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망행진곡

[파카카라쥬시] 절망행진곡 -5

누군가라네 2015. 11. 24. 16:48
※개인적 캐해석
※오메가버스
※절망루트
※절망적, 피폐, 암울 못 보시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카라마츠가 일상으로 돌아온 건 의외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원래부터 건강했던 탓도 있지만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한 덕분이었다. 다른 형제들은 그런 카라마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괜찮다고,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데 굳이 상처를 벌릴 필요는 없으니까. 언제나처럼 웃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망가트릴 순 없으니까.
오소마츠는 솔직히 좀 아쉬웠다.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다. 카라마츠니까 금방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강한 애잖아? 어쩌면 그래서 예전부터 카라마츠를 점찍어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다른 형제가 오메가였다면 자신은 아무짓도 안 했을 거다. 분명 버티지 못할 태니까. 정말 토도마츠 말마따나 자신은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쓰는 건 아니지만.
이치마츠는 안도했다. 카라마츠가 다시 웃고, 자신에게도 전처럼 대해주는 걸 보자 그간 찔러왔던 양심의 바늘이 움직임을 멈췄다.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저지른 죄가 용서받았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카라마츠가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된 거 아닌가. 그래. 그거면 되는 거다. 이치마츠는 그 일을 마음 속 깊숙히 묻어버리고 외면했다.
쥬시마츠는 그 일이 있고나서부터 카라마츠를 챙기기 시작했다. 잊은 것을 대신 챙겨주고, 혹여나 자신을 불편해할까 걱정해 옆에 가기 전엔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카라마츠는 그런 쥬시마츠에게 언제나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일상이었다.

"우욱."

카라마츠는 변기를 잡고 속에있던 걸 모두 게워냈다. 왜 아직까지 잊고싶은 걸 잊는 방법은 없는걸까. 카라마츠는 변기 물을 내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에서 신내가 올라온다.
며칠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버텼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때를 떠올릴만한 무언가가 눈앞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면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아직도 속에 정액이 남아있는 기분이 들어 그걸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모든 걸 게워내고 나면 조금 편해진다.
카라마츠는 입을 헹궈내고 거울을 바라봤다. 언제나와 같은 얼굴이지만 눈에 힘을 주지 않고 있는탓에 오소마츠와 꽤 닮아보였다. 아니, 똑같다고 해야하나. 카라마츠는 손을 들어 눈썹을 쓸어보았다. 짙은 눈썹만 가늘어지면 오소마츠와 똑같겠지.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짙은 눈썹이 미간으로 모이며 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손을 들어 입을 막고 눈을 감았다.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다. 아아. 속은 이미 비었는데. 카라마츠는 몸을 떨었다. 악몽이 끝나지 않는다.

"여어, 카라마츠 군-."

툭.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의 등을 두드리며 부른다. 카라마츠는 흠칫 몸을 굳히며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평소처럼 웃는다. 카라마츠는 빠득 이를 갈다가 고개를 숙였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형님.

평소처럼 내리깐 굵은 목소리다. 오소마츠는 형님이란 호칭에 바르르 몸을 떨더니 팔을 벅벅 긁는다. 영 익숙해지지 않는단말이지.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뭐, 별건 아니고. 정말 괜찮은 건가 해서."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야 그게. 카라마츠는 눈썹을 꼬다가 훗 하고 소리내서 웃더니 포즈를 잡는다. 그러곤 평소처럼 실없는 소리를 내뱉을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아무말도 나오지 않는다.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카라마츠는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손길에 소름이 돋는다. 제 엉덩이를 주물러오는 손에 두려움을 느낀다. 쳐내고싶다. 도망가고싶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 괜찮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물었다. 카라마츠는 굳은 채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당연히 괜찮지 않겠지. 오소마츠는 눈을 접어 웃었다. 카라마츠의 반응이 참 좋았다. 저에게 겁을 먹고, 제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더 놀려주고싶었다. 더 상처를 후벼파고 괴롭게 하고싶었다.

"뭐하는 거야?"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오소마츠는 혀를 차며 손을 거뒀다. 이치마츠가 다가와 오소마츠를 노려본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거실로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카라마츠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마스크를 끌어올려 코까지 덮었다. 그냥 뒤돌아 거실로 가 버릴까. 아니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까. 일어나라고 손을 뻗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카라마츠가 먼저 손을 뻗어 제 손을 잡아온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러는데, 좀 도와주겠나? 동생."

웃는다. 필사적으로 웃으며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평소처럼 말한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다 두 손으로 카라마츠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카라마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는 이치마츠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고마워, 이치마츠."

아니. 이치마츠는 가만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정말 괜찮은 건가? 그러고보니 아직도 사과를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건네야하나? 근데 그러면 상처만 들추는 게 아닌가? 이치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카라마츠는 거실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다 방으로 올라갔다. 괜찮아. 그 한 마디가 이치마츠는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정말? 거짓말이 아닐까? 진심을 확인 할 용기따위 이치마츠에겐 없었다.
이치마츠는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방엔 오소마츠가 있었다. 오소마츠는 소파에 늘어져서 이치마츠를 맞이했다. 그가 짓는 미소가 마치 뱀이 입을 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무시하고 방 구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는 별달리 무슨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소파를 톡톡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시선과 소리는 제법 신경쓰이는지라 이치마츠는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이치마츠."

"왜?"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차갑게 대답한다. 오소마츠랑 엮여서 좋을 건 없다. 유혹에 넘어간 자신도 잘못이지만 애초에 유혹하지도 않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다. 이치마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소마츠를 노려보았다.
오소마츠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눈을 접어 웃었다. 경계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이 꽤 볼만했다. 여기서 무슨 말을 꺼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쩌면 주먹을 날릴지도 몰랐다. 카라마츠에게 하는 것처럼 멱살을 잡거나 발로 찰지도 모른다.

"한 번 더 할래?"

이치마츠는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곧 짜증과 화로 범벅된 것으로 바뀌더니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오소마츠는 웃으면서 이치마츠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너무도 간단히 들어올려진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소마츠를 노려봤다.

"마지막으로. 이번만 도와주면 너도, 카라마츠도 손 안 댈거야."

오소마츠가 웃는다. 이치마츠를 유혹한다. 이치마츠의 앞에 다시 한 번 선악과를 내민다. 이치마츠는 그 선악과를 쳐내고싶었다. 그러고싶었다. 카라마츠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좋아했나?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 좋아 할 리가 없잖아. 아니, 좋아했어. 기억해봐. 그 표정, 그 눈빛, 그 몸짓, 그 소리, 그 향기! 좋아했어. 그렇지? 그러니까 괜찮다고 하는 거야. 어라? 그런건가? 이치마츠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에 눈살을 지푸렸다.
오소마츠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치마츠는 꼬인 속과는 다르게 단순하다. 그걸 파고드는 것 정도야 오소마츠에게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웠다. 완전히 마음을 뒤집게 만드는 건 어려웠지만 지금이라면 간단하다.

"이번만 하는 거야. 그 뒤에 안 건드리면 된다니까? 카라마츠도 괜찮다고 하잖아."

아아. 정말.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형은 정말 쓰레기야."

이치마츠는 선악과를 받았다.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선악과를 먹는 건 며칠 뒤로 결정되었다. 모두가 집을 나가고 자신들만 남는 날. 이제 카라마츠의 히트사이클 시기엔 쵸로마츠나 토도마츠가 꼭 옆에 붙어있을태니,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일을 실행해야했다.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손을 잡았다.
쥬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