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이치마츠가 M?...이라 해야할까
※폭력 주의
※이치마츠 시점


나는 마츠노 이치마츠. 마츠노가 여섯 쌍둥이 중 사남. 여섯 명의 쓰레기 중 가장 돋보적인 쓰레기. 타지도 않는 쓰레기. 삶의 의욕, 없을 걸. 아마. 어쨌거나 그런 쓰레기장에서 돋보적인 쓰레기인 나는 아마 마조히스트인 것 같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예전엔 욕을 들으면 불편하고, 화를 내고, 심하면 우울에 빠지기까지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그쪽이 더 편하고, 짜릿하다. 성적 흥분? 그거까진 아직인 거 같은데. 하타보의 깃발에 꿰뚫렸을 때는. 뭐.
어쨌거나 나는 누군가 나를 욕해주는 게 편하다. 친구가 없어도 괜찮아. 오히려 이런 날 진정으로 받아줄 친구가 없을태니까. 알게되면 괴롭힘 대상으로 삼고, 배신이나 하고 그럴 거야. 날 괴롭히는 건 가족이자 가장 가까운 형제들이면 충분하다.
물론 모든 형제들이 다 날 괴롭히는 건 아니다. 쥬시마츠는 나를 위해 이런저런 사건을 벌이기도 한다. 가장 심한 건 역시 둘째 형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언제나 나를 챙기려든다. 그것이 형으로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단지, 불편할 뿐이다.
나는 누가 나를 욕해주는 게 편하다. 나를 괴롭히고, 매도해주는 게 편하다. 근데 카라마츠는? 못해. 원래 타고난 성격인 건 아니다. 어렸을 때의 카라마츠는 쿨하고 담백하며 곧잘 싸움을 하는 상당한 악동이었다. 그래, 오소마츠 형처럼. 그러다가 어느순간 허세에 물들더니, 속마음이 여려졌다. 아니, 반댄가. 속마음이 여려지더니 허세에 물들었다. 자신의 여린 속을 감추기 위해서. 연극부에 들어간 이후부터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다.
이야기가 새버렸는데, 어쨌거나 유일하게 카라마츠만 나를 매도하지 못한다. 언제나 감싸주고, 언제나 챙겨준다. 일부러 험하게 대하면 반박하지도 않고 눈살만 찌푸리거나 울어버린다. 얼마나 바보같고, 착한지. 그런 주제에 허세는 또 장난 아니라서 되려 내가 카라마츠를 매도하게 만들었다.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그렇다고 카라마츠가 마냥 맞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아마 그건 카라마츠의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친절함으로, 형인 오소마츠 형에겐 가차없는 듯 하다. 전에 다리에서 떨어트렸다가 맞았댔나. 나도 다리에서 떨어트리면 맞을까. 이야기가 또 다른 곳으로 새고있네. 어쨌거나 카라마츠는 동생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착하고. 특히 나에겐 더 그렇다. 자길 닮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쿠소마츠. 전혀 다르다고.

"이치마츠?"

나는 그걸 오늘 카라마츠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이 관계를 더이상 지속하고싶지 않다. 다른 형제들처럼 카라마츠가 날 매도해줬으면 좋겠다. 욕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속을 밝히면 아마 그래줄 것이다. 카라마츠도 결국엔 인간이니까. 그래, 인간이니까 싫어하는 거 하나쯤은 있겠지. 그게 나같은 사람이라면 금상첨화. 꼬여버릴대로 꼬인속을 카라마츠의 앞에 털어놓는다.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경멸하는 표정? 질린다는 표정? 혼란스러운 표정? 차가운 눈빛? 어떤 얼굴? 너의 가면은 벗겨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어서 나에게 보여줘. 네 얼굴.

"이치마츠."

아.

"그렇구나.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이치마츠."

아아아.

"네가 날 형님으로 믿고있다는 거구나! 난 기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나에게만 말해주다니!"

온몸에 피가 싹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팔이 저려온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흥분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차갑게 식어간다.
어쩜 이렇게 멍청할까. 어쩜 이렇게 바보같을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걸까. 여기까지 오면서 카라마츠의 반응을 수만가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반응 중엔 이런 반응이 없었다. 날 매도하거나 그렇다면 이것도 좋냐며 때리거나 하는 걸 생각했다. 아니었어. 내가 착각했어.
카라마츠의 색은 파란색이다. 파란색은 보통 하늘, 바다 등 높거나 깊은 것에 쓰이는 색이다. 또 차가운 색의 대표적인 색으로 냉정함을 표하기도 한다. 감정에선 눈물색, 우울함도 말한다. 카라마츠의 파랑은 바다의 파랑이었다. 모든 것을 말없이 끌어안는다.

"이치마츠?"

아아. 화가난다. 화가나기 시작했다. 꽈악 주먹을 쥐고, 빠득 이를 갈았다.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카라마츠가 보인다. 그래. 네가 어디까지 끌어안을 수 있나보자. 바다가 아무리 넓고 깊다한들 결국엔 그 바닥이 존재하는 법이다. 너의 바닥을 내가 드러내주겠어.
주먹에 닿는 살이 느껴진다. 한 번, 두 번. 몇 번 더 주먹에 힘을 실어 카라마츠의 뺨을 때린다. 입안이 터진듯 피가 흐른다. 숨을 몰아쉬며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나를 봐. 나에게 증오하는 표정을 지어봐. 그렇게 소리치며 놈을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찼다. 옆구리가 차인 것이 아픈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린다.

