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쥬시마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어깨를 크게 다쳐 앞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야구도 하면 안된다. 다섯 명은 그 얘기를 쥬시마츠에게 할지말지 고민했다.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야구란 그야말로 삶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알면 얼마나 괴로울까. 모두 섣불리 말하자고 할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가 말해."
"그래. 그게 좋겠다. 카라마츠 형이 말해줘."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그 말을 하는 희생양으로 카라마츠가 선택되었다. 카라마츠는 불만을 내뱉으려 했지만 다른 형제들의 눈빛에 그 마음은 금방 꺾여버렸다.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병실 앞에 서서 몇 번이고 문을 열까말까 고민한다. 뒤에서 형제들이 재촉한다.
"어서 말하고 와."
"너라면 말 할 수 있어."
"한 대 정도는 맞아주고 와, 카라마츠 형."
너네가 내 동생들이라니. 카라마츠는 울음을 삼키며 문을 열었다.
"이, 일어나 있었나. 쥬시마츠."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침대 위에 앉아 평상시와 다름없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쥬시마츠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는 순간 왈칵하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는 곧바로 쥬시마츠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안겨있다가 웃음을 거두더니 큰 소리를 내 울기 시작했다. 쥬시마츠의 손이 카라마츠의 옷을 꽉 붙잡는다.
안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자 다른 형제들은 깜짝 놀라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본 것은 서로 끌어안고 울고있는 두 사람. 형제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고있어. 야구, 더이상 못 한다는 거 정도는."
내 몸이잖아. 내가 가장 잘 알아. 쥬시마츠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있는 그 목소리는 다른 형제들의 가슴을 쿡쿡 찔러왔다. 쥬시마츠는 붉어진 눈가를 소매로 문지르다가 고개를 들어 다른 형제들을 바라본다.
같이 울어서 눈가가 발간 카라마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웃고있는 오소마츠, 미안하단 표정을 짓고있는 쵸로마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인 이치마츠,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인 토도마츠.
쥬시마츠는 한 손으로 이불을 꽉 쥐었다.
"난 괜찮아."
야구는 보는 거로도 충분하니까. 쥬시마츠가 웃는다. 평소처럼 웃는다. 입꼬리가 잘게 떨리고있다. 결국 토도마츠는 울어버렸다. 카라마츠도 또 울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고, 쵸로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쥬시마츠는 기뻤다. 형제들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걱정해주고 울어준다는 사실이. 그래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자신에게 계속 속삭였다. 형제들이 있으니까 야구가 없어도 얼마든 버틸 수 있다고 속삭였다.
카라마츠가 남기로 하고 모두 돌아갔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도 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는 드물게 고집을 부리며 병원에 남았다.
다른 형제들은 집에 가는 길에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쥬시마츠가 괜찮다고 해도, 그 얼굴을 보면 전혀 괜찮지 않았다. 목소리도 가라앉은데다가 잘 웃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뾰족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위로해야해?"
"이런 거 처음이잖아."
"무리야."
"무슨 방법 없을까?"
아무리 물어보아도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렇다 할 생각은 나지 않는다. 네명은 가던 길을 멈춰섰다.
쥬시마츠의 웃음을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다시 평소처럼 웃는 쥬시마츠를 보고싶었다. 그렇지만 억지로 웃는 쥬시마츠는 싫었다. 아픈데, 슬픈데 눈물을 참고 웃는 쥬시마츠는 보고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평상시의 쥬시마츠를 볼 수 있지?
"어떻-. 아."
오소마츠가 말하다 멈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 오소마츠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그것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형제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뒤를 따라갔다.
"이거 어때?"
"이거로 뭐 어쩌자고?"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묻는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가 씨익 이를 보이며 웃는다. 쵸로마츠는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이 장남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러니까!"
"소등한다니까 이제 눕자."
카라마츠는 아직도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몸을 눕혔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었다.
"자장가 불러줄까?"
카라마츠가 말한다. 쥬시마츠가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가슴부분을 토옥톡 두드려주며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 쥬시마츠는 서서히 눈이 감기는 걸 느꼈다.
쾅!
눈이 뜨였다. 밖에서 난 큰 소리에 카라마츠도 노래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쥬시마츠는 놀라 눈을 껌뻑이며 문쪽을 바라봤다. 확인하고 올게.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말하고 문쪽으로 달려갔다.
쿵.
아.
"으아아아악!"
카라마츠는 얼굴을 두 손으로 누르며 바닥을 굴렀다. 갑자기 활짝 열린 문에 얼굴을 정면으로 받아버린 것이다. 아아. 쥬시마츠는 웃음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카라마츠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겨우 진정한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동의 주인공들을 보았다. 곰, 토끼, 고양이, 사슴. 이건 또 뭔. 카라마츠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인형탈 군단을 바라보았다.
폭폭.
곰이 박수를 두 번 치자 고양이와 사슴이 카라마츠의 양 팔을 붙잡는다. 앗 하는 사이에 붙잡힌 카라마츠는 그대로 들려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곰과 토끼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다가 쥬시마츠에게 다가갔다.
