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절연

[이치카라] 절연 -4

누군가라네 2015. 11. 11. 11:49
※개인적 캐해석
※폭력 주의


이치마츠는 심장이 목을 넘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그걸 카라마츠는 모르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번엔 이치마츠가 버텨내야 할 차례니까.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쥬시마츠, 오소마츠 형이 너 내려오래."

이치마츠는 간신히 쥬시마츠에게 말을 전했다. 쥬시마츠는 와아이이 하는 특유의 환호성을 내뱉으며 병실을 나갔다. 탁, 문이 닫혔다. 병실 안에 있는 건 자신과 카라마츠, 둘 뿐이었다. 이치마츠는 아까 전 오소마츠의 뺨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도 그렇게,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맞을 지도 모른다.

'무서워.'

"이쪽으로 와라,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부른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무서워. 눈 앞이 흐릿해진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꽈악 주먹을 쥔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했다. 카라마츠와 얘기해야만 한다. 이치마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스스로 자신에게 오기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린다. 한 발짝 한 발짝. 이치마츠가 내딛는 발걸음은 마치 막 돌을 지난 아기 같았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걷고자 노력하는, 그런 걸음.

"이치마츠."

"카라마츠."

눈이 마주친다. 이치마츠는 마침내 카라마츠의 앞에 섰다. 카라마츠는 장하다고 말하며 이치마츠의 팔을 툭툭 두드렸다. 이치마츠는 다시 눈물을 흘린다.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한 카라마츠는 근처 서랍장 위에 있는 물병을 가리켰다.

"물 좀 마셔. 쓰러지겠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야 뭐. 카라마츠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할 말이 그거 뿐인가? 욕을 한다거나 때린다거나 하진 않는 건가? 아니면 생각을 정리중인 건가? 이치마츠는 불안해하며 두 손을 꽈악 주먹쥐었다.

"이치마츠."

드디어 카라마츠가 그를 불렀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카라마츠는 아무말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라마츠는 마음이 무거웠다. 무슨 말을 해도 이치마츠에겐 거짓말로 들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더니 이젠 그가 자신의 손을 잡고 아이처럼 운다. 버리지 말아달라고, 내치지 말아달라고.

"이치마츠, 난 널 버리지 않아."

그가 고개를 든다. 카라마츠는 웃었다.

"내 소중한 동생을 어떻게 내치겠어? 오소마츠 형이 과민반응 했을 뿐이야. 나는 괜찮은데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아파해."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에서 손을 빼내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아, 이 얼마나.

이 얼마나.


구역질나는 짓인가. 마치 자신이 성자라도 된냥, 구원자라도 된냥 행동하는 것에 카라마츠는 구역질이 났다. 자신이 이렇게 만들어놓고는 온갖 착한척, 품어주는척 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당장 화장실로 가서 속을 게워내고 싶었다.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

"카라마츠."

그가 자신을 부르는 것에 카라마츠는 웃음을 거둬들였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뒤로 물러났다. 무섭다. 두렵다. 그가 화를 내고 있다. 그것이 자신에게 향한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향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치마츠는 두려웠다.

"이치마츠."

왜? 카라마츠의 부름에 이치마츠는 떨면서 대답했다.

"내 뺨 좀 때려줄래?"

뭐?
이치마츠의 반문에 카라마츠는 쓴 웃음을 지었다. 하긴 할 수 있을리가 없나. 카라마츠는 가만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침대 머리로 자리를 옮겼다. 병원 벽은 부드러운듯 거칠고 단단했다. 카라마츠는 그 벽에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카라마츠!"

아, 머리가 핑 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이마를 짚고서 가만히 있다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한 건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오라고.

"카라마츠."

이치마츠의 손을 잡고 그 손을 자신의 이마에 댄다.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듯 주저앉는다. 이치마츠가 놀라 크게 몸을 떤다. 아아, 이치마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형이 미안해. 아니, 형이라고도 하면 안되는 구나. 내가 미안해. 카라마츠가 미안해. 마츠노 카라마츠가 미안해.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내가 널 이렇게 망가뜨려놨어. 미안해. 미안해. 이치마츠.
사과한다.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계속 사과한다. 용서를 구한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카라마츠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어째서? 이치마츠는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그만, 그만해!"

이치마츠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손을 놓아주고 올려다보았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다 그 앞에 주저앉았다. 괴롭다. 숨이 막힌다.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이치마."

"부르지마."

이치마츠는 생각을 정리 할 시간이 필요했다. 차가운 병원 바닥이 조금은 진정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치마츠는 심호흡을 하며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 카라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양뺨을 잡아 위로 들어 눈을 맞춘다.

"카라마츠.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그에게 묻는다. 카라마츠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난."



쾅!
병원문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벽에 부딪쳤다 닫힌다.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 가만 앉아있다가 침대에 등을 기댔다. 자신이 이치마츠에게 절연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아졌다. 아, 분명 절연 당할 거야. 사람 마음을, 그것도 소중하디 소중한 동생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으니.
카라마츠는 눈을 감았다. 한 번 더,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싶었다.

"병신."

나에게 욕을 내뱉어준다.

"씨발놈. 미친놈. 개같은놈. 좆같은놈. 병신. 머저리."

멍청이. 아아, 어찌해야 하는가. 카라마츠는 눈을 뜨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치마츠."

차라리 죽고싶었다.