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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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이후의 이야기
"그럼, 쥬시마츠 오기 전에 먼저 들어가."
형은? 나는 좀 더 있다 갈게. 으음, 그래.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마. 아아, 알았어. 그럼 이따 집에서 보자. 그래.
오소마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동생들을 먼저 집에 보내고, 이제 남은 건 저 혼자였다. 오소마츠는 웃음을 거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만 같다. 그렇게 울고도 또 우는 건가.
쥬시마츠가 생각났다. 첫 사랑인가? 그건 모르겠지만 진심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쥬시마츠는 사랑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서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깨졌다. 오소마츠는 손을 들어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자신이 관여 할 일이 아니란 걸 알고있다. 자신은 등을 떠밀어 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위치고, 역할이다. 쥬시마츠에게 무어라 말 할 자격이 없다. 그 사실이 당연한 것임에도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다. 난 모두를 위해 숨겼을 뿐이야. 그리고 그런 건 본인이 직접 말해야 하는 거잖아. 남이 말하면 험담밖에 더 돼? 그래,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심장을 찌르는 바늘은 이미 오래전에 닳고 닳아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술 기운이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더 마시고 싶어졌다.
편의점에서 맥주 캔 하나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점원이 가격을 말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돈 없지. 편의점이니 외상도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나. 오소마츠는 쯧 혀를 차며 맥주를 다시 넣으려했다.
"자, 이것까지 부탁합니다."
맥주 캔 두 개와 초코라떼 한 개가 계산대 위에 올라와있다. 쵸로마츠의 지갑이 열리고 돈이 꺼내진다. 카라마츠는 적당한 안주 거리를 골라와 계산했다. 오소마츠의 손에는 어느새 안주와 맥주가 담긴 봉지가 들려있었다. 허, 이 놈들이.
편의점 앞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앞에는 맥주가, 카라마츠의 앞에는 초코라떼가 놓여졌다. 셋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캔을 따고 가볍게 부딪쳤다. 내용물이 조금 흘렀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단번에 들이킨다. 목울대가 울리는 소리가 셋. 캔으로 상을 내려치고 똑같은 소리를 낸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무슨 술 마신 척이냐며 웃는다.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뭐라뭐라 쫑알거린다. 그렇게 시덥잖은 얘길 나누길 십 여 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왜 그렇게 열렬하게 형아를 바라봐, 차남?"
아무것도.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평소처럼 웃었다. 쵸로마츠는 턱을 괴고 맥주 캔을 만지작거렸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쵸로마츠는 눈을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시선을 무시했다. 맥주 캔에 입을 대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안에 남아있던 모든 맥주가 목으로 넘어간다. 푸하, 과장된 소리를 내뱉으며 캔을 입에서 뗀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뭐 할 말 없어?"
쵸로마츠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려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눈을 반 감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무슨 할 말?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말하기 싫다면 안 해도 좋아."
딱히 캐물으려고 온 것도 아니고. 카라마츠가 웃는다. 오소마츠는 웃음을 거두고 둘을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어느새 다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에겐 책임져야 할 다섯 명의 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는 다 거기서 거기니까 딱히 장남이라거나 형동생 사이를 의식하지 않고 지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에게 장남의 딱지가 붙었음을 알았다. 그 때, 오소마츠에겐 다섯 명의 동생이 생겼다. 그들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부담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큰 자리를 맡을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결국 장남이었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동생들은 여전히 동생들이다. 어리광도 부리고, 사고도 많이 치는 동생들. 그렇지만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오소마츠의 첫 번째 동생과 두 번째 동생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처럼.
"형님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우린 쌍둥이잖아?"
"장남이니 뭐니 해도 결국 동갑이지."
애초에 쌍둥이들끼리 서열 나누고 하는 거 웃기지 않아? 뭐, 그래도 형 취급은 해줄 거지만. 쵸로마츠가 투덜거리듯 내뱉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 쵸로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담배를 오소마츠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으로 와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하하, 오소마츠는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아, 일란성이니까 사실은 한 몸인가. 오소마츠는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으며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주변이 담배 연기로 가득하다.
"그렇네. 어차피 쌍둥이니까 말이야."
장남이니 뭐니 해도 동갑이지. 오소마츠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그 시선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의지 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장남이니까, 형제들의 버팀목이니까 어디에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대지 않으려 했다. 그건 착각이었어. 자신은 이미 동생들에게 기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버팀목은 하나가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도 따라 일어난다. 카라마츠는 쓰레기를 버리고, 뜯지도 않은 안주를 챙겼다. 셋은 나란히 발 맞추어 걸어갔다. 신발은 모두 달랐지만 발소리만은 같았다.
