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외전 입니다.
어렸을 적에 다같이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었다. 집안 여기저기에 숨어서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몸을 웅크렸었다. 숨긴 장소도 다양했다. 다락방부터 시작해서 벽장 안까지. 바보처럼 이불만 덮고서 숨었다고 한 적도 있었다. 집밖으로 나가선 안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마당에 숨었던 적도 있었지. 차라리 지금도 숨바꼭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치마츠는 방 가운데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구석에는 아직도 핏자국이 남아있다. 저건 일부러 남겨둔 건가. 쵸로마츠는 저 자국에 손을 대지 못했고, 오소마츠도 저 자국엔 손을 대지 않았다. 두 동생은 말 할 것도 없지.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끌어올려 코까지 덮고, 후드를 썼다.
벽장 문을 열었다. 안에는 빼곡하게 물건들이 들어차있다.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넣어둔 건지. 이치마츠는 큰 상자 몇 개만 밖으로 꺼냈다. 상자는 소파 앞에 내려두고, 공간 안으로 들어가 안쪽 상자를 바깥쪽으로 옮겨둔다. 마치 두더지가 땅을 파며 흙을 뒤로 미뤄내듯, 그렇게 깊숙한 곳에 공간을 만들어낸다. 벽장 문을 밀어 닫고, 그대로 몸을 웅크린다.
이렇게 기다리면 누군가 찾으러 와주지 않을까? 어렸을 때, 여섯 명이서 다 같이 했던 숨바꼭질처럼. 술레를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하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었다. 오소마츠는 장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첫째답게 순식간에 모두를 찾아냈다. 쵸로마츠는 분석을 했고, 이치마츠는 다들 자주 숨는 곳을 기억해 뒀다가 그곳을 중심으로 찾는 범위를 넓혀갔다. 쥬시마츠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찾아 내려왔고, 토도마츠는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찾아 올라갔다. 카라마츠는, 어땠지?
"여깄었네."
이치마츠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상자들 너머로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이치마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는 상자를 밖으로 빼내고 이치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벽장 밖으로 빼내고 상자를 정리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꼬리가 따가웠다. 오소마츠는 상자 정리를 끝마치고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이치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일 층으로 내려가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어느새 해질녘이다.
이치마츠는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냥 발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하나, 둘, 셋. 열 여덟, 열 아홉. 여든 하나. 백. 의미없이 걸음 수를 세며 걷다가 백 걸음에서 멈춘다. 익숙한 골목이다. 여기저기서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눈을 감았다.
흔들리고 있다.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 당연한 건가. 육각형, 완벽한 모양으로 받치고 있었던 일상이었다. 그 기둥 중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를 없앴다. 일상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톡,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앞발로 이치마츠의 다리를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고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더니 이치마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오늘은 먹이도 간식도 안 가지고 왔는데."
그 말을 알아들은 건지 고양이가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었다. 고양이는 다시 몸을 눕히고 고르릉 소리를 낸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준다. 아. 그렇구나. 오늘은 특별 서비스인건가. 이치마츠는 소리내서 웃었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저린 다리에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지엔 고양이 털이 잔뜩이었다. 이치마츠는 허리를 숙여 허벅지와 종아리를 주물렀다. 이제 좀 나아졌나. 이치마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갈까 하다가 반대로 걸어간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번화가에 들어선다. 주머니를 뒤적이니 천 엔짜리가 두 장, 백 엔이 세 개. 이치마츠는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서 거리를 걸었다. 이쯤 어딘가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있다.
이치마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진열되어 있는 선글라스 쪽으로 다가가 하나하나 살펴본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만지작 거리며 선글라스의 가격을 살핀다. 이건 비싸고, 이건 별로고. 카라마츠에게 잘 어울릴만한 거.
"찾으시는 거라도."
"이거로."
