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애니메이션 8화 안식의 오소마츠
너는 내 친구였고, 가족이었으며 사랑이었다.
이치마츠는 오랜만에 친구의 얼굴을 볼 생각에 드물게 들떠있었다. 다른 고용인들은 그런 이치마츠의 얼굴에 두려움 반 기쁨 반으로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가 시키는대로 옷을 꺼내와 늘어놓으니 그가 직접 옷을 고른다. 평소엔 좀처럼 없는 일이다. 그는 항상 누군가가 골라주는 옷만 입었으니까.
이건 좀 누런데. 이건 좀 구겨진 거 같아. 이건 그 친구가 싫어하는 색이야. 이건 별로고. 이건 전에 만날 때 입었던 거잖아. 아니,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싫어. 그것도 안 돼. 어쩌지? 어떻게 하지? 입고 갈 옷이 없어. 뭘 입고 가야 그가 좋아해 줄까?
누가보면 몇 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은 것처럼 보이겠군. 고용인 중 하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옷방 안에서 다른 옷을 꺼내왔다. 그는 한참이나 옷을 고르다 결국 검은 정장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가장 처음 가지고 나온 옷. 고용인들은 불평없이 옷을 정리해 다시 옷방에 갖다놓았다.
"역시 이게 가장 깔끔하지."
그는 거울에서 옷을 한 번 더 살펴보곤 고용인에게 손짓했다. 고용인은 어제 그가 직접 챙겨놓은 가방과 코트를 가지고 다가왔다. 그가 팔을 벌린다. 가방은 조심히 아래에 내려두고 그에게 코트를 입힌다. 코트 단추를 채우고 가방을 들어 그의 손에 쥐어준다.
"이거면 되겠지."
그가 웃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평소처럼 허리가 굽어있지도, 목을 한껏 앞으로 빼지도 않았다. 걷는 법의 표본과도 같은 걸음걸이. 평소에도 저렇게 걸어주면 좋으련만 그는 집에 있을 땐 절대로 저렇게 걷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 친구라는 사람이 궁금해 질 법도 하지만 묻지는 못한다. 그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이치마츠가 차에 올라탄다. 차가 출발하고 고용인들은 안으로 들어가 제 할 일을 한다. 이치마츠는 흘끔 창밖을 보다가 제 가방을 끌어안았다. 이번엔 그가 좋아 할 만한 것들을 챙겨왔다. 바로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 밤에. 밤 늦게, 저녁을 먹고 그와 술을 한 잔 할 때. 그도 즐거워 해 주겠지?
이치마츠와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알고지낸 사이였다.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는 이치마츠를 그가 밖으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저절로 서로의 꿈이라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사이는 가까워졌다. 사춘기 시절을 지날 땐 이치마츠가 기숙 학교를 들어가는 바람에 조금 사이가 멀어질 듯 했지만 언제나 편지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그 관계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우."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밤에 비가 내리려나. 이렇게 기쁜 날 비라니. 그는 비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니까 나쁘진 않겠지만.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차는 숲을 지나 거대한 저택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차에서 내려 기사에게 내일 올 것을 명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가방은 잘 챙겼고.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으로 다가갔다. 두근거린다. 몇 달 만에 만나는 거더라?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거다. 거기다 그의 저택으로 오는 건 거의 몇 년만. 이치마츠는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그간 잘 지냈나?"
"잘 지냈어. 넌 여전히 시끄럽네."
"하하! 나야 시끄러운 걸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지 않는가!"
"잘 알고있네. 앵무새 같은 놈."
애정이 담긴 말 몇 마디가 오가고, 이치마츠는 그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치마츠를 직접 손님방으로 안내한 그-카라마츠는 며칠 푹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거라며 방긋 웃었다.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마치 그러겠다는 대답을 들은 것 처럼 양팔을 벌렸다.
"파티를 열어야겠군!"
"너와 나, 둘만의 파티가 아니라면 참석하지 않겠어."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곧바로 말한다. 카라마츠는 당연히 그대와 나, 둘만의 파티 아니겠는가라 말하며 어깨동무를 해왔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얼굴을 잡아 밀어냈다. 카라마츠는 순순히 물러나곤 쉬란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이치마츠는 코트를 벗어 침대에 대충 던져두곤 창가로 다가갔다. 커다란 정원과 연못이 보인다. 이렇게 더럽게 크기만 한 저택에서 혼자 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고용인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는 없을 터인데.
