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마침내 오고야말 행복
누군가라네
2015. 11. 20. 23:46
※개인적 캐해석
※야쿠자AU - [이치카라] 환상통 에서 이어집니다. 환상통 이후 n년 뒤
카라마츠가 돌아왔다. 그저 잠깐 들렀다가 나가는 수준이 아닌, 계속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멀쩡한 신체 상태인 건 아니었다. 최근에 있었던 큰 영역다툼에서 다친 탓에 카라마츠는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되었다. 아무렴 어떠하랴. 가족들은 카라마츠가 돌아왔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 날 저녁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온갖 맛있고 값나가는 음식들이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졌다. 카라마츠는 모두가 반겨주는 게 기뻐 식사하는 내내 웃고있었다.
상을 치우고, 모두가 자러 올라갔다. 거실에 남은 카라마츠는 가운데에 대자로 누워 편안함을 만끽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옆으로 와 앉았다.
"좋아?"
"좋아.
뭐가 좋냐고 묻지도 않았것만 일단 좋다고 대답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길게 숨을 내쉬고 다리를 끌어안았다. 째깍째깍.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을 채운다. 아니, 잘 들어보면 숨소리도 들렸다. 자신의 숨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숨소리.
이치마츠는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에 카라마츠가 있음에 안심이 된다. 이제 아침이 되어도 돌아가지 않는다. 계속, 계속 옆에서 함께 다시 형제로 살아간다. 이치마츠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어 애꿎은 제 다리만 끌어안았다.
"바뀐 거 있어?"
그 감정을 눌러준 건 카라마츠의 질문이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바뀐거라. 많았다. 무척이나 많았다. 지난 몇 년간 카라마츠가 변했듯, 집에도 수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이번에 드디어 욕실을 만들었어. 쵸로마츠 형은 승진했고. 오소마츠 형도 편의점 매니저로 일 잘 하고있고. 토도마츠도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직장을 알아보고있어. 쥬시마츠는 공부를 시작했어. 교사가 되겠대."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구나. 그는 새삼 지난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음을 떠올렸다. 카라마츠는 오른손을 들어 쫙 펼쳤다. 비어있는 새끼 손가락의 자리. 항상 통증이 느껴졌던 그곳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자신은 제 자리로 돌아온 거 같은데, 제 자리의 주변은 많이 변해버렸다. 돌아온 것이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자의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지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좋은 생각은 아니겠지. 이치마츠는 조심히 팔을 뻗어 카라마츠의 어깨를 감쌌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어서와."
뒤늦은 인사를 건넨다.
카라마츠를 돌보는 일은 이치마츠에게 맡겨졌다. 일을 하지 않는 건 이치마츠 뿐이었으니까. 이치마츠는 그것에 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누구도 이렇게 할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카라마츠를 돌봤다. 카라마츠가 어디 갈라치면 그를 부축해 주었고, 뭐가 먹고 싶다하면 바로 사왔다. 화장실 가는 것도 도와주고, 옷을 갈아입혀주는 건 기본이었다. 그야말로 형을 위하는 동생의 표본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곤란한 심정을 토해낸 건 카라마츠였다. 일거수일투족이 이치마츠에게 감시당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그가 해주는 것이 카라마츠에겐 익숙치 않았다. 그리고 부담스러웠다. 자신을 위해 이치마츠가 저렇게 행동한다는 건 알지만 카라마츠는 그가 예전처럼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랐다. 그쪽이 더 이치마츠와 자신 같았으니까. 카라마츠는 더이상의 변화는 겪고싶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에게 그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건, 이주가 지난 뒤 욕실에서였다.
"와."
이치마츠가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카라마츠의 등을 본다. 넓은 등을 한가득 매우고 있는 꽃이나 호랑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치마츠는 저도 모르게 문신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치마츠-."
이치마츠의 손은 카라마츠가 그를 부르고 나서야 멈췄다. 이치마츠는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카라마츠를 씻겨주기 시작했다. 먼저 머리를 꼼꼼히 감겨주고, 몸에 거품을 잔뜩 낸 샤워폼을 문지른다. 등을 타고 내려오는 거품이 등에 새겨진 호랑이와 전혀 안 어울려서 이치마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말이야."
뭐?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손으로 짚었다. 카라마츠는 몸을 떨다가 뒤돌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못 지워?"
난 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물음에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왜 긴장한거지? 카라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등을 한가득 매운 문신을 자신은 보지 못하지만 보기에 썩 좋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못 지워."
