그러곤 그의 손을 잡고 온화한 표정으로 저주의 말부터 악담까지 내뱉는다.
이상한 건 카라마츠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이런 증상을 몽유병이라 생각했고, 일종의 정신병이라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리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기에 방치했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자살하려는 것도 아니고, 어디를 걸어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악담쯤이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
"걱정마. 널 떠날 생각은 없어. 내가 없으면 넌 죽고, 그러면 쥬시마츠는 슬퍼하겠지. 사랑하는 동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싶진 않아. 원망이 가득담긴 말을 듣는 것도 싫고."
그렇지만 오늘은 좀 힘들었다. 이치마츠는 말없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반만 감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 모습이 저와 똑 닮아있어서 이치마츠는 소름이 돋았다.
"쥬시마츠와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 원하는 만큼. 난 신경쓰지 않아. 언제까지고 널 받아줄거야. 네가 죽지 않도록 도와줄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쥬시마츠가 원하는 대로 해줘."
적어도 한 명은 행복해야지. 안 그래?
카라마츠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건 분명 카라마츠의 속마음. 그간 속에 쌓아둬서 썩어버리고만 진심. 이치마츠는 더이상 병원에 가는 것을 미뤄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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