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캐해석
※우타이테 KK님의 자상무색을 들으면서 읽으시면 좋..으실수도?
※짧..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튼튼한 몸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워졌다. 맷돌에 맞아도, 바주카포에 맞아도 멀쩡했던 몸은 고층에서의 추락도 견뎌냈다. 고층인가? 몰라. 기억 안 나. 몇 층이었는지 알게 뭐야. 중요한 건 내가 살아있다는 거지.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살아도 반겨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가족? 부모님은 자신이 없어져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똑같이 생긴 형제가 5명이나 더 있고, 이제 성인이니 관심이 덜 가는 게 당연하니까. 그럼 형제들은? 하. 형제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날은 해가 서쪽에서 뜨고, 달이 태양보다 더 커지는 날일 것이다. 카라마츠는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카라마츠는 언제나 노력했다. 관심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꾸미고 포장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해주고, 상처를 공감해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손을 빌려주었고, 위로가 필요하다면 말없이 끌어 안아주었다. 자신을 욕하고, 때려도 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주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관심과 사랑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었다.
돌아오지 않아. 그걸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이 망가졌다. 자신이 보고있던 거울도,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도. 남을 사랑하기위해 스스로를 사랑하던 마음도. 모든 것이. 카라마츠는 소중히했던 선글라스를 부수고, 아끼던 옷들을 찢었다. 자신의 롤모델인 오자키와 관련된 모든 것을 상자에 담아 깊숙한 곳에 쳐박아버렸다. 그렇게해도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심지어 눈짓조차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절망했다. 좌절했다. 절규했다. 울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어차피 자신이 사랑을 줘봤자 쓸모가 없다. 자신으로 인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어느것도, 아주 작은 티끌조차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냥 없어지자.
누군가 말했던 거 같다. 왜 그렇게 극단적이냐고. 카라마츠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겨우 몇 달 그런 게 아니었다. 카라마츠는 학창시절부터 계속 사랑과 관심을 남에게 건네왔다. 한 번, 열 번, 백 번, 천 번. 그렇게 계속 남을 위해 움직였다. 그 결과가 이거다. 자신이 없어져도 찾을 사람은, 울어 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떨어졌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행운이에요."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를 제외하곤 그 어떤 상처도 없다. 뼈가 부러지지도 않았고, 척추가 다치지도 않았으며 머리가 상하지도 않았다. 의사는 행운이라고, 기적이라고 찬양했다. 카라마츠는 의사가 돌팔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저에게 가장 불행한 일이었다.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카라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지 꽤 됐다고 한다. 근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부모님이야 일이 바쁘시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형제들은 한 명이라도 와야하는 거 아닌가.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자신이 죽으려 한 이유도 그것이지 않은가. 카라마츠는 서서히 올라오는 절망감에 몸서리쳤다.
툭. 아. 근처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카라마츠의 다리에 부딪쳤다. 아이는 깜짝 놀라더니 카라마츠를 올려다봤다. 카라마츠는 웃는 얼굴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하곤 제 부모에게로 달려갔다. 카라마츠는 다시 웃음을 거두고 바닥을 바라봤다.
누렇지만 깔끔한 바닥엔 발자국 하나 없다. 병원이라 청소를 잘 한 탓일까.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형광등도 보인다. 눈이 아플 정도로 밝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투둑, 눈물이 떨어진다. 형광등 때문이야.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호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나 죽을뻔 했는데. 아니, 아니지. 전엔 죽이려고 했잖아? 당연한 거네. 내가 뭘 바란거지? 한심하긴. 그렇게 당해놓곤.
카라마츠는 눈물을 삼켰다. 목이 매여왔다. 병원비를 내고 밖으로 나왔다. 상처가 아프다. 상처가 아파서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초록, 노랑, 분홍, 보라, 빨강. 형제들의 색이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저의 색은 없다. 제 색인 파랑은 자신이 입고있는 옷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쏟아냈다. 주변 사람들이 보든말든 지난 몇 년간 쌓인 모든 것을 쏟아냈다.

"카라마츠!"

환청인가.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고 눈을 떴다. 환각인가. 제 앞에 형제들이 있다. 형제들은 모두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건 꿈인가. 나는 사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걸 거야. 카라마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뭘 웃냐! 바보 아냐! 쿠소마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울지마, 형아! 저에게 달려온 형제들이 한 소리씩 내뱉는다. 카라마츠는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아 뒤로 물러났다. 말도 안돼. 거짓말. 이건 내 형제들 아니야.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웃기지마."

지금까지 모른 척 해와놓곤 이제와서 걱정했다고? 울지 말라고? 걱정하는 척 하지마! 안 믿어. 안 믿는다고! 카라마츠는 크게 소리쳤다. 형제들은 모두 얼굴을 굳힌 채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소리내서 웃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다 거짓말이잖아.

"거짓말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

"정말로 걱정했어."

거짓말 하지마. 믿지마. 카라마츠는 부정했다. 모든 걸 부정했다.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던 동생들은 그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자신을 안아주는 온기는 진짜였다.

"카라마츠."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웃으며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카라마츠는 흐릿한 눈으로 열심히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너는 우리의."

카라마츠는 눈물을 간신히 닦아내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아.




너는 우리의 쓰레기 같은 감정을 먹어주는 물고기잖아?

카라마츠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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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누군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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