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오소마츠상] 메이저 아르카나
누군가라네
2015. 11. 29. 23:51
※개인적 캐해석
※타로카드
※소재 주의
안녕. 나는 너희에게 게임을 안내 할 안내자. 얼굴 구기지 말고 좀 웃어보지 그래? 너희를 위해 준비한 게임이니까 말이야. 내가 누구인진 묻지마. 안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럼 게임을 설명할게. 타로카드 알지? 타로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와 마이너 아르카나로 되어있어. 이 게임에서 쓸 건 메이저 아르카나야. 나는 너희에게 각각 한 장씩 메이저 아르카나를 줄 거야. 너희는 누가 어느 걸 가지고 있는지 맞추면 돼. 쉽지?
게임 규칙은 하나 뿐이야. 누구의 카드가 어떤 카드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절대로 카드 명을 언급하지 말 것. 이건 하려고 해도 안 될태지만 시도하는 순간 벌이 내려지니 조심해.
자신의 카드에 대해서 다른 형제에게 힌트를 주든 아니면 거짓말을 치든 상관없어. 제한 시간은 네 시간. 만약 네 시간 안에 한 명의 카드도 맞추지 못한다면 너희는 모두 죽게 될거야. 저런, 그렇게 욕하지마. 맞추면 되잖아?
그래도 여섯 명 다 맞추는 건 어려우니까 말이지. 그래. 한 명, 단 한 명의 카드라도 맞추면 카드를 들킨 사람를 제외한 다섯명은 살 수 있어. 카드를 들킨 사람은 어떻게 되냐고? 글쎄. 그건 그때 확인해봐.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할까. 행운을 빌게. 여섯 쌍둥이들.
여섯 명은 말이 없었다. 거실 상 가운데 올려진 모래 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한 명의 카드를 맞추지 못 한다면 모두가 죽는다. 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게임이란 말인가. 아니, 이런 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나? 쌍둥이들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는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굳은 얼굴이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오소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분명 자신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작은 황금색 공같은 것이 쥐어져있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오소마츠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웃으며 카라마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나 물 좀 갖다주라."
"오소마츠 형!"
지금 무슨 시덥잖은 말을! 쵸로마츠가 소리쳤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쵸로마츠를 무시했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팔자를 눕혀놓은 무늬들이 보인다. 카라마츠는 그 무늬들을 바라보다 냉장고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으아악!"
카라마츠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무슨 일이야! 다른 형제들이 급히 달려온다. 카라마츠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냉장고 안을 가리켰다. 쌍둥이들은 카라마츠의 손을 따라 시선을 냉장고로 옮겼다. 사자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와아-."
엄청나네. 오소마츠는 감탄하며 사자의 머리를 바라보다가 물병을 꺼냈다. 어차피 죽어있는 머리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건 갈증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소마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진지하게 행동 할 순 없는 건가?
생각해보면 쵸로마츠는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오소마츠의 행동이 싫었다. 그래서 가장 친했던 오소마츠와의 관계를 거의 접다싶이하고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신은 오소마츠와의 관계도 잃고, 사회에서도 튕겨져나왔다.
지금 이런 과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지. 쵸로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부엌을 나왔다. 이곳은 집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장식품같은 걸 보니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단에 해골이 떡하니 놓여있을리 없겠지.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분 나쁘다.
"여기서 뭐해?"
쵸로마츠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해골을 바라봤다. 저거, 카라마츠 옷에 그려져있는 거네. 이치마츠가 중얼거린다. 쵸로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봤어?"
"뭘?"
이치마츠가 묻는다. 쵸로마츠가 되묻는다.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쵸로마츠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오소마츠 형의 옷에 있는 무늬, 소나무가 아니라 왕관이었어. 카라마츠의 옷에도 꽃과 나뭇잎이 그려져있었고.
쵸로마츠는 놀랐다. 이치마츠가 이렇게 관찰력이 좋았던가? 여태 몰랐다. 쵸로마츠는 놀란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영 좋진 않은지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쵸로마츠 형도 잘 살펴봐봐. 어쩌면 힌트가 숨어있을지도 몰라."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쵸로마츠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해골을 바라봤다. 자신의 힌트. 어쩌면 저것인지도 모른다. 쵸로마츠는 급히 해골을 챙겨 신발장 안에 숨겨놓았다. 자신의 카드를 들키고싶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계단 위에서 쵸로마츠를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랑 다를 바 없는 방이다.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다 벽장 문을 열었다. 물건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있는 거라곤 T자 모양의 나무와 그 나무에 묶인 끈 뿐. 이치마츠는 벽장 문을 닫았다.