"동생들은 모두 자고있으려나?"
"글쎄."
"훗, 내 예상으론 아마 깨어있을 거다."
왜? 직감이다. 네 직감은 믿을 수 있는 거야? 그, 글쎄. 이상한 대화를 이어가며 길을 걸어간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가볍다. 집에 가까워 질 수록 그 마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소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길게 내쉬었다. 찬 공기가 뱃속을 채웠다 빠져나간다. 아, 기분 좋아.
"형아 왔다, 동생들아!"
문을 연다. 현관에서 기다리던 셋이 오소마츠를 맞이한다. 그렇지? 내 말 맞지? 훗. 카라마츠가 되도않는 폼을 잡는다. 이치마츠가 그런 카라마츠의 정강이를 발로 찬다. 쵸로마츠는 혀를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어서와! 오소마츠 형!"
"안 자?"
오,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오소마츠가 웃으며 손을 든다. 카라마츠는 자고있는 동생들을 바라보다 밖으로 나와 창문을 닫았다. 오소마츠는 안주거리로 샀던 과자를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카라마츠는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있잖아, 카라마츠. 응?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몸을 기댄다. 카라마츠는 과자 봉지를 내려놓고 오소마츠를 끌어안고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소마츠는 소리내 웃으면서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오소마츠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그래, 그렇구나. 오소마츠는 자세를 바로했다. 카라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과자를 들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아까 전엔 비올 것 같더니만 어느새 맑게 개었다. 그거로도 모자라 별빛들이 반짝인다. 예쁘다.
"슬슬 들어가는 게 어때?"
"그래. 춥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소마츠가 먼저 들어가고, 카라마츠가 뒤를 따라 들어온다. 창문을 닫고 제 자리로 들어간다. 잘 자. 아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눈을 감았다. 옆에서 쵸로마츠가 뒤척이는가 싶더니 손을 잡아왔다. 오소마츠는 눈을 뜨지도,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귓가에 쵸로마츠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답지않게 혼자 책임지려 하지마."
우리가 형, 형이 우리니까. 오소마츠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몸에서 힘을 뺐다. 모처럼 푹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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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쥬시마츠 오기 전에 먼저 들어가."
형은? 나는 좀 더 있다 갈게. 으음, 그래.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마. 아아, 알았어. 그럼 이따 집에서 보자. 그래.
오소마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동생들을 먼저 집에 보내고, 이제 남은 건 저 혼자였다. 오소마츠는 웃음을 거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만 같다. 그렇게 울고도 또 우는 건가.
쥬시마츠가 생각났다. 첫 사랑인가? 그건 모르겠지만 진심이란 건 알 수 있었다. 쥬시마츠는 사랑을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서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깨졌다. 오소마츠는 손을 들어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자신이 관여 할 일이 아니란 걸 알고있다. 자신은 등을 떠밀어 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위치고, 역할이다. 쥬시마츠에게 무어라 말 할 자격이 없다. 그 사실이 당연한 것임에도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다. 난 모두를 위해 숨겼을 뿐이야. 그리고 그런 건 본인이 직접 말해야 하는 거잖아. 남이 말하면 험담밖에 더 돼? 그래,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심장을 찌르는 바늘은 이미 오래전에 닳고 닳아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술 기운이 아직 남아있긴 했지만 더 마시고 싶어졌다.
편의점에서 맥주 캔 하나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점원이 가격을 말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돈 없지. 편의점이니 외상도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나. 오소마츠는 쯧 혀를 차며 맥주를 다시 넣으려했다.
"자, 이것까지 부탁합니다."
맥주 캔 두 개와 초코라떼 한 개가 계산대 위에 올라와있다. 쵸로마츠의 지갑이 열리고 돈이 꺼내진다. 카라마츠는 적당한 안주 거리를 골라와 계산했다. 오소마츠의 손에는 어느새 안주와 맥주가 담긴 봉지가 들려있었다. 허, 이 놈들이.
편의점 앞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의 앞에는 맥주가, 카라마츠의 앞에는 초코라떼가 놓여졌다. 셋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캔을 따고 가볍게 부딪쳤다. 내용물이 조금 흘렀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단번에 들이킨다. 목울대가 울리는 소리가 셋. 캔으로 상을 내려치고 똑같은 소리를 낸다.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무슨 술 마신 척이냐며 웃는다.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고 뭐라뭐라 쫑알거린다. 그렇게 시덥잖은 얘길 나누길 십 여 분,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왜 그렇게 열렬하게 형아를 바라봐, 차남?"