한 번은 같이 나와서 살지 않겠냐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곳이 좋다며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남겨준 땅이라며 거절했다. 혹시 도시에 위치한 저택이 그에게 좁아서 그런 것인가 싶어 큰 저택을 알아보고 권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치마츠로선 그를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외로움을 타는 주제에 이런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에 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녁이 준비 됐다네. 같이 먹겠나?"
몇 분이 지났을까 카라마츠가 찾아와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카라마츠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넓은 홀에 기다란 테이블이 있고, 수많은 의자들이 놓여져있었다. 그러나 식사는 테이블의 가장 끝쪽에만 차려져 있을 뿐, 나머지는 텅 비어있었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마주보고 앉았다.
오늘은 그대가 좋아하는 거로 준비 해봤다네! 그렇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식사를 시작했다. 카라마츠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은 둘 다 말이 없었다. 일종의 규칙이었다. 식사 시간엔 대화를 일절 하지 않는다.
식사가 다 끝나고 자리를 옮긴다. 이 홀에는 어울리지 않게 한구석에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곳은 이치마츠와 카라마츠, 둘 만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다른 손님이 와도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카라마츠가 허락하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앉아있다면 그는 전에 없던 만큼 화를 냈다. 그래, 오직 둘만을 위한 자리.
"먼저 들고 있게나. 나는 좀 씻고 와야겠어."
그래.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와인의 코르크를 빼냈다. 카라마츠는 위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내려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기다리며 와인 한 잔을 비웠다. 카라마츠가 직접 골라 사온 것이 분명 해 보이는 와인. 이치마츠는 작게 웃었다. 사랑스러운 사람.
"내가 왔다네, 친우여."
방금 한 말 취소. 이치마츠는 떨어트릴 뻔한 와인잔을 간신히 잡아 제 자리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흠칫 어깨를 움츠리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러다 감기걸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카라마츠를 놓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어색하게 웃으며 샤워 가운을 바로했다. 이치마츠는 흘끔 그 틈 사이를 훑어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마저 마실까? 아니, 난 잠시. 그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얼른 다녀오게나!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래. 이치마츠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위험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언뜻 보았던 것이 머리를 둥둥 떠다닌다. 아아.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고 도리질쳤다. 그는 친구야. 친구야. 몇 번 되내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잊고 있었네."
지금이라면 딱 적당한 때고. 이치마츠는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조금 낡아보이는 옷과 앞치마, 특이하게 생긴 가면과 장난감 칼, 그리고 망치가 들어 있었다. 이치마츠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썼다. 한 손엔 칼을 들고, 다른 손엔 망치를 들었다. 지금쯤 참지 못하고 조금 마셨을 거야. 그럼 좀 취해있겠지. 술에 약하니까. 이걸로 놀래켜줘야지. 이치마츠는 가면 뒤에서 웃었다.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간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뻗는다. 마침내 홀에 도착하고, 놀래키기 위해 소파를 바라봤을 때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차가운 바닥에 누워 등에 칼이 박혀있었다.
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망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간신히 옮겨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장난이야. 그렇지? 너는 원래 연기를 잘 하니까. 이것도 날 위해 네가 준비한 연극.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거랑 알맞게 떨어지는 그런 연극. 이치마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가면을 벗었다.
어둠 속에서도 붉게 보이는 피는 가짜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쇠냄새가 난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창밖이 번쩍이더니 곧 큰 소리를 내며 울어온다. 창문을 빗방울이 부술듯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장난을 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네가 죽는 일은 없었을까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
딱히 안 읽으셔도 되는 설명
-이치랑 카라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
-카라의 가족은 카라가 성인이 되기 바로 전에 모두 사망
-이치는 카라의 집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재력가 집안의 도련님, 현직 유명 소설가 및 자본투자자
-카라는 고용인을 제외하면 혼자살다시피 하고있음
-카라는 유산때문에 일을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음
-이치는 제이슨 분장을 하고 카라를 놀려줄 생각이었음
-이치>><<카라 쌍방짝사랑
※애니메이션 8화 안식의 오소마츠
너는 내 친구였고, 가족이었으며 사랑이었다.