머리를 긁적이다 소파에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이미 반은 넘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되는 걸까. 다같이 죽으면 어쩌지. 난, 어쩌고 싶은 거지.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이치마츠 형아! 여기서 뭐해!"
불쑥, 쥬시마츠가 튀어나왔다.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숙였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무슨 생각해? 응? 쥬시마츠가 묻는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맑은 눈이 저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건가. 아깐 굳어있었으면서. 일부러 웃는건가.
"누굴 죽여야 하나 생각중이었어."
죽여? 왜? 쥬시마츠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이치마츠는 뺨을 긁적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한 명을 구멍으로 밀어넣어야 다섯 명이 사니까. 그렇게 말 할 수 없었다. 쥬시마츠는 아직 어리니까.
"아무것도 아냐. 말이 헛나왔어."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다 창문을 열었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있다. 파란 하늘의 가운데에 나뭇잎으로 엮인 것처럼 보이는 원이 보인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창문을 닫았다.
쥬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 아래에 보라색 천이 보였다. 그걸 잡아당겨 볼까 고민하던 쥬시마츠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방에 토도마츠가 들어왔으니까.
"톳티!"
쥬시마츠가 양 팔을 들어올리며 토도마츠를 반긴다. 토도마츠는 웃으며 쥬시마츠에게 다가왔다. 쥬시마츠는 좋아진 기분에 토도마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러워, 쥬시마츠 형.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리자 쥬시마츠는 그 자리에 멈췄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쥬시마츠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토도마츠의 물음을 이해 못한 건 아니었다. 단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을 뿐이었다. 자신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지?
모르겠어! 쥬시마츠가 꺄륵 웃으며 대답한다. 토도마츠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곤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쥬시마츠는 그 손길이 기분좋아 발을 굴렀다.
"카라마츠 형한테 방으로 올라와 달라고 전해줄래? 쥬시마츠 형."
좋아! 나에게 맡겨! 토도마츠의 부탁에 쥬시마츠가 빠르게 방을 나선다. 혼자 방에 남은 토도마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자줏빛 깃털을 꺼내 살폈다. 이건 분명 자신의 카드에 대한 힌트. 다른 형제들에게 보이고싶지 않기에 토도마츠는 깃털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토도마츠는 살고싶었다. 자신은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최근엔 안 좋은 일만 가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형제들이 와서 깽판치고. 덕분에 연애는 물건너가고. 이제 운이 좀 따른다했더니 재기불능이 되었었지. 자신은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불렀나, 토도마츠."
카라마츠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토도마츠는 웃으며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분위기가 어째 이상했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걸어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 형은 사실 겁쟁이지?"
저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뭔 말을 하나했더니. 토도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신경쓰지 않고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웃음이 난다. 기뻐서 웃음이 난다. 알 거 같았다. 사자, 꽃, 나뭇잎, 무늬, 그리고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은 언제나 도전적이지. 배짱도 있고, 열정도 있고. 몇 번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하지만 그만큼 겁쟁이지. 잘난 척도 많이 하고 말이야. 유혹에도 약하고. 안 그래? 카라마츠는 토도마츠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토도마츠는 손을 살짝 내려 눈을 드러냈다. 토도마츠는 웃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네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토도마츠는 그 시간안에 다른 사람의 카드를 알아내는 걸 성공했다. 지금 자신이 카라마츠의 카드를 밝혀낸다면 자신은 물론 다른 형제들도 살 수 있다. 어차피 상대는 카라마츠다. 카라마츠 정도야 없어도 상관없다.
"카라마츠의 카드는."
토도마츠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카드의 이름만 말하면 이 게임은 끝난다. 자신은 살아나서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큰 일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법이다. 자신은 그 희생자로 카라마츠를 선택했다.
"S."
"그만."
오소마츠가 끊었다. 토도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언제나처럼의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오소마츠의 어깨엔 어느새 붉은 망토가 걸쳐져있었다.
"이왕이면 상의하는 게 낫지 않겠어?"
누굴 제물로 바쳐서 살아날지.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장남의 권위? 아니, 그거랑은 좀 달라. 오소마츠는 권유하는 투로 말했지만 그것은 명령이었다. 토도마츠는 그 명령을 거역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굳어있는 카라마츠의 등을 팡팡 쳤다. 깜짝 놀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시선이 교차된다.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소름이 돋는다.