카라마츠는 짧게 대답했다. 이치마츠는 그 말에 문신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저 물감으로 칠해놓은 거 같이 생긴 이 문신은, 앞으로 평생 남아 카라마츠를 괴롭힐 것이다. 이걸 볼 때마다 카라마츠는 예전에 한 일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겠지.
이치마츠는 한 손으로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샤워폼을 단단히 쥐었다. 카라마츠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아파! 이치마츠! 아파! 아프다고! 아악!"
욕실에는 카라마츠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아아, 따끔거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근 카라마츠가 바들바들 떤다. 이치마츠의 맹공으로 인해 등에선 결국 피가 베어나왔지만 이치마츠는 그건 신경쓰지 않고, 문신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에만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아픈 건 신경도 안쓰는 건가. 카라마츠는 어쩐지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나쁘진 않았다. 아니, 어느쪽이냐고 물어본다면 오히려 돌아간 쪽이 좋았다. 이치마츠가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무언가였다.
카라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
"왜?"
"무리하지마.
카라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저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치마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해주고자 한 건 뭐였지?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달라져버린 얼굴. 이제 더이상 어린 티는 나지 않는다. 아니, 오래전부터 그런 건 없었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두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양 뺨을 잡았다. 어? 얼굴이 가까워진다고 느꼈다.
"악!"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제 나갈 거야?"
카라마츠는 아픈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찔끔 거리는 것이 꽤 예전 모습을 닮아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닮은 모습에 작게 웃곤 카라마츠를 욕조에서 건져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잠든 카라마츠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어쩐지 잠든 얼굴 만큼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조심스럽게 카라마츠의 뺨을 쓰다듬었다. 으음, 카라마츠가 작게 소리를 내며 뺨을 손에 부빈다.
이치마츠는 손을 빼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만 바라보았다. 이제 옆에 있다. 내일 아침이면 사라지지 않을 카라마츠가 제 옆에 있다. 벌써 몇 주가 지났음에도 이치마츠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침이면 카라마츠가 또 어두운 색의 정장을 입고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이제 내 옆에, 계속 있어.
꿈을 꾸었다. 20대 초반, 일상의 어느날이었다.
※야쿠자AU - [이치카라] 환상통 에서 이어집니다. 환상통 이후 n년 뒤
카라마츠가 돌아왔다. 그저 잠깐 들렀다가 나가는 수준이 아닌, 계속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물론 멀쩡한 신체 상태인 건 아니었다. 최근에 있었던 큰 영역다툼에서 다친 탓에 카라마츠는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되었다. 아무렴 어떠하랴. 가족들은 카라마츠가 돌아왔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 날 저녁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온갖 맛있고 값나가는 음식들이 상다리 부러지도록 차려졌다. 카라마츠는 모두가 반겨주는 게 기뻐 식사하는 내내 웃고있었다.
상을 치우고, 모두가 자러 올라갔다. 거실에 남은 카라마츠는 가운데에 대자로 누워 편안함을 만끽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옆으로 와 앉았다.
"좋아?"
"좋아.
뭐가 좋냐고 묻지도 않았것만 일단 좋다고 대답한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길게 숨을 내쉬고 다리를 끌어안았다. 째깍째깍.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을 채운다. 아니, 잘 들어보면 숨소리도 들렸다. 자신의 숨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숨소리.
이치마츠는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에 카라마츠가 있음에 안심이 된다. 이제 아침이 되어도 돌아가지 않는다. 계속, 계속 옆에서 함께 다시 형제로 살아간다. 이치마츠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어 애꿎은 제 다리만 끌어안았다.
"바뀐 거 있어?"
그 감정을 눌러준 건 카라마츠의 질문이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머리를 긁적였다. 바뀐거라. 많았다. 무척이나 많았다. 지난 몇 년간 카라마츠가 변했듯, 집에도 수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이번에 드디어 욕실을 만들었어. 쵸로마츠 형은 승진했고. 오소마츠 형도 편의점 매니저로 일 잘 하고있고. 토도마츠도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직장을 알아보고있어. 쥬시마츠는 공부를 시작했어. 교사가 되겠대."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말 많은 것이 변했구나. 그는 새삼 지난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음을 떠올렸다. 카라마츠는 오른손을 들어 쫙 펼쳤다. 비어있는 새끼 손가락의 자리. 항상 통증이 느껴졌던 그곳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자신은 제 자리로 돌아온 거 같은데, 제 자리의 주변은 많이 변해버렸다. 돌아온 것이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자의로 돌아온 것도 아니었지만.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좋은 생각은 아니겠지. 이치마츠는 조심히 팔을 뻗어 카라마츠의 어깨를 감쌌다.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어서와."
