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마츠 시점


나, 마츠노 가 여섯쌍둥이 중 사남인 마츠노 이치마츠. 자칭 타지않는 쓰레기. 나이는 2n살. 썩은 생선 눈을 하고있음. 그래, 내 소개는 이쯤에서 끝낼까. 애초에 알고싶어하는 사람도 없을태고, 누구한테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얘긴 여기서 끝내지.
나는 사랑을 하고있다. 내 사랑을 받는 상대는 언제나 빛나고, 빛나고, 빛이나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있다. 그거로도 모자라서 외모도 잘났다. 다리는 길고, 손은 예쁘고, 몸은 균형 잡혔으며 얼굴도 잘생겼다. 아, 같은 얼굴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는 나와 나이가 같으며 현재 모 대학의 연극과에 재학중이다. 학년은 1학년. 2n살이나 됐는데 왜 1학년이냐고 묻는다면 늦게 들어갔으니까 라고 대답해주지. 그가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건 아마 1년 전으로, 그는 1년 동안 죽기살기로 공부하고 연습해서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옆에서 보았던 그 모습은 정말 반짝반짝했지.
당당하게 합격 통지서를 가져와 보여준 그는 곧바로 짐을 챙겨 집을 나갔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래. 그는 오래전부터 혼자 살고싶어했다. 아마 형제들에게 무시 당하고, 괴롭혀지는 일상을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거겠지. 그도 사람이니까 한계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
단지 그게 너무 갑작스러웠을 뿐이다. 그렇게 갑자기 나가버려서 내가 이러고 있잖아. 알고있어? 아니, 넌 모르겠지. 둔하니까. 쯧, 혀를 차고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널 바라본다. 너는 언제나처럼 당당하다.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어깨를 쫙 피고 걷는다. 옷은 제법 평범하다. 형제가 없으니 튈 필요가 없다는 걸까.
주섬주섬 가방 안에서 쌍안경을 꺼내들었다. 너는 빌라의 5층으로 걸어 올라간다.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쌍안경을 다시 가방 안에 넣고 뒤돌아 집으로 향한다.

"이치마츠, 어디 갔다왔어?"

집에 들어가니 쵸로마츠 형이 묻는다. 고양이 밥주러. 짧게 대답하고 바로 방으로 올라갔다. 방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톡, 톡. 화면을 몇 번 터치하니 원하는 게 틀어진다. 지금은 어디에 있어?
그의 집은 원룸이다. 부엌, 침실, 거실이 하나로 붙어있다. 현관쪽에 싱크대와 냉장고, 가스레인지, 조리대가 있다. 현관 바로 옆엔 화장실이 있다. 좀 안으로 들어오면 식탁이 있고, 그 옆에 책장이 있다. 책장 옆에는 침대가 있는데 병원 침대처럼 상이 올라오는 구조라 책상으로도 쓰인다. 침대에서 공부가 될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침대 옆엔 작은 서랍장이 있다. 그 안엔 대본들이나 선글라스가 들어있다. 위에는 수면등과 알람시계가 있다. 맞은편에는 서랍장이 있다. 서랍장의 맨 위에는 상의가, 두번째엔 하의가, 세번째엔 속옷과 양말이 들어있다. 바로 옆엔 창문이 붙어있고, 베란다로 나갈 수 있다. 베란다엔 빨랫대와 세탁기 외엔 별거 없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언제나 보고있으니까. 지금도. 카메라는 여기저기에 설치해두었다. 자명종 시계, 천장, 거울, 욕실, 부엌 등등. 현관 앞 화분에도 설치해두었는데 슬슬 들키지 않을까 싶어서 치울 생각이다. 들키면 곤란하니까. 여러모로.
카라마츠는 지금 대본 연습을 하고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모습이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인가. 그의 표정이, 그의 눈빛이 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아름답다. 멋지다. 사랑스럽다. 아, 이 세상의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어.
카라마츠의 손이 올라갔다 내려간다. 그의 손을 잡고 입맞추고싶다. 그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짚는다. 그대로 주저앉아 가만히 있는다. 지금 당장 달려가 끌어안고 키스를 하고싶다. 아아. 손발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난 핸드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보고있다간 당장 달려가 끌어안을 것 같다. 끌어안는 거로 끝나면 다행이지. 그 상태로 넘쳐버린 감정을 다시 담지 못한 채 범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안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래선 안된다.