"자, 시간은 이제 30분정도밖에 안남았어."
게임이 시작 될 때 처럼 모두가 상을 둘러앉았다. 모래 시계의 모래는 이제 거의 다 떨어져있었다. 얼른 한 명을 선택해 카드를 맞추지 못한다면 모두 죽는다.
"그냥 단번에 누구의 카드를 말 할지, 선택하는 게 좋겠지?"
오소마츠가 한 손을 든다. 다른 형제들도 따라 한 손을 든다. 어떻게 하는진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다. 카드를 밝히고싶은 상대를 지목한다. 가장 많이 표를 받은 사람의 카드를 밝힌다. 그러면 다섯 명은 살아난다.
오소마츠는 고민했다. 누굴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모두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인데.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동생인데. 오소마츠는 눈만 굴려 동생들을 훑어보았다. 가장 필요 없는 동생은 누구지?
카라마츠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번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미 결정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은 차남이다. 장남인 오소마츠는 형제들을 이끌어야 하고, 동생들은 희생시키고싶지 않다. 자신에겐 용기가 있었다. 그렇게 믿고싶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를 지목하면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관계가 끊어지겠지. 어쩌면 삶이 완전히 반전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을까. 쵸로마츠는 답을 구했다. 괜찮았다.
이치마츠는 생각하길 관뒀다. 처음부터 웃기지도 않는 게임이었다. 규칙에는 헛점이 존재했고, 그 헛점은 마치 자신을 위해 있는 것 같았다. 쓰레기는 어차피 버려지기 위해 존재한다. 이치마츠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쥬시마츠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모두와 행복해지고 싶었다. 모두 다 살아나가는 해피엔드를 꿈꿨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은 미숙한 존재였고, 계획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쥬시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토도마츠는 이미 아까 전부터 생각해둔 상대가 있었다. 부활을 위한 희생의 발판으로 삼을 상대.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어차피 카라마츠니까. 겁쟁이니까. 필요없다.
"하나, 둘, 셋."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카라마츠는 자신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는 자신을, 쥬시마츠는 쵸로마츠를,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토도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내질렀다.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자, 이제 시간이 없어."
오소마츠가 모래시계를 가르킨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이치마츠에게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마츠노 이치마츠의 카드는."
잠깐. 어라? 괜찮은 거야, 저거? 모두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형제들을 눈으로 훑었다. 얼굴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The Hanged."
"마츠노 카라마츠의 카드는 Strength."
천천히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틀리지 않게 말하는 이치마츠의 목소리 사이로,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치마츠는 놀란 표정으로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토도마츠는 방긋 웃으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소름이 돋는다.
정답! 안내자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라마츠는 이미 오래전에 체념한듯 눈을 감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형제들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토도마츠만이 카라마츠에게 잘 가라고 인사 할 뿐이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안내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시야는 어둡게 변했다.
이치마츠는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확인했다. 이유는 모른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카라마츠가 누워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렸다. 어라?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계속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렸다. 카라마츠. 야. 일어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다른 형제들도 일어나 둘을 바라본다.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치마츠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놓았다. 카라마츠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이 새끼가!"
이치마츠는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토도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치마츠를 노려봤다. 다른 형제들이 깜짝 놀라 이치마츠를 말린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내동댕이쳤다.
"아침부터 짜증나게. 뭐하는 거야,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가 투덜거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다른 형제들의 시선도 카라마츠에게로 옮겨진다.
그 난리 속에서도 카라마츠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서야 이상함을 눈치 챈 오소마츠가 급히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려보고, 코와 입에 손을 대본다. 쵸로마츠는 급히 구급차를 부르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쥬시마츠는 안절부절하며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냉정한 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뿐이었다.
"난 잘못 없어."
토도마츠가 말한다. 이치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
"남한테 화풀이 하지 마."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병신."
이치마츠는 참지 못하고 토도마츠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마츠노 카라마츠, 탈락.
