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 ] 누구를 위하여

누군가라네 2015. 12. 1. 23:10
※개인적 캐해석


카라마츠, 있어? 아니. 없어. 어딜 간거지. 쥬시마츠, 카라마츠 못봤어? 같이 나갔잖아. 몰라,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쿠소마츠 정돈 없어도 되잖아? 아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물론 그렇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 여섯 쌍둥이라고? 여섯이서 하나, 하나가 여섯이잖아. 또 그 말이냐. 어쨌거나 카라마츠 찾으러 가자. 지금 시간도 늦었고. 이치마츠는 집에 남아있고, 나랑 쥬시마츠는 오른쪽, 토도마츠랑 쵸로마츠는 왼쪽. 알았어. 오-이. 예써! 이치마츠 형 기운 없네. 걱정하고 있는 걸까나. 아니, 원래 기운 없었으니까. 오늘은 유난히 더 없는 거 같은데.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찾기나 하자. 카라마츠 녀석,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쥬시마츠."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는 언제나 처럼의 웃는 얼굴로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사방으로 수소문하고, 경찰서에 실종 신고도 넣었다. 여기저기 사람을 찾는다는 종이도 붙여놨다.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나타나지 않았다. 본 사람도 없다. 어딘가 멀리 떠나버린 건 아닐까. 이치마츠는 생각을 접고 종이를 붙였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치마츠를 따라 여기저기 종이를 붙였다.
동네 이곳저곳엔 카라마츠를 찾는 종이가 붙어있다. 그렇지만 하루만 지나면 낙서투성이가 되거나 누군가가 찢어가버려서 매일매일 다시 붙여야한다. 그 일은 힘들었고, 돈이 많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희망을 산산조각냈다.
하루에 장난 전화도 몇 번씩 온다. 그때마다 쵸로마츠는 짜증을 내며 욕을 한 바가지씩 해준다. 제법 그럴듯한 전화가 오면 쥬시마츠가 달려나가 확인하고 온다. 하지만 언제나 카라마츠가 아니었다. 토도마츠는 자신의 연락망을 통해 카라마츠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녔다.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카라마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오래 전부터 집을 떠날 생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쌍둥이들은 카라마츠를 포기했다. 스스로 걸어 나간 사람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뭐, 그리워지면 돌아오겠지."

오소마츠가 말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카라마츠를 찾는 일은 끝났다. 종이에 아무리 낙서가 되어있어도, 흔적도 없이 찢겨나가졌어도 다시 붙이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가 장난 전화를 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밥, 하나 더 있어."

이치마츠가 상을 바라보며 말한다. 쵸로마츠가 실수했다며 파란색 밥그릇을 치웠다. 밥상 위에 있는 건 빨강, 초록, 보라, 노랑, 분홍, 다섯 가지 색의 밥그릇 뿐. 언제나 같이 올라와져있던 파란 밥그릇은 이제 올라오지 않는다.

"반찬, 좀 많지 않아?"

토도마츠가 말한다. 그러게. 다들 동의한다. 쵸로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다 어깨를 으쓱한다. 조금 더 먹어야지, 어쩌겠어.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많은 반찬을 다섯 명이서 해치운다.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먹은 탓에 모두 속이 더부룩하다.

"생각해보니까, 카라마츠. 혼자서 몇인분 먹지 않았어?"

그러고보니 그랬지. 결국 쵸로마츠가 소화제를 꺼내 모두에게 하나씩 건넨다. 쥬시마츠는? 난 괜찮아! 그래. 쥬시마츠를 제외한 모두가 소화제를 먹었다. 쥬시마츠는 배가 아픈 형제들을 대신해 상을 치운다.
그렇게 하루를 누워서 보냈다. 해가 저물고, 잠자리에 들 때. 이치마츠는 문득 옆자리에 누가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몸을 돌리니 쥬시마츠다.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이치마츠 형아는 항상 끝에서 자잖아!"

카라마츠 형이 없는데도. 외로울 거 같아서.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한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쥬시마츠의 손을 잡았다. 쥬시마츠는 평소처럼 방긋방긋 웃다가 잘자라 말하며 눈을 감는다. 잠드는 건 금방. 코를 골며 금새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꿈을 꿨다. 파란 물 속. 모두가 함께 가라앉고있다. 특히 쥬시마츠가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고 있다. 모두 정신을 차리고 쥬시마츠를 구하기 위해 헤엄쳐 들어간다. 쥬시마츠에게 손을 뻗어 잡으려는 순간, 쥬시마츠가 눈을 뜨고 울상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모두 꿈에서 깨어났다.

"이상한, 꿈이네."

"다들 같은 꿈 꾼 거야?"

신기하네. 토도마츠가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오소마츠는 오줌 싼 거 아니냐는 실없는 소릴 하며 이불을 거뒀다. 쥬시마츠가 없음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넷은 잠이 확 깨는 걸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온 집안을 뒤졌다.
쥬시마츠? 쥬시마츠! 쥬시마츠, 어딨어! 쥬시마츠! 장난 치지 말고 얼른 나와! 얼른! 쥬시마츠! 야! 어딨냐고! 쥬시마츠 형!

"쥬시마츠."

이치마츠는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벽장 속에 숨어있었던 쥬시마츠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쥬시마츠의 팔을 잡았다. 쥬시마츠가 흠칫 몸을 떤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았다.

"누굴 위해서."

이치마츠가 쥬시마츠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쥬시마츠는 힘없이 끌려나왔다. 이치마츠가 쥬시마츠의 양 뺨을 잡아 들어올려 눈을 맞췄다. 쥬시마츠는 울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이 우는 얼굴을 알고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누굴 위해서 이러는 거냐고!"

모두를 위해. 쥬시마츠의 힘찬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에게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럼, 그럼 쥬시마츠는 어딨어?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쥬시마츠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르겠어."

사라졌어. 보이지않아. 계속 찾아다녔는데. 계속, 계속 찾아다녔는데.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며 손을 내렸다. 눈살을 찌푸리고서 제 앞에서 울고있는 놈을 바라본다. 놈은 긴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해맑게 웃는다.

"이치마츠 형이 나 찾았네! 이제 형이 숨어!"

이치마츠는 소름이 돋았다. 형, 숨바꼭질 하자! 해맑게 말해오는 쥬시마츠가 무섭다. 이치마츠는 입을 꾹 다물고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집 문을 열고, 슬리퍼만 대충 신은 채로 집을 나섰다. 거리를 달린다. 사람들을 훑어보며 거리를 달린다.

"쥬시마츠. 뭐야, 여깄었어?"

방에 들어온 오소마츠가 쥬시마츠를 부른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돌려 방긋 웃더니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오소마츠는 웃으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쥬시마츠는 그 손에 머리를 부볐다.

"걱정하지마. 찾을 태니까."

꼭.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마츠노 카라마츠가 실종된지 xx일 째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