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연
[이치카라] 절연, 그 후
누군가라네
2015. 11. 11. 18:26
※개인적 캐해석
※절연을 매듭짓는 글, 또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글
특별한 형이 되고싶었다? 아니, 사실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이치마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래서 그가 쳐내도 계속 손을 뻗었다. 이치마츠를 그렇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 카라마츠는 모든 것을 후회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금 카라마츠의 처지에 가장 알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이치마츠도 모른다. 오로지 카라마츠, 자신만 알고 자신의 가슴 속에만 묻어 둘 뿐이다.
시간이 좀 지나 카라마츠가 통원 치료를 결정하고 집에 돌아왔다. 집은 전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한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며 투정하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웃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두 사람. 그 시선을 알고 있음에도 무시하는 것이 한 사람. 그 모든 걸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게 한 사람.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게 두 사람.
"그나저나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해?"
토도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의사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두 달."
그 질문에 대답한 건 이치마츠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고마워,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일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지만 이치마츠만은 그 일을 맡지 않았다. 그건 오소마츠의 제안도, 다른 형제들의 제지도 아니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 두 명이 얘기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병원에 가는 일은 한 달에 네 번 정도밖에 없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걸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일부러 그 질문 만큼은 피했다.
"두 사람 사이가 달라진 거 같지?"
그저 둘이 자리를 떴을 때, 짧게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토도마츠의 물음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는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걸까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쵸로마츠도 정말 왜일까 하며 토도마츠를 따라 고개를 갸웃 할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알려줄 거 같지도 않지만 알아선 안 되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눈 앞에 둔 기분이었으니까. 쵸로마츠는 그냥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어-이, 카라마츠."
방에 들어가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부른다. 카라마츠는 급히 눈가를 닦아내고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가만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웃으며 후드 주머니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던진다. 카라마츠는 그걸 받아냈다.
"어, 고마워."
좋아하는 음료수였다. 카라마츠는 허벅지 사이에 음료수를 끼고 한 손으로 따개를 당겨 열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도와주지 않고 문에 서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에 카라마츠는 별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음료수를 마시기만 할 뿐이었다.
"이치마츠랑은 어떻게 한 거냐?"
켁, 쿨럭. 이치마츠의 이름이 나오자 카라마츠는 사레가 들렸는지 음료수를 뱉어내며 기침을 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혀를 차곤 다가가 바닥에 흘린 음료수를 휴지로 닦아냈다.
겨우 진정한 카라마츠는 입가를 닦아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이치마츠 얘기가 왜 나오냐 묻고싶었지만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치니 그 질문이 쏙 들어가 버린다.
"그건 왜?"
카라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이라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음료수를 내려두고 머리를 긁적였다. 뭐라 말해야 할까? 생각을 정리 할 필요가 있었다.
"그냥."
이게 가장 좋은 대답이겠다.
"아무일 없던 거로 하기로 했어."
"좋아해."
이치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가만 바라봤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치마츠가 이처럼 감정을 드러낸 게 얼마만이던가? 그래서 카라마츠는 알 수 있었다. 이치마츠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을.
"너의 그 좋아해는 아니야."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저 울면서 밝게 웃었다. 평소처럼. 그 뒤에 이치마츠와는 아무일 없던 거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진 관계를 고치기는 쉽지않아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도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방을 나가고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얼마나 바보같은가. 카라마츠는 비어진 음료수 캔을 바라보았다. 자신이나 캔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마츠는 웃었다.
"이걸로 된 거지."
이치마츠와 절연했다. 자신의 일방적인 감정이었지만 절연했다고 표현한다. 이제 이치마츠와는 형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걸로 된거다. 이거면 충분하다. 이제 더이상 혼자 아파하고, 앓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치마츠를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아마.
이치마츠는 담배 꽁초를 벽에 비벼끄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슬리퍼를 직직 끌며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지만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퇴원한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마주치는 게 무섭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집에 있고싶지 않았다. 잠자리도 바로 옆인데다가 집 자체도 넓지 않으니 금방 마주쳐서 그때마다 당황하는 자신이 보고싶지 않았다. 한심했다.
"후우-."
그렇지만 이제 그것도 익숙해져야만 했다. 평생 이러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분가를 할 때까지는 버텨야만 했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복잡한 문제다.
이제 카라마츠가 싫다거나 혐오스럽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형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자신의 세계에 카라마츠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였다.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고 그 마음까지 받아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어쩌면 평생이 걸려있는 문제였고, 무엇보다 자신에겐 확신이 없었다. 자신이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하는 생각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카라마츠."
