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망행진곡
[파카카라쥬시] 절망행진곡 -7
누군가라네
2015. 11. 25. 12:18
※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치마츠가 이상한 기류를 눈치 챈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그날은 오랜만에 모든 형제가 밖에 나가지 않은 날이었다. 쥬시마츠는 야구를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토도마츠와 게임을 하고, 쵸로마츠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카라마츠는 언제나 그렇듯 거울을 바라보았고, 오소마츠는 거실 바닥에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구석에서 그 모습들을 관찰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오? 이치마츠,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가만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옷을 잡아당겼다. 목부분이 늘어나며 등이 훤히 드러난다. 잠깐, 이치마츠. 나 숨막혀! 카라마츠가 버둥거리며 소리친다. 이치마츠는 그를 무시하다가 놓아주고 거실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어느새 깨어난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쾅! 이치마츠는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때 그냥 나가는 게 아니었는데.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 화가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카라마츠의 등은 울긋불긋했다. 목 뒤쪽, 아슬아슬하게 가려지는 부분까지 붉은 자국들이 가득했다. 이빨자국과 함께 남은 그 자국들은 분명 오소마츠가 만든 거겠지. 앞쪽도 등과 같은 상황일 것이다. 그날에서 며칠이 지났음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저건 분명 어제 새로 새긴것.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에 들어갔다.
이상했다. 이치마츠는 평소 카라마츠를 곱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가시처럼 여겼다. 그래서 그때 그런짓을 했던 거고. 그런데 왜? 어라?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어째선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났다. 이런 거. 어렸을 때도 한 번 느껴본 적 있었는데.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겼다.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각자에게 다른 장난감을 하나씩 사준 적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때 자신이 받은 장난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워낙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는 이미지였던 탓에 불평 한 마디 못했다. 결국 그 장난감은 상자에 쳐박혔다. 그걸 오소마츠가 멋대로 꺼내 가지고 놀았었다. 그때 이치마츠는 화가났다. 오소마츠에게 따지진 못했지만 제 장난감을 오소마츠가 멋대로 가지고 노는 게 싫었었다. 그때랑 같은 감정.
이치마츠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자신은 카라마츠를 싫어했다. 그리고 그만큼 의지했다. 저를 받아주고, 자신이 솔직하게 행동해도 버리지 않아주는 존재. 그게 카라마츠였다. 시기때의 그 사건 이후에도 카라마츠는 여전히 저를 챙겨주었다. 그런데 오소마츠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카라마츠를 지멋대로 가지고 놀고있다. 그것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카라마츠가 제 손에 있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손에 놀아나서.
"씨발."
이치마츠는 이를 갈았다. 이 감정을 가라앉히려면 다시 데려오는 수밖에 없겠지.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와 정면으로 붙는 건 무리였다. 바보처럼 보여도 그는 책략가였다. 자신을 가지고 논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되려 제발에 걸려 넘어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나갔다. 쥬시마츠도 짐꾼 역을 하러 따라나갔다. 집에 남은 건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그리고 카라마츠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둘 사이에 있기 껄끄러웠지만 오소마츠가 다리를 베고 자는 탓에 움직이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아까부터 계속 카라마츠를 노려보고있었다.
내가 또 뭐 잘못했나? 카라마츠는 곰곰히 생각했다. 없었다. 요 며칠 오소마츠에게 시달리느라 다른 걸 신경 쓸 틈이없다. 어제 밤에도 오소마츠가 불러 나갔더니 잔뜩 물렸다. 그건 마치 짐승이 자신의 것이라 표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렇지만 불만을 내뱉거나 하는 건 할 수 없었다. 이건 일종의 계약이었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도 나가고 난 뒤에 저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말 뜻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었던 건 한 번의 관계가 끝난 뒤. 오소마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담배를 뺏어 입에 물었다. 순식간에 담배를 뺏긴 오소마츠는 허탈하게 웃으며 새 담배를 꺼냈다. 카라마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저를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에 짜증이났다.
"왜 이래? 아까 그건 무슨 뜻이고?"
덕분에 말투가 까칠하다.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까칠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말투에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전엔 히트사이클 시기인지라 그냥 울고 말았지만 이젠 확실히 얘기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오소마츠는 담배 연기를 카라마츠의 얼굴에 내뱉었다. 카라마츠가 인상을 팍 쓰며 노려본다. 무서워라. 키득키득 웃은 오소마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카라마츠는 강하다. 힘도 강하고, 정신도 강하다. 히트사이클 시기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 불안정한 시기에 건드린 탓에 그런 반응을 보였던거고 꽤 오래갔던 거겠지. 재밌었어. 이치마츠는 모르겠지만.
