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망행진곡

[파카카라쥬시] 절망행진곡 -6

누군가라네 2015. 11. 25. 00:01
※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어느새 선악과를 따먹기로 계획한 날이다. 일단 이치마츠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고양이들의 밥을 주러간다는 핑계로 집 근처 골목을 배회한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가 각자의 약속으로 나간 뒤에 오소마츠도 밖으로 나간다. 오소마츠는 골목에서 이치마츠를 만나 어찌 할지를 얘기한다.
일단 카라마츠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경계하고 있으니 이치마츠가 먼저 카라마츠에게 접근하도록 한다. 카라마츠는 동생에게 약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치마츠에게 약했다. 그게 이치마츠를 무서워해서 그런건지, 특별히 더 애정해서 그런건지는 알 수 없다. 어느쪽이든 상관 없었지만.
그 뒤에는 도망치지 못하게 막는 거다. 그때야 히트사이클 시기라서 카라마츠가 제 힘을 내지 못했지만 평상시의 컨디션인 카라마츠를 둘이서 이기기는 버거웠다. 힘으로는 여섯 쌍둥이 중 둘째라면 서러운 카라마츠니까. 묶어두는 게 나을까? 아니, 그것도 조금. 고민하던 둘은 이 문제는 일단 뒤로 넘겨두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시간. 쵸로마츠가 돌아오는 건 오후 6시, 토도마츠가 돌아오는 건 아마 오후 4시쯤일 거다. 쥬시마츠가 야구를 하러 나갔다 돌아오는 것도 4시쯤. 지금 시간이 오전 11시니까, 남은 시간은 약 5시간. 이치마츠와 오소마츠는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계획은 완벽했다.
완벽하다고 느껴졌다. 쥬시마츠는 골목에서 얘기를 나누는 이치마츠와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자세한 내용이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카라마츠를 강간 할 생각일 거다. 쥬시마츠는 이전 일을 떠올렸다.
야구를 하고 돌아와 집에 가장 처음 도착했다. 카라마츠를 제외하곤 모두 나가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소마츠의 운동화와 이치마츠의 슬리퍼가 신발장에 놓여있었다. 쥬시마츠는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 할 생각으로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때 카라마츠의 신음섞인 비명소리가 들렸다. 쥬시마츠는 깜짝 놀라 급히 카라마츠가 있는 손님방으로 달려갔다.

"그만! 하지, 마! 하지마! 안, 돼! 악! 아파, 아파, 아파!"

지옥이 여긴가. 쥬시마츠는 살짝 연 문 틈 사이로 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방 안에 있는 건 자신의 형들이 아니었다. 두 마리의 알파와 가엾은 카라마츠. 쥬시마츠는 고민했다. 들어가서 말려야 하나? 야구배트로 머리라도 내리쳐야하나? 카라마츠를 구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달콤한 향이 쥬시마츠를 덮쳤다.
그 뒤에 어쨌더라. 떠올리고싶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알파는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어쨌거나 그때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쥬시마츠는 꽈악 주먹을 쥐며 집으로 달려갔다. 자신이 옆에 있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은 야구 안해?"

"사람이 없어-!"

카라마츠의 물음에 쥬시마츠가 대답한다. 카라마츠는 웃으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깝게됐네. 쥬시마츠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하나도 안 아까운데. 쥬시마츠는 말을 삼켰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쥬시마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이치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이치마츠는 멈칫하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와! 이치마츠형!"

"어서와."

다녀왔어. 두 명이 인사를 건네자 이치마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한다. 쥬시마츠는 빠르게 카라마츠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카라마츠는 오늘따라 어리광이 늘었다며 쥬시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치마츠는 예상치못한 변수에 그저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핸드폰을 꺼낼 뿐이었다. 그런 이치마츠의 행동에 쥬시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는 쥬시마츠의 등장에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쥬시마츠가 있다면 오소마츠가 포기하거나 다음으로 미룰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이치마츠는 썩 내키지 않았다. 선악과를 잡은 이후로 몇 번이고 때려칠 궁리를 했었다. 그럴 수 없었던 건, 오소마츠가 무서웠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무얼 원하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카라마츠를 원하나? 그렇다면 날 왜 끌어들이는 거지? 혼자면 충분하잖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이기지 못하니까. 그냥 재미? 진짜로 그렇다면 오소마츠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일지도 모른다.
답이 왔다. 이치마츠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 소리가 꽤 컸는지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뒤돌아본다. 이치마츠는 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답은 참 가관이었다. 어쨌거나 그 답으로 확신했다. 오소마츠는 쓰레기 중에서도 몇 백 년은 안 썩을 쓰레기다. 이치마츠는 선악과를 던져버리기로 결정했다.