오소마츠 -황제
카라마츠 -힘
쵸로마츠 -죽음
이치마츠 -매달린 남자
쥬시마츠 -세계
토도마츠 -심판
※타로카드
※소재 주의
안녕. 나는 너희에게 게임을 안내 할 안내자. 얼굴 구기지 말고 좀 웃어보지 그래? 너희를 위해 준비한 게임이니까 말이야. 내가 누구인진 묻지마. 안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럼 게임을 설명할게. 타로카드 알지? 타로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와 마이너 아르카나로 되어있어. 이 게임에서 쓸 건 메이저 아르카나야. 나는 너희에게 각각 한 장씩 메이저 아르카나를 줄 거야. 너희는 누가 어느 걸 가지고 있는지 맞추면 돼. 쉽지?
게임 규칙은 하나 뿐이야. 누구의 카드가 어떤 카드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절대로 카드 명을 언급하지 말 것. 이건 하려고 해도 안 될태지만 시도하는 순간 벌이 내려지니 조심해.
자신의 카드에 대해서 다른 형제에게 힌트를 주든 아니면 거짓말을 치든 상관없어. 제한 시간은 네 시간. 만약 네 시간 안에 한 명의 카드도 맞추지 못한다면 너희는 모두 죽게 될거야. 저런, 그렇게 욕하지마. 맞추면 되잖아?
그래도 여섯 명 다 맞추는 건 어려우니까 말이지. 그래. 한 명, 단 한 명의 카드라도 맞추면 카드를 들킨 사람를 제외한 다섯명은 살 수 있어. 카드를 들킨 사람은 어떻게 되냐고? 글쎄. 그건 그때 확인해봐.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할까. 행운을 빌게. 여섯 쌍둥이들.
여섯 명은 말이 없었다. 거실 상 가운데 올려진 모래 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한 명의 카드를 맞추지 못 한다면 모두가 죽는다. 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게임이란 말인가. 아니, 이런 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나? 쌍둥이들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소마츠는 동생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굳은 얼굴이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오소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분명 자신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작은 황금색 공같은 것이 쥐어져있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오소마츠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웃으며 카라마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나 물 좀 갖다주라."
"오소마츠 형!"
지금 무슨 시덥잖은 말을! 쵸로마츠가 소리쳤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쵸로마츠를 무시했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팔자를 눕혀놓은 무늬들이 보인다. 카라마츠는 그 무늬들을 바라보다 냉장고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으아악!"
카라마츠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무슨 일이야! 다른 형제들이 급히 달려온다. 카라마츠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냉장고 안을 가리켰다. 쌍둥이들은 카라마츠의 손을 따라 시선을 냉장고로 옮겼다. 사자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와아-."
엄청나네. 오소마츠는 감탄하며 사자의 머리를 바라보다가 물병을 꺼냈다. 어차피 죽어있는 머리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건 갈증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소마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진지하게 행동 할 순 없는 건가?
생각해보면 쵸로마츠는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오소마츠의 행동이 싫었다. 그래서 가장 친했던 오소마츠와의 관계를 거의 접다싶이하고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신은 오소마츠와의 관계도 잃고, 사회에서도 튕겨져나왔다.
지금 이런 과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지. 쵸로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부엌을 나왔다. 이곳은 집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장식품같은 걸 보니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단에 해골이 떡하니 놓여있을리 없겠지.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분 나쁘다.
"여기서 뭐해?"
쵸로마츠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해골을 바라봤다. 저거, 카라마츠 옷에 그려져있는 거네. 이치마츠가 중얼거린다. 쵸로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봤어?"
"뭘?"
이치마츠가 묻는다. 쵸로마츠가 되묻는다.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쵸로마츠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오소마츠 형의 옷에 있는 무늬, 소나무가 아니라 왕관이었어. 카라마츠의 옷에도 꽃과 나뭇잎이 그려져있었고.
쵸로마츠는 놀랐다. 이치마츠가 이렇게 관찰력이 좋았던가? 여태 몰랐다. 쵸로마츠는 놀란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영 좋진 않은지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린다.
"쵸로마츠 형도 잘 살펴봐봐. 어쩌면 힌트가 숨어있을지도 몰라."
이치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쵸로마츠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해골을 바라봤다. 자신의 힌트. 어쩌면 저것인지도 모른다. 쵸로마츠는 급히 해골을 챙겨 신발장 안에 숨겨놓았다. 자신의 카드를 들키고싶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계단 위에서 쵸로마츠를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랑 다를 바 없는 방이다. 이치마츠는 주변을 둘러보다 벽장 문을 열었다. 물건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있는 거라곤 T자 모양의 나무와 그 나무에 묶인 끈 뿐. 이치마츠는 벽장 문을 닫았다.