"오,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가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곰이 손을 흔들고는 양 팔을 들어올린다.
"우린!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망설이던 토끼가 곰을 따라 포즈를 취한다.
"인형탈 군단이다!"
하하. 쥬시마츠는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목소리는 분명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였다. 그럼 저 뒤에서 카라마츠를 붙잡고 있는 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겠지. 쥬시마츠는 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포즈를 취하고 있던 곰은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건넸다. 쥬시마츠는 그 손을 바라보다 꼬옥 잡아주었다. 부드러운 털이 느껴진다. 곰이 쥬시마츠를 잡아 이끌었다.
"어?"
쥬시마츠는 슬리퍼를 신은 채 곰에게 이끌려 다른 인형들과 같이 밖으로 끌려나갔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다가 방긋 웃었다. 아아. 나를 위해서.
하늘은 맑았다. 바람은 적당히 분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공기.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인형탈을 쓴 형제들. 쥬시마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운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서, 날 위해서.
"쥬시마츠!"
모두가 입을 모아 나를 부른다. 쥬시마츠는 방긋 웃었다. 평소보다 더 행복하게 웃었다.
"자! 이대로 병원 한 바퀴 돌아볼까!"
곰이 한 손을 올리며 소리친다. 다른 형제들도 한 팔을 들어올리며 소리친다. 쥬시마츠도 그들을 따라 팔을 올리며 소리친다. 곰이 앞장서고 그 뒤를 토끼가 따른다. 그 뒤엔 사슴이, 그 뒤엔 고양이가. 그리고 그 뒤엔 쥬시마츠가, 쥬시마츠의 뒤엔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는 앞을 보았다. 든든한 고양이다. 아마 안에는 이치마츠가 있겠지. 쥬시마츠는 뒤를 보았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가 씨익 웃는다. 쥬시마츠도 그를 따라 웃었다.
인형들이 행진한다. 인형들이 병원을 돈다. 잠을 자던 사람들도, 아직까지 깨어있던 사람들도 모두 창밖으로 인형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무슨 이벤트인가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건 당신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야. 이건 나를 위한 형제들의 이벤트. 나를 위한 형제들의 사랑.
쥬시마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뜨거워져서 온 몸이 따듯해진다. 위로가 서툰 형제들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이 위로가 쥬시마츠는 좋았다. 즐겁다. 행복하다. 정말. 정말.
"사랑해, 모두."
쥬시마츠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어깨를 크게 다쳐 앞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야구도 하면 안된다. 다섯 명은 그 얘기를 쥬시마츠에게 할지말지 고민했다.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야구란 그야말로 삶 그 자체였으니까. 그런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걸 알면 얼마나 괴로울까. 모두 섣불리 말하자고 할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가 말해."
"그래. 그게 좋겠다. 카라마츠 형이 말해줘."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그 말을 하는 희생양으로 카라마츠가 선택되었다. 카라마츠는 불만을 내뱉으려 했지만 다른 형제들의 눈빛에 그 마음은 금방 꺾여버렸다.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병실 앞에 서서 몇 번이고 문을 열까말까 고민한다. 뒤에서 형제들이 재촉한다.
"어서 말하고 와."
"너라면 말 할 수 있어."
"한 대 정도는 맞아주고 와, 카라마츠 형."
너네가 내 동생들이라니. 카라마츠는 울음을 삼키며 문을 열었다.
"이, 일어나 있었나. 쥬시마츠."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침대 위에 앉아 평상시와 다름없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쥬시마츠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는 순간 왈칵하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카라마츠는 곧바로 쥬시마츠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안겨있다가 웃음을 거두더니 큰 소리를 내 울기 시작했다. 쥬시마츠의 손이 카라마츠의 옷을 꽉 붙잡는다.
안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자 다른 형제들은 깜짝 놀라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본 것은 서로 끌어안고 울고있는 두 사람. 형제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고있어. 야구, 더이상 못 한다는 거 정도는."
내 몸이잖아. 내가 가장 잘 알아. 쥬시마츠는 의외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있는 그 목소리는 다른 형제들의 가슴을 쿡쿡 찔러왔다. 쥬시마츠는 붉어진 눈가를 소매로 문지르다가 고개를 들어 다른 형제들을 바라본다.
같이 울어서 눈가가 발간 카라마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웃고있는 오소마츠, 미안하단 표정을 짓고있는 쵸로마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인 이치마츠,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인 토도마츠.
쥬시마츠는 한 손으로 이불을 꽉 쥐었다.
"난 괜찮아."
야구는 보는 거로도 충분하니까. 쥬시마츠가 웃는다. 평소처럼 웃는다. 입꼬리가 잘게 떨리고있다. 결국 토도마츠는 울어버렸다. 카라마츠도 또 울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고, 쵸로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쥬시마츠는 기뻤다. 형제들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걱정해주고 울어준다는 사실이. 그래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자신에게 계속 속삭였다. 형제들이 있으니까 야구가 없어도 얼마든 버틸 수 있다고 속삭였다.