짤막하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가리킨다. 점원은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가 눈짓하자 급히 선글라스를 꺼내 카운터로 걸어간다. 이치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만지작거리느라 돈은 심하다싶을 정도로 구겨져 있었지만 저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선글라스의 값을 지불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집으로 걸어간다. 주머니에서 백 엔 짜리가 굴러다니며 소리를 낸다. 현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 마당으로 향한다.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야, 쿠소마츠."
혼자 거기 누워있으니까 편하냐? 널 위해서 네놈의 두 번째 동생께서 뭘 사왔는지 봐라.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안경집을 꺼내 땅에 내려찍었다. 부드러워진 땅에 푹 하고 안경집이 세로로 박힌다. 이치마츠는 발로 눌러 안경집을 더 깊숙하게 집어넣는다.
네 놈 취향은 아니더라도 그딴 구닥다리보단 이게 더 나으니까. 네가 지옥 불을 볼지 태양빛을 볼지는 모르겠다만 선글라스는 필요하겠지? 그리고, 이건 덤이다. 이치마츠는 백 엔짜리를 꺼내 안경집 옆에 쑤셔넣었다.
탁탁 손을 털고 가만 땅을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간다. 이거면 된 거다. 이제 더이상 미련은 남겨두지 않을 거니까. 넌 이미 우리의 손에 죽었고,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저를 바라보는 형제들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물을 세게 튼다. 욕조 물이 차오르는 걸 바라보다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아."
그래. 우리가 죽인 거야. 우리가 죽였어. 죽였어. 너를 죽였어. 너를. 내 두 번째 형을. 나의 형제를. 가족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내가 미안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무서웠으니까. 무서웠으니까!
눈가가 따갑다. 이치마츠는 손을 내리고 욕조에 들어갔다. 벗지 않은 옷이 젖어 몸에 달라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물이 차오르는 걸 바라보며 웅크리고 앉아있다 다리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는다.
욕실에는 물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아귀의 IF외전 입니다.
어렸을 적에 다같이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었다. 집안 여기저기에 숨어서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몸을 웅크렸었다. 숨긴 장소도 다양했다. 다락방부터 시작해서 벽장 안까지. 바보처럼 이불만 덮고서 숨었다고 한 적도 있었다. 집밖으로 나가선 안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마당에 숨었던 적도 있었지. 차라리 지금도 숨바꼭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치마츠는 방 가운데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구석에는 아직도 핏자국이 남아있다. 저건 일부러 남겨둔 건가. 쵸로마츠는 저 자국에 손을 대지 못했고, 오소마츠도 저 자국엔 손을 대지 않았다. 두 동생은 말 할 것도 없지.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끌어올려 코까지 덮고, 후드를 썼다.
벽장 문을 열었다. 안에는 빼곡하게 물건들이 들어차있다.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넣어둔 건지. 이치마츠는 큰 상자 몇 개만 밖으로 꺼냈다. 상자는 소파 앞에 내려두고, 공간 안으로 들어가 안쪽 상자를 바깥쪽으로 옮겨둔다. 마치 두더지가 땅을 파며 흙을 뒤로 미뤄내듯, 그렇게 깊숙한 곳에 공간을 만들어낸다. 벽장 문을 밀어 닫고, 그대로 몸을 웅크린다.
이렇게 기다리면 누군가 찾으러 와주지 않을까? 어렸을 때, 여섯 명이서 다 같이 했던 숨바꼭질처럼. 술레를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하면 어느새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었다. 오소마츠는 장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첫째답게 순식간에 모두를 찾아냈다. 쵸로마츠는 분석을 했고, 이치마츠는 다들 자주 숨는 곳을 기억해 뒀다가 그곳을 중심으로 찾는 범위를 넓혀갔다. 쥬시마츠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찾아 내려왔고, 토도마츠는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찾아 올라갔다. 카라마츠는, 어땠지?
"여깄었네."
