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손을 잡다

누군가라네 2015. 12. 4. 19:10
※개인적 캐해석
※센티넬버스
※손에 쥐다 -> 손에 잡히다 -> 손에서 떠나다 에서 이어집니다


카라마츠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태까지 정신이 붕괴된 센티넬 중에 원래대로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있었다면 전 세계가 시끄러웠을 것이고, 정신을 되돌린 가이드는 유명해졌을 거다. 의사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전혀 없다. 이치마츠도 그걸 알고 있다. 알고는 있다. 알고만 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퇴원한 이후로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틈만나면 손을 잡았고, 다른 형제가 없다면 키스를 했다. 잠을 잘때도 옆에서 같이 잤고, 카라마츠를 돌보는 일도 열심히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형제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형제들은 딱히 이치마츠를 원망하진 않았다. 자신들의 잘못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모든 걸 다 받아준 카라마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단지, 이치마츠의 잘못이 가장 클 뿐이었다고. 이치마츠와 마주쳐도 그것에 대해선 별 말 하지 않았다.
단 한 명, 쵸로마츠만은 생각이 달랐다. 이번 일에 형제들의 잘못이 없다고 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도 잘못은 있다. 그건 인정한다. 그렇지만 카라마츠에게는 잘못이 없다. 애초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떠나면 죽는다. 만약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는 진즉에 죽었거나 정신이 붕괴됐을 거다. 이만큼 버틴 게 장한 일이다. 그렇기에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없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형제로서의 애정이기도 했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생긴 동정이기도 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가 알게모르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리에서 떨어져나가 따돌림을 당하는 그를 쵸로마츠는 동정했다.
그렇기에 카라마츠와 이치마츠가 각인을 새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쵸로마츠가 화를 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 카라마츠를 무리밖으로 끌어낸게 누군지.
이치마츠는 어렸을 땐 카라마츠를 무척 잘 따랐다. 얘기도 자주 하고, 같이 먹을 걸 나눠먹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거로도 모자라 주동자가 되어 카라마츠를 따돌렸다. 카라마츠가 저에게 말을 걸라치면 거칠게 뿌리치고 뺨을 때렸다.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구나. 쵸로마츠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치마츠만 원망 할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큰 잘못이 있었다. 그때 막았더라면 이렇게 멀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탠데. 지금 후회한들 어찌하랴. 이미 멀리 와 버린 것을. 쵸로마츠는 손을 내렸다.

"이치마츠."

방문을 열며 이치마츠를 부른다. 오늘도 손을 잡고 있던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린다. 눈 아래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제대로 잠도 안자고 저런다고 카라마츠가 깨어나나. 쵸로마츠는 이치마츠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도와줄래."

카라마츠, 씻길 거니까. 응.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옷을 벗기고, 자신에게 기대도록 앉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쵸로마츠는 따듯한 물이 담긴 대야를 옆에 내려놓았다. 수건을 물에 적시고, 적당히 물을 짜낸다. 물방울들이 여기저기 튀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자."

이치마츠에게 수건 하나를 건네고, 자신은 다른 수건을 적신다. 그 수건으로 카라마츠의 긴 다리를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배와 가슴을 닦아내린다.
숨을 쉬기때문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이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수건으로 꼼꼼히 카라마츠를 씻겼다. 카라마츠는 손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손을 멈췄다.

"왜그래?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헛웃음을 내뱉곤 수건을 내려놨다. 왜 너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다. 모든 일은 너때문에 일어난 건데. 쵸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목욕시키는 게 좋을 거 같네. 안고 내려와. 물 받아놓을 태니까."

쵸로마츠는 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가 숨을 쉬는 게 느껴진다. 카라마츠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움직임도 없다. 어째서. 어째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알고있다. 자신의 잘못이란 걸 알고있다. 자신의 죄라는 걸 알고있다. 쵸로마츠의 원망하는 시선을 알고있다. 카라마츠도 깨어난다면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좋아. 날 원망하고, 경멸해도 좋아. 그러니까 깨어나줘. 아무것도 보지 않는 눈은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카라마츠."

제발 깨어나줘. 이치마츠는 소리죽여 울었다. 모든 것이 후회되는 날들이다. 차라리 자신이 센티넬이고, 카라마츠가 가이드였다면 좋았을탠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꽈악 잡았다.

"사랑해."

이 말에 너는 망가졌지. 그러니까 이 말을 하면 돌아오지 않을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당연하지만 카라마츠의 정신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자신에게 안겨져있는 카라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쵸로마츠는 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목욕물이 다 받아졌다.

"혼자 씻길 수 있어?"

저녁 준비해야해서. 쵸로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쵸로마츠는 영 미덥지 못했지만 이치마츠에게 부엌을 맡기는 것보단 낫다 생각했다. 쵸로마츠는 욕실을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앉히고 눈을 감겼다. 머리카락을 구석구석 헹궈주고, 샴푸를 해준다. 거품을 씻거내고 몸을 가볍게 씻겨준다. 그 뒤엔 조심히 안아들어 욕조에 앉힌다.

"따듯해?"

대답이 없을 질문을 던진다. 이치마츠는 욕조에 손을 넣어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의 손에는 크고작은 흉터들이 가득했다. 돌조각이나 유리조각 같은 거에 상처입은 자국이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췄다.

"카라마츠."

욕실에 제 목소리가 울린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등에 몇 번 더 입을 맞췄다. 물기가 맺힌 손등이 제 마른 입술을 적셨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카라마츠의 입에 입을 맞췄다. 오늘만 몇 번째 키스인지 모르겠다.

"하아."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죽어있는 눈이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키스를 해도 동화 속 공주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카라마츠는 공주가 아니기 때문인걸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꼬옥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