"카라마츠."

아직 안끝났어. 카라마츠의 후드를 잡아 들어올린다. 목이 조였는지 켁켁 거리며 목부분을 잡아 당긴다. 아.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카라마츠를 다시 바닥에 던지고 이번엔 발로 밟았다. 넓은 어깨, 단단한 팔, 조금은 부드러운 배, 긴 다리. 밟아도 죽지 않을만한 부위만 골라서 고통스럽게 밟아주었다. 이쯤되면 나를 싫어하겠지? 욕하겠지? 아, 오소마츠 형처럼 때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웃는 얼굴로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

힘들게 한 자 한 자 내 이름을 내뱉는다. 나는 웃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이렇게까지 하면 카라마츠가 저를 경멸할 거라 생각했다. 싫어할거라 생각했다. 아니. 아니. 카라마츠의 깊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었다.
그래. 바다를 바가지로 아무리 퍼내도 바다는 줄어들지 않는다.

"야, 카라마츠."

그렇다면 바다의 파도에 한 번 휩쓸려보는 건 어떨까. 바다니까 파도 한 번 쳐보는 건 할 수 있을태지. 나는 카라마츠를 잡아 일으켜세웠다. 맞은 곳이 아픈지 몸을 웅크리고 제대로 서지 못한다. 다리가 떨리고있다.

"나 한 대만 쳐봐."

뭐?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올려 날 바라본다. 당황한 얼굴이다. 한 대 쳐보라고. 명령조로 말하며 카라마츠를 내려다봤다. 나보다 덩치가 크지만 이렇게 내려다보니 무척 작게보인다. 몸을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려나.

"어, 어떻게 그래."

난 못해. 못하기는. 안 하는거지. 나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고개가 푹 숙여진다. 지금 자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걸까. 어느쪽이든 딱히 좋은 느낌은 아니다.

"괜찮으니까 한 대 쳐보라고. 안 그럼 네가 죽어."

괜찮아? 다신 형제들 못 볼 거라고. 나는 감옥에 잡혀가겠지. 그걸 보고싶어? 아니잖아. 그렇지? 이젠 협박한다. 어째 처음 생각했던 상황과 전혀 반대인 상황이 된 거 같다. 아마 그건 카라마츠가 미련한 탓이겠지.
협박은 먹혔는지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그러곤 꽉 주먹을 쥔다. 그렇담 한 대만. 카라마츠가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나는 웃었다.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쳐오는 걸 보며 웃었다.

"아악!"

거대한 파도가 바로 앞에 왔을 때, 나는 팔을 들어 파도를 막으려 하고 말았다. 그 결과 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아파. 아파. 아파. 이 정도로 아플 줄은 몰랐다. 아프기만 하고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손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것같다. 어째서? 왜?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괜, 찮아?"

괜찮냐고? 안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나는 고함을 내질렀다. 카라마츠가 급히 나를 들춰맨다. 자기 상처도 있는 주제에 한 대 맞은 나를 들춰매고 뛰어간다. 이 얼마나 멍청한 사람이란 말인가.

"뼈에 금이 갔습니다."

어이가 없다. 카라마츠는 나에게 정말 피떡이 되도록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라곤 멍과 입안이 터진 것말곤 없었다. 근데 나는 카라마츠의 주먹에 팔 한 대 맞았다고 뼈에 금이갔다.
카라마츠는 내 앞에 허리를 숙여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해온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강이를 한 대 차주니 더 미안하다고 사과해온다. 이 얼마나 멍청한 사람이란 말인가.
카라마츠는 나를 경멸하지 않는다. 매도하지 못한다. 증오 할 수 없다. 나를 욕하게 하는 건 무리다.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도 안된다. 아니,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는 건 내가 못 버틸지도. 어쨌거나 그래, 카라마츠는 다른 형제들과 전혀 다르다.
나는 포기했다. 카라마츠가 나를 다른 형제들처럼 대하게 하는 것보다 내가 갱생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느껴졌으니까. 조금만 더 빠르게 알아챘다면 좋았을탠데. 나는 이미 카라마츠에게 내 속을 다 드러냈다.
아.

"카라마츠."

그렇다면 카라마츠에게는 솔직하게 행동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르니 카라마츠가 날 바라본다. 나도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시선이 교차된다. 솔직하게 행동하자. 숨길 것 없이.

"난 네가 정말 싫어."

근데 네가 없으면 안 될 거 같아.

"다 나을때까지 네가 내 수발 좀 들어라."

적어도 한 명쯤은 내 편이 있어도 좋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야. 내 솔직함을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나중의 문제. 나는 너에게 솔직하게 행동할 것이고, 너는 그걸 받아줬으면 해. 그것이 너와 나의 관계. 한 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관계.
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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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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