이치마츠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상자들 너머로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였다. 이치마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소마츠는 상자를 밖으로 빼내고 이치마츠에게 손을 뻗었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어 오소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벽장 밖으로 빼내고 상자를 정리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꼬리가 따가웠다. 오소마츠는 상자 정리를 끝마치고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이치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일 층으로 내려가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어느새 해질녘이다.
이치마츠는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냥 발이 닿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하나, 둘, 셋. 열 여덟, 열 아홉. 여든 하나. 백. 의미없이 걸음 수를 세며 걷다가 백 걸음에서 멈춘다. 익숙한 골목이다. 여기저기서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눈을 감았다.
흔들리고 있다.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 당연한 건가. 육각형, 완벽한 모양으로 받치고 있었던 일상이었다. 그 기둥 중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하나를 없앴다. 일상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톡,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앞발로 이치마츠의 다리를 두드린다.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고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더니 이치마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오늘은 먹이도 간식도 안 가지고 왔는데."
그 말을 알아들은 건지 고양이가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손을 들었다. 고양이는 다시 몸을 눕히고 고르릉 소리를 낸다. 이치마츠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준다. 아. 그렇구나. 오늘은 특별 서비스인건가. 이치마츠는 소리내서 웃었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치마츠는 저린 다리에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지엔 고양이 털이 잔뜩이었다. 이치마츠는 허리를 숙여 허벅지와 종아리를 주물렀다. 이제 좀 나아졌나. 이치마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갈까 하다가 반대로 걸어간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번화가에 들어선다. 주머니를 뒤적이니 천 엔짜리가 두 장, 백 엔이 세 개. 이치마츠는 돈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서 거리를 걸었다. 이쯤 어딘가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있다.
이치마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당히 진열되어 있는 선글라스 쪽으로 다가가 하나하나 살펴본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만지작 거리며 선글라스의 가격을 살핀다. 이건 비싸고, 이건 별로고. 카라마츠에게 잘 어울릴만한 거.
"찾으시는 거라도."
"이거로."
짤막하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가리킨다. 점원은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가 눈짓하자 급히 선글라스를 꺼내 카운터로 걸어간다. 이치마츠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만지작거리느라 돈은 심하다싶을 정도로 구겨져 있었지만 저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선글라스의 값을 지불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집으로 걸어간다. 주머니에서 백 엔 짜리가 굴러다니며 소리를 낸다. 현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 마당으로 향한다.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야, 쿠소마츠."
혼자 거기 누워있으니까 편하냐? 널 위해서 네놈의 두 번째 동생께서 뭘 사왔는지 봐라.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안경집을 꺼내 땅에 내려찍었다. 부드러워진 땅에 푹 하고 안경집이 세로로 박힌다. 이치마츠는 발로 눌러 안경집을 더 깊숙하게 집어넣는다.
네 놈 취향은 아니더라도 그딴 구닥다리보단 이게 더 나으니까. 네가 지옥 불을 볼지 태양빛을 볼지는 모르겠다만 선글라스는 필요하겠지? 그리고, 이건 덤이다. 이치마츠는 백 엔짜리를 꺼내 안경집 옆에 쑤셔넣었다.
탁탁 손을 털고 가만 땅을 바라보다 안으로 들어간다. 이거면 된 거다. 이제 더이상 미련은 남겨두지 않을 거니까. 넌 이미 우리의 손에 죽었고,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저를 바라보는 형제들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물을 세게 튼다. 욕조 물이 차오르는 걸 바라보다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아."
그래. 우리가 죽인 거야. 우리가 죽였어. 죽였어. 너를 죽였어. 너를. 내 두 번째 형을. 나의 형제를. 가족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내가 미안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무서웠으니까. 무서웠으니까!
눈가가 따갑다. 이치마츠는 손을 내리고 욕조에 들어갔다. 벗지 않은 옷이 젖어 몸에 달라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물이 차오르는 걸 바라보며 웅크리고 앉아있다 다리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는다.
욕실에는 물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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