머리를 긁적이다 소파에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이미 반은 넘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되는 걸까. 다같이 죽으면 어쩌지. 난, 어쩌고 싶은 거지.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이치마츠 형아! 여기서 뭐해!"
불쑥, 쥬시마츠가 튀어나왔다.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숙였다. 쥬시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무슨 생각해? 응? 쥬시마츠가 묻는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맑은 눈이 저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는건가. 아깐 굳어있었으면서. 일부러 웃는건가.
"누굴 죽여야 하나 생각중이었어."
죽여? 왜? 쥬시마츠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이치마츠는 뺨을 긁적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한 명을 구멍으로 밀어넣어야 다섯 명이 사니까. 그렇게 말 할 수 없었다. 쥬시마츠는 아직 어리니까.
"아무것도 아냐. 말이 헛나왔어."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다 창문을 열었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고있다. 파란 하늘의 가운데에 나뭇잎으로 엮인 것처럼 보이는 원이 보인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창문을 닫았다.
쥬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 아래에 보라색 천이 보였다. 그걸 잡아당겨 볼까 고민하던 쥬시마츠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방에 토도마츠가 들어왔으니까.
"톳티!"
쥬시마츠가 양 팔을 들어올리며 토도마츠를 반긴다. 토도마츠는 웃으며 쥬시마츠에게 다가왔다. 쥬시마츠는 좋아진 기분에 토도마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러워, 쥬시마츠 형.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리자 쥬시마츠는 그 자리에 멈췄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쥬시마츠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토도마츠의 물음을 이해 못한 건 아니었다. 단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을 뿐이었다. 자신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지?
모르겠어! 쥬시마츠가 꺄륵 웃으며 대답한다. 토도마츠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곤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쥬시마츠는 그 손길이 기분좋아 발을 굴렀다.
"카라마츠 형한테 방으로 올라와 달라고 전해줄래? 쥬시마츠 형."
좋아! 나에게 맡겨! 토도마츠의 부탁에 쥬시마츠가 빠르게 방을 나선다. 혼자 방에 남은 토도마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자줏빛 깃털을 꺼내 살폈다. 이건 분명 자신의 카드에 대한 힌트. 다른 형제들에게 보이고싶지 않기에 토도마츠는 깃털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토도마츠는 살고싶었다. 자신은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최근엔 안 좋은 일만 가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형제들이 와서 깽판치고. 덕분에 연애는 물건너가고. 이제 운이 좀 따른다했더니 재기불능이 되었었지. 자신은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불렀나, 토도마츠."
카라마츠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토도마츠는 웃으며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분위기가 어째 이상했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걸어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 형은 사실 겁쟁이지?"
저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뭔 말을 하나했더니. 토도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신경쓰지 않고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웃음이 난다. 기뻐서 웃음이 난다. 알 거 같았다. 사자, 꽃, 나뭇잎, 무늬, 그리고 카라마츠.
"카라마츠 형은 언제나 도전적이지. 배짱도 있고, 열정도 있고. 몇 번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하지만 그만큼 겁쟁이지. 잘난 척도 많이 하고 말이야. 유혹에도 약하고. 안 그래? 카라마츠는 토도마츠의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토도마츠는 손을 살짝 내려 눈을 드러냈다. 토도마츠는 웃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네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토도마츠는 그 시간안에 다른 사람의 카드를 알아내는 걸 성공했다. 지금 자신이 카라마츠의 카드를 밝혀낸다면 자신은 물론 다른 형제들도 살 수 있다. 어차피 상대는 카라마츠다. 카라마츠 정도야 없어도 상관없다.
"카라마츠의 카드는."
토도마츠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카드의 이름만 말하면 이 게임은 끝난다. 자신은 살아나서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큰 일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법이다. 자신은 그 희생자로 카라마츠를 선택했다.
"S."
"그만."
오소마츠가 끊었다. 토도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언제나처럼의 미소를 얼굴에 띄었다. 오소마츠의 어깨엔 어느새 붉은 망토가 걸쳐져있었다.
"이왕이면 상의하는 게 낫지 않겠어?"
누굴 제물로 바쳐서 살아날지.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장남의 권위? 아니, 그거랑은 좀 달라. 오소마츠는 권유하는 투로 말했지만 그것은 명령이었다. 토도마츠는 그 명령을 거역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는 굳어있는 카라마츠의 등을 팡팡 쳤다. 깜짝 놀란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시선이 교차된다.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소름이 돋는다.