"카라마츠."

왜그래,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뒤돌아본다. 이치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었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치마츠는 잠시 망설였다. 뭐라 말해야하지. 이건, 자백인가?

"사실."

"이야-."

미닫이 문이 강하게 밀려 열리고 오소마츠가 들어온다. 이치마츠는 열려던 입을 다물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평상시의 웃는 얼굴로 이치마츠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와 쥬시마츠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자연스럽게 카라마츠의 옆자리에 자리잡고 앉았다. 쥬시마츠는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고개만 갸웃하며 둘을 번갈아 바라 볼 뿐이다.

"오늘 약속있다고 하지 않았어, 형님?"

"제발 그 형님이랑 호칭 좀 그만해줘. 형아-라거나 형아같은 귀여운 호칭이 있잖아?"

오소마츠가 쯧 혀를 차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 말에 카라마츠는 뺨을 긁적이다가 웃는다. 그런 쪽이 더 좋다면야.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부른다. 오소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귀여운 내 동생.
흘끔. 오소마츠는 저에게 오는 시선에 눈을 돌렸다.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자신을 죽일듯 바라본다. 경계하는 건가. 또 무슨짓을 할까 싶어서. 오소마츠는 웃었다. 이전, 그 때 그곳에 쥬시마츠가 있었음을 오소마츠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의 곁에서 경계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이치마츠에겐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게 더 재밌잖아?

"카라마츠."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를 부른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가만 그를 바라보다 오소마츠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눈을 접고 웃고있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랫입술을 깨물다 거실을 나갔다.
뭐지?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평소랑 다를 바 없는 얼굴로 웃으며 카라마츠를 꼭 안고있다. 딱히 다른 짓을 할 거 같진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고보니 쥬시마츠, 냉장고에 사과 있는데. 안 먹을래?"

사과? 오소마츠의 말에 쥬시마츠가 방긋 웃는다. 그래, 사과. 가져와줘. 칼이랑 접시도 같이. 오소마츠가 웃으며 말한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만 내버려두는 건 걱정이었지만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짓을 할까 싶었기에 그냥 부엌으로 향했다.
오소마츠는 쥬시마츠가 나가자마자 카라마츠의 목을 물었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놀란 카라마츠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 오소마츠는 작게 웃으며 잇자국이 선명한 목을 핥아올렸다.

"오, 소마츠, 형."

카라마츠가 간신히 오소마츠를 부른다. 오소마츠는 대답대신 손을 움직였다.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고, 정좌를 하고 있는 다릴 풀어버린다. 에. 정말 눈깜빡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카라마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과! 가져왔!"

쿵. 접시 위에서 사과가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둘을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닫고 나갔다. 오소마츠는 소리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굴러다니는 사과를 집어들었다. 약을 씻어내기 위해 닦은 것인지 물기가 있었다.

"카라마츠."

오소마츠는 천천히 걸어 카라마츠에게 다가갔다. 카라마츠는 반쯤 누워진 상태 그대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멍청한 얼굴이었다. 오소마츠는 저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저 얼굴을 눈물범벅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오소마츠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달콤한 사과즙이 입안에 가득찬다.

"좋아해."

오소마츠는 사과를 떨어트렸다. 한 입 먹힌 사과가 바닥을 굴러다니며 먼지를 묻힌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떨어진 사과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를 바라보았다.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으며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턱을 잡았다. 강하게 잡힌탓에 찔끔 눈물이 맺힌다.

"그러니까 잘 먹을게."

결국 모든 게 오소마츠의 인형극이었음을 카라마츠는 깨달았다. 너무나도 뒤늦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