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망행진곡
[파카카라쥬시] 절망행진곡 -9
누군가라네
2015. 11. 26. 20:19
※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카라마츠는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지금 제 위에 있는게 누구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해서 그런건가. 눈을 부비면 좀 나아질까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대신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서서히 시야가 선명해진다. 이제야 구분이 간다. 이치마츠였다. 이치마츠가 저를 무표정히 내려다보고 있다.
카라마츠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치마츠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하는 행동으로 대강 유추 해 낼 수 있었다. 이치마츠는 자신과 관계를 맺으려는 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했다. 그걸 눈치챈 이치마츠가 손목을 더 꽉 눌러오며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성인 남자의 양 손목이 성인 남자의 한 손에 잡혀 옴짝달싹 못하다니. 웃긴 상황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치마츠는 멱살을 놓아주고 턱을 잡아온다.
"반항하면 때린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위협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때린다면야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다. 항상 그랬으니까. 그저 이치마츠의 분위기가 평소와 전혀 달라서 기가 눌렸을 뿐이다. 카라마츠는 아무도 듣지 못할 변명을 속으로 늘어놓는다.
이치마츠의 손은 차가웠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지 아니면 지금만 그런건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치마츠의 손을 잡은 게 언제더라.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곧 이치마츠가 입술을 핥아온다. 카라마츠는 물었던 입술을 놓고 몸에서 힘을 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피할수도 즐길수도 없을땐 어떻게 해야할까.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답을 구했다. 포기하면 된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길, 모든 게 끝나길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카라마츠."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한껏 흥분이 가득한 얼굴이 보인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눈 떠. 찌푸리지마. 명령이 떨어졌다. 카라마츠는 눈을 뜨고 풀어진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만족한 건지 이치마츠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숨소리가 교차한다. 아픈가. 아프진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느낌? 좋진 않지만 싫지도 않아. 잠깐, 떠올려야 할 게 있어. 너 지금 동생이랑 관계 맺고 있는 거라고? 그게 뭐 어때서? 난 이미 형이랑도 했어. 동생이랑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어라?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 안했을 탠데. 모르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물이 많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같다. 카라마츠는 생각을 관둬버렸다. 피할수도 즐길수도 없다면 포기해야지.
어딘가 한쪽이 망가진 느낌이었다. 아니, 이미 예전부터 망가져있던 걸 뒤늦게 발견했다.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불렀다. 이치마츠는 흠칫 몸을 떨더니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양심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올려다 보다 손을 뻗어 그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어 입에 물었다. 오소마츠와의 관계 후에도 이랬던거 같은데.
"뭐야."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노려본다. 카라마츠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내쉬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어딘가 이상한 카라마츠의 행동에 더이상 뭐라하진 못하고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진 않는다. 딱히 피고싶지 않다.
담뱃재가 재떨이에 떨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담배를 비벼끄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채 말없이 카라마츠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둘 다 입을 열지 않았다. 무언가 할 말은 있어보이는데 선뜻 꺼내질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부른다. 카라마츠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 바라보기만 한다. 이치마츠는 그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목이 잡힐거라 생각해 어깨를 움츠린 카라마츠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손에 깜짝 놀란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아래로 내려와 뺨을 쓰다듬더니 아래로 내려가며 목을 훑고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밀렸다. 쿵,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다. 카라마츠는 아픔에 눈살을 찌푸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한 번 더 하자."
에. 카라마츠는 자신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
오소마츠는 오싹하게 오는 이 느낌이 좋았다. 이건 거의 중독 수준. 오소마츠는 문틈으로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둘 다 제가 여기서 보고있다는 건 모를 거다.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거나.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치마츠는 순진하고, 단순하며 욕망에 약하다. 이 얼마나 어린 모습인가. 오소마츠는 아래가 뻐근해지는 걸 느끼며 제 입술을 핥았다. 어떻게 하면 더 이 느낌을 더 느낄 수 있을까. 오소마츠는 고민했다.
카라마츠에게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건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일단 확실히 해 둬야할건 형제간의, 연인간의 그 좋아해는 아니었다. 그보단 장난감을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가까웠다. 카라마츠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겠지. 그럼에도 자신과의 관계를 허락하는 건 단순히 그 사건 전의 그 일상이 그리워서일태지.
무시당하는 일상이 뭐가 그리운건지 오소마츠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지금처럼 사랑받는 쪽이 더 좋지 않나? 아, 이건 사랑이 아닌가. 어쨌거나. 오소마츠는 흥분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이번엔 카라마츠의 정신을 건드려볼까.
히트사이클 때 건드린 반응으로 보아 카라마츠의 정신에 금이가면 꽤 볼만 할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한 사람을 붙잡고 의지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저가 된다면. 오소마츠는 찡하니 심장이 울려오는 걸 느꼈다.