카라마츠가 남기로 하고 모두 돌아갔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도 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는 드물게 고집을 부리며 병원에 남았다.
다른 형제들은 집에 가는 길에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쥬시마츠가 괜찮다고 해도, 그 얼굴을 보면 전혀 괜찮지 않았다. 목소리도 가라앉은데다가 잘 웃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뾰족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위로해야해?"
"이런 거 처음이잖아."
"무리야."
"무슨 방법 없을까?"
아무리 물어보아도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렇다 할 생각은 나지 않는다. 네명은 가던 길을 멈춰섰다.
쥬시마츠의 웃음을 다시 찾아주고 싶었다. 다시 평소처럼 웃는 쥬시마츠를 보고싶었다. 그렇지만 억지로 웃는 쥬시마츠는 싫었다. 아픈데, 슬픈데 눈물을 참고 웃는 쥬시마츠는 보고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평상시의 쥬시마츠를 볼 수 있지?
"어떻-. 아."
오소마츠가 말하다 멈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 오소마츠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그것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형제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뒤를 따라갔다.
"이거 어때?"
"이거로 뭐 어쩌자고?"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에게 묻는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가 씨익 이를 보이며 웃는다. 쵸로마츠는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이 장남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러니까!"
"소등한다니까 이제 눕자."
카라마츠는 아직도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쥬시마츠에게 말했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몸을 눕혔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었다.
"자장가 불러줄까?"
카라마츠가 말한다. 쥬시마츠가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가슴부분을 토옥톡 두드려주며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 쥬시마츠는 서서히 눈이 감기는 걸 느꼈다.
쾅!
눈이 뜨였다. 밖에서 난 큰 소리에 카라마츠도 노래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쥬시마츠는 놀라 눈을 껌뻑이며 문쪽을 바라봤다. 확인하고 올게.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에게 말하고 문쪽으로 달려갔다.
쿵.
아.
"으아아아악!"
카라마츠는 얼굴을 두 손으로 누르며 바닥을 굴렀다. 갑자기 활짝 열린 문에 얼굴을 정면으로 받아버린 것이다. 아아. 쥬시마츠는 웃음이 나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카라마츠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겨우 진정한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동의 주인공들을 보았다. 곰, 토끼, 고양이, 사슴. 이건 또 뭔. 카라마츠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인형탈 군단을 바라보았다.
폭폭.
곰이 박수를 두 번 치자 고양이와 사슴이 카라마츠의 양 팔을 붙잡는다. 앗 하는 사이에 붙잡힌 카라마츠는 그대로 들려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곰과 토끼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다가 쥬시마츠에게 다가갔다.
"오,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 형?"
쥬시마츠가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곰이 손을 흔들고는 양 팔을 들어올린다.
"우린!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망설이던 토끼가 곰을 따라 포즈를 취한다.
"인형탈 군단이다!"
하하. 쥬시마츠는 어이없음에 웃음이 나왔다. 목소리는 분명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였다. 그럼 저 뒤에서 카라마츠를 붙잡고 있는 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겠지. 쥬시마츠는 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포즈를 취하고 있던 곰은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건넸다. 쥬시마츠는 그 손을 바라보다 꼬옥 잡아주었다. 부드러운 털이 느껴진다. 곰이 쥬시마츠를 잡아 이끌었다.
"어?"
쥬시마츠는 슬리퍼를 신은 채 곰에게 이끌려 다른 인형들과 같이 밖으로 끌려나갔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다가 방긋 웃었다. 아아. 나를 위해서.
하늘은 맑았다. 바람은 적당히 분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공기.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인형탈을 쓴 형제들. 쥬시마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운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서, 날 위해서.
"쥬시마츠!"
모두가 입을 모아 나를 부른다. 쥬시마츠는 방긋 웃었다. 평소보다 더 행복하게 웃었다.
"자! 이대로 병원 한 바퀴 돌아볼까!"
곰이 한 손을 올리며 소리친다. 다른 형제들도 한 팔을 들어올리며 소리친다. 쥬시마츠도 그들을 따라 팔을 올리며 소리친다. 곰이 앞장서고 그 뒤를 토끼가 따른다. 그 뒤엔 사슴이, 그 뒤엔 고양이가. 그리고 그 뒤엔 쥬시마츠가, 쥬시마츠의 뒤엔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는 앞을 보았다. 든든한 고양이다. 아마 안에는 이치마츠가 있겠지. 쥬시마츠는 뒤를 보았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가 씨익 웃는다. 쥬시마츠도 그를 따라 웃었다.
인형들이 행진한다. 인형들이 병원을 돈다. 잠을 자던 사람들도, 아직까지 깨어있던 사람들도 모두 창밖으로 인형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무슨 이벤트인가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건 당신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야. 이건 나를 위한 형제들의 이벤트. 나를 위한 형제들의 사랑.
쥬시마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뜨거워져서 온 몸이 따듯해진다. 위로가 서툰 형제들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이 위로가 쥬시마츠는 좋았다. 즐겁다. 행복하다. 정말. 정말.
"사랑해,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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