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RT이벤트 당첨자이신 eeoeeoe님께 드리는 글입니다.



뺨이 아프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평소처럼 골목길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들어갔더니, 귀여운 고양이들은 온데간데 없고 불량배들만 골목을 뒹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고 골목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온 먹이를 호랑이가 놓칠리가 없었다.
선빵필승 같은 개소리를 짓껄이며 놈들은 이치마츠에게 먼저 주먹을 뻗었다. 허나 이치마츠가 누구인가?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 중의 사남이며 장남인 오소마츠보단 못해도 다른 형제들보단 싸움을 잘하는 남자였다. 이치마츠는 저를 향해 오는 남자를 가볍게 발로 차버렸다.
이게! 놈들은 욕을 내뱉으며 계속 달려들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이치마츠는 손에 들고있던 고양이 먹이-오늘은 캔-가 들은 봉지로 놈들의 머리를 내려쳤다. 캔과 캔, 그리고 머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맑게 골목에 울렸다.
그쯤되면 물러날 거라 생각했으나 놈들은 이치마츠를 놓아주지 않았다. 누구처럼 말로만 폼을 잡는 놈들은 아니었는지 칼을 꺼내 휘두르기까지 했다. 결국 뺨이 스쳤다. 따갑다. 아프다. 그 뒤에 어떻게 됐더라?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찼다. 결국 고양이는 꼬리 끝도 보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뺨이 아파온다. 아아. 오늘은 불운한 날. 차라리 밖에 나오지 말 걸 그랬다.

"이치마츠?"

후회하고 있던 이치마츠 앞에 가장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그를 무시하고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갔다. 아니, 걸어가려고 했다.
팔이 잡혔다. 싸움으로는 이길 수 있을 지 몰라도, 힘으로는 카라마츠가 우위였기에 자신은 벗어날 수 없었다. 이치마츠는 짜증이 가득담긴 한숨을 내뱉고서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그 상처,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카라마츠는 목소리를 낮게 까는 것도 잊은 채 이치마츠에게 물어왔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상대를 안 해주는 게 낫지.
그러나 카라마츠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누가 이랬냐며 누가 감히 내 동생의 얼굴에 상처를 냈냐며 질문인지 짜증인지 모를 것들을 던져왔다. 이치마츠는 슬슬 화가나기 시작했다.
아니, 자기가 누구에게 맞았든 누구를 팼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걸 복수라도 해주거나 혼이라도 내려는 건가? 그걸 물어서 뭘 하려고? 항상 이렇게 해결 해 줄 것처럼 말해놓고는 정작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고, 복수를 해주지도 않았다. 화를 내거나 혼을 내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고서 카라마츠의 손을 떼어냈다.

"신경 꺼."

아. 카라마츠가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주춤 뒤로 물러났다가 쯧 혀를 찼다. 바보같은 얼굴. 이치마츠는 문득 모든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처입은 자신도, 형이랍시고 자길 챙기려드는 카라마츠도.
한심함은 곧 짜증으로 변질되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카라마츠가 짜증이났다. 상처입은 자신에게 짜증이났다. 그냥 모든 게 짜증난다.

"야."

그 짜증에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렇게 하면 짜증이 사라질까?

"이치마츠."

아. 아니었다. 아니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숨 안에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치마츠는 어찌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화풀이식으로 괴롭히기라도 하면 나아질까 싶었는데 그것도 되지 않는 듯 했다.
자신이 멱살을 잡으니 카라마츠는 언제나처럼 주륵 눈물을 흘렸다. 평소라면 이 모습에 만족하거나 짜증이 해소되었을 탠데.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짜증이 불안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째서?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자신을 부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놓아주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언제나 카라마츠를 울리는 건 자신이었다. 그건 자의였다. 그렇게하면 마음이 편해졌다. 카라마츠는 언제나 울면서도 화는 내지 않았다.
오늘도 자신은 카라마츠를 울렸다. 허허,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왜?"

간신히 카라마츠의 부름에 대답한다. 카라마츠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주머니에서 연고와 반창고를 꺼내 건넨다. 이런 걸 왜 가지고 다니는 건지.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고서 카라마츠의 손에서 연고와 반창고를 낚아챘다.
연고를 짜서 상처에 대충 바르고, 반창고를 떼어내 상처에 붙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웃는다.

"이제 좀 괜찮아,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묻는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다행이라 말하며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이치마츠는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모든 감정들이 눈녹듯 사라졌다. 지금 남은 감정이라곤 고마움 뿐.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이런 점이 싫었다. 자신의 감정을 모두 없애고, 비어버린 그 자리를 꿰차고 앉는 카라마츠가 싫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카라마츠."

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앗 하는 사이에 안겨지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그의 머리를 이치마츠는 말없이 꾸욱 눌렀다. 카라마츠는 곧 조용해졌다. 그것이 마음에 든 이치마츠는 한참동안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그렇게 의지하고 있었다.
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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