오소마츠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카라마츠의 정신을 금가게 하려면 역시 쥬시마츠를 끌어들이는 게 가장 쉽겠지. 쥬시마츠는 항상 우릴 지켜보고 있지만 카라마츠는 그걸 모른다. 오소마츠는 그 점을 이용 할 생각이었다. 이전에 이치마츠를 자극한 것처럼 쥬시마츠를 자극 할 것이다. 워낙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아이지만 그 본성은 깨끗하다 느껴질만큼 순수하기에 물들이는 건 쉽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전이랑 다르네."
문득 이치마츠가 말을 꺼냈다. 다다미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던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특유의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엔 울었잖아. 욕실에 틀어박히고. 며칠동안 밥도 잘 못 먹고."
아아. 그거 말인가.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이치마츠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그런.
"이치마츠. 넌 러트 때 어때?"
뜬금없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왜 묻는 건데? 내 질문에나 답하지. 불평을 늘어놓으니 대답을 재촉 해 온다.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툭하니 말을 내뱉었다.
"모든 게 짜증나지. 열은 오르고, 감각은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지고. 잘못 건드리면 죽일 거 같고."
같은 거야. 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아 느릿하게 후드티를 입고,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도 얼굴로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히트사이클 시기땐 나도 감정이 오락가락 하니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한없이 추락해버려."
그래서 그때 더 조심해야 하는거고. 카라마츠는 손을 내리고 웃었다. 아까 하려다가 잊은 말이 떠올랐다. 이걸 지금 말해도 될까 싶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해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일, 너무 미안해 하지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난 괜찮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강해."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일도 난 괜찮으니까. 카라마츠는 거실을 나갔다. 혼자남은 이치마츠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거지? 괜찮다고? 강하다고? 그러니까 걱정말라고?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하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걱정한 적이 없었다. 카라마츠에게 사과해야하나 생각한 건 오로지 자신의 양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둘, 이치마츠가 보기에 카라마츠는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았다. 이미 온갖 얼룩이 묻어있는데 괜찮을 리가. 셋, 카라마츠는 저가 보기에 전혀 강하지 않았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강하니 걱정하지 말라니. 이치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진짜 병신이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찼다. 어차피 상관없다. 자신은 카라마츠를 제 손안에 둘 수만 있으면 된다. 그 상태가 어떻든 저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어-."
그리고 보았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이치마츠는 그 문을 열었고, 오소마츠의 얼굴을 마주했다. 오소마츠는 들켰다 말하며 웃으면서 거실로 들어왔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며 오소마츠를 노려봤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뭐 하고 있었어?"
"엿보기?"
이치마츠가 묻자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며 오소마츠를 노려보다 휙 돌아 거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카라마츠는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지금 제 위에 있는게 누구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해서 그런건가. 눈을 부비면 좀 나아질까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대신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서서히 시야가 선명해진다. 이제야 구분이 간다. 이치마츠였다. 이치마츠가 저를 무표정히 내려다보고 있다.
카라마츠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치마츠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하는 행동으로 대강 유추 해 낼 수 있었다. 이치마츠는 자신과 관계를 맺으려는 거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했다. 그걸 눈치챈 이치마츠가 손목을 더 꽉 눌러오며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았다. 성인 남자의 양 손목이 성인 남자의 한 손에 잡혀 옴짝달싹 못하다니. 웃긴 상황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치마츠는 멱살을 놓아주고 턱을 잡아온다.
"반항하면 때린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위협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때린다면야 얼마든지 맞아줄 수 있다. 항상 그랬으니까. 그저 이치마츠의 분위기가 평소와 전혀 달라서 기가 눌렸을 뿐이다. 카라마츠는 아무도 듣지 못할 변명을 속으로 늘어놓는다.
이치마츠의 손은 차가웠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지 아니면 지금만 그런건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치마츠의 손을 잡은 게 언제더라. 카라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곧 이치마츠가 입술을 핥아온다. 카라마츠는 물었던 입술을 놓고 몸에서 힘을 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피할수도 즐길수도 없을땐 어떻게 해야할까.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답을 구했다. 포기하면 된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길, 모든 게 끝나길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카라마츠."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한껏 흥분이 가득한 얼굴이 보인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눈 떠. 찌푸리지마. 명령이 떨어졌다. 카라마츠는 눈을 뜨고 풀어진 표정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만족한 건지 이치마츠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숨소리가 교차한다. 아픈가. 아프진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느낌? 좋진 않지만 싫지도 않아. 잠깐, 떠올려야 할 게 있어. 너 지금 동생이랑 관계 맺고 있는 거라고? 그게 뭐 어때서? 난 이미 형이랑도 했어. 동생이랑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어라?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 안했을 탠데. 모르겠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물이 많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같다. 카라마츠는 생각을 관둬버렸다. 피할수도 즐길수도 없다면 포기해야지.
어딘가 한쪽이 망가진 느낌이었다. 아니, 이미 예전부터 망가져있던 걸 뒤늦게 발견했다.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멍하니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불렀다. 이치마츠는 흠칫 몸을 떨더니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양심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올려다 보다 손을 뻗어 그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어 입에 물었다. 오소마츠와의 관계 후에도 이랬던거 같은데.