"계약 하나 안 할래?"
다 피운 담배를 비벼끄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는 눈썹을 꼬며 오소마츠를 올려다봤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카라마츠는 마지막 한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곤 담배를 껐다. 오소마츠의 입이 열렸다. 뱀의 혀가 움직인다.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부른다. 카라마츠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귀에 걸고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카라마츠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한 발짝 씩 이치마츠가 다가온다. 카라마츠는 피하려했지만 오소마츠가 다릴 베고있는 탓에 그러지 못했다. 순식간에 멱살이 잡혀 끌어올려졌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는 걸까,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입술이 닿아오는 게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솔직히 정면으로는 오소마츠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정면이 아니어도 오소마츠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괜히 힘빼지 말고 정면돌파가 좋지 않은가. 이치마츠는 깊게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애초에 뺏긴 장난감을 찾아오는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래. 그러니까 정면으로 부딪치는 거야.
조금 말라있다고 생각했다. 그 입술이 벌어지며 말랑한 혀가 나온다. 따듯하고 촉촉한 혀는 입술을 핥다가 그 사이를 파고들어온다. 카라마츠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깜짝 놀라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가 옷을 잡는 게 느껴졌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내려다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이 이렇게 나오면 이치마츠가 어떻게 나올지.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카라마츠의 등에 자국을 남겼다. 이치마츠는 제대로 걸려들었지만 오소마츠는 낚시줄을 잡아당길 수가 없었다. 낚시줄이 한껏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이치마츠?"
입이 떨어진건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다가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빠득 이를 갈면서 애써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속이 통쾌해지는 걸 느꼈다. 혼란스러운 건 카라마츠 뿐이었다.
"차근차근 먹어줄 거니까. 누구처럼 한 번에 통째로 삼키지 않아. 난 뱀이 아니거든."
이치마츠는 웃으며 말하고 거실을 나갔다. 아직도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카라마츠는 작게 소리를 내며 고개만 갸웃 할 뿐이다. 오소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며 이치마츠가 나간 문을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치마츠가 이상한 기류를 눈치 챈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그날은 오랜만에 모든 형제가 밖에 나가지 않은 날이었다. 쥬시마츠는 야구를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토도마츠와 게임을 하고, 쵸로마츠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카라마츠는 언제나 그렇듯 거울을 바라보았고, 오소마츠는 거실 바닥에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구석에서 그 모습들을 관찰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오? 이치마츠, 무슨 일이야?"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가만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옷을 잡아당겼다. 목부분이 늘어나며 등이 훤히 드러난다. 잠깐, 이치마츠. 나 숨막혀! 카라마츠가 버둥거리며 소리친다. 이치마츠는 그를 무시하다가 놓아주고 거실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어느새 깨어난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쾅! 이치마츠는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때 그냥 나가는 게 아니었는데.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 화가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카라마츠의 등은 울긋불긋했다. 목 뒤쪽, 아슬아슬하게 가려지는 부분까지 붉은 자국들이 가득했다. 이빨자국과 함께 남은 그 자국들은 분명 오소마츠가 만든 거겠지. 앞쪽도 등과 같은 상황일 것이다. 그날에서 며칠이 지났음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저건 분명 어제 새로 새긴것.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에 들어갔다.
이상했다. 이치마츠는 평소 카라마츠를 곱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눈에가시처럼 여겼다. 그래서 그때 그런짓을 했던 거고. 그런데 왜? 어라? 이치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어째선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와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났다. 이런 거. 어렸을 때도 한 번 느껴본 적 있었는데. 이치마츠는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겼다.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각자에게 다른 장난감을 하나씩 사준 적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때 자신이 받은 장난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워낙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는 이미지였던 탓에 불평 한 마디 못했다. 결국 그 장난감은 상자에 쳐박혔다. 그걸 오소마츠가 멋대로 꺼내 가지고 놀았었다. 그때 이치마츠는 화가났다. 오소마츠에게 따지진 못했지만 제 장난감을 오소마츠가 멋대로 가지고 노는 게 싫었었다. 그때랑 같은 감정.
이치마츠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자신은 카라마츠를 싫어했다. 그리고 그만큼 의지했다. 저를 받아주고, 자신이 솔직하게 행동해도 버리지 않아주는 존재. 그게 카라마츠였다. 시기때의 그 사건 이후에도 카라마츠는 여전히 저를 챙겨주었다. 그런데 오소마츠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카라마츠를 지멋대로 가지고 놀고있다. 그것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카라마츠가 제 손에 있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손에 놀아나서.