울면서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쪽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걸, 너는 모르겠지.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들어올려 입과 코를 가리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절연을 매듭짓는 글, 또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글
특별한 형이 되고싶었다? 아니, 사실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이치마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래서 그가 쳐내도 계속 손을 뻗었다. 이치마츠를 그렇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 카라마츠는 모든 것을 후회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금 카라마츠의 처지에 가장 알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이치마츠도 모른다. 오로지 카라마츠, 자신만 알고 자신의 가슴 속에만 묻어 둘 뿐이다.
시간이 좀 지나 카라마츠가 통원 치료를 결정하고 집에 돌아왔다. 집은 전처럼 활력을 되찾았다. 한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며 투정하는 쵸로마츠에게 카라마츠가 웃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두 사람. 그 시선을 알고 있음에도 무시하는 것이 한 사람. 그 모든 걸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게 한 사람.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게 두 사람.
"그나저나 치료는 언제까지 받아야해?"
토도마츠가 물었다. 카라마츠는 의사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두 달."
그 질문에 대답한 건 이치마츠였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며 웃었다. 고마워,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카라마츠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일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지만 이치마츠만은 그 일을 맡지 않았다. 그건 오소마츠의 제안도, 다른 형제들의 제지도 아니었다. 카라마츠와 이치마츠, 두 명이 얘기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병원에 가는 일은 한 달에 네 번 정도밖에 없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걸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쵸로마츠도 쥬시마츠도 일부러 그 질문 만큼은 피했다.
"두 사람 사이가 달라진 거 같지?"
그저 둘이 자리를 떴을 때, 짧게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토도마츠의 물음에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도마츠는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걸까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쵸로마츠도 정말 왜일까 하며 토도마츠를 따라 고개를 갸웃 할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알려줄 거 같지도 않지만 알아선 안 되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눈 앞에 둔 기분이었으니까. 쵸로마츠는 그냥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어-이, 카라마츠."
방에 들어가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부른다. 카라마츠는 급히 눈가를 닦아내고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본다. 오소마츠는 가만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웃으며 후드 주머니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던진다. 카라마츠는 그걸 받아냈다.
"어, 고마워."
좋아하는 음료수였다. 카라마츠는 허벅지 사이에 음료수를 끼고 한 손으로 따개를 당겨 열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도와주지 않고 문에 서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에 카라마츠는 별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음료수를 마시기만 할 뿐이었다.
"이치마츠랑은 어떻게 한 거냐?"
켁, 쿨럭. 이치마츠의 이름이 나오자 카라마츠는 사레가 들렸는지 음료수를 뱉어내며 기침을 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혀를 차곤 다가가 바닥에 흘린 음료수를 휴지로 닦아냈다.
겨우 진정한 카라마츠는 입가를 닦아내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이치마츠 얘기가 왜 나오냐 묻고싶었지만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치니 그 질문이 쏙 들어가 버린다.
"그건 왜?"
카라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이라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음료수를 내려두고 머리를 긁적였다. 뭐라 말해야 할까? 생각을 정리 할 필요가 있었다.
"그냥."
이게 가장 좋은 대답이겠다.
"아무일 없던 거로 하기로 했어."
"좋아해."
이치마츠가 말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가만 바라봤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치마츠가 이처럼 감정을 드러낸 게 얼마만이던가? 그래서 카라마츠는 알 수 있었다. 이치마츠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을.
"너의 그 좋아해는 아니야."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저 울면서 밝게 웃었다. 평소처럼. 그 뒤에 이치마츠와는 아무일 없던 거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 번 틀어진 관계를 고치기는 쉽지않아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도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소마츠가 방을 나가고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얼마나 바보같은가. 카라마츠는 비어진 음료수 캔을 바라보았다. 자신이나 캔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라마츠는 웃었다.
"이걸로 된 거지."
이치마츠와 절연했다. 자신의 일방적인 감정이었지만 절연했다고 표현한다. 이제 이치마츠와는 형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걸로 된거다. 이거면 충분하다. 이제 더이상 혼자 아파하고, 앓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치마츠를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아마.
이치마츠는 담배 꽁초를 벽에 비벼끄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슬리퍼를 직직 끌며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지만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퇴원한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었다.
마주치는 게 무섭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집에 있고싶지 않았다. 잠자리도 바로 옆인데다가 집 자체도 넓지 않으니 금방 마주쳐서 그때마다 당황하는 자신이 보고싶지 않았다. 한심했다.
"후우-."
그렇지만 이제 그것도 익숙해져야만 했다. 평생 이러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분가를 할 때까지는 버텨야만 했다. 이치마츠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복잡한 문제다.
이제 카라마츠가 싫다거나 혐오스럽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형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자신의 세계에 카라마츠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였다.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고 그 마음까지 받아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어쩌면 평생이 걸려있는 문제였고, 무엇보다 자신에겐 확신이 없었다. 자신이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하는 생각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카라마츠."
울면서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쪽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걸, 너는 모르겠지.
이치마츠는 마스크를 들어올려 입과 코를 가리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