아무것도.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평소처럼 웃었다. 쵸로마츠는 턱을 괴고 맥주 캔을 만지작거렸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쵸로마츠는 눈을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의 시선을 무시했다. 맥주 캔에 입을 대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안에 남아있던 모든 맥주가 목으로 넘어간다. 푸하, 과장된 소리를 내뱉으며 캔을 입에서 뗀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뭐 할 말 없어?"
쵸로마츠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돌려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눈을 반 감고,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무슨 할 말?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말하기 싫다면 안 해도 좋아."
딱히 캐물으려고 온 것도 아니고. 카라마츠가 웃는다. 오소마츠는 웃음을 거두고 둘을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어느새 다시 오소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에겐 책임져야 할 다섯 명의 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는 다 거기서 거기니까 딱히 장남이라거나 형동생 사이를 의식하지 않고 지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에게 장남의 딱지가 붙었음을 알았다. 그 때, 오소마츠에겐 다섯 명의 동생이 생겼다. 그들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부담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큰 자리를 맡을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결국 장남이었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동생들은 여전히 동생들이다. 어리광도 부리고, 사고도 많이 치는 동생들. 그렇지만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오소마츠의 첫 번째 동생과 두 번째 동생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처럼.
"형님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우린 쌍둥이잖아?"
"장남이니 뭐니 해도 결국 동갑이지."
애초에 쌍둥이들끼리 서열 나누고 하는 거 웃기지 않아? 뭐, 그래도 형 취급은 해줄 거지만. 쵸로마츠가 투덜거리듯 내뱉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 쵸로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담배를 오소마츠의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옆으로 와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하하, 오소마츠는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아, 일란성이니까 사실은 한 몸인가. 오소마츠는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으며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쵸로마츠도, 카라마츠도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주변이 담배 연기로 가득하다.
"그렇네. 어차피 쌍둥이니까 말이야."
장남이니 뭐니 해도 동갑이지. 오소마츠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카라마츠도 쵸로마츠도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그 시선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다.
의지 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장남이니까, 형제들의 버팀목이니까 어디에 기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대지 않으려 했다. 그건 착각이었어. 자신은 이미 동생들에게 기대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버팀목은 하나가 아니었다.
오소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와 카라마츠도 따라 일어난다. 카라마츠는 쓰레기를 버리고, 뜯지도 않은 안주를 챙겼다. 셋은 나란히 발 맞추어 걸어갔다. 신발은 모두 달랐지만 발소리만은 같았다.
"동생들은 모두 자고있으려나?"
"글쎄."
"훗, 내 예상으론 아마 깨어있을 거다."
왜? 직감이다. 네 직감은 믿을 수 있는 거야? 그, 글쎄. 이상한 대화를 이어가며 길을 걸어간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가볍다. 집에 가까워 질 수록 그 마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평소와는 다르게. 오소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길게 내쉬었다. 찬 공기가 뱃속을 채웠다 빠져나간다. 아, 기분 좋아.
"형아 왔다, 동생들아!"
문을 연다. 현관에서 기다리던 셋이 오소마츠를 맞이한다. 그렇지? 내 말 맞지? 훗. 카라마츠가 되도않는 폼을 잡는다. 이치마츠가 그런 카라마츠의 정강이를 발로 찬다. 쵸로마츠는 혀를 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었다.
"어서와! 오소마츠 형!"
"안 자?"
오, 카라마츠. 카라마츠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오소마츠가 웃으며 손을 든다. 카라마츠는 자고있는 동생들을 바라보다 밖으로 나와 창문을 닫았다. 오소마츠는 안주거리로 샀던 과자를 카라마츠에게 건넸다. 카라마츠는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있잖아, 카라마츠. 응?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몸을 기댄다. 카라마츠는 과자 봉지를 내려놓고 오소마츠를 끌어안고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소마츠는 소리내 웃으면서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오소마츠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그래, 그렇구나. 오소마츠는 자세를 바로했다. 카라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과자를 들었다.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아까 전엔 비올 것 같더니만 어느새 맑게 개었다. 그거로도 모자라 별빛들이 반짝인다. 예쁘다.
"슬슬 들어가는 게 어때?"
"그래. 춥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소마츠가 먼저 들어가고, 카라마츠가 뒤를 따라 들어온다. 창문을 닫고 제 자리로 들어간다. 잘 자. 아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눈을 감았다. 옆에서 쵸로마츠가 뒤척이는가 싶더니 손을 잡아왔다. 오소마츠는 눈을 뜨지도,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귓가에 쵸로마츠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답지않게 혼자 책임지려 하지마."
우리가 형, 형이 우리니까. 오소마츠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몸에서 힘을 뺐다. 모처럼 푹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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