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아귀 2에서 이어집니다
※고어? 유혈? 주의
※카라마츠가 여전히 아귀인 루트


다락방을 청소했다. 다락방이라고 해도 되나. 지붕과 방 천장 사이의 공간을 청소했다. 자잘한 짐들을 모두 창고로 옮기고, 필요없는 것들은 내다버렸다. 바닥에는 이불을 깔고, 기둥에는 튼튼한 쇠사슬을 묶었다. 쇠사슬에 연결된 목걸이는 카라마츠의 목에 채워졌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형제들은 생각했다. 이렇게 카라마츠를 가둬두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는다. 아니, 자신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카라마츠 본인도 죽겠지. 그런 상황은 보고싶지 않았다.
데카판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이미 자신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더군다나 자신은 영적인 능력이 없어 자세한 상태를 아는 것도 힘들다 말했다. 영적인 능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은 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 뿐이었다. 카라마츠를 죽이거나 카라마츠를 가둬두거나. 선택권은 오소마츠에게 주워졌다. 동생들이 회피한 탓이다. 오소마츠는 고민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카라마츠를 살려둔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될까. 반대로 카라마츠를 죽인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될까.
카라마츠를 살려둔다면 언젠간 크게 다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카라마츠의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다. 거기다 굶길 수도 없으니 매 끼니마다 많은 양의 먹을 것을 줘야한다. 그걸 다 감당 할 수 있을까.
카라마츠를 죽인다면 어쩌면 있을 지 모르는 가능성마저 없애버리게 된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 갈 수 없다. 형제들은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걸 버텨낼 수 있을까.
어느쪽이 더 올바른 선택일까.

"다락방엔 올라가지 마."

오소마츠는 사다리를 치웠다. 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카라마츠를 죽일 수 없었다. 도저히 결심이 서질 않았다. 조금 더 냉정해 질 수 있다면 좋을탠데. 오소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
카라마츠에게 식사를 갖다주는 일은 두 명씩 돌아가면서 맡았다. 한 명은 사다리를 잡아주고, 한 명은 먹을 걸 가지고 올라간다. 카라마츠는 기둥에 묶여 눈을 번뜩이며 올라오는 제 형제를 바라본다. 형제라는 인식이 있긴 할까. 쟁반 위에 먹을 걸 두고, 봉으로 밀어 전해준다. 그러면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그릇은 일회용 그릇을 사용한다. 수저는 주지 않는다. 쟁반은 다시 회수해가지만 부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접시마저 다 먹어치운다. 그러고나면 아주 잠깐 얌전해진다. 그 틈을 타서 다시 다락방 문을 봉해둔다.
귀찮고 손이 많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먹을 걸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 번, 한 끼를 주지 않았다가 천장이 부숴질 뻔했다. 어쩔 수 없다. 자신들이 선택한 길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생활비는 감당하기 힘들었고, 정신 상태도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다시 한 번 결단을 내려야만했다.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아.

"오소마츠 형, 그거."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장갑을 벗고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치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형제들이 모두 잠든 밤, 오소마츠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이치마츠는 아래에서 사다리를 잡아주었다.
어두워서 카라마츠가 어딨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소리로 대강 위치만 파악 할 수 있을 뿐이다. 오소마츠는 들고온 봉지를 뒤집었다. 후두둑.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가 떨어졌다.
오소마츠는 한 부분씩 카라마츠에게 밀어넣었다. 카라마츠가 뜯어먹는 소리가 들린다. 오소마츠는 마지막으로 남은 발까지 밀어넣고서 밑으로 내려가려했다. 좁은 공간에 진동하는 피냄새가 역겨워 참기 힘들었다.

"오, 소마츠?"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벗어났을탠데. 오소마츠는 안쪽을 바라봤다. 빛이 들어오지 않기에 윤곽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오소마츠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이치마츠, 손전등 좀 찾아와. 이치마츠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치마츠도 들은 거겠지. 오소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치마츠는 금방 손전등을 찾아왔다. 오소마츠는 손전등을 켜 카라마츠쪽을 비췄다. 얼굴이며 옷이며 온통 피범벅이었다. 그렇지만 얼굴만큼은 겁을 먹은 평소의 카라마츠였다.

"나, 나 뭘 한 거야?"

손이 축축해. 피냄새나. 나 뭘 한거야? 설마 누구 죽인 거야? 아니지? 잡아먹은 거 아니지? 그렇지?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이 보인다. 아. 카라마츠다.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걱정마. 네가 먹은 건, 돼지니까."

그래. 돼지 한 마리. 카라마츠는 그 말에 금방 안도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전등을 껐다. 오소마츠? 저를 부르는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소마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걸 눈치챈 건지 카라마츠도 말이 없었다.
오소마츠는 다시 손전등을 켜 카라마츠를 비췄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오소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가 완전히 돌아온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시적인 거일 뿐이야.

"잘 들어, 카라마츠."

그러니까 흔들려선 안된다.

"너는 계속 이곳에 묶여있을 거야."

모두를 위해, 너를 위해.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형아 말 믿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입꼬리는 바들 떨리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웃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래. 착하다. 그럼 형아는 이만 내려갈게. 잘자. 그래. 너도. 손전등을 껐다. 다락방 문을 봉하고 사다리를 타고서 아래로 내려갔다. 이치마츠가 설명을 원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아주 잠깐 카라마츠가 원래대로 돌아왔어."

그게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어. 일단은 평소처럼 저곳에 두자.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해. 이치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리고 욕실로 향했다. 피냄새가 역겹다.
이치마츠는 제 어깨에 남은 피냄새에 눈살을 찌푸리다 고개를 들었다. 저 위엔 카라마츠가 있다. 괴물이 아닌 카라마츠가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저 우리를 벗어 날 수 없다.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치마츠는 그를 풀어줄 용기가 없다. 그는 사다리를 치우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아."

오소마츠는 따듯한 물에 몸을 담궜다. 차가운 물로 씻어내느라 차가워졌던 몸이 금방 따듯해진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그대로 축 늘어진다. 한 손을 들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를 쓸어올린다. 손에 있던 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보는 눈이 없는 곳으로 유인해 몇 번이고 야구배트로 내려치면 된다. 그걸 조각내서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카라마츠에게 먹였다.
오소마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대로 물속에 잠겼다. 일 초, 십 초, 삼십 초. 푸하.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을 닦고, 욕조에 몸을 기댔다.
오소마츠는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살인이고, 살인은 명백한 범죄다. 동생을 위해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이건 그러니까, 우리 속 맹수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닭을 죽일 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과 같은 거라고 오소마츠는 생각했다. 사람은 먹이가 되는 닭이고, 카라마츠는 우리 속 맹수다.
오소마츠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어찌하랴. 자신에겐 그 누구보다 가족이 중요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 오소마츠는 욕조를 나왔다.

"다음엔."

좀 더 큰 사람을 노려볼까. 오소마츠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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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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