이치마츠는 오랜만에 친구의 얼굴을 볼 생각에 드물게 들떠있었다. 다른 고용인들은 그런 이치마츠의 얼굴에 두려움 반 기쁨 반으로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가 시키는대로 옷을 꺼내와 늘어놓으니 그가 직접 옷을 고른다. 평소엔 좀처럼 없는 일이다. 그는 항상 누군가가 골라주는 옷만 입었으니까.
이건 좀 누런데. 이건 좀 구겨진 거 같아. 이건 그 친구가 싫어하는 색이야. 이건 별로고. 이건 전에 만날 때 입었던 거잖아. 아니,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싫어. 그것도 안 돼. 어쩌지? 어떻게 하지? 입고 갈 옷이 없어. 뭘 입고 가야 그가 좋아해 줄까?
누가보면 몇 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은 것처럼 보이겠군. 고용인 중 하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옷방 안에서 다른 옷을 꺼내왔다. 그는 한참이나 옷을 고르다 결국 검은 정장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가장 처음 가지고 나온 옷. 고용인들은 불평없이 옷을 정리해 다시 옷방에 갖다놓았다.
"역시 이게 가장 깔끔하지."
그는 거울에서 옷을 한 번 더 살펴보곤 고용인에게 손짓했다. 고용인은 어제 그가 직접 챙겨놓은 가방과 코트를 가지고 다가왔다. 그가 팔을 벌린다. 가방은 조심히 아래에 내려두고 그에게 코트를 입힌다. 코트 단추를 채우고 가방을 들어 그의 손에 쥐어준다.
"이거면 되겠지."
그가 웃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평소처럼 허리가 굽어있지도, 목을 한껏 앞으로 빼지도 않았다. 걷는 법의 표본과도 같은 걸음걸이. 평소에도 저렇게 걸어주면 좋으련만 그는 집에 있을 땐 절대로 저렇게 걷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 친구라는 사람이 궁금해 질 법도 하지만 묻지는 못한다. 그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이치마츠가 차에 올라탄다. 차가 출발하고 고용인들은 안으로 들어가 제 할 일을 한다. 이치마츠는 흘끔 창밖을 보다가 제 가방을 끌어안았다. 이번엔 그가 좋아 할 만한 것들을 챙겨왔다. 바로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 밤에. 밤 늦게, 저녁을 먹고 그와 술을 한 잔 할 때. 그도 즐거워 해 주겠지?
이치마츠와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알고지낸 사이였다.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가려하지 않는 이치마츠를 그가 밖으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저절로 서로의 꿈이라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사이는 가까워졌다. 사춘기 시절을 지날 땐 이치마츠가 기숙 학교를 들어가는 바람에 조금 사이가 멀어질 듯 했지만 언제나 편지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그 관계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우."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밤에 비가 내리려나. 이렇게 기쁜 날 비라니. 그는 비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니까 나쁘진 않겠지만.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차는 숲을 지나 거대한 저택의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차에서 내려 기사에게 내일 올 것을 명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가방은 잘 챙겼고.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으로 다가갔다. 두근거린다. 몇 달 만에 만나는 거더라?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거다. 거기다 그의 저택으로 오는 건 거의 몇 년만. 이치마츠는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군! 그간 잘 지냈나?"
"잘 지냈어. 넌 여전히 시끄럽네."
"하하! 나야 시끄러운 걸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지 않는가!"
"잘 알고있네. 앵무새 같은 놈."
애정이 담긴 말 몇 마디가 오가고, 이치마츠는 그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치마츠를 직접 손님방으로 안내한 그-카라마츠는 며칠 푹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거라며 방긋 웃었다.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마치 그러겠다는 대답을 들은 것 처럼 양팔을 벌렸다.
"파티를 열어야겠군!"
"너와 나, 둘만의 파티가 아니라면 참석하지 않겠어."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곧바로 말한다. 카라마츠는 당연히 그대와 나, 둘만의 파티 아니겠는가라 말하며 어깨동무를 해왔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얼굴을 잡아 밀어냈다. 카라마츠는 순순히 물러나곤 쉬란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이치마츠는 코트를 벗어 침대에 대충 던져두곤 창가로 다가갔다. 커다란 정원과 연못이 보인다. 이렇게 더럽게 크기만 한 저택에서 혼자 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고용인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는 없을 터인데.
