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청첩장

누군가라네 2015. 11. 19. 20:00
※개인적 캐해석
※한국 나이 기준으로 25살이라는 설정


청첩장이 날아왔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카라마츠는 겉을 바라보다가 안을 열어보았다. 신랑신부의 사진과 함께 언제 어디서 결혼하는 지가 적혀있다. 카라마츠는 가만 청첩장을 바라보다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거실로 향했다.
처음 동창에게 청첩장을 받았을 땐 아직 결혼하기엔 이른 나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때가 24살 때였으니,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몇 번 청첩장을 더 받고나니 이 나이에도 결혼하기엔 충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은 아니었다. 번듯한 직장도 없고, 안정적인 수입도 없다. 갖고 있는 재산이라고는 옷 몇 벌과 거울, 신발이 전부. 무엇보다 결혼을 생각 할 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아니, 그전에 여자랑 사귀어본 적이 있던가? 쯧, 카라마츠는 혀를 찼다.

"다녀왔어."

"어서와."

이치마츠가 거실로 들어온다. 상에 엎어져있던 카라마츠는 허리를 바로펴서 앉는다. 이치마츠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그의 맞은 편에 앉아 아까 놓고온 청첩장을 내려놓는다.

"갈 거야?"

카라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얼굴도 기억 안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의 인연이라곤 까마득한 옛날에 같은 반이었다는 거 정도. 그렇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애초에 가서 건네 줄 축의금도 없다. 그럼 안 가는 게 낫겠지. 어차피 보낸 것도 기억 못 할 거다.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카라마츠도 나중에 청첩장 돌릴 거야?"

이치마츠가 평상시완 다르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밖에서 고양이들의 육구(고양이 젤리)로 안마라도 받은 걸까? 뭐, 이치마츠가 기분이 좋다면 자신에게도 이득이니까.

"그렇겠지? 날 사랑해주는 사람과 내 몫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카라마츠는 웃으며 말했다. 이치마츠는 가만 듣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와 펜을 가져온다. 뭘 하려는 거지? 카라마츠는 팔자 눈썹을 하고서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그는 종이와 펜을 카라마츠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려봐. 뭘? 미래의 청첩장. 이상한 요구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가 재촉하자 펜을 들었다. 청첩장. 그러고보니 한 번도 생각 해 본적이 없었다. 어렴풋이 자신은 결혼을 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참에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카라마츠는 종이에 네모를 그리고 그 네모를 반으로 자르는 선을 그었다. 그 안에 나름 노력해서 꽃이나 장식물을 그려넣고, 가운데에 사람을 그려넣었다. 한 창 열심히 그릴때 이치마츠가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마무리로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적는 일만 남았다. 카라마츠는 신랑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려 했지만 이치마츠에게 펜과 종이를 뺏겼다.

"네 이름이 신랑에 적히면 안되지."

이치마츠가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카라마츠는 스물스물 올라오는 불안한 기운에 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신부쪽에 카라마츠의 이름을, 그리고 신랑쪽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넌 결혼 못해."

알고 있잖아? 이치마츠가 종이를 찢어버린다. 카라마츠는 경악하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뒤로 물러났다. 이치마츠가 다가온다. 도망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이 잡아 당겨져 그대로 넘어졌다. 이치마츠가 덮쳐온다.

"넌 나랑 살아야지."

이치마츠가 웃는다. 그 모습이 마치 고양이과 맹수가 먹이를 내려다보는 모습 같았다. 카라마츠는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약속했잖아?"

영원히, 둘 중 하나가 죽을 때 까지, 나와 함께 해 주겠다고. 청첩장을 돌리진 않았지만 우린 이미 결혼 한 사이야. 이치마츠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자신은 결혼을 할 수 없을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겐 이치마츠가 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사랑한다.

"사랑해."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내 아름다운 아내, 마츠노 카라마츠."

나는 이치마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