"자, 시간은 이제 30분정도밖에 안남았어."
게임이 시작 될 때 처럼 모두가 상을 둘러앉았다. 모래 시계의 모래는 이제 거의 다 떨어져있었다. 얼른 한 명을 선택해 카드를 맞추지 못한다면 모두 죽는다.
"그냥 단번에 누구의 카드를 말 할지, 선택하는 게 좋겠지?"
오소마츠가 한 손을 든다. 다른 형제들도 따라 한 손을 든다. 어떻게 하는진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다. 카드를 밝히고싶은 상대를 지목한다. 가장 많이 표를 받은 사람의 카드를 밝힌다. 그러면 다섯 명은 살아난다.
오소마츠는 고민했다. 누굴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모두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인데.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동생인데. 오소마츠는 눈만 굴려 동생들을 훑어보았다. 가장 필요 없는 동생은 누구지?
카라마츠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번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미 결정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은 차남이다. 장남인 오소마츠는 형제들을 이끌어야 하고, 동생들은 희생시키고싶지 않다. 자신에겐 용기가 있었다. 그렇게 믿고싶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를 지목하면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관계가 끊어지겠지. 어쩌면 삶이 완전히 반전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을까. 쵸로마츠는 답을 구했다. 괜찮았다.
이치마츠는 생각하길 관뒀다. 처음부터 웃기지도 않는 게임이었다. 규칙에는 헛점이 존재했고, 그 헛점은 마치 자신을 위해 있는 것 같았다. 쓰레기는 어차피 버려지기 위해 존재한다. 이치마츠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쥬시마츠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모두와 행복해지고 싶었다. 모두 다 살아나가는 해피엔드를 꿈꿨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은 미숙한 존재였고, 계획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쥬시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토도마츠는 이미 아까 전부터 생각해둔 상대가 있었다. 부활을 위한 희생의 발판으로 삼을 상대.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어차피 카라마츠니까. 겁쟁이니까. 필요없다.
"하나, 둘, 셋."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를, 카라마츠는 자신을, 쵸로마츠는 오소마츠를, 이치마츠는 자신을, 쥬시마츠는 쵸로마츠를, 토도마츠는 카라마츠를. 토도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내질렀다.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자, 이제 시간이 없어."
오소마츠가 모래시계를 가르킨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이치마츠에게로 향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마츠노 이치마츠의 카드는."
잠깐. 어라? 괜찮은 거야, 저거? 모두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형제들을 눈으로 훑었다. 얼굴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The Hanged."
"마츠노 카라마츠의 카드는 Strength."
천천히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틀리지 않게 말하는 이치마츠의 목소리 사이로, 토도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치마츠는 놀란 표정으로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토도마츠는 방긋 웃으며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소름이 돋는다.
정답! 안내자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라마츠는 이미 오래전에 체념한듯 눈을 감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형제들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토도마츠만이 카라마츠에게 잘 가라고 인사 할 뿐이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안내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시야는 어둡게 변했다.
이치마츠는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확인했다. 이유는 모른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카라마츠가 누워있다.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렸다. 어라?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계속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렸다. 카라마츠. 야. 일어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다른 형제들도 일어나 둘을 바라본다.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이치마츠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놓았다. 카라마츠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이 새끼가!"
이치마츠는 토도마츠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토도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치마츠를 노려봤다. 다른 형제들이 깜짝 놀라 이치마츠를 말린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내동댕이쳤다.
"아침부터 짜증나게. 뭐하는 거야,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가 투덜거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다른 형제들의 시선도 카라마츠에게로 옮겨진다.
그 난리 속에서도 카라마츠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서야 이상함을 눈치 챈 오소마츠가 급히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의 뺨을 두드려보고, 코와 입에 손을 대본다. 쵸로마츠는 급히 구급차를 부르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쥬시마츠는 안절부절하며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냉정한 건 이치마츠와 토도마츠 뿐이었다.
"난 잘못 없어."
토도마츠가 말한다. 이치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
"남한테 화풀이 하지 마."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병신."
이치마츠는 참지 못하고 토도마츠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마츠노 카라마츠, 탈락.
오소마츠 -황제
카라마츠 -힘
쵸로마츠 -죽음
이치마츠 -매달린 남자
쥬시마츠 -세계
토도마츠 -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