한 번은 같이 나와서 살지 않겠냐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곳이 좋다며 자신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남겨준 땅이라며 거절했다. 혹시 도시에 위치한 저택이 그에게 좁아서 그런 것인가 싶어 큰 저택을 알아보고 권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치마츠로선 그를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외로움을 타는 주제에 이런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에 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저녁이 준비 됐다네. 같이 먹겠나?"
몇 분이 지났을까 카라마츠가 찾아와 물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카라마츠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넓은 홀에 기다란 테이블이 있고, 수많은 의자들이 놓여져있었다. 그러나 식사는 테이블의 가장 끝쪽에만 차려져 있을 뿐, 나머지는 텅 비어있었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마주보고 앉았다.
오늘은 그대가 좋아하는 거로 준비 해봤다네! 그렇네.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식사를 시작했다. 카라마츠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은 둘 다 말이 없었다. 일종의 규칙이었다. 식사 시간엔 대화를 일절 하지 않는다.
식사가 다 끝나고 자리를 옮긴다. 이 홀에는 어울리지 않게 한구석에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곳은 이치마츠와 카라마츠, 둘 만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다른 손님이 와도 그 자리에 앉는 것은 카라마츠가 허락하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앉아있다면 그는 전에 없던 만큼 화를 냈다. 그래, 오직 둘만을 위한 자리.
"먼저 들고 있게나. 나는 좀 씻고 와야겠어."
그래.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곤 와인의 코르크를 빼냈다. 카라마츠는 위층으로 올라가 한참을 내려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기다리며 와인 한 잔을 비웠다. 카라마츠가 직접 골라 사온 것이 분명 해 보이는 와인. 이치마츠는 작게 웃었다. 사랑스러운 사람.
"내가 왔다네, 친우여."
방금 한 말 취소. 이치마츠는 떨어트릴 뻔한 와인잔을 간신히 잡아 제 자리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카라마츠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흠칫 어깨를 움츠리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러다 감기걸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카라마츠를 놓아주었다. 카라마츠는 어색하게 웃으며 샤워 가운을 바로했다. 이치마츠는 흘끔 그 틈 사이를 훑어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마저 마실까? 아니, 난 잠시. 그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얼른 다녀오게나!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래. 이치마츠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위험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언뜻 보았던 것이 머리를 둥둥 떠다닌다. 아아.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고 도리질쳤다. 그는 친구야. 친구야. 몇 번 되내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잊고 있었네."
지금이라면 딱 적당한 때고. 이치마츠는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조금 낡아보이는 옷과 앞치마, 특이하게 생긴 가면과 장난감 칼, 그리고 망치가 들어 있었다. 이치마츠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썼다. 한 손엔 칼을 들고, 다른 손엔 망치를 들었다. 지금쯤 참지 못하고 조금 마셨을 거야. 그럼 좀 취해있겠지. 술에 약하니까. 이걸로 놀래켜줘야지. 이치마츠는 가면 뒤에서 웃었다.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간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뻗는다. 마침내 홀에 도착하고, 놀래키기 위해 소파를 바라봤을 때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차가운 바닥에 누워 등에 칼이 박혀있었다.
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망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치마츠는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간신히 옮겨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장난이야. 그렇지? 너는 원래 연기를 잘 하니까. 이것도 날 위해 네가 준비한 연극.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거랑 알맞게 떨어지는 그런 연극. 이치마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가면을 벗었다.
어둠 속에서도 붉게 보이는 피는 가짜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쇠냄새가 난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창밖이 번쩍이더니 곧 큰 소리를 내며 울어온다. 창문을 빗방울이 부술듯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장난을 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네가 죽는 일은 없었을까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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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안 읽으셔도 되는 설명
-이치랑 카라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
-카라의 가족은 카라가 성인이 되기 바로 전에 모두 사망
-이치는 카라의 집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재력가 집안의 도련님, 현직 유명 소설가 및 자본투자자
-카라는 고용인을 제외하면 혼자살다시피 하고있음
-카라는 유산때문에 일을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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