뒤늦은 인사를 건넨다.
카라마츠를 돌보는 일은 이치마츠에게 맡겨졌다. 일을 하지 않는 건 이치마츠 뿐이었으니까. 이치마츠는 그것에 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누구도 이렇게 할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카라마츠를 돌봤다. 카라마츠가 어디 갈라치면 그를 부축해 주었고, 뭐가 먹고 싶다하면 바로 사왔다. 화장실 가는 것도 도와주고, 옷을 갈아입혀주는 건 기본이었다. 그야말로 형을 위하는 동생의 표본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곤란한 심정을 토해낸 건 카라마츠였다. 일거수일투족이 이치마츠에게 감시당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그가 해주는 것이 카라마츠에겐 익숙치 않았다. 그리고 부담스러웠다. 자신을 위해 이치마츠가 저렇게 행동한다는 건 알지만 카라마츠는 그가 예전처럼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랐다. 그쪽이 더 이치마츠와 자신 같았으니까. 카라마츠는 더이상의 변화는 겪고싶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에게 그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건, 이주가 지난 뒤 욕실에서였다.
"와."
이치마츠가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카라마츠의 등을 본다. 넓은 등을 한가득 매우고 있는 꽃이나 호랑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치마츠는 저도 모르게 문신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치마츠-."
이치마츠의 손은 카라마츠가 그를 부르고 나서야 멈췄다. 이치마츠는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카라마츠를 씻겨주기 시작했다. 먼저 머리를 꼼꼼히 감겨주고, 몸에 거품을 잔뜩 낸 샤워폼을 문지른다. 등을 타고 내려오는 거품이 등에 새겨진 호랑이와 전혀 안 어울려서 이치마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말이야."
뭐?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손으로 짚었다. 카라마츠는 몸을 떨다가 뒤돌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못 지워?"
난 또.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물음에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뺐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왜 긴장한거지? 카라마츠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등을 한가득 매운 문신을 자신은 보지 못하지만 보기에 썩 좋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못 지워."
카라마츠는 짧게 대답했다. 이치마츠는 그 말에 문신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저 물감으로 칠해놓은 거 같이 생긴 이 문신은, 앞으로 평생 남아 카라마츠를 괴롭힐 것이다. 이걸 볼 때마다 카라마츠는 예전에 한 일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겠지.
이치마츠는 한 손으로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샤워폼을 단단히 쥐었다. 카라마츠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아파! 이치마츠! 아파! 아프다고! 아악!"
욕실에는 카라마츠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아아, 따끔거려."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근 카라마츠가 바들바들 떤다. 이치마츠의 맹공으로 인해 등에선 결국 피가 베어나왔지만 이치마츠는 그건 신경쓰지 않고, 문신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에만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아픈 건 신경도 안쓰는 건가. 카라마츠는 어쩐지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나쁘진 않았다. 아니, 어느쪽이냐고 물어본다면 오히려 돌아간 쪽이 좋았다. 이치마츠가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무언가였다.
카라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
"왜?"
"무리하지마.
카라마츠는 웃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가만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저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치마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해주고자 한 건 뭐였지?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달라져버린 얼굴. 이제 더이상 어린 티는 나지 않는다. 아니, 오래전부터 그런 건 없었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두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양 뺨을 잡았다. 어? 얼굴이 가까워진다고 느꼈다.
"악!"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제 나갈 거야?"
카라마츠는 아픈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찔끔 거리는 것이 꽤 예전 모습을 닮아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닮은 모습에 작게 웃곤 카라마츠를 욕조에서 건져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잠든 카라마츠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어쩐지 잠든 얼굴 만큼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치마츠는 조심스럽게 카라마츠의 뺨을 쓰다듬었다. 으음, 카라마츠가 작게 소리를 내며 뺨을 손에 부빈다.
이치마츠는 손을 빼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만 바라보았다. 이제 옆에 있다. 내일 아침이면 사라지지 않을 카라마츠가 제 옆에 있다. 벌써 몇 주가 지났음에도 이치마츠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침이면 카라마츠가 또 어두운 색의 정장을 입고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이제 내 옆에, 계속 있어.
꿈을 꾸었다. 20대 초반, 일상의 어느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