"뭐야."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노려본다. 카라마츠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내쉬고는 눈을 감았다. 이치마츠는 어딘가 이상한 카라마츠의 행동에 더이상 뭐라하진 못하고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진 않는다. 딱히 피고싶지 않다.
담뱃재가 재떨이에 떨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담배를 비벼끄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채 말없이 카라마츠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둘 다 입을 열지 않았다. 무언가 할 말은 있어보이는데 선뜻 꺼내질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부른다. 카라마츠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 바라보기만 한다. 이치마츠는 그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목이 잡힐거라 생각해 어깨를 움츠린 카라마츠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오는 손에 깜짝 놀란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아래로 내려와 뺨을 쓰다듬더니 아래로 내려가며 목을 훑고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밀렸다. 쿵,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다. 카라마츠는 아픔에 눈살을 찌푸리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한 번 더 하자."
에. 카라마츠는 자신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잊어버렸다.
오소마츠는 오싹하게 오는 이 느낌이 좋았다. 이건 거의 중독 수준. 오소마츠는 문틈으로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둘 다 제가 여기서 보고있다는 건 모를 거다.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거나.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치마츠는 순진하고, 단순하며 욕망에 약하다. 이 얼마나 어린 모습인가. 오소마츠는 아래가 뻐근해지는 걸 느끼며 제 입술을 핥았다. 어떻게 하면 더 이 느낌을 더 느낄 수 있을까. 오소마츠는 고민했다.
카라마츠에게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건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일단 확실히 해 둬야할건 형제간의, 연인간의 그 좋아해는 아니었다. 그보단 장난감을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가까웠다. 카라마츠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겠지. 그럼에도 자신과의 관계를 허락하는 건 단순히 그 사건 전의 그 일상이 그리워서일태지.
무시당하는 일상이 뭐가 그리운건지 오소마츠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지금처럼 사랑받는 쪽이 더 좋지 않나? 아, 이건 사랑이 아닌가. 어쨌거나. 오소마츠는 흥분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이번엔 카라마츠의 정신을 건드려볼까.
히트사이클 때 건드린 반응으로 보아 카라마츠의 정신에 금이가면 꽤 볼만 할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한 사람을 붙잡고 의지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저가 된다면. 오소마츠는 찡하니 심장이 울려오는 걸 느꼈다.
오소마츠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카라마츠의 정신을 금가게 하려면 역시 쥬시마츠를 끌어들이는 게 가장 쉽겠지. 쥬시마츠는 항상 우릴 지켜보고 있지만 카라마츠는 그걸 모른다. 오소마츠는 그 점을 이용 할 생각이었다. 이전에 이치마츠를 자극한 것처럼 쥬시마츠를 자극 할 것이다. 워낙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아이지만 그 본성은 깨끗하다 느껴질만큼 순수하기에 물들이는 건 쉽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전이랑 다르네."
문득 이치마츠가 말을 꺼냈다. 다다미를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던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특유의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엔 울었잖아. 욕실에 틀어박히고. 며칠동안 밥도 잘 못 먹고."
아아. 그거 말인가.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이치마츠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그런.
"이치마츠. 넌 러트 때 어때?"
뜬금없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왜 묻는 건데? 내 질문에나 답하지. 불평을 늘어놓으니 대답을 재촉 해 온다.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고 툭하니 말을 내뱉었다.
"모든 게 짜증나지. 열은 오르고, 감각은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지고. 잘못 건드리면 죽일 거 같고."
같은 거야. 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아 느릿하게 후드티를 입고,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도 얼굴로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히트사이클 시기땐 나도 감정이 오락가락 하니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되면 한없이 추락해버려."
그래서 그때 더 조심해야 하는거고. 카라마츠는 손을 내리고 웃었다. 아까 하려다가 잊은 말이 떠올랐다. 이걸 지금 말해도 될까 싶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해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때 일, 너무 미안해 하지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난 괜찮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강해."
카라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치마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일도 난 괜찮으니까. 카라마츠는 거실을 나갔다. 혼자남은 이치마츠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거지? 괜찮다고? 강하다고? 그러니까 걱정말라고?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하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걱정한 적이 없었다. 카라마츠에게 사과해야하나 생각한 건 오로지 자신의 양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둘, 이치마츠가 보기에 카라마츠는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았다. 이미 온갖 얼룩이 묻어있는데 괜찮을 리가. 셋, 카라마츠는 저가 보기에 전혀 강하지 않았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강하니 걱정하지 말라니. 이치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진짜 병신이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찼다. 어차피 상관없다. 자신은 카라마츠를 제 손안에 둘 수만 있으면 된다. 그 상태가 어떻든 저와는 관계 없는 일이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어-."
그리고 보았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이치마츠는 그 문을 열었고, 오소마츠의 얼굴을 마주했다. 오소마츠는 들켰다 말하며 웃으면서 거실로 들어왔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며 오소마츠를 노려봤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뭐 하고 있었어?"
"엿보기?"
이치마츠가 묻자 웃음끼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며 오소마츠를 노려보다 휙 돌아 거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