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외전 2
이상하다. 그것도 무척.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주변을 살폈다.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대자로 뻗어 누워있다. 카라마츠는 거울을 보고 있고, 이치마츠는 구석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요즘 밥을 제대로 못 먹은 탓인지 아직도 이불 속에 누워있고, 쥬시마츠는 그 곁을 지키고 있기에 거실에 없다. 토도마츠를 제외하면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풍경임에도 무언가가 이상하다. 이런 걸 위화감이라고 하던가?
그렇담 이제부터 위화감의 원인을 찾아보자. 일단 오소마츠는 제외한다. 아까 전 빠칭코에서 털릴 대로 털리고 온 뒤에 생떼를 쓰다가 제풀에 지쳐 잠들었으니까.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는 오소마츠라고 쵸로마츠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치마츠는? 혹시 이치마츠가 데리고 있는 고양이 때문에 그런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이치마츠가 데리고 있는 고양이는 평소 데리고 있던 고양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다 표정이나 자세도 평소와 똑같은 걸. 어두운 오오라야 항상 풍기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치마츠도 제외.
이제 남은 건. 쵸로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한껏 심취한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고있었다. 쵸로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카라마츠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옷이라거나 행동은 평소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얼굴 표정도 그렇고. 그렇다면 무엇이 이렇게 위화감을 들게 하는 걸까?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그제서야 눈을 굴려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왜 그러나, 아우여? 무슨 할 말이라도?"
"카라마츠, 너 향수 냄새가 지독해."
아. 이것때문이었다. 쵸로마츠는 깨달았다. 카라마츠에게서 절대 날 리가 없는 향이 나고 있었다. 이건 초콜렛. 이정도로 짙은 향이 나는 것을 보면 분명 향수를 뿌린 것이리라.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거울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쫓았다.
"그, 그렇담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 하지."
옷을 갈아입는다고 사라질 냄새가 아닌 것 같은데. 쵸로마츠는 평소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제 할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는 흘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거실을 나가 세면대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는다곤 했지만 위층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가 있다. 쥬시마츠는 상관없지만 토도마츠는 여태 비밀로 해 온 그 사실을 알고있으니 마주치기가 껄끄럽다. 무엇보다 토도마츠가 저를 만나고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카라마츠는 거울을 바라보다 쯧 혀를 차곤 물을 틀었다. 옷 한가득 향수를 뿌렸기때문에 겨우 손을 씻는다고 향이 지워지진 않겠지만. 카라마츠는 손의 물기를 털어내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예전과 다름없는 얼굴을 한 자신이 서 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리며 제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미간을 모으고, 눈을 가늘게 뜬 뒤에 입꼬리를 내리고 입을 살짝 벌린다.
"아니,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이것보다 더 짐승같은 느낌이지. 카라마츠는 거울을 바라보며 몇 번 비슷한 표정을 짓다가 관뒀다. 바보같은 짓이지. 의미없는 짓이고. 카라마츠는 제 머리를 긁적이다가 뒤돌았다. 표정 연습을 한 탓인지 다른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배가 고파졌다. 식사를 한지 이제 이틀 째인데 벌써 배가. 카라마츠는 쯧 혀를 차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더 주기가 짧아지고있다.
몇 주 동안 손가락 수를 넘을 만큼의 인간을 먹어치웠다. 뼈도 내장도 남기지 않고.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옷과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 뿐. 그마저도 불태우고, 쓰레기통 깊숙한 곳에 버려 식사를 한 자리는 깨끗했다. 핏자국은 좀 남긴 했지만 원래 싸움이 잦은 곳이기때문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나면 대략 일주일 정도는 배가고프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한 번은 밤중에 배가고픈 걸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려서 이치마츠가 숨겨놓은 고양이의 먹이마저 훔쳐먹고 말았다. 그 굴욕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 카라마츠는 쯧 혀를 찼다. 지금에 와서는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열 명이 넘는 인간 중에서 대부분이 최근 이 주 내에 먹은 인간들이었다.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얼른 식사를 하러 다녀오지 않는다면 또 고양이를 먹이를 몰래 훔쳐먹거나 심하면 형제들을 물어 뜯을지도 몰랐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 식사는 해야했다. 형제를 다치게 할 순 없었다. 그거야말로 정말 최악의 인간 쓰레기니까.
"어디 나가? 옷 안 갈아입고?"
신발을 신는 카라마츠를 향해 쵸로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대충 몇 마디 쵸로마츠에게 던져두곤 집을 나섰다. 허기가 강해질 수록 먹이가 내뿜는 향은 강해진다. 그리고 그 향은 카라마츠의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정신을 잃는 순간 사람이 아닌 짐승이 되어 사냥을 할 뿐이다. 카라마츠는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사람을 잡아 입안에 쑤셔넣었다.
쵸로마츠는 닫힌 문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흘끔 쵸로마츠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가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다 거실 문을 닫고 오소마츠의 옆에 앉았다. 오소마츠는 쵸로마츠가 제옆에 앉자 슬며시 눈을 뜨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묻고싶은 게 많은 얼굴이네?"
묻고싶은 건 많지. 쵸로마츠는 입을 열려다 말았다.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아 다리를 모았다. 쵸로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오소마츠가 손을 들어 쵸로마츠의 입에 댄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내려다보다 오소마츠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오소마츠는 답지않게 진지한 표정을 한 채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입을 닫고 뒤로 반 뼘 물러났다. 오소마츠는 흘끔 그 모습을 보더니 이를 드러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턱을 괴곤 검지로 제 뺨을 두드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쵸로마츠는 입을 다물고 오소마츠가 얘기를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일 분, 이 분. 그렇게 십 분이나 지나서야 오소마츠는 겨우 입을 열었다.
"카라마츠가 좀, 음. 아파."
"아파?"
어디가? 쵸로마츠가 이해가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걔가 어디가 그렇게 아픈데? 전혀 아파보이지 않는데? 아, 혹시 정신적인 부분을 말하는 건가. 차마 입으로 말하지 못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그런 쵸로마츠를 읽은 듯 오소마츠는 입술을 찌푸렸다. 웃음을 참는 것이 분명했다. 쵸로마츠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오소마츠를 노려봤다. 오소마츠는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있지만 많이 아파. 혼자 외출하는 것도 병원에 가려고 그러는 거니까, 이왕이면 따라가지 마. 알리고싶어하지 않으니까."
알았지? 쵸로마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손을 들어 쵸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소마츠는 손을 내리고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거실을 나가 위 층으로 올라갔다.
오소마츠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증거를 보여주기 전까지, 또는 본인의 입으로 듣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 오소마츠의 눈은 진지했지만 신뢰 할 수 있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무엇보다 토도마츠가 걸렸다. 쵸로마츠는 방문을 열었다. 토도마츠가 누워있고, 그 옆을 쥬시마츠가 지키고 있다.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의 옆으로 가 앉았다. 쥬시마츠가 흘끔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쥬시마츠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토도마츠가 이렇게 약해진 건 언제부터였지? 토도마츠가 이렇게 된 건 어쩌면 카라마츠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몰라. 그렇다면 토도마츠는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쵸로마츠는 점점 엉켜드는 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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