"이치마츠 형아-! 여기서 뭐해?"

불쑥, 쥬시마츠가 튀어나왔다. 핸드폰을 꺼놔서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툭 하니 내뱉고는 다리를 끌어안고, 허리를 굽혔다. 쥬시마츠는 한참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하아, 길게 숨을 내쉬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카라마츠는 잠시 쉬고있다.
카라마츠는 앉을 때 다리를 꼬고앉는 버릇이 있다. 주변에 사람이 없고, 공간이 널널할 때 나오는 그 버릇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다리가 길었다. 그 다리를 꼰다. 쭉 뻗은 다리가 아름답다. 그 뿐인가. 균형잡힌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그것은 그야말로 유혹하는 몸짓이었다. 그 모습을 볼때마다 당장 발등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는 지배하고 싶으면서도 지배당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남자다.
짧은 휴식이 끝난건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싱크대 쪽으로 갔나보다. 화면을 그쪽으로 전환한다.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가득하다. 컵에 입을 댄다. 컵을 든 손이 보인다. 새끼 손가락이 언제나처럼 쭉 뻗어있다. 귀여워. 컵과 함께 고개도 들어올려진다. 드러난 목이 멋지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젖이 예쁘다. 지금 당장 저 목에 얼굴을 묻고 물어 뜯고싶다.

"이치마츠!"

드륵, 쾅!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급히 핸드폰 화면을 끄고 다리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 형이 뚱한 얼굴로 방에 들어온다. 또 쵸로마츠 형과 한 판한 모양이지. 원래 이런 일은 카라마츠 담당이었지만 그가 없으니 오소마츠 형은 나에게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말이 없고, 조용하기 때문인가. 나한테 상사 죽여버릴 거 같다고 말해놓곤.

"쵸로마츠가!"

역시나.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오소마츠 형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오소마츠 형이 싫었다. 그는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유일한 형이고, 그렇기에 카라마츠는 그를 많이 의지했다. 동생이기 때문에 나에겐 안 보여주는 진심도 그에겐 거리낌 없이 보여주었다. 나는 그게 혐오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싫었다. 내가 장남이었다면 좋았을탠데.
한참을 쏟아낸 오소마츠 형은 이제 개운해졌다며 방을 나갔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오소마츠 형때문에 귀한 장면을 놓쳤다. 저장해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다시 돌려보는 건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귀한 장면때문에 할 수 없다. 뭐든지 일단 지금 봐야하니까.
카라마츠는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있다.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진 잘 모르겠지만 옆태가 무척 멋지다는 건 알겠다. 카라마츠는 쌍둥이 형제들 중에서도 유난히 선이 굵었다. 남자답다고 해야할까. 모두 남자긴 했지만. 이걸 뭐라 설명해야하지. 카라마츠의 외모를 감히 이 세계의 말로 설명 할 수 없다.
짙은 눈썹, 내리깐 눈, 긴 속눈썹, 진지한 눈동자, 날렵한 코, 굳게 다물어진 매끄럽고 말랑할 입술. 아아. 화면으로밖에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그가 집을 나가기 전엔 자주 집에서 봤었는데. 물론 카라마츠는 몰랐겠지만.
그는 둔하다. 내가 카라마츠를 계속 바라본 건 벌써 십 여 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딱히 신경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사람이니까. 갑자기 화가 난다.
목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러가야겠다. 이대로 화면으로만 보는 건 성에차지 않는다. 거기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화가 가라앉지도 않을 것 같다.

"또 어디가? 해 다 졌는데."

토도마츠가 묻는다. 가만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신발을 신었다. 오늘 안 들어올거야. 주머니 안에 있는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토도마츠는 눈치가 빠르니까 어쩌면 이미 모든 걸 알고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걱정되진 않아. 토도마츠는 자기에게 피해가 오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말하면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고있겠지.
어두워지는 길을 걷는다. 보라색과 남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아아.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서 그가 보고싶다. 그의 손을 잡고, 그에게 보고싶었노라 속삭이고싶다.

매일 바라봐도 부족한 그대여. 지금 내가 그대를 찾아가니, 부디 나를 반기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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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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