"씨발."
이치마츠는 이를 갈았다. 이 감정을 가라앉히려면 다시 데려오는 수밖에 없겠지.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와 정면으로 붙는 건 무리였다. 바보처럼 보여도 그는 책략가였다. 자신을 가지고 논 것만봐도 알 수 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되려 제발에 걸려 넘어지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나갔다. 쥬시마츠도 짐꾼 역을 하러 따라나갔다. 집에 남은 건 오소마츠와 이치마츠, 그리고 카라마츠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둘 사이에 있기 껄끄러웠지만 오소마츠가 다리를 베고 자는 탓에 움직이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아까부터 계속 카라마츠를 노려보고있었다.
내가 또 뭐 잘못했나? 카라마츠는 곰곰히 생각했다. 없었다. 요 며칠 오소마츠에게 시달리느라 다른 걸 신경 쓸 틈이없다. 어제 밤에도 오소마츠가 불러 나갔더니 잔뜩 물렸다. 그건 마치 짐승이 자신의 것이라 표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그렇지만 불만을 내뱉거나 하는 건 할 수 없었다. 이건 일종의 계약이었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도 나가고 난 뒤에 저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말 뜻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었던 건 한 번의 관계가 끝난 뒤. 오소마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담배를 뺏어 입에 물었다. 순식간에 담배를 뺏긴 오소마츠는 허탈하게 웃으며 새 담배를 꺼냈다. 카라마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저를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에 짜증이났다.
"왜 이래? 아까 그건 무슨 뜻이고?"
덕분에 말투가 까칠하다.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까칠하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말투에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내뱉었다. 전엔 히트사이클 시기인지라 그냥 울고 말았지만 이젠 확실히 얘기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오소마츠는 담배 연기를 카라마츠의 얼굴에 내뱉었다. 카라마츠가 인상을 팍 쓰며 노려본다. 무서워라. 키득키득 웃은 오소마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카라마츠는 강하다. 힘도 강하고, 정신도 강하다. 히트사이클 시기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 불안정한 시기에 건드린 탓에 그런 반응을 보였던거고 꽤 오래갔던 거겠지. 재밌었어. 이치마츠는 모르겠지만.
"계약 하나 안 할래?"
다 피운 담배를 비벼끄며 오소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는 눈썹을 꼬며 오소마츠를 올려다봤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카라마츠는 마지막 한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내뱉곤 담배를 껐다. 오소마츠의 입이 열렸다. 뱀의 혀가 움직인다.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부른다. 카라마츠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귀에 걸고 카라마츠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카라마츠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한 발짝 씩 이치마츠가 다가온다. 카라마츠는 피하려했지만 오소마츠가 다릴 베고있는 탓에 그러지 못했다. 순식간에 멱살이 잡혀 끌어올려졌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는 걸까,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입술이 닿아오는 게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솔직히 정면으로는 오소마츠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정면이 아니어도 오소마츠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괜히 힘빼지 말고 정면돌파가 좋지 않은가. 이치마츠는 깊게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애초에 뺏긴 장난감을 찾아오는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래. 그러니까 정면으로 부딪치는 거야.
조금 말라있다고 생각했다. 그 입술이 벌어지며 말랑한 혀가 나온다. 따듯하고 촉촉한 혀는 입술을 핥다가 그 사이를 파고들어온다. 카라마츠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깜짝 놀라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가 옷을 잡는 게 느껴졌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내려다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소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이 이렇게 나오면 이치마츠가 어떻게 나올지.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카라마츠의 등에 자국을 남겼다. 이치마츠는 제대로 걸려들었지만 오소마츠는 낚시줄을 잡아당길 수가 없었다. 낚시줄이 한껏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이치마츠?"
입이 떨어진건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다가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빠득 이를 갈면서 애써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속이 통쾌해지는 걸 느꼈다. 혼란스러운 건 카라마츠 뿐이었다.
"차근차근 먹어줄 거니까. 누구처럼 한 번에 통째로 삼키지 않아. 난 뱀이 아니거든."
이치마츠는 웃으며 말하고 거실을 나갔다. 아직도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카라마츠는 작게 소리를 내며 고개만 갸웃 할 뿐이다. 오소마츠는 빠드득 이를 갈며 이치마츠가 나간 문을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