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망행진곡

[파카카라쥬시] 절망행진곡 -13

누군가라네 2015. 11. 28. 20:04
※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장난 없는 우울루트, 절망루트
※우울, 절망, 피폐, 멘붕 못보시는 분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쥬시마츠에게 부탁했다. 형제들 앞에서 거짓말 해 달라고. 쥬시마츠는 그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었다. 카라마츠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쥬시마츠 만큼은 자신을 위해 행동 해 준다고 믿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닌, 그저 형제를 위하는 마음이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카라마츠에게 필요한 건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게 썩은 밧줄이든 갈대든 상관없이 그저 손에 잡을 수 있으면 된다. 쥬시마츠는 그걸 알기에 카라마츠를 위하여 거짓말을 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이 없다. 쵸로마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아, 길게 숨을 내쉰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방에는 자신과 카라마츠, 단 둘만 있는데도 입을 열기가 힘들다. 아니, 힘든 게 당연하다.
쵸로마츠는 여섯 쌍둥이 중에서 가장 현실에 가까웠다. 가장 상식있고, 가장 정상처럼 행동한다. 물론 그도 정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형제들처럼 막나가는 일이 매일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형제들을 챙겼다. 특히 형제들에게 자주 무시당하는 카라마츠를 아꼈다. 더군다나 카라마츠는 오메가니까 더더욱 신경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겼고, 쵸로마츠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인 거 같아 카라마츠에게 한 마디 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 하려는 말이 카라마츠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 거란 걸 알기에 더더욱 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이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카라마츠."

쵸로마츠는 현실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감정은 무시하고 현실만 바라보기로 했다. 그 현실로 인해 카라마츠의 마음에 비수를 꽂더라도 그것이 옳다 생각하기로 했다. 잔인해져야만 했다. 자신이 잔인해지지 않으면 이 바보같은 카라마츠는, 정신나간 제 형제들은 더이상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게된다. 쵸로마츠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워."

카라마츠의 몸이 떨린다. 쵸로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뜨고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독해져야만 한다. 잔인해져야만 한다. 자신은 악역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옳은 거니까. 현실을 생각하면 이것이 맞는 길이니까.

"카라마츠. 현실을 생각해."

넌 그 아이를 책임질 수 없어. 네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 같아? 노력하면 된다는 현실성 없는 말은 하지마. 그리고 일하면 아이는 누가 돌볼건데? 아이의 부모는 너와 쥬시마츠야. 쥬시마츠 혼자서 돌보는 건 절대로 무리지. 그렇다고 쥬시마츠에게 일을 시켜? 가능할 거 같아? 부모님도 곧 퇴직하실 나이야. 책임지는 건 불가능해. 태어난 순간부터 아이에겐 고통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카라마츠. 너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놓아줘.

"아이를 놓아줘."

쵸로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인채 말없이 듣고만 있는다. 쵸로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 카라마츠의 성격상 그런 건 무리라는 걸 안다. 카라마츠는 지나치게 사람이 순하고, 정이 많으며 바보였다. 그런 사람에게 현실을 생각하라는둥 아이를 위한 거라는둥 말해봤자 소용 없다는 걸 쵸로마츠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예전 언제였더라. 카라마츠가 강아지를 주워온 적이 있었다. 쵸로마츠는 강아지를 기르는 건 무리라며 다른 주인을 찾아주자고 말했었다. 카라마츠는 고집을 부렸다. 그 강아지는 얼마 가지 못하고 죽었다. 병에 걸렸었다. 그걸 치료 할 돈이 카라마츠에겐 없었다.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강아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쵸로마츠는 어깨가 무거웠다. 자신이 잔인한 사람이란 걸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맞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장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카라마츠에게 강요한다.
자신이 역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카라마츠에게 강요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악당이고,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자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카라마츠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낳을 거야."

카라마츠가 말했다. 쵸로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했던 답이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눈빛은 이전보다 살아났다. 눈썹은 여전히 가운데로 모인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 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이런 상태로 얘기 해 봤자 말실수만 할 뿐이다. 차분하게, 침착하게 쵸로마츠를 설득해야만 한다.

"힘들다는 거 알아. 오히려 불행만 불러 올 수 있단 것도 알아. 그래도 내 아이야. 내 피를 물려받은,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야. 내 안에 생긴, 내가 만든 내 아이니까. 그리고 확실한 답은 없는 거잖아. 그렇지? 행복해 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든 될 거야."

그래. 답이 있는 건 아니지. 쵸로마츠는 꽉 주먹을 쥐었다. 그 말을 하는 카라마츠의 얼굴은 평온했고, 말투는 담담했다. 목소리는 안정되어 있었고, 눈빛은 굳건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쵸로마츠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잡아냈다.
아이의 아빠는 쥬시마츠다. 쥬시마츠가 그렇게 말했다. 카라마츠도 그 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왜 카라마츠는 지금 '쥬시마츠와 나와의 아이'나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라고 하는 것인가. 억측일지도 모른다. 과대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쵸로마츠는 빠득 이를 갈았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어깨에서 힘을 뺐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해서 겨우 말했는데. 말실수를 해 버렸다. 바보같은 자신에게 비소를 날린다. 카라마츠는 곧 날아올 비수에 대비해 입을 꾹 다물었다.

"카라마츠 형."

드문 호칭이었다. 쵸로마츠는 카라마츠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이 친밀함의 표시인건지 아니면 단순히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인 건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카라마츠는 신경쓰지 않았다. 평소엔 그랬다. 오늘은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 쥬시마츠 아이 아니지?"

쵸로마츠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었다. 쵸로마츠의 눈빛이 더더욱 차가워진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났음을 깨달았다. 바보같긴. 쥬시마츠에게 미안해졌다. 저를 위해 거짓말을 해 주었는데.

"솔직히 말해! 누구 애야? 어? 이치마츠 애야? 오소마츠 형 아이야? 얼른 말해, 카라마츠 형!"

쵸로마츠가 참아왔던 것을 터트렸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울컥 하고 눈물이 차오른다. 코끝이 찡해지고 심장이 울려온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괴롭다.

"몰라."

뭐? 쵸로마츠는 되물었다. 카라마츠는 눈을 뜨고 쵸로마츠의 눈을 바라봤다. 눈물이 가득한 눈은 아까 전의 그 눈이 아니었다. 비어있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눈. 쵸로마츠는 할 말을 잃었다.

"모른다고! 오소마츠 형의 아이일지도 모르지! 이치마츠의 아이일지도 몰라! 진짜로 쥬시마츠의 아이일지도 몰라! 몇 번이고 당했으니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아니, 도와줄 수 없었던 거지. 아무도 없었으니까."

난 혼자였어. 혼자였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니, 안 한 건가? 아, 그래. 어쩌면 안 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난 쓰레기야. 쓰레기. 그것도 아주 최악인 쓰레기! 하, 하하, 하하하하!
카라마츠는 모든 것을 쏟아내듯 소리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쵸로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은 잔인했고, 어리석으며 죄인이었다. 카라마츠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무시했다. 그쪽이 더 편하니까.

"난 포기 못해."

카라마츠가 말한다.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도 내 아이야. 내 피가 섞인 내 아이야. 내가 사랑할 내 아이야.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야."

그러니까 나는 포기 못해. 쵸로마츠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도 그 말을 끝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를 바라봤다.

"미안해."

누가 말한 것인지 모를 사과가 방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